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미투 #AfterMeToo

27회_인천인권영화제_상영작_애프터미투_이미지

미투 운동이 한국 사회를 거세게 뒤흔든 지 3년, 우리 사회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백래시와 남성 연대의 힘은 여전하고, 가부장제와 성차별 구조는 공고하기만 한 현실 속에서, 이 질문들은 온전히 그 답을 찾을 수 있을까.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여성들의 일상과 목소리를 통해 미투 운동이 남긴 질문과 가능성을 탐색한다.


| 싸우는 몸 |

애프터 미투
#AfterMeToo

감독 : 박소현, 강유가람, 이솜이, 소람
제작연도 : 2021
장르 : 다큐멘터리
언어 : 한국어, 한국어자막, 한국수어, 자막해설
상영시간 : 85분

상영일시 : 2022.11.26(토) 오후 3:00
상영장소 :
영화공간주안 3관

11월 26일(토) 오후 3시 <애프터 미투> 상영 후
강유가람 감독
박소현 감독
오매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센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와 함께
대화의 시간을 진행합니다.




작품해설

미투운동이 한국 사회를 거세게 뒤흔든 지 3년, 우리 사회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미투운동은 어느 날 갑자기 불붙은 것이 아니다. 미투운동이라고 명명되기 이전부터 수많은 여성의 발화와 투쟁이 있었고 그 경험은 모두의 기억에 쌓여왔다. 미투 이후에도 영화가 보여주듯 스스로의 치유-무력했던 자신과의 화해-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도 있고, 지치지 않기 위해 자신을 다독이며 고민을 이어가는 이도 있다. 일상을 살아내는 현실의 여성들은 가해자·피해자의 구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감정과 욕망을 품고 있기도 하다. 우리 사회가 과연 얼마나 달라졌는지 의심스러운 지금, 폭발적인 연대의 시기를 공유한 여성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은 <애프터 미투>는 우리가 싸움의 과정에 집중하는 사이 놓쳤던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놓치지 않고 있는 사람들과 마주하며 꺼지지 않는 연대와 변화의 가능성을 느끼게 한다.



인권해설

#미투는 “말하지 않고 분위기 깨지 않는 것”에서 “남에게 나의 피해를 큰 목소리로 말하는 것”으로 이동한 운동이다. 말하기 안전해져서가 아니라, 말하지 못하게 하면서 피해를 재생산하는 구조를 견딜 수 없어서 시작한 말하기. ‘100. 나는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다’의 주인공은 9살 때 피해를 40세에 처음 말했고, 49세에 처음 마이크를 든다. ‘여고괴담’ ‘용녀’는 졸업생과 재학생이 피해로 이어졌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상담통계에서 친족성폭력 피해자 중 55.2%가 피해 10년 만에 처음 상담했고(2019년), 청소년 피해는 가족(29.2%)과 학교(19.4%)에서 제일 많다(2021년). 학교, 가족, 군대, 정치, 문화예술, 스포츠팀, 종교 – #미투운동은 개별 피해가 아니라 사회 영역에서의 일상이 어떻게 구조화되어 있는지 우리를 안내한다. 정순은 목포의 집터로, 용녀는 학교 복도로 – 고립됐던 공간에 연대자들과 함께 가는 것은 ‘애프터미투’의 시작이다.

형법과 성폭력특별법상 ‘성폭력’은 정의 없이 강간, 강제추행, 준강간, 업무상위력추행 등으로 행위만 나열되어 있다. 대검찰청 범죄통계는 아는 관계에서 70%의 성폭력이 발생하는 구조도 반영하지 못하는 장벽이다. 그러나 성폭력 ‘말하기’는 ‘행위’를 전시하거나 판단하기보다, “무슨 행위였냐”에만 골몰하는 기준이 삭제하는 바에 집중한다. 발생한 공간은 어디인가, 피-가해자만이 아니라 주변에 누가 있었나, 어떻게 가로막혔나, 어떤 감정과 상태가 지금 있는가, 손상의 돌봄과 회복은 가능한가, 누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요구하는 사회는 무엇인가. ‘무슨 일을 당했나’보다 ‘무엇에 도전하는가’를 말한다.

“피해자는 일상으로, 가해자는 감옥으로” 미투운동의 대표구호는 사회적 개입, 관심, 환류를 촉구한다. 2018-2019년 20대 국회에서 성폭력 관련 150개 넘는 법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사회적 백래시는 성폭력을 가해자 한 사람 형사처벌 하는 문제로, 그에 더해 피해자가 가해자이고, 가해자가 피해자라는 ‘역고소’ 서사로 미끄러졌다. 스쿨미투운동은 ‘전수조사’를 요구했지만 교육부와 교육청은 거부했고, 사건처리 결과 요구에도 ‘인권침해’를 내세우며 학교명 비공개, 처리결과 비공개로 답한다. 형법상 강간죄를 적용하는 장에서도 피해자 개인이 ‘얼마나 저항했는지’를 판단기준화하는 ‘강간죄 최협의설’을 바꾸기 위해 개정운동을 하고 있지만, 정치권력은 이를 거부하고 ‘성폭력 무고죄 강화’,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까지 이르고 있다.

안전한 환경이 없어서 시작한 운동에서 참여자는 구조적 문제에 맞서는 행위자가 된다. 취약함을 말한 이들이 최전선에 머무는 취약한 구조이기도 하면서, ‘피해자다움’이라는 포획을 거절하고 새로운 이야기, 주장, 시도를 만드는 장이 되기도 한다. 문화예술계 성폭력 발화자, 조력자, 연대자들은 성폭력, 위계폭력 없는 문화예술의 제도와 실천을 조직화했다. ‘이후의 시간’은 성폭력이 외부의 문제제기가 아니라 내부의 목소리가 되게 하는 과제, 목적적 ‘작품활동’과 성폭력 예방이 동떨어진 일이 되지 않게 하는 과제를 말한다. ‘성폭력으로 인정받거나 아니면 무고자가 되거나’ 같은 모순적인 선택지에 놓이기 거부하면서 섹스, 성적 관계, 섹슈얼리티 경험을 말하고 해석하고 새로운 언어를 만드는 장(‘그레이 섹스’)도 중요하다. 미투운동 이후 본격화된 강간죄 개정운동은 1953년 형법 제정 때부터의 ‘폭행과 협박이 극심한 정도로 없었다면 당신도 그 행위에 가담한 것’이라는 여성과 소수자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의심과 규제를 더 이상 견디지 않겠다는, 다른 시대로 이동하겠다는 선언이다.

오매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1 여고괴담 박소현

서울의 용화여고에는 입학하면 선배들로부터 전해 듣게 되는 괴담이 하나 있다. ‘그 선생님에게는 못 보이지도 말고, 잘 보이지도 말고 그냥 보이지 말라’ 그리고 2018년의 어느 날 아침, 졸업생들이 모여 모교의 성폭력을 뿌리 뽑기 위해 괴담 속 선생님을 고발했다.


#2 100. 나는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다 이솜이

나는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다 매일, 같은 문장을 백번씩 적어 내려가는 사람이 있다. ‘나는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다.’ 40이 다 돼서야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공부하기 시작한 사람.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다는 것은 무슨 뜻이었을까.


#3 이후의 시간 강유가람

문화예술계 내 미투 이후 공동체의 문화를 바꾸고자 생존자들에게 함께 연대해왔던 사람들의 마음자리를 살펴본다.


#4 그레이 섹스 소람

“원하긴 원해, 그런데 이런 식은 아니였어.” 귤, 달콤, 삐삐, 토기가 발화한다. 각자의 이야기에는 어떠한 ‘욕망’이 있었고, 그로 인해 주체성이 들어간 ‘행동’ 그리고 그 결과로 ‘불쾌감’이 남아있다. 이 불쾌감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감독
박소현 Park So-hyun

여성의 노동, 몸, 일상 등을 여성주의적으로 들여다보며 여성들의 이야기를 말하고 있다. 연출자이자 제작자로 <야근 대신 뜨개질>(2015), <구르는 돌처럼>(2018), <사막을 건너 호수를 지나>(2019) 등을 연출했다.


감독
이솜이 Lee Som-yi

다큐멘터리와 영화를 전공하고 시선과 시각 사이에서 비디오를 연출하고 있다. <관찰과 기억>(2017)연출하고 <너에게 가는 길>(2021)을 촬영했다.


감독
강유가람 Kangyu Ga-ram

여성국극 다큐멘터리 <왕자가 된 소녀들>의 조연출을 시작으로 <모래>(2011), <이태원>(2016), <시국페미>(2017), <우리는 매일매일>(2019) 등을 연출했다. 여성의 삶에 주목하며 여성의 역사와 공간의 변화를 기록하는데 관심이 많다.


감독
소람 Soram

<먹방>(2014), <통금>(2018)을 연출했다. 애매함들에 끊임없이 질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