긱 이즈 업 The Gig is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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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혁명으로 인한 플랫폼 경제는 새로운 일상을 만들고 세계적으로 그 규모가 5조 달러를 돌파했다. 플랫폼 경제의 기반인 AI는 인간의 노동 없이 유지되지 않는다. 그러나 자본은 초과수익을 얻는 반면 보이지 않는 노동의 가치는 하락하고 노동의 권리는 배제된다. 세계화된 플랫폼 노동의 현장과 그곳에서 싸우는 사람들을 만난다.


| 거리에 서 : 존엄의 시간 – 노동의 권리를 묻는다 |

긱 이즈 업
The Gig is Up

감독 : 섀넌 월시
제작연도 : 2021
장르 : 다큐멘터리
언어 :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 한국어자막, 한국수어, 자막해설
상영시간 : 88분

상영일시 : 2022.11.26(토) 오후 6:00
상영장소 :
영화공간주안 3관

11월 26일(토) 오후 6시 <긱 이즈 업> 상영 후
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머큐리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와 함께
대화의 시간을 진행합니다.




작품해설

정보기술 혁명을 통한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고 있다. 음식배달, 택시호출, 가사노동, 외주프로젝트는 물론이고 창작물을 플랫폼에서 매개, 유통하는 창작노동 및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데이터 입력 및 설문분석 등 셀 수 없이 많은 일들이 플랫폼을 매개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 노동은 원하는 때 자유롭게 일하고 장소에 매이지 않으며, 상사의 통제를 받지 않는 등 자유로운 노동을 구가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현실의 플랫폼노동자들은 낮은 보수와 장시간 노동, 알고리즘을 통한 실시간 노동통제를 강제 당한다. 불투명한 업무 과정 속에 노동자들은 자신의 노동의 의미도 임금 산정의 근거도 알 수 없으며, 불합리한 일에 맞서기도 쉽지 않다. 플랫폼기업은 알고리즘 뒤에 숨어 노동자에게 비용과 위험을 전가하고 책임을 회피하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규제는 미미하다. <긱 이즈 업>은 플랫폼 노동자의 가려진 노동을 보여주고 추락시킨 노동의 가치를 생각하게 한다. 싸우기 시작한 플랫폼 노동자들이 우리에게 노동의 권리가 과연 무엇인가를 묻는다.



인권해설

자본이 없는 사람은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아 생활한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노동자라 부른다. 노동자의 가장 큰 특징은 종속성이다. 중요한 결정은 자본을 가진 자가 하고 노동자는 그 결정에 구속된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에게 자유로운 노동은 허구다. 그런데 교묘한 수법으로 이런 허구를 가리는 일이 전 세계적으로 횡행하고 있다. 1920년대 재즈 연주자들이 즉흥적으로 모여 공연하고 다시 흩어졌던 것(Gig)처럼 원하는 때에 원하는 방식으로 일을 하고 돈을 벌 수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경제 형태(Gig economy)가 유행하는 것이다. 그 핵심에 플랫폼이 있다. 

음식 배달, 대리운전, 퀵서비스, 가사 노동, 전문 번역… 플랫폼을 매개로 하는 일은 처음에는 자유를 느끼게 한다. 내가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 일을 하고 돈을 벌 수 있다는 자유. 괴롭히는 상사나 동료도 없다. 사무실에 시간 맞춰 출근할 필요도 없다. 전문직·프리랜서로서의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론상으로만 그렇다. 현실은 기대와 정반대다. 턱없이 낮은 단가 때문에 한시도 일을 놓을 수가 없다. 이전보다 더 많이 일해야 하고 그러면서도 소득은 더 불안정하다. 일에 대한 평가가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그 결과에 따라 일감이 결정된다. 상사 대신 알고리즘이 일을 지시하고 평가하고 분배한다. 그러나 그 알고리즘 역시 사람이 만든 것이다. 힘들어도, 불만이 있어도 호소할 데가 없다. 노동은 파편화되고, 노동자 각자가 외롭게 고군분투할 뿐이다. 처참하고 비인간적인 노동, 자유를 가장한 착취. 그럼에도 그 자유라는 허울 때문에 긱 경제의 노동자는 노동법에서 배제된다. 모든 위험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긱 경제가 가진 허구와 실상을 그대로 드러낸다. 영화는 외국을 배경으로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전혀 낯설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상황도 똑같기 때문이다. 2021년 정부 통계로는 긱 경제 노동자가 전체 취업자의 8.5%인 약 220만 명이라고 한다. 긱 경제가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 통계에 잡히지 않은 이들까지 생각하면 현재 그 수는 훨씬 많을 것이다. 이들은 노동법은 물론 사회안전망에서도 소외되어 있다. 그러나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각국에서 긱 경제 노동자의 노동법을 적용하라는 판결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긱 경제 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는 법(AB5 law)도 생겼다. 이 모든 일을 긱 경제 노동자가 해냈다. 노동자는 약하지 않다. 단결한 노동자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단결하고 싸우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대한민국에도 노동조합을 만들고 법을 바꾸기 위해 싸우는 긱 경제 노동자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운영위원






감독
섀넌 월시 Shannon Walsh

작가이자 연출자. 장편 <통제의 환상 Illusions of Control>(2019), <8월 26일, 생앙리에서 À st-henri, le 26 août>(2011)을 비롯해 다수의 단편 영화와 VR 작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