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힝야를 거닐다 Wandering, A Rohingya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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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미얀마 정부의 집단학살을 피해 70만 명의 로힝야족이 방글라데시로 망명을 신청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쿠투팔롱의 로힝야족 캠프. 사람들은 이곳에서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지워지지 않는 이야기를 꺼낸다. 그 속에는 마치 유령처럼 배회하는 기억들이 있다.


| 애도의 시간 |

로힝야를 거닐다
Wandering, A Rohingya Story

감독 : 멜라니 캐리어, 올리비에 히긴스
제작연도 : 2020
장르 : 다큐멘터리
언어 : 로힝야어, 한국어자막, 한국수어, 자막해설
상영시간 : 87분

상영일시 : 2022.11.25(금) 오후 8:00
상영장소 : 영화공간주안 3관



작품해설

방글라데시 쿠투팔롱은 2017년 로힝야 무슬림 소수민족이 미얀마 정부의 학살을 피해 이주하면서 세계 최대의 난민촌이 되었다. 가족을 잃고 폭력의 경험을 몸에 새긴 채 이주한 이곳에서의 삶이 이어진다. 친구들과 축구를 하고 연을 날리고 글을 배우며 우정을 쌓는 순간들의 기쁨과 집과 마을을 수리하고 밥을 짓고 빨래하며 흐르는 일상이 난민촌을 채운다. 그러나 임시거주지여야 할 난민촌에 머무는 시간이 흐를수록 떠나온 고향과 꿈꾸던 미래를 상실하게 될 것 같은 불안과 슬픔이 밀려온다. 학살과 추방의 지워지지 않는 기억은 축구 경기와 식량 배급의 일상 사이에서 유령처럼 배회한다. 때때로 존재하지 않는 것 같고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한낱 로힝야 난민’이라며 읊조리는 칼람의 말이 울린다. 깊은 슬픔만큼 강하게.



인권해설

지난 5년간 미얀마 로힝야족 90만 명이 방글라데시 난민캠프에 생존해 있다. 이들은 2017년 미얀마 정부가 인종청소를 시도하자 피난처를 찾아 국경을 넘었다. 300여 마을을 봉쇄한 군인들은 민간인을 살해, 강간하고 마을을 불태우고 재산을 약탈해 갔다. 사망자만 수만에 이른다. 로힝야의 생활 터전과 역사, 경제적 토대와 정신적 근간이 되는 종교시설도 모두 파괴했다. 국제법 전문가들은 이를 인류 역사상 가장 심각한 인권침해이자 범죄로 알려진 집단학살(Gonocide)이라고 규정했다.

집단학살은 단기간에 발생하지 않는다. 로힝야족의 경우, 지난 60년 동안 박해받으면서 천천히 진행됐다. 예컨대, 토착 민족인데도 정부가 국적을 박탈했다. 로힝야들은 신분증이 없다. 셋째로 태어나면 그 아이는 가족부에 등록할 수 없었다. 2~3명 이상의 자녀를 낳게 되면 잡혀갔다. 이웃 마을과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가려면 여행허가증을 발급받아야 했다. 검문소에서 항상 괴롭힘을 당했다. 5명 이상 모여 예배를 볼 수 없었다. 결혼도 군·경찰의 허가를 받아야 했고 그렇지 않으면 처벌받았다. 학교 교육도 제대로 제공되지 않았고 아파도 병원에 가는 과정이 힘들었고 병원에서도 제대로 치료해 주지 않았다. 일상적으로 두들겨 맞고 고문당하고 강제 뇌물도 줘야 했고 구금됐다.

난민캠프에서도 사정은 녹록지 않다. 좁고 허름한 텐트를 지어 임시로 생활하고 있다. 사생활 보호는 어렵다. 더위와 홍수에 취약하고 산사태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40만 명의 아동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경제활동이 금지되어 있고,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캠프 밖을 이동하는 것도 제약이 있다. 캠프는 펜스로 둘러싸여 있어 열린 감옥을 연상케 한다.

로힝야들은 국제인권법이 보장하는 시민·정치적 권리와 경제·사회·문화적 권리가 전면적으로 침해됐다. 또 2017년에 발생한 참혹한 범죄는 국제형사법에서 처벌하는 반인도적 범죄, 전쟁범죄, 집단학살에 해당한다. 국제사법재판소에서 미얀마 정부의 집단학살 방지협약 위반의 건으로 재판이 진행 중이고, 국제형사재판소에서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공식 수사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는 충분하지 않다. 300여 마을에서 발생한 학살에 대해 손도 못 대고 있다.

로힝야 피해생존자들은 진실과 정의를 원한다. 국가폭력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 처벌을 바란다.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시민권 회복과 차별적 제도 및 관행을 시정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야 고향으로 돌아가서 로힝야족이라는 이유로 학살되는 비극이 다시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에 대해 국제사회는, 우리는 현실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60년간 잊힌 이들은 다시금 잊히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럼 이들은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김기남 사단법인 아디

사단법인 아디 www.adians.net
사단법인 아디는 아시아 분쟁지역에서 피해자와 피해커뮤니티의 인권침해를 기록, 옹호하고, 심리트라우마 힐링 및 경제적 자립 등 지속가능한 커뮤니티 회복을 위한 활동을 해 오고 있습니다. 2016년 설립된 아디는 미얀마 평화도서관프로그램, 로힝야 인권기록사업, 로힝야 여성난민심리지원사업, 팔레스타인 여성지원센터 및 트라우마힐링센터, 티베트 인권기록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25회 서울인권영화제 인권해설 범용)




감독
올리비에 히긴스 Olivier Higgins
멜라니 캐리어 Mélanie Carrier

자전거 여행을 즐기며 기록하는 가운데 이주민과 선주민과의 관계에 주목하며 영화를 제작하기 시작한 연출가이자 제작자 부부. 다큐멘터리 제작사 MÖ FILMS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정체성, 사회 구조, 영토 및 사회 정의와 관련된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아시뭇 Asiemut>(2006년), <회우 Rencontre>(2011), <퀘벡쿼아지 Québékoisie>(2013년)등을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