당신의 사월 (Yellow Ribbon)

당신의사월 스크린샷

세월호 참사는 피해자와 그의 가족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사건이자 아픔이다. 2014년 4월 16일로부터 5년이 흐른 지금까지 우리는 세월호 참사와 함께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목격자로서 우리에게 남아 있는 트라우마를 대학생, 교사, 카페 주인, 진도 어민, 인권활동가 다섯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세월호의 기억과 함께 트라우마를 넘어 앞으로의 삶의 시간을 살면서 세월호의 새로운 이야기를 쓸 수 있을 것이다.



[폐막작]

당신의 사월
Yellow Ribbon

감독 : 주현숙
제작연도 : 2019
장르 : 다큐멘터리
나라 : 한국
언어 : 한국어/ 한국어자막
상영시간 : 87분

상영일시 : 2019.11.24(일)
상영장소 : 영화공간주안 4관


상영 후
주현숙 감독, 박진 다산인권센터 활동가, 랑희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와 함께
대화의 시간이 진행되었습니다.




작품해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는 어떤 시간을 살아왔을까. 영화 속 다섯 사람이 2014년 4월 16일로부터 지금까지 세월호를 품고 살아온 시간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들의 이야기는 세월호 참사를 당사자들만이 아니라 우리의 참사이자 슬픔으로 받아들인 모든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목격하고 지금까지 외면하지 않음으로써 연루자들이 되었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야 했던 그날의 수동적인 관객에서 ‘왜?’라는 질문을 포기하지 않고, 이 파괴된 세계 속에서 무엇인가를 하기 위해 나섰다. 연루자들도 일상이 흔들리고 슬픔에 무너지는 트라우마를 겪지만, 권력이 돌보지 않는 사람들을 돌보는 마음으로 각자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아마도 참사를 통해 그 세계가 나의 세계였음을 확인했고, 당사자들이 살고 있는 세계가 나의 세계와 분리될 수 없음을 알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연루자들의 그런 마음과 행동들이 참사의 기억과 함께 다른 세계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매년 4월 16일마다 조금씩 달라진 세계를 만나게 될 것이다.

인천인권영화제 반디활동가




인권해설

2014년 4월 16일 이래 너무 많은 것들이 변했다. 누군가는 택시 안에서 누군가는 수업을 마치던 교실 안에서 어느 배가 어느 바다에서 가라앉고 있다는 뉴스를 들은 이래, 그날 무엇을 하고 있었고 어떤 감정으로 그 순간을 지나왔는지 하나도 잊지 않고 살았기 때문이다. 내게도 4월 16일은 그런 날이다. 업무를 보기 위해 들른 은행 TV 모니터에서 배의 침몰을 목격하고, 또 사고가 났구나… 무심하게 참 무심하게 먹었던 마음의 빚이 너무 무거웠던 기억으로부터 5년이 지났고 거짓말처럼 6년이 다가오고 있다. 각자의 그날은 마치 어제처럼 빼곡하다.

그들은 목격자였다. 때로는 기록자였고, 자주는 보호자였고 그리고 어느덧 당사자가 되어있었다. 유가족들에게 따뜻한 물 한잔 주기 위해 나선 길이었고, 살아있던 모습을 남기고 보존하는 자원봉사를 하다가, 진상규명에 조금이라도 더 다가가기 위한 계기 수업을 하다가 그렇게 되었다. 진도 앞바다에서 지성이를 데려온 어부는 지성아빠의 친구가 되어서 미역을 같이 말리는 사이가 되었다. 아이를 데려온 이후 바다에 나가면 그렇게 마음이 편해졌다. 팽목항을 바라보던 하얀 돔을 집 앞마당으로 옮겨온 이유도, 부모들의 마음이 어떤지 알기 때문이었다. 혼자 세포분열 하는 단세포 생물처럼 시간은 마음대로 저 갈대로 가는데, 그 시간 따라 기억도 잊혀질까 봐 온 집안 곳곳에 리본을 붙여두는 마음도, 이제는 피해갈 수 없는 길에 자신이 들어섰음을 알기 때문이다.

“5년이 지났는데 왜 해요? 개인적인 일도 아닌데 왜 해요?”라는 질문이 다가오기 전에, 자신에게 끝없이 묻기도 했겠지. ‘해결된 것이 없기 때문에, 진상규명도 책임자 처벌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다 보니 미술선생님도 동참하고 알 수 없는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책가방과 손목에 노란 리본과 노란 팔찌가 두런두런 달리고 기억되는 것을. 너무나 사소해서 아무것도 아닌 일 같았던, 하지만 약육강식의 정글 속에서 무너지지 않고, 살아남아야 할 근거를 만들어냈음을 우리는 스스로 알고 있었을까. 목격자이면서 피해자로 스스로 자리 이동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기적의 시간들을.

영화는 세월호 유가족을 쫓지 않았다. 카메라를 든 지성아빠는 인터뷰이가 아닌 피사체로 머물렀고, 유민의 기억을 담담히 말하는 유민엄마도 피해 당사자가 아닌 유민이의 기록자로 남았다. 그것은 이 영화가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모두가 왜 이 싸움에 이토록 오래 함께 머물고 있는지 말하고 싶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이 싸움은 그들만의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것이라는 것을, 다시 되짚어 보기 위해서.

박진 다산인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