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풍을 찢고서 We Are Not Wallpaper

배용진 | 2024 | 다큐멘터리 | 20분 | 한국어 영어자막 한국어자막해설 |

정치인들은 가끔 노숙인과 쪽방 주민 등 사회적 약자를 찾아온다. 카메라와 함께. 따라온 카메라가 주목하는 건 정치인일 뿐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배경이 된다. 병풍이 되는 것을 거부한 이들이 말을 시작한다.

Synopsys

Politicians sometimes come to visit underprivileged people like the street homeless and jjokbang (flophouse) residents. The cameras that follow the politicians are focused on them, and the people of each place become their backdrops. This film gives voice to those who refuse to be backdrops any longer.

| 당신이라는 세계 |

병풍을 찢고서
We Are Not Wallpaper

감독 : 배용진
제작연도 : 2024년
장르 : 다큐멘터리
언어 : 한국어 영어자막 한국어자막해설
상영시간 : 20분

상영일시 : 2024.11.30. (토) 8:30
상영장소 : 영화공간 주안 3관

대화의 시간
배용진 감독
림보 홈리스야학 학생
달자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머큐리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와 함께




작품해설

선거철이 되면 정치인들은 노숙인과 쪽방 주민을 찾아와 대접하듯 하지만 속내는 이들을 배경으로 삼고자 한다. 따라온 카메라는 정치인들의 말은 전해도 사회적 약자들의 말은 전하지 않는다. 이들의 삶에 관심 없는 정치인들이 펼치는 정치에 노숙인과 쪽방 주민의 삶의 공간은 위기에 처한다.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삭감하고, 공공장소에서 홈리스를 쫓아낸다. 전시적이고 시혜적인 복지의 결말은 누구의 삶도 보장하지 못하는 것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병풍이 되는 것을 거부한 이들이 말을 시작한다. 가난한 사람들을 병풍으로 만드는 정치를 거부하고 삶과 권리를 담은 생생한 자신의 정치를 펼친다.

머큐리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인권해설

 

“가난한 이들을 병풍 삼는 구태 정치 물렀거라!”

이 구호는 2024년 3월 19일, 총선을 앞두고 동자동 새꿈어린이공원에서 열린 거리, 쪽방 등 홈리스 주거권 보장을 위한 총선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외쳐졌다. 선거철마다 되풀이되는 보여주기식 정치, 그것이야말로 구태정치의 전형이 아닐까. 쪽방촌을 방문해 홀로 계신 어르신에게 명절 선물을 건네며 사진을 찍거나, 노숙인 무료급식소에서 배식을 하며 손수 음식을 나누는 모습, 혹은 노점상에서 서민 음식을 먹는 장면은 정치인들의 전형적인 선거 퍼포먼스다.

올해 총선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여야의 주요 정치인들은 거리와 쪽방촌, 홈리스 지원시설을 찾으며 웃는 얼굴로 사진과 영상을 남겼다. 하지만 정작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실질적인 주거권 보장을 위한 정책은 흔적조차 없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가난한 사람들은 그들의 정치에서 철저히 배제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명동성당에서 급식 봉사를 하는 장면은 미디어에 크게 부각되었다. 김치찌개를 만들고 직접 배식까지 하는 모습은 이번이 세 번째였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서울로7017에서 홈리스들이 받은 무료 음식을 먹지 못하게 하는 용역경비 문제, 혹은 경찰의 불심검문 등 홈리스를 향한 일상적인 차별에는 얼마나 관심을 기울였을까?

지난해 서울스퀘어 보안요원이 서울역 지하보도에 머물던 홈리스들을 자기 구역이라며 쫓아내고 조롱한 사건은 그 단적인 예다. 지하보도의 관리주체는 중구였지만, 민간기업이 월권을 행사하며 홈리스들을 퇴거시켰다. 서울역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차별은 홈리스들에게 “불법적인 존재”라는 낙인을 새기고 있다. 이러한 차별은 비홈리스들조차 홈리스를 불법적 존재로 인식하게 만들며, 사회 곳곳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

우리는 선거철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병풍 뒤로 가려진 가난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는 묻히지 않도록, 이제 우리는 배경에 머물기를 거부한다. 병풍을 찢고서 나아가자!

달자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홈리스행동’은 홈리스 문제를 게으름, 무능 등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인식에 반대하며, 노숙은 물론 극한의 주거빈곤상태에 처한 홈리스 대중들의 조직된 힘을 통해 홈리스 상태를 철폐하고 새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운동에 기여하고자 노력하는 단체입니다.

homelessaction.or.kr




감독
배용진 Bae Yong-jin 

장애인활동지원사. 2023년 봄학기부터 홈리스야학 ‘표현하는 권리숲‘ 과목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연출의도

참정권을 주제로 야학 수업을 해나가던 중 우리가 각자 특정한 장소를 기반으로 자신의 경험을 말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학생 분들에게 한 곳씩 장소와 거기에서 공유해줄 이야기를 골라달라고 했고, 그것이 뉴스에서 전하는 것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보았습니다.

기획의도

홈리스야학 ‘표현하는 권리숲‘ 과목은 학기 후반부에, 그간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연극 또는 영상을 만듭니다. 2024년 봄학기에는 참정권, 곧 정치에 참여한다는 것을 주제로 홈리스 당사자가 하는 말을 담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