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 The Shoote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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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
The Shooters

감독 : 양지훈
제작연도 : 2022
장르 : 다큐멘터리
언어 : 한국어, 한국어자막, 자막해설
상영시간 : 31분

상영일시 : 2023.11.19(일) 오후 3:40
상영장소 : 영화공간주안 4관

기획의도

피해자임을 증명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육하원칙에 의거한 상황 설명이었다. 그 기준을 마련한 쪽은 “피해자라면” 이 정도의 설명은 가능하리라 생각했던 것일까? 혼란한 시절을  진짜 살았던, 살아남았던 이들은 자신의 위치가 어디쯤이었는지 설명할 수 없어 입을 닫았다. 우리 사회가 피해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우리는 이 사건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왜 기록하려고 하는가? 

대화의 시간 기록 

양지훈 감독

희우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진영 한국농인LGBT+(수어통역)

박세희 AUD사회적협동조합(문자통역)

희우

네, 안녕하세요? 영화 <포수>를 함께 보셨습니다. 전 사회를 맡은 인천인권영화제 희우 활동가입니다. 이 <포수>를 만드신 양지훈 감독님과 대화의 시간을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자리에 앉으실까요? 오늘 이 자리 문자통역은 에이유디 사회적협동조합의 박세희 님, 그리고 수어통역은 한국농인 LGBT+의 진영 님이 함께 하고 계십니다. 먼저 감독님, 소개 먼저 간단하게 해주실까요?

양지훈

안녕하세요? 주말에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포수> 만든 양지훈입니다.

(박수)

　

희우

네, 이게 사실 저도 이 영화가 보면서 여러 번 곱씹게 되는 영화였어요. 처음에 ‘어, 지금 영화가 끝난건가?’하고 생각하기도 하고 충격이었다가, 괴로웠다가 저도 모르게 감독님, 카메라를 보고 있는 감독님의 눈을 피하게 되었던 영화인데요. 그리고 찍고 계시는 분이 사실 가장 가까운 할아버지라는 존재이신 거잖아요? 저에게도 있는 존재이고요. 그래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제가 먼저 감독님께 질문을 드리겠지만, 영화 함께 봐주신 관객분들께서도 오픈채팅방 통해서 소감이나 질문 같은 걸 남겨 주실 수 있으세요.

그래서 언제든 올려 주시면, 제가 전달해 드릴 테니까 자유롭게 올려 주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제가 먼저 준비한 질문을 던져 볼게요. 전 감독님이 이 영화를 어떻게 찍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할아버지를 촬영하러 가셨을 때 감독님께서 담으려고 했던 게 처음에 어떤 기획인지, 어떤 계획으로 가셨는지 먼저 답변해 주세요.

　

양지훈 감독

이건 작년에 찍은 건데, 사실 이걸 만들기 전에 2019년에 그때 기사를 발견하게 되었어요. 할아버지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기사에서 대상으로서 존재하는 그 상황을 마주했어요. 그리고 기사 속에 언급하신 어떤 장소들이 있어요. 도주 경로라고 할까요? 거기들을 걸으면서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었는데요. 그때도 다큐멘터리 사진에 대한 반감이 좀 있었거든요? 항상 등장하는 것들이, 우리가 떠오르는 것들이 있잖아요? 다큐멘터리 사진은 처참한 것들이라거나 그런 것들이.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다큐멘터리 사진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사진을 찍다보니… 매년 기사들도 쏟아지고 있고 아니면 4.3 다큐멘터리나 재현물들이 있는데 거기에서 등장하는 코드들이 있더라고요. 이를테면 감귤나무라거나, 제주어를 사용하는 누구의, 원주민이라고 표현할게요. 그 사람들이나, 되게 타자화하는 코드들.

한라산이 우리나라 아닌 것처럼 만들어 버리는 인서트들이 있고, 그러면 이건 아무튼 제주를 타자화하는 방식이 영화에 묻어 있는 건데 이게 사실 4.3 학살이 가능했던 이유 중의 하나라고 들었거든요. 저 사람은 우리와 다른 민족이니까 가능했던 일인데 재현에서도 똑같이 이뤄지고 있으니까 문제의식을 느꼈고 그걸 만들어 봐야 되겠다고 생각해 이걸 만들게 되었습니다.

　

희우

그러면 다른 재현물들과는 어떤 좀 차별화된 걸 담고 싶어서 할아버지를 찾아가게 되신 거라고 볼 수가 있겠네요?

　

양지훈 감독

차별화라기보다는 미러링이라고 할까요? 메타 형식으로 비아냥대고 싶은 느낌이 있었어요. 일단 이걸 만들면서 유념했던 게 형식이랑 내용인데 형식은 제가 카메라를 들고 쇼잉하는 방식이고요. 내용은 지금까지의 4.3 증언이 아니라 미끄러지는, 소고기랑 말고기 중에서 말고기가 건강하다고 하거나, 제가 할아버지의 말을 끝낸다거나, 관객들은 처참한 증언을 하길 원하는데 그걸 계속해서 무너뜨려 줘야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허무하게, 재밌는 방식으로 가져가다가 할아버지가 토벌대라고 하는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꺼내는 장면이 생겼는데 처음에는 그걸 내가 이걸 까도 되나? 생각을 했어요. 아무튼 그 사람을 이렇게 만드는 게 윤리적으로 ‘내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해서 ‘이걸 어떻게 해야 되나’ 생각을 하다가 이 생각마저도 저도 할아버지에게 피해자성을 강요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4.3이라는 게 우리나라에 역사에 이름을 붙일 때 흔히 하는 방식, 그러니까 4월 3일, 이런 것 때문에 7년 동안이나 있었다고 생각을 못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7년 동안 역할극마냥, 할아버지 증언에서도 나오지만 사람을 죽이지 않은 토벌대도 있고 자원해서도 가고 토벌대에서는 피난하던 사람들을 구해서 또 토벌대에 넣기도 하고, 이런 역할극들. 또 결국에는 살아남기 위한 도주죠, 그것도. 어느 곳에 몸을 담는 것도. 그 경로도 아무튼 본인의 역할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그렇게 넣게 되었고, 그래서 계획이 바뀌었다거나 그러진 않았어요. 아무튼 ‘없었던 말’들이 저한테 필요했던 건데, 지금은 그 말이 너무 커져서 그게 많이 주목이 되고 있는 거라서 좀 그렇긴 하지만 아무튼 계획이 바뀌었다거나 그러진 않았습니다.

　

희우

할아버지의 고백과는 별개로 어쨌든 감독님이 담고 싶었던 피해자성을 전복하는 재현의 결과물을 계속 만들어 왔다, 이렇게 얘기를 해주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김일란 감독이 쓴 인권해설을 지금 자료집에서도 보실 수 있고, 저희 영화제 홈페이지에서도 보실 수 있는데요. 감독님이 이 영화 여러 곳에 숨겨 놓은 장치에 대한 해설을 적어주셨거든요. 이걸 보시면 할아버지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먹으면서 말을 하는 행위를 같이 하고, 또 붉은 생고기를 먹으면서 살육에 대한 은유도 계속 표현된다고 써 주셨어요. 오늘 영화 보신 분들은 인권해설 꼭 보시고 감상 남겨 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 곳곳의 장치를 통해서 할아버지를 ‘피해자성에 기대는 어떤 타자화된 무언가로 보지 않고 다른 무언가로 봐 줬으면 좋겠다’ 이런 얘기를 해주시는 것 같아요. 처음에 얘기해 주셨던 타자화나 4.3에서 죽은 사람들은 우리에게 분리하려는, 피해자를 우리와 전혀 다른 사람처럼 떼어내려는 시도들이 있거든요. 어떤 기록에서는 되게 순수한 순백의 피해자로 그리거든요. 그분은 주변을 미워한 적도 없었고 너무나 착했다, 이런 식으로.

이런 피해자를 그리는 방식은 결국 아까 얘기해 주셨던 것처럼 저희와 피해자를 분리하고 아예 타자화시켜 버리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할아버지가 이 말을 하지 못하신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왜 이 할아버지 얘기를 다른 사람들은 듣지 못하고 감독, 자기 손자에게만 할 수 있었나. 피해자 관련된 조사도 계속하고 있는데 얘기를 못 하신 거잖아요? 그래서 자기의 이야기가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비난받을까 봐 걱정하게 하는 것, 그게 우리가 가진 숙제라고 생각이 듭니다.

제가 길게 말을 했는데 감독님께 질문을 드릴 게 있어요. 자신의 이야기를 어쨌든 할아버지가 카메라 앞에서 밝히신 거잖아요? 그 이후에 할아버지가 어떤 변한 점이 있으신지? 자기가 하고 싶었던 말, 숨겼던 말을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했고 그게 영화로 공개된 상황인데 할아버지가 어떤 감정이신지, 마음은 괜찮으신지 궁금합니다.

　

양지훈 감독

네, 일단은 <포수> 영화가 홍보될 때 숨겨진 증언이라고 말을 많이들 하셨어요. 그런데 제가 생각했을 때는 숨겨져 있었다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원하지 않아서인 것 같아요. 결국에는 피해자성을 강요하고. 4.3에 붙어 있는 말 중에 전 개인적으로 어이없는 말이 전국화라는 단어가 있어요. 그러니까 당연히 전국이 알아야 되는 것인데 전국으로 만들기 위한. 세계화 같은, 그런 전국화라는 말이 있는데요. 그것에도 제주의 어떤 트라우마나 피해의식이 있는 것 같고 이걸 크게 만들기 위해서 하나의 공동 기억만 수집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할아버지의 방해요소로서 작용하기 때문에 말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고요. 사실 술에 취해서 오픈한 게 아니었거든요.

　

희우

스르륵 나오셨어요.

　

양지훈 감독

네, 평범하게 얘기하셨으니까.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이 영화를 만든 후 할아버지가 바뀐 것이 있느냐는. 그런데 전 여기에 모범답안도 있을 것 같고 그걸 꺼내줘야 할 것 같은데 바뀐 건 전혀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거 하나 했다고 뭐 할아버지가 인생이 뭐 어떻게 바뀌었어요, 이런 건 아니고 ‘그냥 손자가 자주 찾아와서 좋은 추억을 쌓았다’ 정도로 생각을 하시지, 커다란 기억을 이것 때문에 치유하고 이런 건 없는 것 같습니다.

　

희우

맞습니다. 아까 전국화가 트라우마라고 얘기하셨잖아요? 한 번 얘기해서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 저도 배우고 가는 것 같습니다. 이어지는 질문인 것 같아서 지금 드리려고 하는데요. 관객 분의 질문이십니다. 

“개인적으로 너무 좋은 영화였습니다. 개봉 이후에 할아버지는 영화를 보셨나요? 보셨다면 어떤 반응이셨을지 궁금합니다. 안 보셨다면 왜 안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양지훈 감독

이것도 되게 많이 받는 질문 두 번째인데요. 아무튼 문제의식 공유는 같이 했었어요. 3월에 와서 계속 비슷한 이야기들을 수집하는 과정에 피로감을 느끼셨었고 그 과정에서 고민을 같이 했었던 부분인데, 어떤 반응이셨는지를 많이들 물으시는데 그냥 영상물 기록을 했고 손자가 찾아와서 같이 술을 먹었다는 것에 소중한 추억 정도로 생각하시지 이것도 제가 커다란 대답을 드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희우

답이 되셨나요? 아마 관객분들께서는 할아버지의 생애에 대해서 되게 걱정하는 마음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그런 질문이 계속 있었던 것 같고요. 계속해서 관객분들이 소감 남겨 주시거나 아니면 직접 손을 들고 얘기해 주셔도 좋은데요. 혹시 말씀하시고 싶은 분, 계실까요? 없으시면 또 단톡방에 계속해서 소통 남겨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시 제가 질문을 이어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피해를 재현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은 사실 인권활동가도 늘 하는 고민이거든요. 이게 이태원도 그렇지만 피해 입은 사람들의 말을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 그리고 이걸 여러 가지 행사를 기획하기도 하고 증언집을 내기도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좀 들려주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어떻게 이야기해야 되는지, 이런 고민이에요. 그래서 사실 피해자를 드러내고 말하는 일이 인권의 일이고 인권의 책임인데 괴로운 일이기도 하고요. 이런 걸 나누고 드러내는 것에 대해서 감독님께 혹시 어떤 의미가 있는지, 평소에 생각하는 바가 있으시다면?

　

양지훈 감독 

일단 처음에도 제가 비아냥댔다고 말을 했는데, 이 작업을 통해서 소환하는 대상들이 국가폭력이라거나 권력이라거나 이런 사람들을 욕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걸 하고 있는 사람들을 소환을… 예를 들면 인권활동가라거나 비극을 찾아다니는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을 뭐라고 하고 있는 형국이어서, 혹시나 제가 그런 것에 좀 떨어져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항상 해요. 그래서 일단 인권영화제 올 때도 되게 많이 고민을 했었고요. 그런데 저는 아무튼 그러니까 재현은 계속해서 돼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몰랐던 걸 알아야 하고 계속해서 드러내야지 커지기 마련인데 거기에서 피로감을 느끼게 되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어서 이런 방식을 전 앞으로도 계속할 것 같고요. 계속해서 그 사람들을 소환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같은 편이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희우

감사합니다. 사실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 게 제일 좋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회가 힘들기 때문에, 이런 고민들을 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고 같은 편이 점점 늘어나고 그런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또 관객 분들이 질문을 주셨는데요. 

“음식들을 먹는데 할아버지와 감독님 중 어느 분의 취향이 주로 들어갔는지? 혹은 취향을 떠나서 영화를 위한 장치로써 사용된 것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양지훈 감독

질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취향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워낙에 술, 고기를 좋아하고 치킨을 좋아하고 해서. 그런데 이제 취향도 분명히 있지만 김일란 감독께서 써주셨던 말도 있는 거고, 그리고 할아버지가 토벌대임을 밝히고 제가 카메라로 고기를 겨냥하면서, 어떤 장치로서 그리고 끊어지지 않게 유머러스하게 사용하려는 것도 있었고.

맥주도 술이나 맥주도 기생충 하면 떠오르는 맥주, 있잖아요? 발포주와 삿포로 맥주까지 가는 게 있었는데 처음에 버드와이저를 이용했어요. 아무튼, 미국 술이고, 그걸 좀 드러내서 저의 버르장머리 없음을 보여주려는 전략도 있었고 위스키를 마시는데 할아버지는 종이컵에 주고 전 잔에 먹는다거나 그런 고민들을 많이 했었는데요. 그렇게 했을 때의 증언이 탈락된 것들이 많아서, 지금은 그냥 ‘다양한 술을 먹고 다양한 음식을 먹었다’ 정도만 남았던 것 같아요. 고민의 흔적들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희우

생각보다 세세하게 장치를 많이 신경을 쓴 구도였다고 답변해 주셨네요. 적절한 질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 지금 감독님께서 잠깐 얘기를 하셨는데 인권해설 아직 못 보신 분들을 위해서 제가 잠깐 읽어 드리려 하는데요.

“감독은 할아버지의 경험을 듣기 위해서 작은 무대를 만들기 시작한다. 무대장치는 숯불, 고기, 그리고 술이다. 특히 냉동 포장육과 붉은 생고기의 질감이 뚜렷하게 보이는 인서트 이미지는 할아버지의 가해자라는 위치를 해석하는 데 사용된다. 말하자면 냉동 포장육은 직접적으로 돼지를 도륙한 건 아니지만, 그것을 섭식함으로써 대량의 도륙에 동참하는 것처럼 토벌대로서 직접적으로 사람을 살육하진 않았지만 그곳에 참여함으로써 살육에 동참하는 것에 대한 은유이다.” 이런 말을 써 주셨어요. ‘왜 이렇게 드시지? 왜 이렇게 마시지?’ 이런 것에 대한 의문을 잘 짚어주신 것 같아서 관객 분들과 공유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이제 또, 질문이나 소감 얘기해 주실 분이… 아, 관객 분께 마이크 좀 주세요.

　

관객

영화 소개를 읽었을 때부터 기대하고 긴장하면서 봤었는데요. 약간 그런 생각 하거든요. 찬물을 끼얹어야 하는 것이 활동가의 역할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물들을 응집을 시켜서 쟁점화를 시키는 것도 활동가의 역할이라면, 어떤 것들은 할 수가 없게 되는. 그러니까 어떤 것들의 필요성을 모른다기보다는 그것의 역할 때문에 할 수가 없게 되는. 그것 때문에 저는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게 정말 필요하지만, 그게 활동가의 역할일까? 라는 의문을 가져요. ‘활동가가 있기 때문에 이런 재현이 서로를 비판하면서 일종의 보완을 하고 있는, 그런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좀 봤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이를테면, 넷플릭스… 이름까지 정확히 생각이 안 나는데 그 사람이 넷플릭스를 존속하게 만들어주는 건 칸 영화제다, 라고 해요. 그런 관계인 거죠. 그런 관계에서 이런 재현을 만들어낼 때 저도 뭔가 비슷한 방식의 어떤 문제의식과 관점으로 뭔가를 하는 것 같은데요, 그러면 이게 어떤 꼭 무슨 적 아니면 내가 부숴야 하는 대상이 아닌 이항대립이랄까요? 

그러니까 활동가의 역할을 단순하게 볼수록 자신이 하고 있는 것도 단순화시키게 되는. 왜냐하면 그것도 관계 속에서 작동하니까요. 그런 어떤 재밌게 보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러니까 앞으로의 작업이 더 기대가 되는 이유이기도 해요. 점점 이렇게 인권영화제에서도 얘기하고 불편한 자리에서 발언하시면서 어떻게 보면, 내가 비판하고 싶은, 내가 좀 더 거리를 두면서 관계 맺고싶어 하는 대상들이 점점 감독님 속에서 복잡해질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되게 처음에 이렇게, 제가 정말 재밌게 보는 영화들을 어떤 식으로 표현하냐면 보다가 제 자세를 바꾸게 만들게 된다고 말하는데 정말 제 자세를 고쳐 잡게 만드는 영화였어요. 영화 재밌게 봤습니다. 질문으로 마무리를 하자면 아까도 살짝 인권영화제 오면서 고민이 들었다고 하셨는데 제작 과정에서 혹은 제작 후 이런 대화의 시간에서 들었던 고민들을 좀 더 듣고 싶은 것 같아요. 제작자로서의 고민.

　

양지훈 감독

질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단 먼저 전국화라는 말이 싫다는 건 그게 너무 당연한 일이어야 되는데 그 말이 있다는 것이 싫다는 의미였고요. 질문의 대답을 드리자면 저도 고민을 많이 하죠. 사실 결국에는 사랑과 연대로 만드는 게 아니라 그 반대를 원동력으로 삼고 있는 과정이다 보니까. 그리고 ‘그렇게 하는 사람들을 내가 끌어내리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들을 하는데 전 오히려 이렇게 이런 것들이 많아졌으면 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게, 활동가들이 만들어내는 것들 또는 다큐멘터리 감독들이 만들어내는 것들에 사실 사람들이 굉장히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걸 우리가 외면할 수 없거든요. 우리끼리만 만들고 성취하고 우리끼리만 이뤄내고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러면 그건 누구를 위한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오히려 말씀하신 것처럼 반대항이 같이 가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희우

질문이, 인권영화제 다니면서 제작자로서 바뀐 점이나 ‘이렇게 해보고 싶다’ 이런 마음이 드셨던 적이 있으셨을까요?

　

양지훈 감독

아무튼 이건 메타형식에서 얘기하는 거고 그 영화 안에 들어가서 다른 방식의 재현은 제가 해결을 못 했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아무튼 메타형식이 아니라 진짜 다른 방식의 재현을 해볼 수 있는 날이 제가 지금 부족하지만 있으면 좋겠다고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습니다.

　

희우

네, 지금 질문을 주신 분도 그렇고 답변하시는 분도 그렇고 정말 치열한 고민을 계속해서 자진해서 하고 가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두 분 다 힘내시라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어요. ‘본인들에게 엄격하신 타입이 아닌가?’ 이런 생각들을 해 보고요. 지금 관객 분께서 감상을 전해주셨어요.

“약간 시니컬한 느낌으로 진행되는데 그래서인지 가족 간의 친근함이 느껴졌고 하지만 친근함 속에서 얘기할 수 없는 주제를 할아버지가 얘기하시는 게 울컥함이 들었습니다. 실제로는 복잡하죠. 어떻게 해야 되는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할아버지와 감독에게 감사합니다.” 이런 감상을 남겨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제 거의 마지막 질문을 남겨 놓고 있는데요. 그 전에 마지막 기회로 혹시 얘기하고 싶은 분 계시면 신호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없으신가요? 그러면 질문을 이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아까 관객분이 던져 주신 질문에도 있었던 내용이지만 차기작이나 향후 계획이 있으신지? 아니면 할아버지와의 계획 같은 거 들려주셔도 좋고 아주 두루뭉술하게 ‘해보고 싶다’ 이런 것도 좋습니다.

　

양지훈 감독

제가 다음 달에 첫 개인전을 하게 되어서 거기에서 공개를 해야 되는 상황에서 지금 편집 중에 있는데 이번에 만들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로 재일조선학교. 그것도 재현의 불만을 가지고 만들고 있어요. 조선학교 다큐멘터리들을 보면 여러분들도 떠오르시는 것들이 있을텐데 항상 코드가 있어요. 저고리, 찢어진 치마, 항상 피해자, 조선학교를 떠나서 재일조선 코드가 붙어 있는 게 있는데, 처참한 사람이라거나 또는 추성훈 님, 정대세 님 같은 훌륭한 사람들. 이런 2개밖에 없고 평범한 사람들은 계속 배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리고 그 사람들의 얼굴을 이용해서 결국 주체로 서지 못하게 되는 제한들, ‘이건 누구를 위한 것일까?’ 생각이 들어서요. 지금 만들고 있는 건 다큐멘터리의 무게를 낮춰 보자고 생각해서 실제로 4일 정도 여행을 하면서 찍었어요. 친구가 있거든요. 대학 동기 중에 재일조선학교 나온 친구가 있는데 그 가족과 친구들과 놀기도 하면서 인터뷰를 하면서 브이로그 형식과 피쳐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30여 분짜리 이야기를 만들어 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희우

되게 재밌을 것 같은데요? 4일 정도 얘기한다고 했을 때 설마 브이로그? 했는데 진짜 브이로그네요.

　

양지훈 감독

제 얼굴만 나오고 다른 사람의 얼굴은 가려서 책임을 지고 싶어요. 다큐멘터리를 항상 보면 관객들은 뒤에 빠지고 대상들만 얼굴이 나오는데 이렇게 영광을 누리는 건 감독이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감독이 하는 이야기이고 감독이 책임을 져야 되는 건데 얼굴은 다른 사람들만 박제를 해놓는, 그런 것들이 좀 그래서 카메라 뒤에서가 아니라 포수처럼 제가 앞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희우

너무 기대가 되는 작업인 것 같아서 자세한 일정을 여기 단톡방에 올려 주시면 관객분들도 관심을 가지고 한 번 참여해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이따가 홍보를 저희가 남겨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희 이제 대화의 시간 마무리를 하려고 하는데요. 마지막으로 혹시 질문이 있으시면 정말 마지막 기회입니다. 없으신가요? 없으시면 이걸로 <포수> 대화의 시간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긴 시간, 감사합니다.

　

양지훈 감독

감사합니다.

　

희우

그리고 영화제 오늘 폐막하는 날인데요, 아직도 많은 후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가시면서 데스크에서 저희 굿즈도 보시고 아까 제가 말씀을 드렸던 인권해설이 담긴 자료집도 보실 수 있으니, 잠시 들러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