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개의 광장, 만개할 평등 The Hundred Squares, The Blooming Equalities

마민지 l 고주영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기획 l 2025 l 다큐멘터리 l 44분 l 한국어 영어 한국수어 한국어자막해설

#1 백개의 광장
#2 만개할 평등 
비상계엄과 내란 그리고 광장 1년 후, 차별과 혐오의 현실은 얼마나 바뀌었을까?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극우에 맞서기 위해’ 왜 지금 우리에겐 차별금지법이 필요할까? 일상 속 차별의 경험을 평등으로 연결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모여 새로운 광장이 된다. 지금 다시, 우리는 평등으로 간다!

시놉시스

백 개의 광장 27’46”
차별과 혐오를 가까스로 버티며 지키고 있는 삶의 현장에서 들려오는 시민들의 외침, “더 이상 미루지 말라”.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자기의 자리에서 분투하며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들이, 자신이 직접 겪거나 목격한 경험을 통해 ‘차별’의 의미를 환기하고, 이러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스스로 질문하고 사유하며 카메라 앞에 서서 목소리를 낸다.

만개할 평등 15’41”
지난 겨울 광장을 가득 메웠던 ‘반차별과 평등의 민주주의’ 구호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20년 간 보류되었던 포괄적 차별금지법. 법률가, 연구자, 종교인, 저술가, 활동가 다섯 명이 1년 만에 다시 광장에 서서 극우와 혐오가 활개치는 지금, “내란 청산을 위한 정답, 인간 존엄 보장의 마지노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흐름, 가정과 교회와 나라를 망칠 리 없는, 더 작은 목소리를 듣는 광장”으로서의 차별금지법을 말한다.

Synopsis

The Hundred Squares
“No more delays,” the cry of citizens echoes from the lives of those barely holding out against discrimination and hatred. Struggling with diverse identities in their daily lives, citizens reflect on the meaning of “discrimination” through their own experiences and testimonies. They question and reflect on what is needed to eliminate it and speak out before the camera.

The Blooming Equalities
discrimination law that has been on hold for 20 years. A lawyer, a researcher, a religious figure, a writer, and an activist stand in the square again after a year, and, in this time of rampant right-wing extremism and hate, they speak of an anti-discrimination law as “the right answer to ending the insurrection, the last line of defense for human dignity, a current that can no longer be held back, a square that cannot at all harmfamilies, churches, and the nation, and a place where the voices of the less fortunate can be heard.”

| 높낮이 없는 새땅 |

감독 : 마민지
기획 :고주영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제작연도 : 2025
장르 : 다큐멘터리
언어 : 한국어 영어 한국수어 한국어자막해설
상영시간 : 44분

상영일시 : 2025.12.7.(일) 오후 4:30
상영장소 : 영화공간 주안 3관

대화의 시간
고주영 공연예술 독립기획자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
고운 서울인권영화제 활동가와 함께

인권해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민주주의는… 대등한 동료시민들 간의 존중과 박애에 기초한 자율적이고 협력적인 공적 의사결정을 본질로 한다.” 

– 헌법재판소 2025. 4. 4.자 2024헌나8 결정 대통령(윤석열) 탄핵

12.3 비상계엄과 내란 사태로부터 1년이 되어가는 지금, 대통령 윤석열 파면을 선언한 헌법재판소 결정문을 다시 꺼내본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헌정 수호’와 ‘법치 회복’의 요체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결정 또한 다수의 시민들이 민주주의의 주체이자 헌법의 주체로 등장했던 퇴진 광장의 요구와 공명하며 등장한 것이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민주주의의 구조적 위기로부터 고조된 불안과 공포에도 불구하고, 광장이라는 집단적 경험 속에서 우리는 어떤 세계를 함께 그렸을까.

우리는 내가 살아가는 하루하루 풍경과는 다를지언정 ‘대등한 동료시민들’이라는 원칙이 새겨진 공동체를 어렴풋하게나마 떠올리게 됐다. 존중과 박애가 넘치지는 않더라도 ‘계몽’이나 ‘손절’이 아닌 다른 방식의 사회적 관계가 가능하리라는 기대를 품게 됐다. 광장으로 가시화된 기대가 비록 일정 부분 ‘판타지’라 할지라도, 물리적·집합적 경험에 기반한 “믿을 수 있는 판타지”*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에서 한시적인 광장 스펙터클이나 열정만으로 치부될 수 없는 것이었다. 광장의 발언들을 분석한 연구자들은 바로 “평균이 아닌 목소리들”이 한국사회의 민주주의를 모두의 것으로 만들어가려는 주요한 계기였으며, 민주주의·국가·정치권력·미래적 사회상을 제시하고 있음을 역설했다.

“사실 차별금지법이 금방 될 줄 알았어요. 광장에서 정말 많은 농민, 노동자,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과 같이 많은 소수자들이 차별금지법을 외쳤기 때문에…”

<백 개의 광장, 만개할 평등>에 등장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광장의 열정을 삼켜버린 듯한 한국사회의 1년을 보여주는 듯하다. 하지만 지난 1년, 혹은 그보다 더 긴 시간 동안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사회’가 무너지지 않도록 지탱해 준 것이 어떤 열정이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노키즈존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다른 곳으로 가자고 손을 이끄는 조카를 바라보는 부끄러움이 어린이도, 장애인도, 홈리스도 “자신의 의지로 어디든 갈 수 있고 자유롭게 세상을 탐험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게 한다. 교통사고로 병원에 실려 갔지만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동성파트너는 들어올 수 없었던 응급실의 기억은 “다양한 가족을 인정하고 서로를 돌볼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향해 왔다. 남성 ‘셰프’와 달리 ‘이모’나 ‘식당 아줌마’로 불리는 현실은 요식업계의 채용 성차별과 임금 차별을 해결해야 한다는 요구로 이어진다. 이주노동자도 ‘동료’가 될 수 있는 평등한 공동체를 바란다는 떡집 사장님의 ‘판타지’는 두 명의 이주노동자와 함께 일하는 자신의 일터에서부터 차별 없는 공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으로 등장한 순간부터 이미 ‘판타지’를 벗어난다. 

“우리가 우리를 대하는 방법을, 우리가 함께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함께 해요.” 

지금 당장, 하루빨리, 조속히… 정부와 국회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숨이 넘어갈 듯 다급하다. 하지만 자신이 마주한 차별의 현실 앞에서 꺼내놓은 바람과 다짐들은 하나같이 완전한 끝이라곤 없는, 우리들 사이의 한없이 지루하고 평범한 노력의 반복으로만 이룰 수 있는 것들이었다. 차별금지법 없는 나라에서 우리는 서로를 대하는 방법을 함께 만들어왔고 또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과정 자체가 서로를 대등한 동료시민으로 승인하는 민주주의의 실천이라는 자각이 지난 광장의 깨달음이다.

“‘나중’은 이제 그만해요.”

12.3 비상계엄으로부터 1년, 민주주의 위기 속에서 광장을 뚫고 나왔으며 끝내 ‘나중에’를 넘어설 목소리들이 바로 여기 100개의 광장, 100인의 영상에 담겨 있다. 이 목소리를 끝없는 유예 속에 가두었던 정치가 ‘나중’을 그만두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또한 정확하게 담겨있음은 물론이다.

*윤가은 감독은 자신의 영화 <세계의 주인>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을 “믿을 수 있는 판타지”라고 말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지난 12.3 내란 이후 시민들은 추운 겨울 내내 끈질기게 광장을 지켰다. 광장에 운집한 시민들의 부대낌과 웅얼거림 속에서 내란 이후에 우리가 살아갈 세상을 향한 상상력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광장에서 길어 올려진 무수한 말들은 캄캄한 밤하늘의 별처럼 흘러내리며 반짝였다. 그 가운데 가장 큰 호응과 지지를 받은 것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이하 차별금지법)이었다.

그렇다면 왜 차별금지법 제정에 그토록 많은 광장의 열망이 담겼던 것일까? 과거와 대비되는 2024년 광장의 특성에서 그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다. 그간 광장에서는 ‘최대 연합’의 근거가 되는 ‘최소 강령’으로 정권퇴진 구호가 헤게모니를 유지하는 가운데 최소 강령의 협소함에 도전하는 여러 의제가 분출했다. 그 중 특히 2016년은 박근혜 탄핵이라는 최소 강령이 다양한 목소리를 억압하는 힘으로 가장 강하게 작용한 사례였다. 하지만 그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2024년에 이르자 여러 정체성으로 표현된 다양한 몸들의 출현이 최소 강령이라는 명분으로 더 이상 억눌러질 수 없게 됐다.

먼저 응원봉이라는 팬덤문화의 표상과 함께 청년 여성들의 출현이 가시화되었다. ‘촛불소녀’라는 상징이 그러하듯 과거에도 청년 여성들은 광장의 다수였지만, 예비군 남성이 지켜줘야 할 대상으로 취급(2008)되거나 ‘페미존’이라 구역을 설정(2016)해야 할 만큼 여성들에게 광장은 차별의 공간이었다. 그러나 2024년의 광장은 처음부터 그러한 차별을 광장 내부의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하며 적극적으로 고민했다.

한 번 가시화되기 시작한 타자의 몸은 이윽고 출현의 연쇄작용을 일으켰다. 여성으로 또는 남성으로 패싱되던 성소수자의 존재가, 신체 또는 정신장애를 가진 이들이, 이주 배경을 지닌 시민들이 광장의 마이크를 통해 공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다. 일상의 폭력, 가까운 지인의 상실 같은 진솔한 ‘자기 서사’가 급진적인 정치의 언어가 됐다. 이는 동시에 논란이 되기도 했던, 성소수자나 외국인 등을 향한 광장 내의 혐오와 차별에 대항하는 반차별·반혐오의 정치적 실천이기도 했다. 그 실천은 농민과 노동자에게, 팔레스타인을 향해 나아가며 끝없이 확장되는 연쇄작용을 일으켰다.

그렇게 모든 존재를 환대하고자 싸웠던 2024년의 광장은 그야말로 차별금지법이 지향하는 세상의 모습을 현실로 구현해 냈다. 혐오와 차별을 시정하려는 광장의 제도와 규범을 구축한 비상행동의 노력은 현실에서 차별금지법이 어떻게 작동할 것인지를 시연해 주었다. 비상행동은 “평등하고 민주적인 집회를 위한 모두의 약속”을 정하고, 시민발언 사전 신청으로 발언문을 검토했다. 비상행동의 이런 역할은 ‘광장의 차별금지법’으로 기능했다.

과연 극우세력이 주장하는 것처럼, 차별금지법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성범죄와 공공질서 혼란을 야기하는 것일까? 그 평가는 차라리 증오와 악의를 담아 저주와 모욕을 퍼붓던 극우집회를 설명하는 데 더 가까울 듯하다. 반대로 지난겨울의 광장이 평화롭고 아름다웠다면, 바로 그것이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인 셈이다.

12.3 내란을 계기로 중대한 사회적 위협으로 등장한 극우세력으로 인해 반(反)혐오를 사회운동의 중요한 화두이자 의제로 부상했다. 어떻게 극우세력과 싸워야 할까? 어떻게 혐오를 이길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그 질문이 ‘광장 이후’의 고민이 아니라 광장이 열리던 순간부터 시작된 고민이며, 실은 광장 이전에 시작된 고민이라는 점이다. 당장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는 근현대사 내내 이어진 ‘빨갱이 혐오’의 계보를 잇는 “반국가세력”을 절멸의 대상으로 삼아 국가폭력을 정당화하는 역사의 반복이었다. 그에 맞서는 광장은 당연하게도 반(反)혐오의 정치가 펼쳐지는 장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광장에 선 시민들은 자신이 살아낸 일상적인 차별과 폭력을 증언하면서 그로부터 자신의 광장에 선 의미를, 그리고 자신이 무엇과 싸우고 있는지를 말했다. 혐오가 절멸로 상승하는 과정을 막아내는 싸움은 오랫동안 사회 곳곳에서 살아있던 다양한 종류의 혐오를 공적인 문제로 드러내는 것과 동전의 양면을 이루었다. 특히나 서부지법 폭동처럼 극우세력의 위협과 폭력이 가시화된 이상, 광장의 시민 모두가 눈앞의 혐오와 폭력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절박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시민들이 찾아낸 것은 ‘다정함’이라는 단어였다. 우리의 존재를 부정하고 저주하는 자들에게 지지 않고 우리 스스로의 존엄을 지키는 길은 상처받고 취약한 몸들이 서로를 걱정하고 돌보는 실천에 있었다. 시민을 ‘비인간화’해 절멸의 대상으로 삼는 폭력에 맞서는 길은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다정함을 품으며 ‘인간성’을 잃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다정함은 일상의 혐오와 차별, 그리고 극우주의에 대항하는 반혐오의 정치라는 문제의식이 집약된, 말하자면 정치적 사상으로서 언어다.

그런 광장이었기에 다른 무엇보다 최우선 의제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꼽은 것은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차별금지법이야말로 바로 그 ‘다정함’을 체현하고 천명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2024년 광장은 차별금지법이 반혐오의 정동 장치로서의 법, 즉 ‘다정한 법’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최성용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 『계엄, 내란 그리고 민주주의』 공저자

마민지 감독

감독
마민지 Ma Minji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국의 감독이자 작가로 퀴어·페미니스트·계급 의식에 대한 시선을 결합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이분법적 범주에 저항하며, 개인적인 이야기와 정치적인 서사를 엮어 정체성과 역사의 다층적인 복합성을 드러내고자 한다. 또한 미시사와 거시사를 교차시킴으로써, 주류 담론에서 간과되는 미묘한 결들을 포착하는 영화를 만들고 글을 쓴다.
장편 데뷔작 <버블 패밀리>(한국/핀란드)는 EBS국제다큐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으며, 토론토 릴 아시안 영화제에서 특별언급 되었다. 또한 핀란드 Yle와 일본 NHK World에서 방영된 바 있다. 두 번째 장편 영화 <착지연습>은 2025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 차기작 <나의 두 번째 가족>으로 Chicken & Egg Pictures 제작지원을 받았으며, 미국 Uniondocs Summer Lab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기획의도
민주주의 구하기에 여념이 없던 2024년 12월부터 올해 봄까지의 시간, 광장의 시민들은 내란세력에 맞서며 어느 때보다 크게 새로운 민주주의의 토대는 반차별과 평등의 가치여야 한다고 외쳤다. 그럼에도 정부와 국회, 그 누구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주체로 나서지 않으면서 차별과 혐오를 방치하고 극우의 토양을 키워가고 있다. 2028년 4월로 임기를 마치는 제22대 국회에서의 법 제정을 위해 내란 사태 1년, 12.10 세계인권선언일을 맞아 각계의 활동가와 수많은 시민들이 자기의 자리에서 얼굴을 드러내고 각자의 언어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다시 외친다.

연출의도
12.3 계엄으로부터 1년, 시민들의 힘으로 내란은 한 국면 넘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차별금지법 제정에 미온적인 정치권의 침묵, 극우 세력의 혐오선동에 둘러싸인 채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싸워온 이들이 바라보는 현재 한국사회의 풍경, 수많은 시민들이 말하는 일상의 차별 속, 차별금지법은 왜 반드시, 지금 당장 제정되어야 하며, 이 법을 통해 우리가 그리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Credit

제작 ·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프로듀서 ·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고주영
연출 · 마민지
연출부 · 정수은
촬영감독 · 배남우 마민지
편집감독 · 마민지
번역 · 수어통역 한국농인LGBTQ+
배급 · 차별금지법제정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