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구 있는 집 Home with the Exit

27회_인천인권영화제_상영작_비상구있는집_이미지

‘탈시설’ 이후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두 사람을 따라가며 인간적인 삶의 조건을 곱씹는다. 언제든 밖과 연결된 문을 열 수 있고, 먹고 자는 시간을 선택하고, 삶을 지원하는 동료 시민과 함께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삶으로 변화한다. 이들이 만들려는 ‘권리중심노동’은 생산성으로 노동의 가치, 노동할 수 있는 존재를 가르는 사회에 무엇이 노동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 존엄의 시간 – 차이에 대한 권리를 묻는다 |

비상구 있는 집
Home with the Exit

감독 : 장주영
제작연도 : 2022
장르 : 다큐멘터리
언어 : 한국어, 한국어자막, 자막해설
상영시간 : 60분

상영일시 : 2022.11.27(일) 오후 1:20
상영장소 : 영화공간주안 4관

11월 27일(일) 오후 1시 20분 <비상구 있는 집> 상영 후
장주영 감독
김광백 인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수진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와 함께
대화의 시간이 진행됩니다.




작품해설

‘비상구 있는 집’-장애인 시설을 나와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두 사람을 따라가다 보면 탈시설 이후의 삶, 자립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된다. 언제든 밖과 연결된 문을 열고 외출을 할 수 있고, 취향껏 자신과 집을 꾸미고, 먹고 자는 시간을 선택하고, 하고 싶은 일을 찾는 시간. 그렇게 일상은 통제가 아닌 자신의 의지로, 고립이 아닌 관계맺기로 변화한다. 독립적인 집, 활동지원서비스, 사회복지사-동료 시민 과 같이 삶을 지원하는 자립의 조건·관계망은 자립생활이 그저 ‘홀로’ 우뚝 서는 것이 아님을 알게 한다. 이들이 만들려는 ‘권리중심노동’은 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의 가치, 노동할 수 있는 존재를 생산성만으로 가르는 사회에 무엇이 노동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렇게 장애인의 자립가능한 삶을 만들어 가는 것은 곧 우리 모두의 인간다운 삶의 조건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인권해설

“비상구 있는 집은 집이 아니다.”
다큐멘터리 마지막 부분에 장혜영 국회의원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보통의 집은 닫힌 공간이기도 하고, 열린 공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장애인이 사는 거주시설은 닫힌 공간으로서 기능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시설이라는 곳은 한 개인의 편안함, 안락함, 은밀함보다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강조할 수밖에 없는 공간이다. 실제 지난 코로나19 시기에 이런 현실을 너무나 잘 보여주었다. 시설이라는 곳에 살았던 대부분 장애인은 외출, 외박, 면회가 자유롭지 않았고, 정부의 방역 지침이라는 이유로 자유권을 철저히 박탈당했다. 비상구가 있는 집은 한 사람의 존엄성보다 결국 ‘안전’이 최우선의 가치가 드러남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탈시설을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탈시설을 반대하는 주요 논리는 최중증의 발달장애인이 갈 곳 없는데 누가 돌봐주냐고 묻는다. 결국 장애 정도가 무거운 이들이 함께 살 곳은 지역이 아닌 시설이라는 논리다. 이 논리의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실제 우리 사회는 장애 정도가 무거운, 소위 최중증이라고 불리는 발달장애인이 갈 곳이 없다. 이들은 기존의 복지 기관에서는 행동상의 어려움 등의 이유로 거절당한다. 그리고 장애인활동지원제도 등 사회서비스가 있지만, 역시 상대적으로 힘이 들기도 하고, 활동지원시간이 적기도 해서 연결이 잘 안된다. 결국 이들의 지원은 철저히 가족에게 떠 넘겨져 있다. 우리 사회는 장애인 가족을 착취하고 있다. 결국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시설밖에 없다. 그런데 이들이 틀린 것은 장애 정도가 무거운, 행동상의 어려움이 있는 최중증의 발달장애인 역시 갈 수 있는 시설은 없다는 것이다. 비상구 있는 집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기에, 행동상의 어려움이 있는 발달장애인은 철저히 인권 유린당한다. 약물에 취해있거나, 포박당하거나, 감금당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최중증의 발달장애인이 갈 곳을, 살 곳을, 돌봐줄 곳을 만들어 달라는 가족의 외침은 탈시설을 반대한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의 삶이 괜찮아지는 방식은 무엇이 있을까? 김지혜 교수는 탈시설 운동을 “분리된 세계를 ‘없애는 것’을 넘어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운동으로서 의미가 있다”라고 한다. 나는 이 말이 많이 공감된다. 기존의 사회복지의 방식은 어떤 서비스에 필요한 자격을 장애 정도와 유형으로 끊임없이 분류해낸다. 그래서 장애인 스스로 서열을 만들게 하고, 그 서열 속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정하는 것이 우리나라 사회복지 시스템이다. 마치 상품의 질을 가지고 물건값이 정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런 의식은 사회복지 시스템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전반에 스며들어 있다. 마을 공동체에서도, 학교 현장에서도, 어떤 사람은 장애 정도가 심하니, 우리와 함께하지 못함을 끊임없이 변명한다. 결국 비상구 있는 집은 물리적인 시설이기도 하지만, 누군가를 분리해내려는 우리의 의식에서도 있다. 결국 탈시설 운동의 성패는 열심히 투쟁하는 것도 있겠지만, 열심히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운동과 얼마나,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느냐이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이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들었다.


김광백
장애인의 즐거운 삶과 지역의 변화를 위해서 활동합니다.



장주영 감독


감독
장주영 Jang Ju-young

무용하다 여겨지는 가치들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현재는 협의적으로 시대의 규정에서 내몰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새로운 스크리닝 방법과 비주얼라이징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