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남 | 2024 | 다큐멘터리 | 128분 | 한국어 한국수어 한국어자막해설 |
1980년 4월 강원도 사북마을 광부와 주민들이 폭발적인 시위에 나서고 마을을 장악하기에 이른다. 같은 해 5월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나기 약 한 달 전의 일이다. 이들의 분노는 죽음이 끊이지 않는 가혹한 노동과 이를 방관하는 어용노조를 향한 것이었다. 광부들의 외침은 보답받는 듯했지만, 곧 경찰과 계엄군의 표적이 되어 쏟아지는 국가폭력에 묻히고 말았다. 영화는 격렬했던 가해와 피해의 시간을 따라가면서 압도적인 사건에 묻혀있던 목소리를 담아낸다. 피해의 분노 한가운데에서 취약해진 이에게 가한 폭력을 인정하기란 쉽지 않다. 이제 이들은 마땅한 사과를 건네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가장 큰 책임자이자 사과의 주체가 되어야 할 국가의 부재는 여전하다.
Synopsys
In April 1980, a massive “disturbance” erupted in Sabuk, a town in Jeongseon County, Gangwon Province. Over 3,000 miners, pushed to the brink by relentless surveillance and exploitation, seized control of the area and clashed with authorities. A last-minute deal was struck, narrowly averting the deployment of martial law forces and a potential bloodbath. Nevertheless, the conflict resulted in numerous casualties. Even now, more than four decades later, the scars of this event remain deeply etched in the community’s collective memory.
| 폐막작-일렁이는 몸들 |
1980 사북
1980 Sabuk
감독 : 박봉남
제작연도 : 2024
장르 : 다큐멘터리
언어 : 한국어 한국수어 한국어자막해설
상영시간 : 128분
상영일시 : 2024.12.1.(일) 오후 6:00
상영장소 : 영화공간 주안 4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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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시간
박봉남 감독
박다영 제2기 진실화해를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수용시설 담당 조사관
희우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와 함께
작품해설
강원도 정선 사북은 탄광 마을로 광부와 그 가족들이 주로 살던 곳이다. 국가는 광부들을 산업역군이라 추켜세웠지만, 실상은 그들의 임금을 착취하고 인권을 유린하고 있었다. 이에 1980년 4월, 사북마을 광부와 주민들은 폭발적인 시위에 나서 마을을 장악하기에 이른다. 같은 해 5월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나기 약 한 달 전의 일이다. 이들의 분노는 죽음이 일상 같은 가혹한 노동과 생존을 위한 노조활동을 감시하고 억압하던 경찰, 이를 방관하는 어용노조를 향한 것이었다. 광부들의 필사적인 외침에 국가는 응답하는 듯했지만, 갑자기 태도를 바꿔 경찰과 계엄군을 동원해 가혹한 폭력을 가했다. 영화는 격렬했던 가해와 피해의 시간을 따라가면서 압도적인 폭력에 묻혀있던 목소리를 담아낸다. 피해로 인한 분노가 요동치는 한가운데에서 취약해진 이에게 가한 폭력을 인정하기란 쉽지 않다. 이제 이들은 마땅한 사과를 건네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가장 큰 책임자이자 사과의 주체가 되어야 할 국가는 여전히 침묵한 채 동력을 잃은 사북마을에 화려한 카지노와 공원을 지었다. 하지만 아직도 폭력의 현장을 기억하는 이들이 남아있는 지금, 과거에 대한 성찰 없이 잊혀지기만을 기다리는 것은 또 다른 국가폭력을 더할 뿐이다.
희우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인권해설
항쟁이라면 비장한 전사의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다큐 <1980 사북>에 등장하는 광부들의 얼굴은 어딘가 모르게 고단하다. 죄책감과 패배감이 뒤엉켜 있다.
시작은 가난한 광부의 고혈을 착취하는 일상을 뒤엎는 우발적 노동 항쟁이었다. 초반 승기는 광부들이 잡은 듯했다. 하지만 광부들의 돌팔매질로 경찰 한 명이 죽고, 어긋난 분노의 대상이 된 노조 지부장 아내는 광부들로부터 집단린치를 당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합동수사단의 고문수사는 압도적 폭력으로 광부들을 덮쳤다. 매일 경찰서 앞마당에는 붙들려 온 광부들의 안전모와 장화가 쌓였다. 긴 몽둥이에 거꾸로 꿰이거나, 고춧가루를 탄 물 주전자를 코와 입에 들이붓는 합동수사단의 고문을 이겨낼 사람은 없었다. 광부들은 쫓겨나다시피 탄광촌을 떠났고, 1990년대 폐광과 함께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잊혔다.
국가폭력의 책임도 함께 증발했다. 재심 무죄 선고, 진실화해위원회 인권침해 결정에도 국가 사과는 없었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은 가해와 피해를 나누고 피해에서 피해를 가르기 시작했다. 쌓아 온 증오와 불신, 책망을 분출하면서 서로를 생채기 냈다. 그렇게 모두가 예상하듯, 사북 광부의 삶은 다큐와 현실에서 모두 절대적 희망으로 끝나지 않는다. 과거형의 노동 운동처럼 대의와 명분을 앞세우거나 ‘나’의 책임은 아니라고 항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다만, 남은 사람들은 각자의 몸과 마음에 아로새겨진 생채기가 쉽게 봉합되거나 지워질 수 없음을 서서히 인정한다. 우리는 아직 그날처럼 싸우고 있다는 너절한 속내도 가감 없이 드러낸다. 그리고 오늘 이 자리처럼 모두가 망각한 사북 땅과 광부들을 현재로 불러낸다.
한때 광부들의 시위 현장에는 어김없이 갱목이 등장했다. 광부들은 무게 70kg이 넘는 갱목을 어깨에 이고 지고 걸었다. 광산 지붕을 지탱하는 갱목에 문제라도 생기면 갱도는 무너졌다. 광부들은 무너진 갱도를 곡괭이로 파내고, 죽은 동료들의 시신을 수습했다. 그리고 다음 날이면 남은 광부들은 다시 탄광에 들어가 탄을 캤다. 이는 경찰과 군인으로부터 고문을 당한 피해자 광부 이원갑이, 성난 광부들로부터 집단린치를 당한 노조 지부장 아내 김순이에게 사과의 편지를 쓰는 다큐의 마지막 장면과 겹친다. 이 사건에서 나온 ‘유일한 사과’였다.
외골수의 광부들은 투박할지언정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간다. 갱도의 끝 막다른 길에 다다르면 어김없이 곡괭이질을 하듯이. 그것이 ‘막장인생’이다.
박다영 진실화해위원회 조사관재단법인 진실의힘에서 사북 고문피해 조사연구를 하며 15명의 광부를 만나고, 그들의 언어로 기록했다. 현재 제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수용시설사건 담당 조사관으로 일하고 있다.
감독
박봉남 Park Bong-nam
1994년부터 국내 방송사와 일하면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2009년 KBS <인간의 땅> 5부작으로 한국PD대상 다큐멘터리부문 작품상과 올해의 PD상을 수상했고, 2009년 <철까마귀의 날들>로 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중편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동료들과 ‘4.16기록단’을 구성해 오랫동안 영상 기록을 진행했다. 현재는 몇 개의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숲과 나무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이곳 저곳을 떠돌고 있다.
연출의도
1980년, 그 야만의 시대가 우리 모두에게 남긴 상처를 드러내고 싶었다. 그리고 나면 서로의 상처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기획의도
사북사태’로 불렸던 그 사건의 실체를 밝히고 싶었다. 그들은 왜 저항했는지, 왜 그들은 폭도로 내몰렸는지, 국가는 그들에게 어떠한 폭력을 휘둘렀는지, 왜 그들은 세상에서 잊혀졌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