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인천인권영화제 이을상영회 9월 상영작 [정뱅이] 관객 후기

🥕인인영 이을상영회 9월 상영작 <정뱅이> 관객후기

9월 이을상영회에서는 <정뱅이>를 함께보며 기후위기 속의 위태로운 삶과 기후재난으로 무너진 삶을 다시 정의롭게 세우는 가능성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기후위기 인천비상행동의 운영위원 이충현님의 후기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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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이을상영회로 영화 <정뱅이>를 보게 되었습니다. 영화 상영에 대한 공동주최 제안을 받았을 때 마침 네팔 홍수에 대한 뉴스가 한창이던 시절이라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하며 상영일을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보게 된 영화는 2024년 7월 마을 옆을 흐르던 하천의 제방이 무너지며 재해를 입은 대전의 한 마을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그날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 주민들의 인터뷰로 시작되는 영화는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고 느껴졌습니다.

순식간에 물이 차올라 긴박하게 대피해야 하는 순간에도 누구보다 도움이 되었던 것은 출동한 구조대원들과 함께 움직인 마을 사람들이었습니다. 어느 집에 누가 사는지, 물에 잠겨 보이지 않는 문이 어디 있는지 알고 구조에 동참한 마을 사람들. 행정에서 등록된 가구 수만큼 지원 물자가 나왔을 때 실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다시 나눈 것도, 재난 이후 무너진 삶을 다시 일으켜 세워간 것도 결국 마을 사람들이었습니다.

영화는 재난 이후 오히려 공동체성이 회복되어 가는 마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2주 동안 같은 반찬에 같은 밥을 먹게 된 사람들을 위해 공동체 급식을 시작하고 이어가는 마음처럼 말입니다. 물론 재난이 상처가 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영화 곳곳에서 슬픔의 잔향이 느껴지기도 하고, 재난이 남기고 간 현실적인 문제들도 나옵니다. 재난은 트라우마로 남기도 하고, 오랜 시간 쌓아온 기억과 생활의 일부를 앗아가는 일로 남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에 회복과 치유를 위한 마을잔치가 열리는 것처럼 사람들은 재난 앞에 계속 무너져 있지만은 않습니다. 상처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함께 기억하고 이야기하고 서로의 곁을 지키며 다시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정뱅이 마을 안에서 그치지 않고 산불 피해 지역과 같은 다른 재난 현장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자신들이 받았던 도움을 다시 다른 누군가에게 건네는 모습이 인상 깊게 남았습니다.

영화가 끝나며 기후재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봅니다. 기후위기는 심각해지고 있고 폭우와 산불 같은 기후재난도 점점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다른 지역의 재난을 뉴스로 바라보고 있지만 우리 역시 언제든 당사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재난에 대비한다는 것은 시설과 제도를 준비하는 것뿐 아니라, 재난이 닥쳤을 때 서로를 살피고 함께 버틸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두는 일이기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뱅이>를 보고 나니 기후재난 시대에 필요한 것은 결국 서로의 존재를 알고, 필요할 때 손을 내밀 수 있는 관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난이 닥친 뒤에야 이웃을 찾는 것이 아니라 평소부터 서로의 이웃이 되어 있는 것. 그것도 우리가 기후재난을 준비하는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기후위기 인천비상행동 이충현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