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목 | 2023 | 다큐멘터리 | 40분 | 한국어 영어 아랍어 한국수어 한글자막해설 |
불법정착촌을 늘리기 위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집을 부수는 현장에 HD현대의 포크레인이 바삐 움직인다. 하지만 삶을 건설하고 팔레스타인의 땅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의지를 무너뜨리지는 못한다.
Synopsys
For over 76 years, Palestine has been under illegal occupation by Israel. In Masafer Yatta, Palestine, the largest-scale ethnic cleansing since the “Nakba” is taking place. Despite unprecedented human rights violations, their story remains unheard by the world. This is the story of the residents of Masafer Yatta who refuse to give up and continue to demand their rights.
| 전쟁 속의 일상, 일상 속의 전쟁 |
언허드: 마사페르 야타를 지켜라
Unheard: Defend Masafer
감독 : 권순목
제작연도 : 2023
장르 : 다큐멘터리
언어 : 한국어 영어 아랍어 한국수어 한글자막해설
상영시간 : 40분
상영일시 : 2024.11.29. (금) 오후 6:00
상영장소 : 영화공간주안 3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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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해설
2023년 10월 7일부터 지금까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집단학살이 1년이 넘었다. 그런데 잔혹한 이스라엘의 폭력은 지난 1년간만 벌어진 것은 아니다. <언허드: 마사페르 야타를 지켜라>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로 현재까지 인종청소, 인종차별이 지속되었다는 것을, 그리고 이스라엘의 점령에 한국 기업인 HD현대가 어떻게 가담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불법정착촌을 늘리기 위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집을 부수고 군인들이 위협한다. 가옥 철거는 인종청소의 다른 이름이다. 이스라엘 불법정착촌은 아파르트헤이트의 증표이다. 팔레스타인의 삶을 파괴하는 것은 사람을 죽이는 무기뿐만 아니라 HD현대의 건설기계이기도 하다. 굴착기는 주민을 내쫓고, 집과 우물을, 학교와 사원을 부수는 현장에 더 많이 사용되지만 삶을 건설하고 팔레스타인의 땅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의지를 무너뜨리지는 못한다.
랑희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인권해설
2023년 10월 7일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집단학살을 시작하기 이전, 팔레스타인에서 최대 규모로 인종청소의 위협을 받고 있는 곳은 마사페르 야타라는 서안지구 헤브론 남쪽 지역이었다. 2022년 5월 이스라엘 대법원은 마사페르 야타의 12개 마을에 사는 주민 1,200명을 내쫓고 “이스라엘” 점령군의 훈련구역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최종 승인했다. 팔레스타인 원주민을 집단 학살·인종청소 하며 “이스라엘”이 건국됐던 1948년 ‘나크바’(대재앙이란 뜻) 이래 최대 규모였다.
“이스라엘”은 1967년 이래 팔레스타인 즉 동예루살렘·서안지구·가자지구를 군사 점령하고 있고, 서안지구의 62%는 “이스라엘” 점령군 산하 군사정부의 직접 통치를 받고 있다. “이스라엘” 군정은 대법원판결 이전에도 집을, 이슬람 사원을, 우물을, 학교를 계속 파괴해 왔다. 건축물을 지으려면 군정의 허가가 필요한데, 허가받지 않았다는 게 파괴의 명분이다. 허가를 아예 내 주지도 않으면서도, 무허가란 이유로 주민이 대출을 받아 건축물을 반쯤 지으면 그제서야 새벽에 군대가 찾아와 굴착기로 부수고, 그 부순 비용까지 주민에게 청구한다. 이는 군정의 직접 통치를 받는 서안지구에서, 불법 영토 병합당한 동예루살렘에서, 현대 “이스라엘”에 속했다고 분류되는 나깝(네게브) 사막에서 똑같이 행해진다. 팔레스타인 어디냐에 따라 식민 체제가 부여한 주민들의 법적 지위는 각기 다르고 그래서 집행 기관도 적용되는 국내법·국제법 체계도 전혀 다르지만, 팔레스타인 전역에서 행해지는 인종청소는 늘 같은 모습이다. 거기에 또 공통점이 또 하나 있다. 삶이 부서지는 현장마다 한국 기업 HD현대의 굴착기가 사용된다는 점이다.
굴착기에 선명하게 적힌 HD현대 로고 때문에, 팔레스타인 피해 주민들과 시민사회는 일찍부터 한국 시민사회에 HD현대가 “이스라엘”에 굴착기를 팔지 못하게 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 그런 요청을 받고 작년 마사페르 야타를 방문해서 인터뷰한 내용이 <언허드>에 담겼다. 영상에 담긴 것보다 더 많은 피해 가족들을 만나고 싶었고, 피해 지역도 전부 가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었다. 넓은 지역에 커뮤니티가 분산돼 있는데, 거의 전부 비포장도로라 일반 차량으로 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영상에 담기지 않은 몇 지역은 걸어서 갔고, 나머지 지역도 걸어서 가고 싶었지만 현지 활동가들이 모두 말렸다. 가다가 불법 유대인 정착민들이 불쑥 나타나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방문한 커뮤니티마다 바로 옆에 위치한 정착민들이 막대기를 들고 활보하는 걸 볼 수 있었다. 2023년은 이들 불법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가하는 폭력이 정점을 찍은 해였는데, 10월 7일 “이스라엘”이 가자 주민 집단학살을 시작한 이후로 서안지구 불법 정착민들의 폭력이 강도와 빈도도 수직 상승해 그 기록을 다시 깼다. 지금 마사페르 야타에서 타전하는 소식은 HD현대의 가옥 파괴보다도 정착민들의 폭력의 비중이 더 크다. 이들이 사는 불법 정착촌은 존재 자체로 제4차 제네바협약을 위반하는 전쟁범죄인데, “이스라엘”이 불법 정착촌 건설에도 역시 HD현대의 중장비가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다. 현재 미국을 비롯해 각국의 활동가들이 HD현대를 주목하며 각자의 캠페인을 기획하고 있다. 미국 시의회들에서는 “이스라엘” 점령에 공모하는 기업 대상으로 투자 철회 중이고, 그 중 HD현대가 빅4로 꼽히고 있다. 비단 HD현대만이 아니라 팔레스타인의 삶을 부수는 캐터필러, JCB 등 중장비 기업들이 마주한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인종청소와, 지금 “이스라엘”이 1년 넘게 가자지구에서 자행하는 집단학살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원주민을 없애 버리고 식민자들만이 살도록 하겠다는 “이스라엘”이라는 식민주의 프로젝트는 노예제처럼, 남아공 아파르트헤이트처럼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그 마지막 순간까지 HD현대는 이스라엘 식민 체제 실행에 윤활유를 공급한 부역자로 남을 것인가? 우리가 이를 막아야 한다.
뎡야핑
팔레스타인 해방 운동에 연대하는 한국의 페미니스트 단체 ‘팔레스타인평화연대’에서 2004년부터 활동하고 있다.
감독
권순목 Kwon Sun-mok
‘기록자’라는 정체성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크리에이터입니다. 기록을 통해 보존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찾아 국내외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15년부터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 인터뷰 콘텐츠를 제작했으며 2019년에는 3개월간 홍콩 시위를 취재하고 <2019 홍콩 시위: 3달의 기록>이라는 책을 발간한 바 있습니다. 2023년에는 팔레스타인 마사페르 야타를 방문하여 현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기록했습니다.
연출의도
소셜미디어에서 흘러가듯 사라지는 팔레스타인 관련 소셜 영상들이 물리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실제 일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온라인 영상과 실제 현장의 상황을 교차 편집해 보여주는 검증(Verification)형 다큐멘터리로 제작했다.
기획의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불법 점령과 인권 침해, 인종 차별은 75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그 실상은 한국에 제대로 전해지지 못한다. 한국 언론이 주로 청취하는 외신은 이스라엘 중심의 이야기를 전하는 서방 언론이 대부분이다. 중동 언론은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약하거나 언어의 장벽에 가로막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는 동안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터전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 작품은 들리지 않는 현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그들의 목소리로 그들의 문제를 직접 전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은 작품이다. 그리고 한국 역시 이 인권 침해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