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칼 노동자 투쟁 속보 옵티칼 노동자 투쟁 속보

김설해, 정종민 | 2024 | 다큐멘터리 | 41분 | 한국어 한국어자막해설 |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들은 구미 공장 화재를 핑계로 청산과 해고를 통보한 일본 닛토덴코에 맞서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불탄 공장 옥상에서 고공농성을 시작으로 생산이 계속되는 평택공장 앞, 본사가 있는 일본까지 그들은 싸움을 포기하지 않는다.

| 일렁이는 몸들 |

옵티칼 노동자 투쟁 속보
옵티칼 노동자 투쟁 속보

감독 : 김설해, 정종민
제작연도 : 2024년
장르 : 다큐멘터리
언어 : 한국어 한국어자막해설
상영시간 : 41분

상영일시 : 2024.11.30. (토) 오후 4:20
상영장소 : 영화공간 주안 4관

대화의 시간
정종민 감독
최현환 금속노조 구미지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장
박정혜·소현숙 고공농성자
고동민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정책선전실장과 함께 





작품해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일본계 다국적기업 닛토덴코의 자회사로, 구미, 평택에 ‘쌍둥이 공장’을 운영하며 LCD 모니터 편광 필름을 생산하는 회사다. 2022년 10월 구미공장에 화재 사건이 발생한 것을 기점으로 구미공장의 생산 물량을 평택공장으로 대체 생산하게 되었다. 평소 야근과 특근, 명절 근무까지 마다하지 않고 일하던 노동자들은 ‘기다려 달라’는 회사의 말을 믿고 인수인계 작업을 완료하며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회사는 돌연 청산을 발표하고 구미공장까지 폐쇄하고자 했다. 회사의 지키지 않은 약속과 책임감 없는 결정에 노동자들은 반기를 들었다. 그리고 당연하고 또 당당하게 고용승계를 요구했다. 외투기업의 ‘먹튀’를 막아내는 선례를 만들겠다는 의지 또한 단단하게 표명했다. 노동자들은 구미공장을 사수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두 명의 노동자(박정혜, 소현숙)가 공장 옥상에 올랐고, 고용 승계를 하지 않은 채 물량만 빼간 평택공장 앞에서도 농성을 이어갔다. 이어 본사가 있는 일본 원정투쟁 길까지 나섰다. ‘Nitto’라는 로고를 가슴에 달고 일할 때 자부심을 느꼈다는 지회장의 진심어린 이야기와 ‘떨어져 있어도 거기에 싸움이 있다면 관심 가져주는 사람이 있다’라며 연대하는 일본 활동가의 응원이 마음을 울린다. 구미와 평택, 그리고 일본까지 밝은 연대의 빛이 이어지면서 투쟁의 공간을 환하게 채운다.     

치명타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인권해설

외투기업과 폐업 투쟁

노동조합을 알지도, 투쟁을 해본 적도 없는 우리에게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폐업을 통보받는 순간 분노가 치미는 한편 망연자실했다.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희망퇴직금을 받고 떠났다. 남은 조합원은 고작 17명. 투쟁이 길어지면서 이제 7명이 남았다. 닛토덴코가 원하는 건 남은 인원이 제로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꼭 이길 것이므로.

이미 많은 사업장에서, 수십 년이 넘도록 외투자본의 일방적 철수에 맞선 싸움이 있었다. 치열하고 처절했던 투쟁들. 때로 되찾고 때로 감격적 승리를 거머쥔 적도 있었으나 외투자본의 먹튀에 쐐기를 박는 계기를 만들지 못했다. 이유는 먹튀로부터 노동자의 고용과 생존을 지킬 수 있는 법과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자본의 먹튀를 돕는 법과 제도는 수두룩하다. 가처분과 손배가압류는 너무나 손쉽게 우리의 투쟁을 제압하는 자본의 무기로 활용됐다.

11명의 조합원에게 회사가 4억의 가압류를 걸었을 때 머리가 하얘지고 심장이 쿵 내려앉는 듯했다. 한편 ‘이제 시작이구나!’ 싶었다. 예상한 공격이었다. 이걸 넘어야 다음으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본의 공격에 허둥대기에는 갈 길이 더 급했다. 매일매일 쳐들어오는 청산인 무리들을 막아내야 했다. 단수된 농성장에 물을 채워야 했다. 더 많은 동지들에게 연대를 호소해야 했다. 우리가 싸우고 있다고. 외투자본으로부터 노동의 존엄과 생존을 지킬 수 있는 힘을 달라고.

법원은 회사가 낸 공장철거방해금지가처분을 신속하게 집행했다. 노조 사무실을 비우라고, 스스로 나가지 않으면 공권력을 집행하겠다고 했다. 이 탄압을 넘어야 한다. ‘닛토덴코와의 정면승부는 저들의 공격을 하나하나 넘어설 때 가능하다’고 되뇌었다. 공권력 투입이 예고된 날 금속노조와 전국의 동지들이 한국옵티칼로 모였다. 인간바리케이드가 되고자 나섰다. 결국 연대의 힘으로 공권력을 물리쳤다. 곧이어 부동산강제경매와 통장압류가 개시됐다. 가족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저들의 잔인함에 몸서리가 쳐졌다. 우리는 또다시 연대의 방패를 들었다. 모금을 시작했고 그 돈으로 강제집행을 중단시켰다. 숨돌릴 틈 없이 공격을 퍼붓던 자본이 주춤했다. 이제 우리 차례다. 평택에 농성장을 차렸다. 일본 원정투쟁도 본격화했다.

방법을 찾으면 길이 열렸다. 우리 투쟁을 지원하기 위해 국제법을 다루는 전문가들이 나타났다. 그들의 도움으로 공급망을 압박하기 위한 투쟁에 나섰다. 닛토덴코가 편광필름을 납품하는 LG디스플레이와 애플이다.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NCP(National Contact Point)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닛토덴코의 인권침해를 식별하고 평가하고 피해회복 조치를 요구했다. 정치권도 나섰다. 일본총리에게 서한을 보내고 닛토덴코에게 고용승계를 촉구했다.

외투자본과의 투쟁은 모기업과의 싸움이다. 그래서 일본 원정투쟁에 다시 나섰다. 골리앗 같던 닛토덴코를 압박하고 포위하기 위해서 나선 투쟁. 할 수 있는 건 무엇이든 할 것이다.

박정혜, 소현숙 동지의 고공농성 316일(11월18일기준). 이겨서 땅을 딛을 수 있도록, 모두의 생존을 지키는 깃발에 부끄럽지 않도록!.

최현환 금속노조 구미지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장


감독
김설해 Kim Seol-hae

청주에 있는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에서 미디어교육과 제작 활동을 하며 농사도 짓고 다양한 연대 활동을 하고 있다.


감독
정종민 Jeong Jong-min

다큐멘터리가, 교육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 된다고 믿었고 곁에 있으면 힘이 되는 동료들을 만나 함께 교육도 하고, 기록도 하고, 농사도 짓고, 투쟁도 하고, 연대도 하며 활동했다.

김설해, 정종민 감독이 공동연출한 <사수>(2018)는 인천인권영화제 개막작이었으며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등에서 상영하였고,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평등길 1110>(2021)은 인천인권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