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근 l 2025 l 다큐멘터리 l 50분 l 한국어 한국어자막해설
전국기능대회를 앞둔 부산공고 2학년 기계과 기능반 병예와 도현. 메달을 따면 대기업에 지원할 수 있기에 실습에 매진한다. 둘은 자신이 좋아하는 기계를 계속 다루며 원하는 일터에 갈 수 있을까. 공장을 닮은 교실에서 불안과 희망이 교차하는 날들이 흐른다.
시놉시스
병예와 도현은 부산공고 2학년 기계과 기능반이다. 전국기능대회 입상을 목표로 밤낮없이 실습에 매진한다. 메달을 따야만 대기업에 지원이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은 과연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을까, 만약 그렇지 못하면 어떤 선택을 해야하나. 공장을 닮은 교실에서 불안하지만 희망찬 날들이 흐른다.
Synopsis
Byung-ye and Dohyun are second-year mechanical students in the skills program at Busan Technical High School.
They devote themselves to practice day and night, determined to win a medal at the National Skills Competition — because only then do they even stand a chance of applying to a major corporation.
Will they achieve the result they’ve been working toward? And if not, what choices will be left to them?
In a classroom that resembles a factory, anxious yet hopeful days go by.
| 노동, 사람의 일 |
나의 교실
My Class
감독 : 김정근
제작연도 : 2025
장르 : 다큐멘터리
언어 : 한국어 한국어자막해설
상영시간 : 50분
상영일시 : 2025.12.5.(금) 오후 8:00
상영장소 : 영화공간 주안 3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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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시간
김정근 감독
김영훈 한전KPS비정규직지회 지회장
센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와 함께
작품해설
부산공고 2학년 기계과 기능반 병예와 도현의 목표는 졸업 후 돈을 많이 버는 것,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이다. 동시에 자신이 좋아하는 기계를 다루면서 일하고 싶지만, 취업 후에 지금 배우는 일이 도움이 될지도 알 수 없다. 그렇게 불안하지만 기대와 바람을 키우며 공업고등학교 3년의 시간을 보낸다. 한국 노동현장의 현실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조금이라도 나은 조건의 회사에 취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기업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제한적이다.
창립 100주년을 맞이한 부산공고의 성공한 선배들은 학교를 자랑스러워하며 학교를 졸업하고 노력하면 뭐든 될 수 있을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자신의 자식들은 공고에 보내지 않을 거라고 답한다. 반면, 호주에서 일을 시작한 선배는 괜찮은 보수와 노동조건에서 스스로 계획한 미래를 그리며 살아가고, 호주에서는 일을 시작할 때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알려준다는 이야기도 들려준다. 이들의 이야기는 결국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으로 삶을 계획할 수 있는 조건뿐만 아니라 노동자로 존중받는 것, 자신의 노동에 자부심을 갖고 노동의 가치를 느끼며 살아가는 삶을 바라는 것이다.
한국은 여전히 ‘노동’, ‘노동자’에 대한 편견이 견고하고, 대다수의 노동현장이 저임금, 교대근무, 장시간 노동에 위험하고, 부당함도 참아야 하는 일터이다. 고등학교를 마친 학생, 청년들은 이런 일터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갈 수 있을까. 적성에 맞는 일을 하며 새로운 꿈도 꾸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그래서 앞날이 희망적일 수 있는 노동은 불가능한 것일까?
센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인권해설
참 씁쓸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마치 오랜 기억을 들춰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부산공고의 학생들, 나이 차이만 있다 할 뿐이지 나와 다른 것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오히려 나의 학교생활에 비하면 더 노력했고 더 고민했고 더 대단한 친구들이었다. 부산공고를 졸업했던 어른들의 말은 세상에 대한 인식이었다. 기술이 꿈과 희망이라는 말과 반대로 솔직하지 못했던 말은 이미 냉혹한 세상을 겪어온 어른들의 처세술이었다. 나 또한 그런 모순 속에서 살고 있음을 느꼈다.
전문대학을 졸업할 당시에 내가 겪었던 일들이 생각났다. 학점에 따라 학교는 산학협력이라는 말로 학생들에게 취업 알선을 해주지만 실상은 블랙기업에 가까운 중소기업에 취업시켜 주고는 취업률 90% 달성이라는 현수막을 내건다. 어른들은 목적을 달성했기에, 그리고 또 다른 목적을 달성해야 하기에 그 뒤는 돌아보지 않는다.
3년이었다. 전국기능대회라면 인문계열로 치면 올림피아드 대회랑 마찬가지다. 다신 돌아오지 않을 황금 같은 시간이었다. 그곳에서 수상했다면 기술계열 쪽에선 연구나 개발 직종에서도 활약할 인재들이고 장인 반열에 들 수도 있는 그런 인재들이다. 그러나 자잘한 상처에 연연하지 않고 열정을 쏟은 결과는 배운 기술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실망으로 돌아왔다. 전문대학 전기과를 졸업해도 결국엔 하등 연관 없는 자동차 부품 생산공장에 일하게 되었던 나처럼 말이다.
학생과 부모 모두 그런 미래를 어느 정도 알고 있기에 더 나은 조건의 나라에서 일하기를 선택한 것이다. 그저 기계가 좋아서 몸으로 부딪치고 배우고 꿈을 펼치길 바라는 이들이다. 기술로 먹고 살 수 있다는 믿음,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다는 희망, 극한의 생존경쟁이 아니라 누구나 갈고 닦으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사회를 바라며 일했다. 어린 날 발전소 하청에 불과할지라도 내가 가고자 하는 길에 의심이 없던 날들을 기억한다. 지금의 공병예와 나는 다르지 않다.
발전소에도 부조리가 존재한다. 누군가는 또 공고를 졸업하고 발전소에 들어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제조, 화학, 발전, 조선, 서비스업 등 전반에 걸쳐 하청이 양산된 지 오래며 하청의 노동조건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하청에 하청을 거듭한 결과 연일 사고가 나고 기업들은 사고책임을 회피하기에 바쁘다.
발전소가 폐쇄되면서, 산업이 바뀌면서 버려지거나 희생되는 노동자들이 있다. 하청이란 이름 아래 써 내려진 비애들을 학생들에게 몸소 겪게 만들 순 없다. 그들이 정한 최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게 만들고 싶지 않다. 그렇기에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싸움을 할 것이다. 학생들이 군대에 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부산공고의 학생들이 제대할 때쯤엔 기술자들이 제대로 대우받을 수 있는 사회로 한 발짝 나아갔으면 좋겠다. 우리와 같은 작업복을 입고 있는 학생들이 홀가분한 마음으로 일 할 수 있길 희망한다.
김영훈 태안화력발전소 한전KPS비정규직지회장
영화 <나의 교실>이 비추는 아픈 현실
기능대회를 준비하던 학생의 비극적인 죽음과 현장실습생의 잇따른 사망사고는 직업교육이 우리 교육 시스템의 가장 아픈 지점임을 뼈아프게 드러내고 있다.
2020년 지역 기능경기대회 준비를 위해 합숙 훈련하던 학생의 안타까운 죽음은 그동안 직업계고에서 파행적으로 운영되어 온 기능대회 준비의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 주었다. 코로나19로 등교 개학이 네 차례나 연기된 상황에서도 기능반 학생들은 건강과 안전을 담보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혹독한 훈련을 감내해야 했다.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두 차례나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훈련을 강요받았다. 이러한 비인간적인 압박은 결국 학생의 생명까지 앗아가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숙련기술인 육성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상실한 기능대회는 이제 학생들을 비교육적이고 반인권적인 환경으로 내모는 기재가 되었다. 학생들은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고된 훈련에 시달리며 정규 수업에서 배제되고 있다. ‘고등학교 기능반 수업도 안 듣고 밤 10시까지 작업’이라는 국민청원(2018)에서 ‘수업이 너무 듣고 싶습니다.’라는 학생의 간절한 외침과 영화 <나의 교실>에서도 ‘기능반에 들어가면 학교 수업은 거의 듣지 못합니다.’, ‘수업 듣는 게 너무 좋았거든요.’라는 학생의 발언에서 기능대회가 학생의 기본적인 학습권과 건강권을 어떻게 짓밟고 있는지 명확히 보여 주고 있다.
현장실습의 도입 목적은 산업체의 요구를 반영하여 학생 노동력을 공급하겠다는 데에 있었고 주요 변화도 산업체의 수요와 이해관계를 반영했다. 2022년 국가인권위원회 현장실습생 실태조사에 따르면, 기업은 인력 채용의 리스크 감소를 현장실습의 중요한 이점으로 꼽았고, 특성화고 학생들은 현장실습을 취업의 통로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런 현실에서 교육적 목적의 현장실습은 불가능하다. OJT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는 산업체 실습은 직업교육이 아닌 노동시장 이행의 통로에 불과하며 그 효과 역시 단기·장기에 있어 모두 부정적임이 확인되었다. 직업계고 학생들에게 현장실습이 필요한 이유가 노동시장 진입 통로라면 그에 해당하는 별도의 제도 운영이 바람직하다.
학교 안팎에 청소년이 원하는 진로를 탐색하고 취업을 원하는 이들을 지원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재학 중 ‘다른 길’을 고민하는 학생에 대한 지원 부족과 졸업 후 급격한 단절로 인한 불안이 산업체 현장실습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청소년 대상 취업지원제도를 고용노동부가 전담부서를 설치해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때 취업률을 높이는 것을 넘어 ‘일자리’가 아닌 ‘괜찮은 일자리’ 보장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취업 경쟁의 기제가 되는 졸업 전 조기 취업은 금지하고 취업 시기를 졸업 이후로 명확히 해 과도한 경쟁을 예방하여야 한다.
2022년 ILO는 한국의 현장실습과 일‧학습병행제도(도제제도)가 18세 미만 청소년을 위험한 노동에 고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ILO 138호 협약을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현장실습과 같은 직업교육을 계획하고 이행하는 데 있어서 직업교육을 규정한 국제기준은 물론 청소년(아동)의 학습권, 건강권, 노동권 등 기본권을 다룬 국제기준도 보편적인 권리로서 고려되어야 한다.
메달의 영광과 기업의 편의를 위해 학생들의 학습권과 건강권, 생명까지 위협받는 현실은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기능반, 현장실습, 도제교육 등 비본질적 요소를 제거하고, 교육의 본질에 충실한 학교 운영을 하도록 해야 한다. 영화 <나의 교실>에서 “AI시대, 로봇이 하는 작업을 지켜보면서 저는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 큽니다”라는 학생의 고민에 함께해야 한다. 정부, 기업, 노동조합, 그리고 학생이 참여하여 한국의 직업교육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때다. 모든 학생이 차별과 착취 없이 안전한 환경에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인간을 중심에 두는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할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
하인호
전직 직업계고등학교 교사이며,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와 직업교육바로세우기·현장실습폐지공동행동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감독
김정근 Kim Jeong-geun
공업고등학교를 자퇴하고 5년간 신발 부품 공장에서 일했다. 우연히 접한 카메라로 희망버스와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을 촬영해 <버스를 타라>(2012), <그림자들의 섬>(2014)을 만들었고, 부산지하철을 다룬 <언더그라운드>(2019)를 만들었다. 공장을 다니는 동안 주로 액티비즘 다큐멘터리를 접했으며 그에 못지 않게 대만 뉴웨이브에도 빠져들었다. 거대한 기계의 물성에 맞서는 노동자들의 육체와 노동에 관심이 있다.
기획의도
2024년 5월 5일, 부산공업고등학교는 100주년을 맞이한다. 6,70년대 부산공고를 졸업한 선배들은 한국 경제의 기틀을 마련하는 주역이자 부산의 전경을 바꿔왔다. 한때 졸업생들은 다양한 요직에서 두각을 드러냈고, 부산공고 출신 없이는 부산 건설이 굴러가지 않는다던 시절도 있었다. 공업계고등학교는 오랜 기간 한국 경제 발전에 주요한 인력을 공급하던 기능인들의 산실이었다.
한국전쟁에 준하는 재난이라 불리는 1997년 IMF이후, 사회 구조는 급격하게 변화했다. 양질의 일자리는 ‘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되었고, 그 높다란 의자에 앉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학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20대 전체를 오롯이 취업준비에 써야만 원하는 자리에 오를 수 있는 무한경쟁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 틈새에서 이제 특성화고라 불리는 기존의 공고는 한국 노동시장 가장 아래에서 저임금과 강도 높은 노동을 해내야 하는 나이 어린 노동자들을 공급하는 인력사무소에 지나지 않게 변해왔다. 언젠가부터 졸업생들에게 부산공고의 이름은 자산이기 보다 극복해야할 이름표가 되었다.
무엇을 바로잡아야 특성화고 졸업생들이 조금 더 안전하게,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할 수 있을까.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쉽게 얘기 못하는 오래된 고민에서 이 다큐멘터리는 출발한다. 자신들이 살아갈 세계를 미처 다 알지 못한채 말간 얼굴로 사회에 발을 내딛는 두 소년, 여전히 손을 써 일하려 하는 공고생들의 고군분투를 담아보려 한다.
연출의도
병예와 도현은 부산공고 2학년 기계과 기능반이다. 전국기능대회 입상을 목표로 밤낮없이 실습에 매진한다. 메달을 따야만 대기업에 지원이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은 과연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을까, 만약 그렇지 못하면 어떤 선택을 해야하나. 공장을 닮은 교실에서 불안하지만 희망찬 날들이 흐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