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Look Again Don’t Look Again

신호선 | 2024 | 다큐멘터리 | 8분 | 한국어 한국어자막해설 |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위의 미디어팀 활동을 한 나는 여전히 가까운 사람들에게 이태원참사를 얘기하기 힘들다. 가끔 나는 그날 이태원에 갔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게 된다. 특별법이 통과된 지금, 여기 나와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은 정말 괜찮은 것일까?


Synopsys

Although I am part of the media team for the Citizens’ Countermeasure Committee for the 10.29 Itaewon Disaster, I still find it difficult to talk about it with those close to me. Sometimes, I wonder what if I had been in Itaewon that day. The special law for the Itaewon Disaster has passed. The memorial altar at City Hall has been dismantled, and a temporary space for remembrance has been created nearby. Now, will the Itaewon Disaster soon be erased from people’s minds? Are the people here, living alongside me, truly okay?


| 참사와 서사 |

Don’t Look Again
Don’t Look Again

감독 : 신호선
제작연도 : 2024년
장르 : 다큐멘터리
언어 : 한국어 한국어자막해설
상영시간 : 8분

상영일시 : 2024.12.1. (일) 오후 4:00
상영장소 : 영화공간 주안 4관

대화의 시간
신호선 감독
한정국 감독
이상민 이태원을 기억하는 호박 랜턴 활동가
오서윤 만화콘텐츠 스쿨
센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와 함께



작품해설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위의 미디어팀 활동을 한 ‘나’는 참사 당시 엄마의 전화를 받고 소식을 알게 되었다. 곧바로 친구들에게 연락해 친구들이 무사함을 확인하고 안도했지만, 그 뒤로 홍대나 이태원을 갈 때면 희생자들을 떠올린다.

시간이 지나며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특별법이 통과되었고 분향소는 이태원에서 시청으로 옮겨졌다가 철거 되면서 임시 기억공간이 조성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다 끝난게 아니냐고 묻지만, ‘나’는 오히려 현재를 함께 살고 있는 우리는 정말 괜찮은건지 묻는다.

참사의 피해자와 유가족뿐만 아니라 그날 이태원에 있었던 사람들과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여러 매체를 통해 참사 소식을 접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이태원 참사를 경험했다. 그러나 기억은 점점 희미해지고 서로의 상처와 고통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 나누지 못한 채 침묵하고 있다. 우리는 각자 어떤 말을 삼키고 있고, 이태원 참사는 어떤 의미로 남아 있을까?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인권해설

 광장을 찾은 사람들이 무참히 떠났다고. 나는 이태원 참사에 대해 그렇게 이해한다. 이때, 내가 잃어버린 세계는 희생자들의 총합을 넘어선다. 무엇보다 참사 이후의 이태원은 이전과 같을 수 없다. 그 일대 매출이 반등하더라도 쉽게 회복될 수 없는 것들이 있고, 나는 그중 하나로 이태원이라는 광장의 의미를 꼽는다. 과연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이태원을 찾을까. 내가 주로 확인한 건, 자유와 환대의 분위기다. 사람들은 그 모습이 어떻든 이태원에서만큼은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다고 증언한다. 그리고 그런 서로를 반갑게 맞이하는 곳이 바로 이태원이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조금 슬펐다. 이태원은 분명 광장이다. 광장은 광장인데, 광장 없는 사람들의 광장이다. 때문에 이태원을 둘러싼 편견과 낙인은 강력하다. 위험하고, 문란하고, 이상하고, 폐를 끼친다고. 용인받지 않은 광장 이태원의 반대편에는 억압과 적대로 가득한 한국 사회가 자리한다. 나는 기이한 침묵의 원인을 그런 데서 발견한다.

녹사평역 인근에 세워졌던 분향소는 이듬해 서울 시청 앞으로 옮겨졌다. 여러 판단이 작용했겠지만, 나는 그 과정에서 지워질 수밖에 없는 말들을 떠올린다. “제가 그날 마주쳤던 사람들은 수백수천 명이거든요.” 2주기 추모대회 무대에 오른 생존 피해자 이주현 씨는 참사 당일을 회고하며, 현장에 머물렀던 무수한 사람들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그 침묵에 대해 질문한다. 누가 말할 수 있고, 누가 말할 수 없는가. 어떤 말이 들리고, 어떤 말이 들리지 않는가. 지금 한국 사회가 용인하는 존재와 언어의 범위는 몹시 협소하다.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나는 그런 답변 앞에 멈춰 서고 만다. “유가족분들 싸우고 있는데, 어떻게 내가 힘들다고 나서요.” “그래도 저는 일상생활이 가능했잖아요. 친구들은 그렇지 않았는데.” “뉴스를 잘 안 봐서 특별법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몰라요. 그런데 제가 도움이 될까요.” 고통이 위계화되는 가운데, 개인적인 경험은 공적인 장에 오르기보다 자꾸만 사적인 일로 남는다.

왠지 모를 부담과 압박 속에서, 누구든 피해를 주장하거나 인지하기 어렵다. 사실, ‘피해’라는 해석에 우선하는 각자의 감정과 사연을 충분히 터놓을 만한 기회부터 드물다. 그렇다면, 나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자는 제언만으로 부족하다. 무엇이든 나눠 보자는 주문은 때로 그 무엇도 나눌 수 없다는 진실과 통하기 마련이다. 그 대신 편향되어야 한다.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를 먼저 던져야 한다. 참사 직후 나는 집담회를 기획했는데, 신호선 감독의 <D.L.A>에 등장하는 내레이션처럼 나의 서사를 구성해 글을 써 갔다. 어디서 어떻게 참사 소식을 접했는지, 그날 이후 무엇을 느끼고 겪었는지. 그러니까, 나의 삶에 들어온 의문과 그 의문이 달라지게 만든 날들에 대해 서술했다. 그런 점에서 7분 남짓의 짧은 영화는 그 자체로 완결되는 형식이기보다 그 뒤로 쏟아질 말들을 기다리는 프롤로그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열어젖힌 문틈 사이로 다양한 이야기가 들려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상민 『이태원으로 연결합니다』 대표 작가, ‘이태원을 기억하는 호박랜턴’ 활동가






감독
신호선 Sin Ho-seon

다큐멘터리 영화 <1997>, <참 괜찮은 동네>, <소설 끝 데모 시작>의 조감독. 이태원참사 1주기 다큐멘터리 <별은 알고 있다>의 촬영감독. 2022년, <느린 겨울(가제)>에서 이태원참사 국정조사위원이었던 장혜영 의원을 팔로잉 촬영하던 중 이태원참사 곁을 돌던 미디어 활동가들을 만나게 되었다. 이태원참사 미디어팀이 만들어지던 시점부터 지금까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있다.

연출의도
10.29 이태원 참사는 그날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시민들에게도 깊은 트라우마를 남겼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생존자나 유가족뿐만 아니라 그날을 지켜본 시민들 역시 각자의 방식으로 슬픔과 상처를 안고 있음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없이 얽히는 관심과 무관심의 순환 속에서, 우리가 스스로의 고통 또는 타인의 고통을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지에 들여다보고, 그 감정들이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로 남아 있는지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기획의도
10.29 이태원 참사는 한국 사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참사와 관련된 특별법이 통과되고, 서울 시청 앞 분향소는 철거되었으며, 임시 기억 공간이 조성되었지만, 우리 사회는 이 참사를 제대로 이야기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생존자와 유가족만이 아니라, 그날을 멀리서 바라본 시민들 역시 각자의 방식으로 이 참사를 경험하고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Don’t Look Again>은 고통과 트라우마를 외면하려는 무관심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다시 보지 않으려는” 마음을 들여다보고, “다시 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질문을 던지고자 하는 뜻을 담았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각자의 상처를 함께 나누고 치유할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