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국 | 2024 | 다큐멘터리 | 31분 | 한국어 한국어자막해설 |
청강문화산업대학교 학생들이 ‘참사와 서사’ 수업을 통해 미디어 작품을 만든다. 참사를 겪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참사 이후의 삶과 애도의 이야기를 담았다. 교실에서 만나는 참사의 발화(發話)와 작품으로 피어나는 애도의 발화(發花).
Synopsys
In March 2024, victims and survivors of the disaster visited Chungkang College of Cultural Industries.
A life that cannot be mourned after a disaster as told by the parties involved.
In a class called <Tragedy and Narrative>, the students were told the stories of the people involved, each with their own pain and story.
During the class, students created works in their own way.
The parties who spoke about the disaster.
Students bloomed their condolences through artwork.
It was a prayer that went unanswered for a long time, but wouldn’t the future generation that grew up through the classes possibly be the answer…?
| 참사와 서사 |
참사와 애도의 발화(發話/發花)
참사와 애도의 발화(發話/發花)
감독 : 한정국
제작연도 : 2024년
장르 : 다큐멘터리
언어 : 한국어 한국어자막해설
상영시간 : 31분
상영일시 : 2024.12.1. (일) 오후 4:00
상영장소 : 영화공간 주안 4관
–
대화의 시간
신호선 감독
한정국 감독
이상민 이태원을 기억하는 호박 랜턴 활동가
오서윤 만화콘텐츠 스쿨
센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와 함께
작품해설
2024년 3월, 청강문화산업대학교의 ‘참사와 서사’라는 수업에서 재난참사의 피해자, 생존자들과 학생들이 만난다. 이들이 만나게 된 이유는 참사 이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이다. 이야기를 들은 학생들이 피해자들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창작자로서 자신과 같은 세대가 즐기는 웹툰과 일러스트레이션 등 대중문화 콘텐츠로 참사와 애도를 담아낸다.
참사 피해자와 생존자들은 예기치 못한 참사로 인해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참사를 겪어낸 이들이 현재를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직접 전하고(發話), 이 이야기가 창작자를 경유한 작품으로 사람들과 만나면서 함께 애도에 동참한다(發花). 창작의 과정은 창작자들이 피해자들의 삶의 궤적에 자신의 삶이 함께 만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이야기가 서사를 담아 세상에 등장하는 순간, 피해자들은 자신의 목소리에 응답을 받는다고 느낀다. 이 창작물들을 통해 상실과 애도의 마음으로 진실과 정의를 향한 삶이 있음을 알게 되고, 그 삶을 기억하고 곁이 되는 연대의 마음이 퍼지고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센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인권해설
재난은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덮친다. 먹고 자고, 일하고 휴식하며, 즐기고 사랑하는 일상의 모든 순간에 드리운다는 점에서 재난은 삶과 사회 전체에 대한 위협이다.
참혹하게도 모든 위험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과거의 재난이 신의 영역, 자연의 영역에 속했다면, 현재의 재난은 인간의 관리하에 놓여있다는 인식이 보편화되었다.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위치나 요인에 의해 피해를 보기 쉬운 조건이나 상태인 취약성을 국가나 인간이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위험요인(hazards)은 잠재적인 상태를 유지하거나 큰 피해를 유발하지 않는 사건에 그칠 수 있다. 반면 예방과 대책의 긴장을 놓아버리는 순간 엄청난 피해를 유발하는 재난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모든 재난에는 국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재난 발생 시 책임져야 할 권력이 재난의 책임을 부인하고 외면할 때 피해자는 재난으로, 재난 이후 국가의 상실로 고통받게 된다. 또한 재난이 내 집 앞에 이르러 내 집 문턱을 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은 재난을 쉽게 남의 일로 만든다. 위험에 대한 회피와 부정은 안녕을 바라는 인간의 본능이기도 하다. 그러나 재난의 원인과 해결을 국가나 사회가 아닌 피해자에게 찾으려고 할 때, 안녕에 대한 본능은 피해자를 겨누는 칼이 된다.
불행하고 부정의 하게도, 한국의 재난 피해자는 재난 이후 동료 시민의 지위를 박탈 당하는 배제와 소외를 경험해 왔다. 권리의 주체이기보다는 시혜와 연민의 대상이었다. 그들이 제공되는 지원을 넘어 권리를 주장하면 그들의 목소리는 무시, 배제되거나 사회적으론 ‘보상금에 눈먼 행동’으로 치환되어 혐오와 모욕의 대상으로 추락하곤 했다. 그리하여 상당수의 재난 피해자들은 난민, 무국적자의 삶을 살아내고 있다. 재난 이후 더 큰 피해와 고통을 경험해 오고 있다. 재난은 참사가 되었고, 이들의 삶은 회복 불가능한 것이 되었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회복될 수 없는 피해를 입고, 권리를 침해당한 재난 피해자들은 인권의 옹호자가 되어 싸워왔다. 4.16세월호참사,10.29 이태원참사, 7.15오송참사 뿐 아니라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참사, 제천화재참사, 가습기살균제참사, 코로나19백신피해자 등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거나 쉽게 잊어버린 참사 피해자들이 보여주는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을 위한 끊임없는 움직임들은, 이들이 스스로 회복과 치유의 주체로서,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 건설을 위한 권리주체로써 적극적으로 사회변화를 추동해 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희생자에 대한 애도를 넘어 모든 인간의 생명과 안전, 존엄이 보장되는 사회에 발아하는 씨앗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미 놓쳐버린 시간이지만 동료 시민으로서 우리의 역할은 재난에 대한 공통감각을 키우는 것이다. 재난 피해자를 위로하며, 희생자를 기억하는 것이다. 또한 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 공동체 구성원의 안전권 보장을 위한 사회와 국가의 역할을 고민하는 것이다. 피해와 희생에 빚져 모든 인간의 생명과 안전, 존엄이 보장되는 사회로 한 발 더 진전해 왔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 시작은 재난 피해자를 우리 곁에 두는 것이어야 한다. 그들의 말을 경청하고 그 고통에 응답하려 애쓸 때, 우리는 피상을 걷어내고 구체적인 재난의 피해와 그 고통의 실체에 다가설 수 있다. 우리의 삶에 그들의 삶을 겹쳐봄을 통해 삶을 성찰하고 그들의 삶을 더 깊이, 더 넓게 이해하며 지지하게 될 것이다. 경청하는 자가 더 많아질 때, 곁이 이웃이 될 때, 재난 피해자 역시 오늘을 견디고 삶을 살아가야 할 이유를 얻게 될 것이다. 투사가 아닌 보통의 삶을 움트게 될 것이다.
유해정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에서 활동하고 있다.
감독
한정국 Han Jeong-guk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작가, 청강문화산업대학교 공연예술스쿨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단편극영화 <우리네 가족>(2011)를 비롯해 <대화>(2008), <신기루>(2003) 등을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