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조타 | 2024 | 다큐멘터리 | 96분 | 한국어 영어 네덜란드어 한국수어 한국어자막해설 |
옥균은 넷째도 딸이라는 이유로 입양을 보내라는 압박을 받았고, 결국 그 아이는 네덜란드에서 미카로 살아간다. 죄책감의 시간을 보내던 옥균과 남편은 수소문 끝에 미카를 찾아 20년 만에 만난다. 그러나 미카는 자신을 찾아온 부모가 낯설고 어떻게 관계를 이어갈지 혼란스럽다. 첫 만남의 이별 후 미카는 퀴어로서 자신의 삶을 꾸려가고 14년 만에 다시 한국의 가족과 재회한다. 다시 5년 뒤, 미카와 파트너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그들은 만난다. 다른 언어와 문화에서 살아온 이들이 마주하는 긴장은 이들 사이에 흐르는 애틋함과 슬픔, 기쁨과 배려와 함께한다. 이렇게 한 번도 관계 맺은 적 없는 가족이 가족으로 다가가는 시간이 쌓인다.
Synopsys
Okgyun never fit the narrative spun by adoption agencies; she was a married mother of three. After being pressured to relinquish her fourth child, Mieke, was adopted to the Netherlands. In present day, Mieke visits her family in Seoul to celebrate her recent marriage. Between Goodbyes is an intimate portrait of one family’s enduring grief and love.
| 개막작-당신이라는 세계 |
Between Goodbyes
Between Goodbyes
감독 : 문조타
제작연도 : 2024년
장르 : 다큐멘터리
언어 : 한국어 영어 네덜란드어 한국수어 한국어자막해설
상영시간 : 96분
상영일시 : 2024.11.28.(목) 오후 7:00
상영장소 : 영화공간 주안 4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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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시간
김순남 가족구성권연구소 공동대표, 성공회대 젠더연구소
마민지 독립영화 감독, 국내입양인
설미진 퀴어, 해외입양인, 소수자풍물패 장풍 멤버
랑희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와 함께
작품해설
옥균은 넷째도 딸이라는 이유로 미옥을 입양 보내라는 압박을 받았고, 결국 그 아이는 네덜란드에서 미카로 살아간다. 죄책감의 시간을 보내던 옥균과 남편은 수소문 끝에 미카를 찾아 20년 만에 만난다. 그러나 미카는 자신을 찾아온 부모가 낯설고 어떻게 관계를 이어갈지 혼란스럽다. 첫 만남의 이별 후 미카는 한국의 가족과 거리를 둔 채 퀴어로서 네덜란드에서의 자신의 삶을 일군다. 시간이 흘러 미카는 14년 만에 입양인으로서 한국을 방문하고 가족과 재회한다. 가족인 적이 없었던 이들이 서서히 가족으로 다가가면서 다시 5년 뒤, 미카는 파트너와 함께 한국에 와서 가족들로부터 결혼 축하를 받는다.
만남과 이별을 반복한 이 시간은 옥균과 미카에게 상실한 시간과 분리된 관계에 대한 애도이자 잃어버린 것들 위에서 관계를 엮어가는 여정과 같다. 다른 언어와 문화에서 살아온 이들이 마주한 긴장으로 일렁이지만 서로를 힘껏 이해하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이들이 분리되어 살게 된 것은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와 가부장적 가족제도의 동력으로 입양 산업을 키워온 국가의 의지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해외입양은 가족규범과 가족구성권의 문제이다. 동시에 옥균과 미카의 시간을 따라가며 가족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되고, 영화가 끝나면 서로 다른 정체성과 마음을 이해하며 만들어갈 이들의 삶의 궤적을 기대하게 된다.
랑희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인권해설
해외입양을 떠올리면 흔히 우리에게 익숙하게 그려지는 모습이 있다. 먼 타국에서 자라온 입양인이 어느 날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돌아오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그 사람은 입양기관을 통해 부모를 찾아가고, 우여곡절 끝에 만난 한국의 부모 또는 둘 중 한 명과 마침내 뜨거운 재회의 인사를 나누게 될 것이다.
그러나 수많은 해외 입양인이 실제로 겪은 현실은 이러한 장면과는 거리가 멀다. 오랜만에 친생부모를 만났다고 해서 갑자기 모든 감정과 상황이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은 아니며 언어도, 문화도, 새롭게 눈앞에 나타난 가족도, 모든 것이 서로 낯설어 의사소통도 쉽지 않다. 더구나 이미 수십 년 동안 다른 국가에서 자라며 자신의 삶과 정체성을 형성해 온 시간이 있기에, 그 시간을 온전히 존중받지 못한다면 관계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러한 만남 자체가 성사되기 어려운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수십 년 동안 누적되어 온 입양기관의 부조리한 관행과 해외입양의 부정의한 역사가 이 만남의 가장 큰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해외입양은 오랫동안 일종의 거대한 산업으로 자리해 왔다. 유럽과 북미의 입양 아동 유입국에서는 인도주의를 내세운 시혜적 수사로 입양을 홍보하고, 전쟁을 겪거나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송출국에서는 아동과 그들의 가족을 지원할 사회적 비용을 해외 입양을 통해 해결하면서 많은 외화를 벌어들였다. 한국의 경우 1950년대부터 많은 해외입양이 이루어졌으며, 1980년대에는 규제 완화를 통해 절정에 달했다. 한국 정부는 미군 등 다른 국적의 남성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동, 장애가 있는 아동, 비혼모의 아동, 경제적으로 빈곤한 가정의 아동이 가족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이들을 지원하는 대신 적극적인 해외입양을 추진했다. 특히 정부는 입양 기관이 미혼모 시설을 운영할 수 있도록 허가해 미혼모 시설에서 태어난 아기가 출산 후 바로 입양될 수 있는 통로를 만들기도 했다. 입양 기관들은 경제적, 사회적으로 어려운 조건에서 출산한 여성과 가족들에게 해외입양을 적극 권유하며, 원가족의 인적사항을 다 기록할 것이고 나중에 찾아올 수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로 이들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해외 입양인과 자녀를 입양 보낸 가족들이 이후 알게 된 현실은 입양 기관들이 수십 년 동안 서류를 조작하고 양국의 가족들에게도 거짓말을 해왔다는 사실이었다. 수많은 입양기관이 부모의 정보를 입력하지 않고 고아 호적으로 등록하거나, 부모의 정보나 아동의 정보 등을 거짓으로 꾸며 서류를 조작했고, 입양 보낸 국가에 대해서도 사실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영화 <Between Goodbyes>는 이런 현실의 면면을 촘촘히 담고 있다. 그리고 퀴어인 미카가 자신의 삶을 구성하며 만든 가족과, 수십 년 만에 처음 만나게 된 낯선 한국의 가족들이 서로 서걱거리는 시간을 경유하며 어떠한 관계로 다시 새로운 가족으로서 재구성되는지를 천천히 따라간다. 미카가 한국을, 한국의 가족들을 다시 만난다는 것은 자신이 태어난 나라이거나 혈연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 아니라 긴 시간 구축해 온 자신의 정체성에 새로운 균열이 생기는 과정이고, 그것을 드러내고 조율하며 다시 새롭게 맞춰나가는 과정인 것이다.
한편, 한국은 2022년에도 142명의 아동을 해외로 입양 보냈다. 한 해 전체 입양 아동의 43.8%에 달하는 숫자이다. 그 와중에 올해부터는 익명으로 출생 등록이 가능하게 한 ‘보호출산제’를 시행하여 보호출산제를 통해 태어난 아동은 앞으로 친생부모를 만나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 우려된다. 미카와 미카의 가족이 겪은 부정의한 현실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나영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감독
문조타 Jota Mun
자신을 젠더퀴어로 소개하는 편집자이자 감독이다. <Between Goodbyes>는 첫 연출작으로 DMZ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시카고 국제 영화제, 산타페 국제 영화제, 뉴욕다큐멘터리 영화제 등에서 상영되었으며 신진감독상, 심사위원 특별상 등을 수상했다. 편집작으로는 <누가 말콤 X를 죽였나>, <가스펠>의 에피소드 1편 등이 있다.
연출의도
2016년, 나는 입양 이후 처음으로 서울로 돌아왔다. 이 여행길에서 네덜란드 출신의 한국계 입양인인 미카를 만났다. 그녀는 친가족을 만나는 것을 불안해했고, 마음을 다스릴 수 있게 같이 가달라고 부탁했다. 나도 몇 년 동안이나 한국의 어머니는 어떻게 행동하시고 말씀하실지 궁금해하던 차였다. 그렇게 만난 미카의 어머니 옥균은 깜짝 놀랄 만큼 인간적인 분이었다. 미묘한 감정을 지녔고, 불완전하지만, 자신만의 감정으로 충만한 사람이었다. 미카와 그녀의 가족 전체를 만나고 나서 친어머니와 상봉이라는 것에 품고 있던 생각 전부가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