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2학기 The Final Semester

이란희 | 2024 | 극영화 | 105분 | 한국어 한국어자막해설 |

직업계 고등학교 3학년 2학기를 맞은 창우는 취업을 통해 대학 진학과 병역을 한 번에 해결해 주겠다는 중소기업의 현장실습을 시작한다. 체계도 안전도 불안정한 현장에서 끊임없는 지적과 경쟁에 고달프지만 일의 기쁨과 보상에 보람도 있다. 이제 노동자 창우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Synopsys

In the final semester of vocational high school, Chang-woo is doing an internship at a small company’s factory that promises him a chance to support to get into college and also to substitute his military service with work. He has a good time with his family, using his first paycheck to take them out to dinner and buy them a present. However, the chance that the company promises is only available to another friend, and he encounters things that he would never have expected.



| 일렁이는 몸들 |

3학년 2학기
The Final Semester

감독 : 이란희
제작연도 :2024년
장르 : 극영화
언어 : 한국어 한국어자막해설
상영시간 : 105분

상영일시 : 2024.11.29. (금) 오후 7:20
상영장소 : 영화공간 주안 4관

대화의 시간
이란희 감독
노용래 전국특성화고노조 인천지부
미니미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와 함께





작품해설

<3학년 2학기>는 직업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주인공 창우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다수를 차지하는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청소년이 아닌 노동자로 이제 막 사회에 들어서는 청소년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현장실습이란 제도를 통해 대면하게 되는 낯선 일터는 창우에게 마냥 친절한 환대의 공간만은 아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터에서 귀찮은 존재가 되지 않기 위해 나름 노력하지만, 실수와 훈계로 주눅이 들고, 다른 동기들과 비교도 당하며 자신의 존재감과 위치를 계속 곱씹게 된다. 그럼에도 차츰 일 자체로 느끼는 기쁨, 가족과 나눌 수 있는 경제적 보상과 함께 창우는 학생에서 노동자로, 청소년에서 어른으로 조금씩 성장해 간다. 영화는 청소년 노동자들이 겪는 다양한 층위의 부조리와 갈등을 압도적인 사건과 이에 맞서는 격렬한 싸움으로 이야기하기 보다는 누군가의 삶의 시간, 현장 실습생 노동자의 일상으로 풀어낸다. 관객들은 그이들이 건네는 고민과 목소리에 공감하고, 노동의 조건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직업계 고등학생들의 얼굴을 빌린 노동자 탄생의 과정을 지켜보게 된다.

미니미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인권해설

 아동노동 착취의 역사는 근대 자본주의가 시작되면서부터 매우 광범위하게 이루어져 왔다. 근대 18세기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사회는 기존 신분제 사회에서 계급사회로 빠르게 변화를 겪는다. 계급사회에서 자본가계급(부르주아계급)은 자유방임주의에 기초한 ‘자유로운 계약’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계급(프롤레타리아 계급)에 대한 착취를 매우 ‘자유롭게’ 이행하게 된다.

1833년 영국 왕립위원회의 아동노동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4세의 아동들이 탄광에서, 6세의 아동들이 모직공장에서, 8세의 아동들이 면직공장에서 하루 12~18시간의 중노동에 시달렸으며 전체 노동자 중 아동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40%에 이르렀다. 아동노동이 많았던 이유는 성인 노동자의 10분의 1 수준의 저임금에 있었으며, 자본가계급에게는 자신들의 탐욕을 채우는 것이 아동의 건강한 성장과 돌봄보다 훨씬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최소한의 인간성을 상실해 버린 자본의 본모습이다.

이후 19세기와 20세기에 걸쳐 체계적인 표준직업훈련을 통해 숙련노동자를 양성하려는 각국의 다양한 노력은 ‘도제제도’라는 형태로 나타났다. 독일 정부와 수공업협회를 중심으로 모범적인 도제교육을 제도화했지만 도제교육의 이면에는 저임금의 ‘소년노동’을 통해 수공업 장인과 영세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목적이 있었다. 전체 노동자 평균 임금의 10분의 1을 받으며 7년의 도제 기간을 채워야 하는 도제제도는 제도적으로 아동노동을 착취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

영화 <3학년 2학기>의 배경이 되는 21세기 현재의 모습은 어떠한가?

자본과 노동의 근본적인 관계는 변하지 않았다. 저임금의 아동노동은 여전히 자본가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인건비 절감의 수단’이며, 국가는 자본가들의 이익을 위해 아동들의 곤궁한 처지를 착취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교육제도를 이용하여 기업에 값싼 인력을 제공하고, 군복무와 대학 진학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장기간 착취의 구조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취업장려금이라는 목돈은 위험하고 불합리한 작업 현장을 떠나지 못하게 만들고, 군복무 기간 동안 가족의 생계가 어려워지는 현실은 2배가 넘는 병역특례 기간을 버티게 한다.

결국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나 현장실습제도 등은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소년노동으로 해결하고자 나타난 제도라 볼 수 있다. 대기업의 횡포 혹은 불공정 거래로 영세해진 중소기업을 유지하게 하기 위하여 학교는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저임금 소년노동’을 중소기업에 제공하는 것이고, 값싼 노동력으로 도산을 막아낸 자본가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제도인 것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1989년)은 아동의 생존권, 보호권, 발달권, 참여권을 아동의 4대 권리로 밝히고 있다. 안전과 건강을 보장받고 기본적인 삶을 누릴 권리(생존권), 학대․방임․폭력 등 유해한 것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보호권), 교육․여가․문화․종교 등의 자유를 최대한 누릴 권리(발달권), 자신의 의견 표현 및 각종 활동에 자유롭게 참여할 권리(참여권)를 말한다.

아동·청소년에 대한 착취가 지속되는 한 국가의 미래는 없다. 국가의 미래는 미래세대가 어떻게 성장하고 있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아동·청소년은 미래의 주인공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현재의 주인공이다.

임동헌 광주전자공업고등학교 교사

이란희감독


감독
이란희 Lee Ran-hee

이란희 감독은 1996년~2003년 극단한강에서 배우와 기획자로 활동했고 2005년부터 영화 연출을 시작했다. 연출작으로는 단편영화 <파마>(2009), <결혼전야>(2014), <천막>(2016), 장편영화 <휴가>(2020)가 있다. 첫 장편영화 <휴가>는 2020년 제 25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섹션에 처음 소개되었으며 2020년 제 46회 서울독립영화제, 2021년 제 64회 샌프란시스코국제영화제 등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서 상영되고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3학년 2학기>는 두 번째 장편영화다.



연출의도

부모를 잘 만나지 못해도, 타고난 재능을 찾지 못해도, 꿈이 없어도, 엄청난 노력을 하지 않아도, 빛나는 성취를 이루지 못해도, 운이 좋지 못해도, 성실하게 노동하며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누구나 인간으로서 평등한 권리를 인정받으며 살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