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회 인천인권영화제 데일리 스케치 Day 4 : 네 번째 날 대화의 시간들

<소리의 소리> 대화의 시간

<소리의 소리> 상영 후, 한소리 감독과 함께 한 대화의 시간은 영화가 담고 있던 감정의 결을 한층 더 깊게 느낄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감독은 할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며, 그동안 엄마에게 무심코 내뱉었던 상처 되는 말들을 떠올리게 되었고, 언젠가 엄마에게 꼭 사과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이 영화가 시작되었다고 들려주었습니다.

한글 제목은 <소리의 소리>, 영문 제목은 인 이유를 묻는 말에, 감독은 ‘엄마에게 느끼는 미안함’과 동시에 ‘소리(본인)와 길혜(엄마) 서로가 서로에게 느끼는 미안함’이 함께 담긴 제목 같다고 답했습니다. 관객들은 오픈채팅방에서 “그렇다면 길혜의 입장에서라면 어떤 제목을 붙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이어가며 재치 있는 제목들을 남겨 주셨습니다.

관객 중 한 명은 영화 속에서 각자가 자신의 시간을 통해 조금씩 성장하고 독립해 가는 과정이 보인다며, 엄마는 씩씩하게 독립된 삶을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다고 질문을 건넸습니다. 이에 감독은 그동안 엄마를 위해 영화를 만든다고 생각했던 시간이 사실은 자신을 위한 시간이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고 고백하며, 과연 자신은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있을지 생각하며 드는 여러 감정에 대한 소회를 전했습니다.

또한 알기 쉬운 예고편, 음성해설, 수어통역, 한글자막이 담긴 베리어프리 버전으로 영화를 함께 보며, 다양한 사람들이 한 편의 영화를 함께 보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고민과 준비가 필요한지를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청각장애가 있는 엄마와의 관계 속에서 느꼈던 소통의 어려움, 자신의 위치성에 대한 고민과 반성이 영화 속 질문으로 이어지고, 그 질문이 베리어프리 형식을 통해 풍성해져 영화를 보는 관객들과 나눌 수 있는 경험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영화 <소리의 소리>는 ‘대신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몫소리를 돌려주는 것’이 무엇인지 천천히 체감하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당사자의 삶의 맥락 속에서 그 사람의 고유성을 인정하고, 그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말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주고 함께 기다리는 것임을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작품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소리의 소리 ]
https://inhuriff.org/8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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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가족> 대화의 시간

공동체, 공동육아가 중심이지만 우리가 아는 것과는 어딘가 다른 이야기가 담겨있는 <침몰가족> 상영 후 가족구성권연구소의 타리, 나기와 함께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침몰가족’은 성공을 목표로 하지 않는, 실패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공동체를 꾸려간 사람들입니다. 남의 아이를 돌볼 때 생기는 ‘잘못되면 어떡하나’라는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침몰가족은 그 결과를 한 사람에게 귀속시키는 방식을 택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나기 활동가는 “모든 육아는 실험”이라는 문장을 이야기하며 결과의 책임을 독점하지 않을 때 돌봄의 가능성이 열린다고 말했습니다. 쓰치와 메구가 침몰가족의 경험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그것만이 나를 만든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그 결과물에 대해 너무 부담을 가지지 않는 것이 모든 양육자에게 필요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엄마’라는 이름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공동체, 서로가 서로의 부담을 완전히 떠맡지 않으면서도 함께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관계, 전통적인 돌봄 관계의 재구성이 침몰가족이 보여준 새로운 공동체의 가능성이었습니다. 관객 질문으로 이러한 돌봄 공동체의 가능성이 한국에도 열릴 수 있을지, 관련한 활동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는데요, 타리 활동가가 가족구성연구소의 활동과 함께 커먼즈, 커머닝, 상호부조 등 다양한 관계맺음 방법을 소개하고, 한 가지의 법으로는 이러한 다양한 관계를 지지하고 지원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상가족을 대체하는 건 어떤 관계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우리가 관계를 맺을건지에 대한 상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나기 활동가가 한국에서는 대안적인 돌봄조차도 가족적으로 상상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며 늙어 죽을 때까지 나를 책임지고 절대 헤어지지 않는 상대를 찾는 것은 가족도 감당이 어려운 돌봄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변하는 타인 사이에 나를 맡길 수 있는 돌봄, 제도적 돌봄까지 거부하지 않고 고립되지 않는 돌봄이어야 한다는 말을 전해주었습니다.

침몰가족은 우연히 만났고, 이유없이 만났고, 그리고 헤어질 수 있었습니다. 나기 활동가의 꼭 육아라는 방식이 아니더라도 사람 간의 거리를 살피고, 온도를 살피고, 어느정도 유지를 할 것인지를 계속해서 고민하다 보면 침몰가족과 같은 어떤 다른 방식의 돌봄 실천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제안과 함께 대화의 시간을 마무리했습니다.

<침몰가족>
https://inhuriff.org/8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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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교실> 대화의 시간

전국기능대회를 앞둔 부산공고 학생들의 이야기 <나의 교실> 상영 후, 김정근 감독과 태안화력발전소의 비정규직 노동자인 김영훈 한전KPS비정규직지회 지회장과 함께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김정근 감독은 학생들의 희망찬 모습만이 아닌 졸업 후에 대한 우려와 밝지만은 않은 현실에 대해 담은 영화가 학교의 100주년 기념영상으로 선정된 점이 흥미로웠다는 질문에 한국사회의 구조가 아이들을 받아주지 못하는 그런 현실이 지금 특성화고가 가지고 있는 문제지이지 않냐는 문제의식에 공감이 있었다고 답하며 영화의 제작기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감독은 대화의 시간을 준비하면서 김영훈 지회장에게 예전에 비해 이직도 쉽고 여러 형태로 직장의 무게감이 예전 같지 않은데 왜 계속 발전소 현장에 남아있는지 물었을 때, 김영훈 지회장은 지역에 연고가 있어 서로 잘 알고, 또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의리 같은 것들이 뿌듯함, 자부심을 준다는 답을 들었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노동으로 재화를 얻는 행위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결국에는 이런 지점들, 자아실현이나 자기가 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큰데, 한국사회가 그런 부분을 너무 가벼이 여긴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점점 더 노동 환경이 열악해지며 더 아래로 가는 거 아닌가 한다는 생각도 나눠주었습니다.

김영훈님은 영화를 보고 자신의 과거 이야기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특성화고를 나오지는 않았지만 인문고를 나와 전문대학에서 공부했는데, 그 과정들이 공고랑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결국에는 취업이 대학의 성과로 이어지는 과정과 내가 배운 것을 잘 활용하지 못하게 되는 회사에 가게 되는 점들이 닮아있었고, 특히 신경 쓰였던 부분이 있는데, 영화에 보면 상을 받았다는 현수막이 걸린 장면이 있는데, 무슨 상을 받았다, 어떤 대기업에 취업했다 이런 현수막을 보는 학생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전기과를 전공했지만 첫 직장에서는 전기와 전혀 무관한 생산라인에 투입이 되었고, 노동환경도 열악하고 고되었습니다. 그래서 전기 분야의 꽃봉오리와 같은 발전소로 이직하게 되면서 전기를 잘 배웠다고 생각했고, 하청업체라도 차근차근 일을 배우면서 정규직을 꿈꿨습니다. 김영훈님을 비롯해서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꺼졌던 불빛이 다시 되돌아왔을 때나 자신이 수리를 하고 나서 모든 설비가 돌아가는 것을 딱 봤을 때 “내가 정말 일을 잘했구나”하는 자부심이 든다는 이야기도 전했습니다. 그러나 하청업체의 현실은 이전의 직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매년 재계약을 해야 하는 등의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졌다고 말했습니다.
또 탄소배출 감축 문제로 발전소가 폐쇄되어 직장이 사라지게 되는 문제가 가까이 와 있는데, 이 때문에 김영훈님과 동료들은 부업이라도 뛰어야 되나 하는 고민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그래서 영상편집 같은 거라도 배워 놓으면 쓸데가 있을까 싶어 배워보기도 했다는 김영훈님의 말에 김정근 감독은 투쟁 브이로그나 투쟁숏츠를 만들자는 제안을 하며 웃음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김영훈님은 자신은 투쟁을 하고 있지만, 영화 속의 학생들은 그럴 일 없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더 좋은 삶을 꿈꾸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이야기 했고, 김정근 감독은 공장 노동자였던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하며 너무 많이 일하며 적게 버는 현실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짚고, 이후 계획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2018년부터 6년 정도 찍어온 공고생 이야기가 내년쯤 완성이 될 예정이라고 하여 내년에도 다시 한 번 인천인권영화제에서 함께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관객들과도 좋은 일자리, 노동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대화의 시간 마무리했습니다.

<나의 교실>
https://inhuriff.org/8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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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을 위한 영상 자유를 향한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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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2.화~1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