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을 외쳐요! Cry out for Dignity!

심상범 | 2023 | 다큐멘터리 | 26분 | 한국어 한국어자막해설 |

기차길옆작은학교 초등부로 구성된 ‘칙칙폭폭 인형극단’이 2023년 춘천 인형극제 아마추어 경연대회에 대상을 수상한다. 칙칙폭폭 단원들은 작은학교 이모, 삼촌(교사)들과 대본을 짜고 인물의 캐릭터를 만들며, 조작과 성우, 소품팀으로 나눠 인형극을 완성해 간다. 이들의 반짝이는 협업은 세상 사람들을 향한 소통과 연대의 꿈을 품으며 2006년부터 이어가고 있다.

Synopsys

The Chichicpokkop Puppet Troupe, comprised of elementary students from the small, clinched the grand prize at the 35th Chuncheon Puppet Festival held in August 2023. From second to sixth graders, the troupe members collaborated with their beloved teachers to craft the script and develop the characters for their puppet show. Divided into teams for puppet manipulation, voice acting, and props, they dedicated months of diligent practice to bring their creation to life.

| 인천, 사람이 산다-인천인권영화제 공모작 |

존엄을 외쳐요!
Cry out for Dignity!

감독 : 심상범
제작연도 : 2023년
장르 : 다큐멘터리
언어 : 한국어 한국어자막해설
상영시간 : 26분

상영일시 : 2024.11.30. (토) 오후 6:10
상영장소 : 영화공간 주안 4관

대화의 시간
심상범 감독, 기차길옆작은학교 칙칙폭폭 인형극단 단원들
류은숙 인권연구소 창 활동가와 함께




작품해설

기차길옆작은학교 초등부로 구성된 ‘칙칙폭폭 인형극단’이 2023년 춘천 인형극제 아마추어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다. 칙칙폭폭 단원들은 기차길옆작은학교 이모/삼촌들과 함께 캐릭터를 만들며 대본을 짜고, 소품을 직접 제작해 극을 구성한다. 영화에는 조작과 성우, 소품으로 팀을 나눠 합을 맞추고 어우러지며 인형극을 완성해 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인형극 한 편이 만들어지고 공연하는 과정 사이사이에 열정과 책임감, 협동심이 움을 틔우고 자라난다. 그렇기에 기차길옆작은학교 식구들에게 인형극은 아주 소중하다. 이들의 반짝이는 협업은 세상 사람들을 향한 소통과 연대의 꿈을 품으며 2006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희우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인권해설

 

존엄이란 말은 참 어렵다. 단지 개념이 어려워서가 아니다. 말뜻을 이해한다 할지라도 존엄을 느끼기 어려운 일상의 환경은 우리에게서 존엄에 대한 감각을 빼앗아 간다. 이런 일상을 살아가는 건 어른과 아이를 가리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용감하게도 칙칙폭폭 어린이 인형극단은 ‘존엄을 외쳐요’란 제목의 공연을 시도한다. 전년도에 대상을 수상했던 극단이기에 당연히 잘할 거란 기대, 그런데 상 못 받으면 어떡하냐는 부담으로 출발한다. 나는 존엄하다고 말해질 자격이 있나? 이런 내 모습 그대로 존엄하게 대접받을 수 있을까? 우리가 평소 갖고 있는 불안과 의심이 이들의 출발점과 겹쳐진다.

극의 대사는 아이들이 평소 듣던 말들이 반영돼 있다. 대표적인 게 ‘아이들은 약하다’는 말일 것이다. 이 말은 ‘존엄은 말이지 너희처럼 힘없는 아이들이 함께 모여 외친다고 되는 게 아니야’라는 대사로 나타난다. 그렇다고 해서 인형극의 주인공들은 ‘우리는 강하다’고 외치는 게 아니다. 학교나 집에서 못 할 말을 할 수 있는 관계, 같이 공감해 주고 같이 욕해주는 그런 관계를 만들어간다. 약한 존재들끼리 어울려 극을 짜고 외치기 때문에 인형극은 특별하고 재밌는 과정이다.

스스로를 반영한 등장인물에 이름을 지어주고 성격을 부여한다. 평소 잘 드러나지 않던 약한 존재들을 불러내 주요 배역으로 설정한다. ‘실험견 427’이 ‘구름이’란 이름을 얻고 장애가 있거나 느린 학습자이거나 또 누구이거나 모두 서로를 ‘친구’라 부른다. 그 과정을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큰지 알아본다.

인형을 조작하거나 성우를 하거나 소품을 제작하거나 각자가 맡은 역할에는 위아래가 없다. ‘넌 이걸 못하니까 저거나 해’가 아니라 더 잘하는 걸 찾아주는 과정이야말로 서로의 힘이다. 인형 조작하는 사람은 성우랑 호흡을 맞춰야 한다. ‘서로 호흡을 맞춰가는 게 인형극의 맛’이 라고 말하는 이들은 그야말로 베테랑이다. 이 극단의 역사를 보여주는 것 같다. ‘내가 누리는 자유는 용감하게 존엄을 외친 사람들에게 빚지고 있는 거’라는 대사처럼 골목길과 공부방에서 쌓여온 아이들의 역사가 담겨 대사들이 빚어지는 것 같다.

내게 가장 감명 깊은 대사는 ‘나는 교실은 있는데 책이 없어’였다. 인권에 대한 규범은 넘치도록 많은데 그 권리를 실행할 수 있는 조건과 상황에는 관심이 없는 세태를 찌르는 대사로 여겨졌다. 극 중에 나오는 느린 학습자의 얘기만이 아니라 듣는 이마다 다른 의미로 해석할 여지가 많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대사다.

초2부터 초6까지 작은아이 큰아이, 또 어른들이 어울려 호흡을 맞춰가는 과정을 함께 하는 것만으로 감상의 기쁨은 충만하다. 잠깐 등장한 장면인데, 골목길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모습을 본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우리는 정해진 프로그램이 아니라 같이 어울려 놀 권리를 돌려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류은숙

1992년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로 출발, 2006년부터 현재까지 인권연구소 ‘창’의 연구활동가이다. 『돌봄과 인권』(공저), 『사람을 옹호하라』, 『여자들은 다른 장소를 살아간다』 등을 썼다.




감독
심상범 Shim Sang-beom

인천 동구 만석동에 있는 ‘기차길옆작은학교’에서 일하고 있으며 2005년부터 작은학교 아이들과 이모삼촌들의 일상을 영상에 담는 작업을 해왔다. 지금은 재개발로 2~3년 후면 사라지게 될 화수동과 그 안의 사람들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는 일을 하고 있다.

.

연출의도
한 편의 인형극을 완성하려면 몇 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대본을 쓰고 인형을 만들고 역할을 나누어 연습을 하고, 함께 무대에 오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품이 들어가며 적지않은 시행착오를 거친다. 창작인형극 ‘존엄을 외쳐요!’는 초등학생으로만 구성된 단원들이 만들어 낸 작품이다. 열여덟 명의 아이들이 인형극을 완성해가며 느낀 여러 감정들을 표현하려했다.

기획의도
인천 만석동에 있는 기차길옆작은학교에서는 2011년부터 올해까지 총 23편의 창작인형극을 만들었고 매년 봄에 열리는 그들의 정기공연 무대에서 공연해 왔다. ‘길 동무 꿈’, ‘하늘문’, ‘아기장수 우투리’, ‘백곰과 노랑이’등의 인형극을 작은학교 이모삼촌(선생님)들과 아이들이 함께 인형을 만들고 대본을 쓰고 함께 연습하며 인형극을 완성해왔다. 기차길옆작은학교 사람들에게 인형극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