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주희 부성필 김성환 l 2025 l 다큐멘터리 l 104분 l 한국어 한국어자막해설
영화감독을 꿈꿔오던 주희는 백혈병에서 회복한 후 장애인생활자립센터에서 일한다. 그곳에서 만난 다큐 감독 성필과 와상장애인 철규, 세월호 유가족 인숙을 따라가며 장애인의 이동권, 세월호 진상 규명, 제주 4·3항쟁 등 이들이 마주한 세상을 만난다.
시놉시스
주희의 삶을 살아가게 하는 것은 무언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닌 자신 앞에 다가올 일들로부터 피하거나 도망치는 것 뿐이었다. 가정폭력과 백혈병. 주희의 삶에 다가온 문제들은 더 이상 피할 수 있는 없었다. 그러나 주희의 삶의 동기는 자신의 삶에서 풀지 못했던 의문스러운 불행에 대한 질문처럼, 사람들이 좀처럼 궁금해하지 않는 이야기들로 다시 시작되었다. 그 이야기의 주인공들인 와상장애인 철규, 세월호 유가족 인숙, 그리고 30대의 다큐멘터리 감독 성필. 철규는 와상장애인으로 탈시설과 제주도 여행을 했다. 이제는 마지막 버킷리스트, 번지점프에 도전한다. 성필, 첫 장편 영화 <철규> 이후 두 번째 영화인 와상장애인 철규의 번지점프 도전을 영화로 기획한다. 인숙, 10주기를 맞이한 세월호 참사. 책임자를 처벌할 공소시효는 모두 끝났다. 하지만 인숙에게는 아직 2019년에 밝혀진 아들 경빈의 구조지연 문제가 남아있다. 이 문제를 해결 한다면 세월호는 다시 이야기 될 수 있을 것이다. 주희는 삶에서 이 세 사람들을 만나면서 고립되었던 삶에 다시 연결고리를 찾기 시작한다. 불가능한 몸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다큐멘터리를 꼭 만들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그리고 포기할수 없는 불변의 마음에 대해.
Synopsis
Juhee’s life had always been about avoiding or running away from the things that came her way, not about making choices. Domestic violence and leukemia. The problems that approached Juhee’s life could no longer be avoided. However, the motivation for Juhee’s life began again with stories that people seldom wondered about, like a question about the mysterious misfortune she couldn’t solve in her own life. The protagonists of those stories were Cheolgyu, a person with a severe physical disability, Insuk, a Sewol ferry victim’s family member, and Seongpil, a documentary director in his 30s. Cheolgyu, a person with a severe physical disability, moved out of a facility and traveled to Jeju Island. Now, he is challenging his last bucket list item: bungee jumping. Seongpil plans a film about Cheolgyu’s bungee jump challenge, following his first feature film, . Insuk deals with the 10th anniversary of the Sewol ferry disaster. The statute of limitations to punish those responsible has passed. However, Insuk still has the issue of her son Gyeongbin’s delayed rescue, which was revealed in 2019. If this issue can be resolved, the Sewol ferry incident could be talked about again. By meeting these three people in her life, Juhee begins to find the connection again in her isolated life. About how an impossible body lives in the world, about the reason why a documentary must be made, and about the unchanging heart that cannot give up.
| 당신이 있어, |
주희에게
Dear Juhee
감독 : 장주희 부성필 김성환
제작연도 : 2025
장르 : 다큐멘터리
언어 : 한국어 한국어자막해설
상영시간 : 104분
상영일시 : 2025.12.6.(토) 오후 6:30
상영장소 : 영화공간 주안 3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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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시간
장주희 부성필 김성환 감독
전인숙 임경빈 어머니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과 함께
작품해설
학창 시절 영화감독을 꿈꾸었던 주희는 백혈병에서 회복한 후 장애인생활자립센터에서 일하게 된다. 거기서 그녀는 다큐 감독 성필과 와상장애인 철규, 그리고 세월호 유가족 인숙과 알게 된다. 이들이 만나고 서로의 삶을 알아감에 따라, 카메라도 인물들을 오가며 그들의 현재를 비추고, 여러 장의 그림은 서로 다른 시간, 다른 곳에서 각자 시작된 그들의 삶의 궤적을 재현한다.
이들은 세상과 불화하며 외로움과 고통의 시간을 겪기도 한다. 탈시설은 가족과 사회의 비난을 마주하고, 참사와 국가 폭력을 겪은 이들에게 역사는 여전히 계속되는 질문이며, 가정폭력에 대한 저항은 가족에게조차 이해받지 못한다. 그러나 이들은 좌절하지 않고 세상으로 나아가 자신의 삶의 길을 트고 다른 이들을 합류시키고 삶의 흐름을 만든다. 탈시설을 선택하는 동료가 하나씩 늘어간다. 가정폭력에 맞서려는 이가 상담 전화번호를 누른다. 한국과 타지에서 희생자를 기억하고 함께 참사 진상 규명을 노력하려는 손길이 보태진다. 이름 없는 아기들의 죽음을 슬퍼하고, 기억해야 할 이들의 무덤을 찾아 묘지를 돌보는 발길이 이어진다. 그렇게 세 사람의 삶을 만난 주희는 자신의 삶 또한 이해받을 수 있음을 느끼며, 좌절과 고립에서 나와 카메라를 다시 잡을 힘을 얻는다. 그리고 주희와 동료들의 카메라는 그렇게 이어진 삶들이 2024년 12월 광장에서 만나 더 큰 원을 그리는 모습을 담아낸다.
<주희에게>는 주희가 타인과 연결되어 삶의 여정의 주체가 된 자신에게 보내는 격려이자 또 다른 주희들에게 보내는 위로와 우정, 지지의 메시지다. 세상에 등 돌리고 웅크리고 있던 주희가 다른 이들과 연결되면서 세상을 향해 몸을 돌리고 카메라로 삶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었던 것처럼 이제 주희가 기꺼이 다른 주희들과 연결되기를 청한다.
나리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인권해설
고통 속에서, 두려움을 마주하며, 취약한 동료들과 다른 길을 내려면
길 위에서 서로의 흔적을 따라가는 이들이 있다. 다른 처지와 이야기에서 나를 만나고, 타인을 궁금해하며, 함께 변화를 외친다. 차별과 억압을 공유할 수 있는 사이, 연대하는 관계는 서로의 존재와 인권을 분명하게 해준다. 영화 <주희에게>에서 주희의 경험은 다양한 인물이 겪는 사회적 사건과 경험들로 겹쳐지고 덧대어진다. 그렇게 기대어 돌보고 갈등하며 살아가고 싸우다, 내가 겪은 사건이 또렷해지며, 모두의 사건이 되는 순간을 맞이한다.
장애인 자립생활센터, 백혈병 투병 후 주희가 장애인 미디어 교육을 하며 성필과 철규를 만난 공간이다. 장애를 치료와 재활로 극복하거나 시설에서 갇혀 살라는 사회의 명령에 맞서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고, 탈시설을 외치고, 평등한 일상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는 현장이다. 장애인이 장애인을? 아픈 사람이 아픈 사람을? 돕는다고? 편견을 비웃기라도 하듯 동료상담으로 장애 프라이드를 단단히 하고, 장애를 잘 아는 꼬인 몸으로 집과 시설에서 나오지 못한 동료를 조직한다. 지역사회에선 고립되지 않고 동료로 살아가고 싶다는 요구를 담은 피켓을 들고 권익옹호 활동도 한다. 장애로 살아온 경험이, 장애인과 살아갈 때 필요한 사회적 지식과 역량이라고 거리와 광장에서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는 정치적 투쟁을 펼친다. 그런 중증장애인과 다양한 소수자가 만나는 장소가 장애인 자립생활센터다. 주희는 이곳에서 독립에 대한 다른 감각을 경험하고, 가정폭력의 경험을 마주하며 독립을 다르게 이야기한다. 서로 잘 의존하는 것이 독립이다. 누구나 지역사회에서 의존하며 살기 위해, 누구나 집을 떠나서도 살아가기 위해, 시설은 없어져야 한다.
주희가 만난 중증와상 장애인 철규, 제주 4.3의 피해자인 큰 아버지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은 성필, 4.16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자 활동가인 인숙. 그들과 동행하며 만난 제주 4.3 사건, 옵티컬하이테크지회의 투쟁, 10.29 이태원 참사, 12.3 내란 광장의 투쟁… 언제나 승리하는 투쟁이 기다리진 않아도 구조적 차별과 폭력의 진실 속으로 뚜벅뚜벅 멈추지 않는 이들. 네가 알아서 할 개인의 문제라고 피해자와 인권을 줄 세우고 파편화시키는 사회에서 공사를 넘나들며 사회적 참사와 사건, 차별을 구성해 가는 이들. 이를 통해 피해자로 출발했지만, 피해자라는 정체성을 갱신해 가는 장면들. 약하고 힘없어 시작한 이들이, 취약한 사회적 위치에 문제제기하고, 취약함을 정치로 싸워 나간다. 장애를, 피해를, 독립을, 투쟁을 다르게 말하며 다른 길을 내어간다. 혐오와 차별이 판치는 시대에 약함은 공격의 대상이 되지만, 서로 기대어 싸우는 관계는 다른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약함과 피해의 경험은 상처와 고통을 마주하는 힘이 되기도 하고, 이미 알고 견뎌낸 이들은 고통의 주인으로서 분노하며 말하고 싸운다. 죽음과 삶을 넘나들면서 같은 경험을 했던 수많은 피해자들과 연루되며 “사는 날까진 힘들 것” 같지만 “우리보다 오래 싸우는 사람을 알게 됐기에” 당사자이며, 목격자이자 증언자가 ‘되어’간다. 소수자 혐오, 반페미니즘, 반동성애를 앞세워 극우와 공모하고 차별을 외면해 온 국가와 정치. 12. 3 내란 광장 이후에도 일상의 민주주의는 회복되지 않고, 사회적 차별과 혐오는 심화되고 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18년째 제정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어려운 처지의 동료에게 곧장 달려가 자리를 지키고 싸운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장애여성 인권운동가 앨리스 웡은 책 『미래에서 온 회고록』에서 “장애인과 그들을 돌보는 사람 모두 취약성과 회복력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삶의 질은 우리의 관계와 연결되어 있으며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대하느냐는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이 어떤 종류의 세상인지를 반영한다.”라고 말한다. “두려움을 느끼는 건 삶을 잘 살아보고 싶어서”라는 주희의 말처럼 자신의 차별과 고통 속에서 타인을 보고, 타인의 고통 속에서 자신을 보는 힘. 다르게 볼 수 있게 만드는 힘, 어쩌면 함께 이기는 경험만큼 강한 힘은 실패하면서 함께 약해지는 경험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취약한 이들이 도전하고 실패한 연대와 돌봄이 다른 길을 낼지 모른다. 머뭇거리지만 멈춰있지 않을 사람들이 모이고 함께 만든 곳이 광장이며 이곳에서 우리는 비정규직 노동자, 장애인, 참사 피해자, 여성, 청소년, 성소수자, 이주민, 난민 등 수많은 주희들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주희가 되기 위해서 싸우는 것이다. 올해 30주년을 맞은 인천인권영화제의 슬로건처럼 “당신이 있어 흐르는 시간”들이다.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서로 의존하고 돌보는 정치와 실천을 장애여성 동료들과 도전하는 중입니다. 이 경험들을 연극과 영화로 풀어가기도 합니다.

감독
장주희 Jang Ju-hee
영화를 전공했다. 단편 극영화 <장애인, 미디어, 교육>(2022)을 연출하여 미디어창작콘테스트 시민영상콘텐츠 공모전 대상, 가치봄영화제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서울장애인인권영화의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다.

감독
부성필 Bu Seong-pil
목포신항 세월호 선체 기록단으로 활동했다. 장편 다큐멘터리 <철규>(2019)와 뉴스파타 다큐멘터리 플랫폼인 『목격자들』에서 <우리가 사랑하는 숲>(2019)을 촬영하고 연출했다.

감독
김성환 Kim Seong-hwan
장편 다큐멘터리 <동강은 흐른다>(1999)로 서울국제다큐영상제 대상을 수상한 후 <김종태의 꿈>(2002), 서울환경영화제 대상작인 <우리산이야>(2003) 등을 연출했다. 극영화 연출작 <오늘 출가합니다>(2023)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울주산악영화제 등에 초청되었고 <비밀의 화원>(2024)으로 서울국제환경영화제 국내경선 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기획의도
‘영화는 나를 다시 살게 했다.’, ‘영화로 연결된 삶들’
대학에서 실패로 끝났던 수많은 단편영화 경험들, 아빠의 가정폭력. 그리고 25살에 받은 ‘혈액암 판정’. 나(주희)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수 없게 된 상태로 아버지의 집으로 다시 돌아가야만 하는 이 상황을 견딜수가 없었다. 죽음은 가까스로 면했지만 나는 다시 살아갈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러나 우연히 공동체상영에서 본 다큐멘터리로 나는 외부와 이어질 작은 연결고리를 발견 할수 있었다. 세상에서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삶에 스스로 의미를 찾아가던 영화 속 와상장애인의 미소. 영화는 자본주의와 가부장제 사회가 외면한 목소리를 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과 나는 알 수 없는 어떤 ‘아픔’으로 언결되어 있는 듯 했다. 나는 영화 밖에서 그들과 친구가 되었고, 그들이 다큐멘터리를 함께 하게 된 계기들이 그들의 삶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립을 위해, 혹은 정체성을 찾기 위해, 떠난 이와의 약속을 위해서. 영화는 특권의 예술도 능력도 아닌 삶의 일부였고, 타인과의 연결이었다. 이 연결은 내게 새로운 힘을 주기 시작했다. 고통 속에 혼자 방치되어 있던 내가, 그들의 투쟁과 목소리를 통해 점차 세상을 다시 바라볼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이 만남들은 우리 사회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개인의 인권과 행복, 그리고 생명의 존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었다. 그들의 투쟁은 단지 사건의 진상 규명과 해결을 넘어, 우리 사회에서 실종 되고 있는 생명의 가치, 그리고 진정한 민주주의란 무엇인지 — 시민의 의미와 책임을 새롭게 묻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질문하기 시작했다. 나 자신에게, 그리고 세상의 모든 주희들에게. 우리는 진정한 민주주의 속에서 자신의 생명과 존엄을 찾을 수 있는가? 우리의 고통은 사회적 모순과 무관한가? 그리고 우리는 어디에서 희망을 찾을 것인가?
연출의도
나는 이 영화가 상실과 고립 속에서 헤매던 나에게 삶을 새롭게 바라보게 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를 바란다. 세상의 속도에 맞출 수 없는 철규, 해결되지 않은 과거를 현재로 살아가는 인숙, 그리고 그들과의 만남으로 다큐멘터리 감독의 길을 걷게 된 성필의 이야기는 암 투병과 가정폭력 피해의 경험 속에서 고립되었던 내가,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삶의 주체로서 나 자신을 살아가게 된 그 동기들은 이제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되었다. 감독으로서, 나는 오랜 상처와 고통이 내 삶을 방관자로 만들어 왔음을 고백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를 써 내려가며 스스로를 다시 발견하려 한다. 고립된 한 사람이 스스로 삶의 주체가 되어 타인과 연결을 만들어가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을 영화라는 창작을 통해 표현해 나가는 작업은 내 삶을 새롭게 창조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이 영화는 내 고통과 상처 속에서 만난 이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내가 발견한 생명의 가치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이 주는 깊은 의미를 전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 세상의 모든 주희들에게 — 고립과 상처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거창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 영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진실된 위로와 새로운 용기를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