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범 l 2025 l 다큐멘터리ㅣ26분 l 한국어 한국어자막해설
2025년 2월 15일, 기차길옆작은학교의 서른 번째 정기공연이 열렸다. 1991년 첫 무대 이후, 아이들과 이모·삼촌들(선생님들)은 해마다 공연을 이어왔고, 그렇게 30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들의 무대 위에는 세월만큼 깊어진 기차길옆작은학교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시놉시스
2025년 2월 15일, 기차길옆작은학교의 서른 번째 정기공연이 열렸다. 1991년 첫 무대 이후, 작은학교의 아이들과 이모·삼촌들(선생님들)은 해마다 공연을 이어왔고, 그렇게 30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들의 무대 위에는 세월만큼 깊어진 기차길옆작은학교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Synopsis
On February 15, 2025, ‘Gichagil Little School’ held its 30th annual performance. Since their first show in 1991, the children and the “aunts and uncles” (teachers) of the Little School have continued to perform every year, and 30 years have passed in that way. Their stage carries the deep, accumulated stories of the Little School by the Train Tracks.
| 서른 번째 겨울이 만나는 봄 |
서른 번째의 봄
Voices of the Thirtieth Spring
감독 : 심상범
제작연도 : 2025
장르 : 다큐멘터리
언어 : 한국어 한국어자막해설
상영시간 : 26분
상영일시 : 2025.12.4.(목) 오후 7:40
상영장소 : 영화공간 주안 4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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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시간
심상범 감독
김재양 기차길옆작은학교 상근이모
박하늘 기차길옆작은학교 삼촌
신석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와 함께
작품해설
2025년 기차길옆작은학교의 서른 번째 정기공연을 준비하는 아이들과 이모·삼촌은 분주하다. 밴드, 풍물, 인형극. 공연을 준비하는 기차길옆작은학교 아이들은 자신에게 맞는 활동을 찾아간다. 잘할 자신이 없기도 하고 어렵게 생각되기도 해서 머뭇거릴 때도 있고, 처음 배우는 악기가 서툴러 어떻게 맞춰가야 할지 질문이 생기기도 하지만 함께 연습하며 서로에게 기대며 두려움을 허문다.
공연은 공부방의 일상이 무대로 옮겨진 시간이다. 나의 악기를 연주하면서 다른 사람의 연주도 들어야 하고 틀리면 도와줄 친구들을 믿으며 펼치는 공연은 공부방에서 함께 쌓아온 관계를 짐작하게 한다. 그렇게 함께 연습하며 한 명, 한 명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살피며 곁을 지킨 힘이 관객에게 전달되고 자신들의 이야기가 관객들과 공감할 때 자신을 온전히 느낀다. 그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협업과 관계를 만드는 태도와 마음을 담은 공연이 차곡차곡 쌓여 서른 번이 되었고,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게 한다.
신석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인권해설
두 작품의 줄거리를 한 줄로 표현한다면, ‘그곳이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가 아닐까. 나에게도 ‘그곳’이 있다. 청소년자립팸 이상한나라. 시설로부터 쫓겨났거나 스스로 시설을 거부했던 탈가정(가출) 청소년들과 함께 일군 작은 피난처. 길어야 2년 남짓 지낼 수 있는 임시 주거공간이었고, 8년 정도 운영되다가 지금은 사라진 공간이지만, 그곳에서 일했던 3년의 시간을 설명할 때마다 나는 ‘세상 사는 방법을 자립팸에서 배웠다’라고 말한다. 부끄럽게도 기차길옆작은학교(이하 작은학교)의 이모․삼촌만큼이나 두터운 곁이 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기다리고, 응원하고, 힘든 시간을 함께 견디고, 서로를 반기고, 편이 되어주는” 관계를, 그리하여 “힘없는 사람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용기 있게 꿈꿔본 시간이 나에게도 있었다. 1987년부터 작은학교가 가꿔온 38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내 마음을 겹쳐보게 되는 이유다.
인생은 결국 이야기다. 작은학교의 구성원은 글을 짓고, 공연을 짓고, 세계를 짓는 사람들이다. 인권이란 ‘누구나 자기 서사의 주인공이 될 권리’다. 세상이 강요하는 각본에 자신을 끼워 맞추지 않고 이야기를 흔들고, 부수고, 다시 쓰는 과정이 곧 나답게, 우리답게 사는 방식일 것이다. 가난을 게으름이나 부끄러움과 연결하는 낡아빠진 이야기는 여전히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을 한없이 움츠러들게 만든다. 그러나 가난을 겪어본 사람은 안다. 가난 속에서도, 가난하기 때문에 지켜낸 위엄이 있다는 것을. “우리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는 용기”는 단순한 의지가 아니라, 서로 어울리고 보살피며 삶의 흔적을 쌓아온 치열한 시간에 근거한다. 쉽사리 폄훼되고 가려지는 시간을 기록하여 “역사를 쓰기 위해” 공연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을 것이다.
무수한 돌봄으로 가득 찬 ‘작은학교’라는 세계를 짓는 동안 얼마나 많은 다툼, 갈등, 번민, 고꾸라짐이 있었을까. 영화에서는 그려지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할 이 세계의 그림자를 짐작해 본다. 돌봄은 매끈하게 예쁜 것이 아니라 “싸우더라도 풀고 마음을 나누는” 지난한 여정의 반복에 가깝다. 다른 사람과 합을 맞추지 않고서는 공연을 무대에 올릴 수 없다. 30년 동안 해마다 이어온 공연 준비 과정은 서로의 소리를 듣고, 기다리며, “누구 하나 똑같을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상의 훈련이었을 것이다. 고단하더라도 더 옳다고 믿는 가치를 매번 선택해 온 사람들만이 간직할 수 있는 평화, 기쁨, 희열의 순간이 있다. 힘들 때마다 꺼내어 매만질 수 있는 아름다운 기억이 사람을 부축해 일으키고, 기어코 살아가게 한다.
삶은 언제나 운동보다 크다. 노동자와 빈민을 사회변혁의 주체로 조직하기 위해 만석동에 둥지를 틀었던 큰삼촌 최흥찬은 “(아이들이) 어떤 길을 가든 그냥 묵묵히 지켜봐 주는 것, 옆에서 손잡아 주는 것, 곁에 서 있는 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임을 깨닫는다. 나는 그의 실천이 만석동의 어린 존재들에게 ‘중력’을 부여하는 일이라고 믿고 싶다. 학교나 가정에서 존재감을 잃고 부유하는 이들에게 “끝까지 놓지 않겠다는” 유대의 끈을 단단히 동여매는 장소. “두 발이 동시에 뜨면 안 돼. 한 발은 항상 땅에 붙어 있어야 돼.”는 인형극 조작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에도 적용 가능한 조언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중력을 부여해 주는 ‘그곳’이 있어야 한다. 우리를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곁에 있는 사람이다.
한낱
‘인권교육센터 들’,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에서 주로 활동한다. 돌봄과 인권으로 지은 집과 사회가 모든 인간에게 보장되는 세상을 앞당기고 싶다.

감독
심상범 Sim Sangbeom
인천 동구 만석동에 있는 ‘기차길옆작은학교’에서 대학 3학년이던 1990년부터 일하고 있다. 2007년부터 작은학교의 일상을 담는 영상 작업을 해오고 있다. 지금은 재개발로 2~3년 후면 사라질, 화수동과 그 안의 사람들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일을 하고 있다.
기획의도
<서른 번째의 봄>은 기차길옆작은학교에서 1991년부터 이어져 온 정기공연의 과정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이다. 작은학교는 30년 동안 매년 공연을 준비하며 그해의 경험과 활동을 무대에 축적해 왔다. 이 공연 준비 과정을 통해 공동체가 어떻게 유지되고, 구성원들이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형성해왔는지 보여주려 한다. 오랜 시간 쌓아 온 이모삼촌들과 아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공동체를 지탱해왔는지 이야기 하고자 한다.
연출의도
기차길옆작은학교의 정기공연은 1991년부터 30년 동안 한 해도 빠짐없이 이어져 왔다. 아이들과 이모·삼촌들은 매년 공연을 준비하며 그해 작은학교에서의 이야기를 무대에 담아냈다. 이 다큐는 그렇게 차곡차곡 쌓여 온 시간과, 그 시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공동체의 의미를 기록하려 한다.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과 작은학교에서의 일상을 함께 지켜보며, 이곳을 버티게 해온 따뜻한 마음과 관계의 힘을 관객에게 전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