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니까 가족이지 Taiwan Equals Love

옌 저쉬안 | 2020 | 다큐멘터리 | 85분 | 만다린어 한국수어 한국어자막해설 |

어린 딸과 함께 살고 있는 조디와 민디, 이주하여 삶을 꾸려가는 구와 신이치 그리고 30여 년을 함께 살아온 노년의 티엔밍과 샹. 2019년 대만에서 아시아 최초 동성혼 법제화가 이뤄지기까지 3년의 시간이 이들의 삶과 함께 펼쳐진다.

Synopsys

In 2016, the parties of the Taiwan Legislative Yuan submitted drafts on the marriage equality act but were confronted with anti-LGBTQ groups. Meanwhile, three pairs of same-sex partners are also facing their own family issues.

| 높낮이 없는 새땅 |

사랑하니까 가족이지
Taiwan Equals Love

감독 : 옌 저쉬안
제작연도 : 2020년
장르 : 다큐멘터리
언어 : 만다린어 한국수어 한국어자막해설
상영시간 : 85분

상영일시 : 2024.11.29. (금) 오후 5:00
상영장소 :
영화공간 주안 4관


작품해설

어린 딸 알리와 함께 살고 있는 조디와 민지, 이주하여 삶을 꾸려가는 구와 신이치 그리고 30여 년을 함께 살아온 노년의 티엔밍과 샹. 세 가족은 서로를 돌보고 함께 일하고 사랑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혼인평등의 시간이 앞당겨지길 바라며 행동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사랑의 의미가 가득 차오르기도 하고, 새로운 도전에 응원을 보내게 되기도 하고, 절박한 상황에 함께 투쟁하고자 하는 의지가 솟아오르기도 한다. 2019년 대만에서 아시아 최초 동성혼 법제화가 이뤄지기까지 3년의 시간이 이들의 삶과 함께 펼쳐진다. 아직도 남은 과제는 많겠지만 2019년 대만에서 동성혼이 법적으로 가능해진 순간, 비가 그치고 무지개가 뜬다.

넝쿨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인권해설

 2024년 10월 10일, 11쌍의 부부들이 당산컨벤션센터에 모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각 부부의 면면은 다양했다. 수십 년을 함께 한 게이 부부도 있고, 아이를 양육하는 레즈비언 부부도 있다. 법적 성별정정이라는 지난한 과정을 거치고 다시 혼인평등소송이라는 새로운 투쟁을 시작한 트랜스젠더-시스젠더 부부도 있다. 그럼에도 모두가 공통점이 있다. 한국 사회에서 혼인신고가 수리되지 않는 동성 부부라는 점, 이로 인해 함께 돌보며 살아가지만 어떠한 법적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이들 11쌍의 부부는 동성혼을 허용하지 않는 현행 민법의 위헌성을 묻는, 혼인평등소송을 제기하였다.

이러한 소송은 영화에서도 그려지듯 대만에서도 이루어진 일들이다. 오랜 심리 끝에 대만 최고법원인 사법원은 2017년 동성혼을 금지하는 민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2년 뒤인 2019년 대만은 아시아에서 첫 번째로 동성혼을 법제화한 국가가 되었다. 이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기나긴 법정 투쟁, 성소수자와 지지자들의 대규모 집회, 예상치 못한 국민투표, 함께 웃고 울며 모든 과정을 지켜보는 수많은 사람들. 이러한 과정 중 일부는 앞으로 한국의 성소수자 인권운동도 준비하거나 겪을 수 있는 일들이다. 이 모든 투쟁들이 당사자들에게 자긍심이 되는 과정이기를 바란다.

현재 대만 이후 네팔과 태국까지 아시아에서 3개의 국가가 동성혼이 가능하다. 일본은 아직 법률은 없지만 각 법원에서 잇따라 동성혼 불인정은 위헌이라는 판결이 나오고 있다. 영화의 장면들과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며 혹시 한국은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2023년 21대 국회에서 최초로 혼인평등법이 발의된 것처럼, 2024년 7월 18일 대법원이 최초로 동성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지위를 인정한 것처럼, 한국에서의 변화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용기 있게 자신을 드러내고 차별에 맞서 온 당사자와 활동가들이 만든 변화이다. 이 용기가 이어지는 한 혼인평등의 실현은 결코 멀지 않았다.

同愛一家(같은 사랑, 한 가족) 이 영화의 대만 제목을 한국어로 ‘사랑하니까 가족이지’로 번역한 것은 참으로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본 모든 분께 묻는다. 당신에게 가족은 무엇인가. 법적 혼인과 혈연으로 이어진 관계라는, 낡은 법률 전통을 벗어나 가족을 새롭게 그린다면 당신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혼인과 가족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 모든 질문은 혼인평등운동이 사회에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 답은 각자의 몫이 되겠지만 어느 정도 참고해 볼 수 있는 단서로서, 대법원 동성부부 피부양자 판결의 한 문구를 마지막으로 인용해 본다.

“그 누구의 가정공동체도 타인이나 국가에 의해 폄훼되어도 괜찮은 것은 없다. 동성동반자 관계에서 꾸리는 가정공동체도 여느 사람과 똑같이 소중한 가정공동체이다. 성적 소수자들 또한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전체 법질서 안에서 가정공동체에 관한 권리와 의무를 부여받아야 하고, 국가는 이를 차별 없이 보호하고 보장하여야 한다.”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활동가

성소수자의 존재를 이야기하고 차별과 혐오에 맞서며, 이런저런 영역에 기웃거리는 인권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