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식 스케치
29회 인천인권영화제는 올해의 인권의 얼굴로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 그리고 팔레스타인평화연대를 선정했습니다.
개막식은 연분홍치마 권오연 활동가, 팔레스타인평화연대 소방도로 활동가 그리고 인천인권영화제 희우 활동가의 사회로 진행되었습니다.
연분홍치마는 지난 20년을 꾸준히 여성주의적 삶을 지향하며 저항의 현장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왔고, 팔레스타인평화연대는 이스라엘 식민지배에 저항하는 팔레스타인 민중의 이야기를 전하며 연대를 일구어 왔습니다.
선정 소회에 대해 연분홍치마의 오연 활동가는 ‘연분홍치마의 다큐는 현장에서 소외·배제되는 사람이나 관점이 없는지 고민하고 함께 그 이야기를 꺼낼 용기를 내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팔레스타인평화연대의 소방도로 활동가는 관심과 연대에 고맙다는 말과 함께 ‘팔레스타인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봐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이어 두 사람은 29회 인천인권영화제의 기조와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기대감을 돋구고, 우렁찬 목소리로 관객들과 함께 개막선언을 했습니다.
개막작 <Between Goodbyes> 대화의 시간 스케치
29회 인천인권영화제 개막작 [Between Goodbyes] 상영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되었습니다. [Between Goodbyes]는 해외입양으로 분리되어 살아온 가족이 서로 다른 정체성과 마음을 존중하려 애쓰며 만들어가는 관계, 그 삶의 궤적을 따라가는 영화로 관객분들은 일렁이는 감정과 함께 주인공 미카의 세계를 만났습니다.
상영 이후 이야기손님 설미진(퀴어·해외입양인·소수자연대풍물패 장풍), 마민지(독립영화 감독·국내입양인), 김순남(가족구성권연구소·성공회대 젠더연구소)과 함께 인천인권영화제 랑희 활동가의 사회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한영통역을 위하 팔레스타인평화연대의 자아님이 함께 했습니다.
설미진님은 퀴어 입양인으로서 영화에 많이 공감했으며, 입양에 대해 이야기할 때 원가족과의 재회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 게 진짜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순남님 역시 이 작품은 이상적인 가족의 회복이 주류가 된 서사와 달리 공간과 정체성의 ‘이동’과 시간의 ‘사이’를 보여주기에 의미가 크다고 얘기했습니다.
해외입양인이지만 ‘입양인’이 자신의 정체성이 아니라 한국인, 퀴어로 자신을 정체화하는 설미진님은 자신을 정체성을 구축하는 시간과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국내입양인으로서 마민지님은 입양 사실을 최근에 알게 된만큼 이제 입양인으로 스스로 정체화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자신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입양인으로서 정체화하는 사람도 있고 아니기도 한다고, 모두가 다를 수 있다고 얘기한 설미진님의 이야기처럼 중요한 것은 자신의 정체성으로 온전히 관계를 맺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는 가족으로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데, 이와 관련해 설미진님 자녀를 소유하다는 개념에서 입양이 비롯된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이뤄진 해외입양은 사실상 ‘구매/구입’이라고 지적하며, 퀴어한 상상력을 발휘해서 전통적인 가족 형태랑은 다른 모습을 띤 가족이 가능한 세상을 꿈꾸자고 제안했습니다.
해외입양과 관련해 김순남님은 국가가 돌봄과 양육과 다양한 삶이 공존할 수 있는 재생산에 기반한 공동체의 가치를 철저하게 입양화를 통한 이주화와 아니면 반대의 시설화로 이루어져왔다는 부분을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마민지님은 최근에 80년대 입양세대나 입양인의 자녀들이 기존과 다른 입양서사를 담은 영화들을 제작하는 경향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도 영화로 제작 중이라고 말해 다음 영화제에서의 만남을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관객으로 오신 입양인 당사자분들이 대화의 시간 오픈채팅방에서 관객들과 같이 이야기를 나눠주었고 대화의 시간을 마친 이후에도 관객들의 대화가 이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