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인권영화제 반성폭력규약의 해제



해제의 목적

반성폭력 규약의 해제는  규약을 실제로 적용하는 데 있어서 자의적인 해석을 제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규약의 조항들은 성폭력 사건에 적용하기에 용이하도록 최대한 간결하게 규정되었다. 이로 인해  해당 조항의 본래 취지에 어긋나는 자의적 해석으로 본 규약의 의미를 왜곡하거나 조항을 오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본 규약의 제정 취지와 각 조항별 의미를 보다 명확하고 상세하게 해설하는 해제를 함께 제정함으로써 왜곡과 오용을 막고자 한다. 따라서 규약의 적용 시 해석상의 이견으로 논쟁이 발생할 경우 해제의 관련 조항 해석을 우선 기준으로 삼는다.


제1조 성폭력의 정의에 대한 해제

[성폭력과 해결의 장이자 주체로서의 공동체] 인천인권영화제는 영화제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을 피해자와 가해자의 문제에서 나아가  공동체의 문제로 다루고자 한다. 성폭력은 공동체 성원들의 관계와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규범의 취약성이 드러나는 사건이다. 이 사회에서 성(sex, gender, sexuality)은 위계화되어 있다. 성폭력은 모든 성적 관계에서 일어나는 폭력이다.

인천인권영화제라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성폭력 사건은 인천인권영화제에 위와 같은 위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인천인권영화제는 사건 해결의 주체로서 피해자의 권리와 가해자의 의무가 이행될 수 있도록 지원함과 동시에 활동가들의 삶과 활동의 장으로서 인천인권영화제의 성평등 문화를 점검하고 개선할 의무 또한 지닌다.

성폭력은 피해자에게 물리적 혹은 정신적이거나 환경적 피해를 준다.. 이는 피해자를 위축시켜 피해자가 자신의 삶에 대한 역량을 펼치기 어렵게 한다. . 성폭력은 피해자가 사건 이전에 유지해오던 활동과 관계 등을 위축시킴으로써 피해자 스스로 꾸려오던 일상과 활동 전반을 흔들며 불안정하게 만든다. 

본 규약이 다루려는 성폭력은 인천인권영화제라는 특정한 공간과 관계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인천인권영화제는 피해자에게 자유롭지도 평등하지도 않은 공간, 안전하지 않은 환경이 된다. 성폭력 사건 이후 인천인권영화제는  피해자가 동등한 구성원으로 활동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바뀌는 것이다.

성폭력은 어느 날 갑자기 또는 우연히 발생하지 않는다. 낮은 단계의 행위에서 시작되어 그 정도를 높여가는 가운데 발생한다. 이렇게 공동체에 성폭력 문화가 짙어지는 과정을 감각하지 못하거나 방치할 때, 성폭력 사건은 반드시 발생한다. 

따라서 성폭력의 발생 이전에 성폭력 예방을 위해 공동체 내 성평등 문화를 점검하고 개선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영화제의 구성원들이 공동체에서 일어나는 낮은 단계의 성차별적 발화와 행위에 대해 어떠한 문제 의식과 태도를 가지는지가 중요하다. 이렇게 성폭력은 개인 범죄의 문제일 뿐만이 아니라 사회문화의 문제이다. 이는 성평등 규약과 같은 공동체의 연성규범(soft law)을 통해 점검할 수 있다. 연성규범이란 법적 절차와 구속력 없이도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규정하며 공유하는, 일정한 간접적 효력을 지닌 규범을 말한다.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연성 규범이 형성되었을 경우, 문제 상황에 대해 누구나 개입하고 문제제기할 수 있게 된다. 구성원들이 성평등한 문화를 공유한다면, 성폭력 사건을 미연에 방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제2조 규약의 적용 범위에 대한 해제

규약은 인천인권영화제활동가와 외부 단체에 소속되었을지라도 인천인권영화제에서 진행되는 상영회 및 행사 단위에도 적용한다. 행사 기간에 진행 및 참여자로 인해 발생한 성폭력 사건은 인천인권영화제의 반성폭력 규약에 의거하여 해결한다. 단, 1회성 상영회 및 행사의 경우 사건의 맥락과 경중을 고려하여 개입할 수 있다.


제3조 성평등 위원회의 구성과 역할에 대한 해제

위원회는 인천인권영화제가 지향하는 성평등 문화를 조성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인천인권영화제 내부의 연성규범을 점검하고, 개입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위원회는 조직 내의 성평등 문화를 만들고 유지시킬 수 있는 학습이나 행사를 제안할 수 있다.


제4조 사건의 신고에 대한 해제

[사건 접수 방식과 접수창구의 운영] 성폭력 사건의 최초 접수는 인천인권영화제 집행위원회 진행주체와 성평등위원회 진행주체가 받는다. 위원회는 성폭력 사건 접수를 위하여 언제나 열려있는 접수창구를 운영한다. 신고 방법은 위원회 메일이나 활동가를 통해 접수 한다. 접수창구에 해당하는 이메일 계정의 관리는 인천인권영화제 집행위원회 진행주체와 성평등위원회 진행주체가 공동으로 관리한다. 성폭력 사건 접수창구는 인천인권영화제의 모든 구성원들이 알 수 있도록, 홈페이지와 인천인권영화제 공간에 게시한다. 

[접수절차] 성폭력 사건의 제3자 또는 목격자의 경우 피해자와 협의하여 사건을 인천인권영화제에에 접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제3자 혹은 목격자가 피해당사자의 동의 없이 사건을 접수한 경우, 사건을 접수받은 사람은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 사건을 접수할 수 있도록 신고자에게 접수 절차를 이해시킨다. 
인천인권영화제 집행위원회 진행주체와 성평등위원회 진행주체가 아닌 제3자에게 사건이 접수된 경우, 최초 접수를 받은 사람은 인천인권영화제 집행위원회 진행주체 혹은 성평등위원회 진행주체에게 신고 받은 사실을 공유해야 한다. 이에 대해 집행위원회 진행주체는 사건을 전달받은 즉시 사건의 성격을 파악하여 대책위를 조직해야 한다. 인천인권영화제 집행위원회 진행주체와 성평등위원회 진행주체는 신고 사실에 대해 비밀을 유지한다. 


제6조 피해자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해제

[피해자 관점의 의의와 피해자의 의무] 대책위는 피해자의 관점에서 사건을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성폭력 문제 해결과정에서의 피해자 관점은 피해자의 침해받은 권리를 가장 먼저 고려하며 피해와 가해의 서사에서 권력관계와 폭력으로 이어지는 맥락을 해석하기 위해서다. 피해자의 완전무결함을 전제로 하거나 피해자의 취약성과 피해로 인한 고통을 크기만을 강조하며 기준으로 삼는 것을 지양한다. 피해자는 사건 해결 과정에서 권리를 가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의무를 가진다. 이는 피해자가 사건 해석의 권리만을 가진 자로 취급되어 사건 해결 과정에서 소외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며 사건에 대한 요구안을 제시하는 등의 해결의지를 갖도록 하기 위함이다. 동시에 사건 해결 결과를 피해자에게 전가하지 않고 공동의 몫으로 자리매김 하기위해서다. 

반성폭력 규약에서 기대하는 피해자의 의무는 성폭력 사건의 공동체적 해결을 위한 노력이다. 피해자가 사건을 인천인권영화제에 신고한 후 대책위가 만들어지는 경우, 성폭력 사건은 단순히 개인 사이의 사적인 문제일 뿐만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문제가 된다. 피해자는 가해자에 대한 조치와 대책위의 구성 등에 자신의 견해를 제시할 권리와 함께 사건의 발생·조사·해결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임함으로써 자신의 의무를 다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스스로 능동적인 해결자가 되어 자신의 침해받은 권리를 회복할 역량을 가진다. 

공동체적 해결은 피해자의 보편적인 권리 그리고 역량과 고유한 맥락을 존중하고, 개인 사이에 발생한 문제 뿐만 아니라 폭력이 가능했던 관계와 공동체의 구조를 공동으로 해석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해결과정은 피해자의 적극성을 담보한다. 피해자는 성폭력 사건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갈 수는 없더라도,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의 역량과 사회변화의 가능성을 확인해가며 사건 이후의 삶을 새롭게 구상할 수 있을 것이다.


제8조 성폭력사건대책위원회의 독립성에 대한 해제

대책위에서 조사 기간에 작성한 사실 조사 보고서는 사건 해결의 과정에서 첫 번째 참고자료로서의 위상을 가진다. 대책위의 활동은 피해자와의 긴밀한 논의와 협상 속에서 진행되는 것을 전제하기 때문에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가해자에 대한 징계 수위를 정하는 데에 있어서 독점적인 해석권을 가진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인천인권영화제의 집행위원회와 성평등위원회는 대책위에서 제시하는 사건의 공개 수위, 사건에 대한 보상과 가해자에 대한 징계 수위 등을 신뢰하며 존중 해야 한다.


제12조 사건의 공개에 대한 해제

[사건 공개의 의의와 목적] 사건을 공개하는 것은 사건 해결을 위한 조치로서, 가해자에 대한 징계가 목적의  우선이 아니다. 사건의 조사 과정 및 해결 과정에서 생겨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피드백이 필요할 때, 피해자는 대책위와의 논의를 통해 사건의 일부분을 공개할 수 있다. 가해자가 사건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갖지 않고 회피하거나 사건의 장으로부터 이탈하려는 움직임을 인지했을 때, 사건을 공개하는 방법을 통해 가해자를 사건해결과정에 임하도록 강제하는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 이처럼 가해자의 실명을 공개한다거나 사건의 경위와 해결과정 등을 공개하는 사건의 공개는 그 이유에 따라서 징계적인 성격과 무관할 수 있다.

[공개 대상의 범위] 가해자가 사건의 해결 과정을 회피하거나 징계안에 대하여 안일하게 응하는 경우, 대책위는 현재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 가해자가 소속된 다른 단체에 알릴 수 있다. 이는 공식적인 징계안의 실현이라기보다는 가해자가 사건 해결과정으로 돌아와 자신의 의무를 다하게 하기 위한 선택일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피해자가 제시하는 징계안 중에 가해자가 활동하는 외부 단체에 성폭력 사건을 고지하는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

사건이 일부분 공개되었다고 해서 사건이 해결되었다거나 더 이상 해결할 수 없다고 섣불리 해석해서는 안 된다. 사건의 해결은 오로지 대책위와 피해자가 공감하는 가운데에서만 온전히 이뤄질 수 있다.


제15조 2차 가해와 2차 피해에 대한 해제

2차 피해는 성폭력 사건의 해결 과정에서 성별 차별, 잘못된 성 통념으로 인해 피해자가 받는 부당함을 총칭한다. 2차 피해를 일으키는 2차 가해는, 피해자에게 가중된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성폭력 사건을 공동체의 문제로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떨어뜨린다. 2차 가해는 가해자를 옹호하는 발언, 피해자를 비난하는 행위, 사건의 축소·은폐·왜곡을 종용하거나  압박하는 행위 등을 포함한다. 이러한 행위들은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잘못된 성 통념과 성폭력 사건을 공동체와 자신의 자긍심과 신뢰의 훼손으로만 여기는 자기부정 등에서 비롯된다. 이를 바로잡는다는 의미에서 2차 가해는 대책위의 적극적인 조치의 대상이 된다.

대책위는 공개적인 장소 혹은 발언에 의한 2차 가해뿐만 아니라 사적인 자리나 대화에서 일어난 2차 가해라 할지라도, 대책위가 2차 가해를 인지하고 2차 피해의 심각성이 공유되었을 경우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제16조 활동가의 의무에 대한 해제

모든 활동가는 위원회, 대책위 등의 역할이 주어졌을 때, 활동에 책임감을 가지고 임한다. 성폭력 사건이 공개된 경우, 해당 사건에 대한 문의가 있을 시 정확한 사건 내용이 공유되도록 노력한다.

모든 활동가는 인천인권영화제에서 발생한 성폭력사건에 대하여 활동가 이외의 인물로부터 또는 인천인권영화제 바깥의 단체로부터 사건에 대하여 질문을 받았을 때, 사건에 대한 축소·왜곡·은폐·부인을 해서는 안 된다. 이는 피해자에게 부당한 상황과 사건을 가져올 수 있으며 다시금 피해를 줄 수 있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활동가는 공개된 사건에 대하여 공유해야 하며 전 과정과 사건의 경위를 숙지할 의무가 있다.



안전한 공간과 평등한 관계는 위험과 폭력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완벽한 상태가 아니다. 우리의 관계는 언제든지 실패할 수 있다. 모든 구성원은 저마다의 고유성과 차이로 부터 취약성을 지닌다는 점과 이에 따라서 서로 의존하고 돌보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떤 권력관계가 불평등과 폭력을 가능하게 만들면서 위와 같은 보편성을 깨뜨리고 있는 지에 주목해야 한다. 안전과 평등은 법과 제도와 현실의 간극 그리고 사회규범과 사회문화의 사이를 잇는 데서 출발하며 평등한 관계의 실패로부터 재구성할 수 있다. 이를 실현하는 우리의 역량과 조건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을  때, 안전과 평등은 사회구성원의 삶에 자리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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