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 앨리스: 테이크 Edhi Alice: Take💬

| 30회 인천인권영화제 개막작 |

에디 앨리스: 테이크
Edhi Alice: Take

감독 : 김일란
제작연도 : 2024년
장르 : 다큐멘터리
언어 : 한국어 한국수어 한국어자막해설
상영시간 : 130분

상영일시 : 2025.12.2.(화) 오후 7:00
상영장소 : 영화공간 주안 4관

*대화의 시간을 30주년 특별기획 이야기 마당으로 진행
12월 7일 3시 영화공간 주안 3관

기획의도

한편의 영화를 만난다는 것, 특히 인권영화제에서 영화를 만난다는 것은 어떤 존재, 누군가의 삶을 마주 하면서 영화가 담거나 재현한 순간만을 감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이가 살아온 시간과 앞으로 살아갈 혹은 살 수 있었던 시간을 상상하게 되는 순간을 함께 경험한다는 점에서 커다란 매혹이다. 

관객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영화 속 인물과 서사를 따라가다가 이내 자신의 모습과 삶, 맺어온 관계의 순간을 끊임없이 만나게 된다.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나, 절대 내가 될 수 없는 당신을 만나는 시간이다. 나와 같지 않은 존재를 만난다는 것은 영화 속 인물나 대상만이 아니라 이를 담아내는 시선과 서사가 나의 그것과 같지 않다는 점에서, 다름에 긴장하고 불일치의 지점을 감각하는 시간이다. 그럼에도 이야기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자신을 발견하는 경험이자 불화의 연속이다. 그래도 궁금해지는 것이 영화 속 인물인지 나 자신인지 반문하고 더듬어 가면서 전환 혹은 확장을 겪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런 전제를 두고 김일란의 ‘트랜스젠더는 영화다’라는 <에디 앨리스: 리버스 / 테이크>의 전제를 함께 이야기 해보자.

영화를 따라 흐르면 만나게 되는 에디와 앨리스와 몸의 감각으로 연결되는 순간이 있다. 에디와 앨리스 사이를, 카메라와 프레임 밖을 넘나들며 관계와 곁을 깊게 새겨넣는 시선이 있다. 이 전환의 순간에 끊임없이 일렁이는 이 감각을, 긴장을 무엇이라 부를까.

존엄을 이야기 하면서 보편적 권리를 써내려가는 인권을 이야기 할 때 쉽게 빠지는 관성이 있다. 인간다운 삶이나 이를 위한 싸움에 대해 ‘고통과 고통의 종식’만으로, ‘연민이나 연대’만으로 그리고 ‘위험이나 구조적 모순’만으로 그 당위를 선언하는 것이다. 그 순간 ‘해결’만 남고 존재는 박제된다. 이 오류를 성찰하며 에디 앨리스 한희 일란과 함께 <에디 앨리스>와 함께 전환과 확장의 가능성으로 나아가고 싶다. 

#트랜스젠더는_영화다 
#몸_노동_협업
#긴장과 트랜지션, 관계의 기술
#긴장 불편함 트랜지션의 단면
#트랜지션을 둘러싼 공동체와 사회의 긴장 그리고 나

대화의 시간 기록 

김일란 감독
에디 주인공
앨리스 주인공
박한희 무지개행동 공동대표
기선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와 함께
명혜진 이래봄(수어통역)
강서영 AUD 사회적 협동조합(문자통역)



기선
시작할까요. 안녕하세요. 인천인권영화제 활동하는 기선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저와 함께 진행을 맡아주시는 분들, 이래봄의 명혜진 수어통역사이십니다. 에이유디 사회적협동조합의 강서영 문자통역사이십니다.
[박수] 
뜬금없겠지만 드디어 폐막일입니다.
이 자리는 인천인권영화제가 30주년을 맞이하면서 그동안 벅차게, 가쁘게 달려온 때와는 달리 몇 가지 하고 싶었던 자리, 그러니까 특별기획의 하나입니다.
영화제를 하다보면 영화를 상영하고 이야기를 나눌 때 시간을 충분히 갖기 어렵습니다.
개막작 <에디 앨리스 : 테이크>에 이은 대화는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이야기마당으로 기획했습니다. 

제가 너무 이야기가 길었네요. 보고싶은 분들 일단 앞으로 모실까요? 박수를 보내시면 나와 주실  것 같습니다.

[박수] 

먼저 짧은 인사를 드리면서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일란
반갑습니다.
저는 연분홍치마라는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고요.
<에디 앨리스: 테이크> 연출을 맡은 김일란입니다. 반갑습니다.

[박수] 

에디
<에디 앨리스>에서 에디입니다. 반갑습니다.

[박수] 

앨리스
앨리스입니다. 반갑습니다.

[박수]

박한희
제목이 바뀌면서 사라진 ‘와’*, 무지개행동 박한희입니다.

*<에디 앨리스>는 처음에는 <에디와 앨리스>라는 제목으로 진행되었고, 에디와 앨리스 외에 다양한 트랜스여성의 목소리의 위치를 <에디 ‘와’ 앨리스>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이에 박한희 변호사는 이러한 상황을 유쾌하게 지적한 것이다.

[박수]

기선
감독을 맡은 김일란, 에디를 맡은 게 아니라 에디, 앨리스 그리고 와 이렇게 모셨습니다. 오늘 와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기도 하지요.

첫 번째 질문 전에, 혹시 받으신 티켓 보시면 오픈채팅방이 적혀 있지 않나요?
질문이나,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남겨주셔도 좋고 오늘처럼 오붓하게 다 같이 할 때에는 직접 이야기해 주셔도 좋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저희가 할 말이 좀 많습니다.
그래서 적절히 이야기를 걸어주시면 함께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김일란 감독께 하려는데요.
이 영화를 내놓으면서 ‘트랜스젠더는 영화다.’ 이런 명제를 거셨어요. 그런데 많은 사람이 ‘그렇지’라고 이야기하진 않잖아요. 작품을 보고 나면 ‘이래서 그 이야기를 한 거구나.’라고 하기도 하죠.
하지만 가끔은 감독이 이런 이야기를 조금 더 자세히, 분명히 이야기해 준다면 사람들이 자신이 짚어본 점을 생각하며 쾌감을 느끼기도 하거든요.
이 자리에서 트랜스젠더는 영화다 라는 전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일란
여기, 적어도 여기 계신 분들은 모두 아시겠지만 저는 연분홍치마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로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왔고, 또 다큐멘터리로서 활동을 한다고 했었을 때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이자 또 한계 같은 게 있어요. 차별이라든지 아니면 정체성이라던가 아니면 여러 가지의 제도적인 문제라든가 이런 것들을 어떻게 하면 영화의 언어로서 설명할 수 있을까? 이런 것들을 고민하게 되거든요.
그동안 연분홍치마에서 해왔던 작품들은 주로 저 같은 경우에도 많이 그런 부분들에 초점을 맞췄었는데 제가 <에디 앨리스>라는 이 작업을 할 때에는 그러한 어떤 인권적 사안이라고 하는 것 전에 존재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트랜스젠더 여성분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조금 더 잘 느끼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이렇게 고민을 하다 보니 트랜스젠더분들이 살아가는 삶의 형태랄까, 삶에서 느끼는 감각이랄까 이런 게 영화라는 매체와 무척 닮게 느껴진 거예요
그래서 이것을 누군가의 삶을 이해할 때는 나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끌어내서 이해하게 되기도 하고 또 잘 설명된 방식을 들으면 내가 경험이 없더라도 어쨌든 우리가 합의한 사회적 상식 속에서 이해하게 되기도 하는데 이 경험들은 매우 독특하면서도 또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경험일 수 있는 것을 영화라는 매체 자체에 대한 우리의 감각과 경험을 떠올려보면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이 들어서 두 사안을 엮어보게 되었고요.

그것을 엮게 되는 결정적인 것은 트랜지션이었던 것 같아요.
질문도 되게 많이 하고 이야기나 경험들도 많이 듣게 되는데, 트랜지션이라는 이것이 에디는 되게 독특하게 발음하거든요
트랜지션, 이렇게 정확하게 발음을 안 해줘요, 항상.
제가 흉내 내기는 어려운데…

에디
제가 영어를 못한다는 건가요?

[웃음]

김일란
그게 아니라 트랜스젠더 이렇게 발음하기보다는 에디의 독특한 발음들이 있어요.

에디
남자처럼 이야기하나요?

[웃음]

김일란
그래서 에디 발음을 들을 때마다 그게 되게 독특하게 느껴지는 거예요. 아주 매우 다른 경험처럼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는 굉장히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고 또 영화의 기법 중에 트랜지션이라고 하는 화면 전환, 그러니까 컷과 컷을 붙이는 편집이 트랜지션이 있는데 그 트랜지션과 에디가 말하는 트랜지션이 같으면서도 에디의 독특한 발음습관 때문에 굉장히 독특하게 들리는 거예요.

그래서 이렇게 제가 느끼는 이질감을 영화적으로 설명이 잘 되면,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트랜스젠더분들의 삶의 어떤 과정에서 느껴지는 예리하고 찰나적이지만 매우 고유한 어떤 순간들을 영화처럼 잘 이해할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이 들어서 조금 다른 고민 속에서 만들어봤습니다.

기선
확실히 언어가 다르신 것 같아요. 예리하고 고요하고 찰나적인, 사실 여러 번 읽으면서 이 이야기를 인권영화제에 빌어서 이야기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굉장히 많이 들었었는데, 사실은 이 작품을 보면서 관객들은 <에디 앨리스>의 몸에 연결이 되는 느낌이 들지요.
그렇게 두 분의 삶에 접속이 되면서 빠져들고 같이 여정을 떠난다는 생각마저 드는데요. 인권영화제도 영화를 상영 하면서 느끼는 그런 접속과 전환의 순간이 있어요.

영화를 보면서 사람들은 두 가지 면에서 접속이 된다고 생각이 드는데, 하나는 다른 사람의 현재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사람이 이전에 살아온 내력 혹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까 궁금함 등을 포함해서, 다른 사람의 삶을 상상하게 되는 것.
또 다른 하나는 그 영화를 담고 서사를 풀어내는 것에 대한 것인데요. 감독의 연출이라고 하는 부분이기도 한데, 내가 혹은 나를 바라보는 것과는 다른 시선을 감각하게 된다고 저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그렇게 마주하다 보면 내가 영화 속의 주인공을 보는 건지, 아니면 저 주인공을 통해서 나를 보는 건지를 끊임없이 경합하고 낯설게 보고 이렇게 하면서 영화에 빠져든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러고 나서 같이 이야기를 하는 것까지를 하면 사실 함께 전환되고 확장되는 순간이 저는 분명히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명제를 여러 번 읽었어요.

김일란
아, 지금 방금 생각이 났는데요.
제가 에디의 발음에 꽂혔던 어떤 이유는 뭐냐 하면, 한 100만 번쯤 발음한 사람의 느낌이랄까?
제가 발음할 때는 트랜스젠더 이렇게 또박또박 이제 막 언어를 배운 사람처럼 이야기하는데 에디는 이 언어를 정말 그냥 원래 그 언어를 애초에 쓰는 사람들은 발음을 되게 흘리면서 발음하는 그런 느낌처럼 약간 생략해요. 발음의 어떤 부분들을 생략하고 흘러서. 힘주어서 이야기하지 않는 그런 거를 보면서 100만 번쯤 저 단어를 통해서 자기를 설명한 사람의 느낌 같은 거였어요.
제가 영화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영화적 기법이라든가 아니면 책에서 봤던 거라든가 아니면 여러 친구나 동료들한테 듣는 그런 트랜지션이라고 하는 것이 에디한테는 저런 느낌이겠구나, 나한테는 이렇게 또박또박 이야기하면서 언어로서 배워야 하는 그런 것이라면 에디한테는 닳고 또 닳고 입에서 계속 수백만 번 외쳤던 그런 느낌, 이게 전달되어야 하는 것 같다. 이런 느낌이었었던 거예요.
남자답다거나 아니면 특별하다거나 그런 거라기보다는 얼마나 이 단어를 자주 사용했으면 원어민이랄까? 그런 느낌이었어요.

기선
고유나 다채롭다는 말을 지나 그 사람의 몸과 삶에 스며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던 걸까요.

그러면 이에 대해 에디와 앨리스와 와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방금 김일란 감독이 이야기하신 트랜스젠더는 영화다, 라고 이야기를 하거나 트랜지션에 관련해서 확장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이 마음과 관련해서 어떤 생각이나 고민이 있는지를 아주 짧게, 감독이 맨날 평하는 것 말고 우리도 감독의 이야기를 평하고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 볼까요.

지금 에디는 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거예요.

‘나 이제 어떻게 발음해?’ [웃음]

에디
되게 어려운 질문인 것 같아요.
확실히 시스젠더들은 정말 전환 너무 좋아한다. 트랜지션 너무 좋아한다. 이상한 것에 집중하는구나. 좋은 긍정적인 마음으로 너무 존경하는데, 질문을 제가 정확히 이해를 못한 것 같아요. [웃음]

기선
실제로 김일란 감독이 트랜스젠더는 영화다. 영화는 그렇다. 혹은 트랜지션이라고 하는 것들이 이것들이 사실 누구 한 사람에게 한순간이나 한 상태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것에 관련해서 에디가 혹시 덧붙일 말이 있으시다면?

에디

저는 GV를 하면서 참 어디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서 다큐를 다양하게 보는구나, 라고 느꼈던 점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트랜스젠더 당사자분들을 만났을 때는 너무 공감하는 눈빛 있잖아요.
순간순간, 이태원을 낮에 혼자서 걸어가는데, 일상처럼 걸어가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 안에서는 이태원에서도 긴장하는 것들이 있기는 한데요. 그런 것들은 사실 대한민국에 사는 트랜스젠더라면 다 가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말하지 않아도 어떤 장면, 장면에 대해 그런 점들을 이야기해 주시죠. “나도 그랬다.” “내가 더 심하다.” 
비트랜스젠더인 분들을 만났을 때는 우리가 보지 못한 어떤 것, 다양한 의미를 담아서 주시는 거를 보면서 나의 어떤 일상이 나의 삶의 한 장면들이 누군가한테는 그렇게 영화 같잖아요.

영화도 어떤 영화를 보면 감독이 의미하는 것을 본 사람들은 지 멋대로 막 해석하고 그러잖아요. 저는 그렇게 내 삶이 그런 식으로 해석되고 읽혀진다는 것에 대해서 어쩌면 이것이 영화 같은 게 아닐까? 라는 점과, 저는 찍힌 사람으로서 이 영화 다큐멘터리에 참여하는 과정 자체가 중간 중간, 순간순간들이 저한테는 영화 같은 거였거든요.
무슨 말이냐 하면 영화 주인공들이 뭐만 해도 박수를 받고, 물어봤는데도 다 귀 기울여주고, 예를 들어서 일란 선생님 같은 경우도 어떤 장면을 찍자고 먼저 제안, 이런 게 아닌 저한테 항상 그냥 친구처럼 물어봐요.

“어땠어요?” 유년 시절을 이야기하면서 제가 그때를 어땠고, 이런 식으로 저도 그냥 ‘내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이러면서 버텼던 하루들을 다시 한번 감독님을 통해서 ‘그게 되게 용기 있는 거였구나.’라고 한번 다독여주는 거를 받는 느낌? 저는 그런 거를 많이 겪어서 그런가? 저는 과정 자체가 영화인들, 주인공들은 이런 느낌인가?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트랜~스젠더로서요.

[박수]

기선
가끔 에디가 막 이야기를 하다가 “시스 주제에!” 이렇게 이야기를 할 때 쾌감이 있어요. (관객들에게) 방금 발음 어떤 건지 느끼셨나요?

에디
저 같은 트랜~스젠더들은 시스젠더들을, 시스젠더들을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웃음과 박수]

기선
그다음 질문을 드릴 앨리스가 너무 빵 터져서 잠시 건너뛰어서 와의 이야기를 한번 먼저 들어볼게요.

에디가 갖고 있는 내 삶을 어떻게 비추고 있는가? 어떻게 해석되고 있는가와는 달리 한희가 이 작품을 보고 나서 김일란 감독이 이런 거를 하려고 했었구나, 라고 느껴졌고 그랬으면 나는 와로서는 어느 정도 할 수 있었겠다, 이런 뭔가가 있으면 들어보고 싶어요. 사실 저는 얼마 전까지는 한희가 와인지 몰랐어요.

박한희
언제였나? 언제쯤에 일란이 연락이 와서 이야기하고 싶다고 해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하는데 <에디 앨리스> 촬영하고 있고 <에디 앨리스> 사이에서 다양한 당사자들 이야기를 같이 넣고 싶다.
저를 촬영하고 싶다고 해서 저는 좋다고 하고…. 그러고 연락이 없었어요.

[웃음]

그래서 그때 7월이었나 8월쯤 연락을 준다고 하고 연락이 없었는데 저도 바쁘잖아요.
까먹고 있다가 일란 감독이 촬영본, 마지막 최종 편집본을 주면서 평가해 달라고 해서 알겠다고 하고선 안 해줬습니다. 왜냐하면 바빠서 못 봤거든요. 그러다가 연분홍치마 행사에서 비로소 영화를 보게 됐었는데요.
사실은 김일란 감독이 (트랜스젠더에 관한 작품) 2개를 했잖아요.
<3XFTM>, <에디 앨리스> 이렇게요. 
<3XFTM>은 2008년인가 그 후 거의 17년의 시간 동안 많은 변화들이 있었고 일란 감독의 어떤 내면과 트랜스젠더 사회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구나.
<에디 앨리스>는 봤을 때 이거는 정말 당사자한테 온전히 초점을 둔 그리고 특히 몸이라는, 사실 이게 굉장히, 트랜스젠더 운동을 하고 이야기를 하면서도 몸에 관해서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거든요.

이게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하지, 어디까지 이야기하는 게 바람직하고 그럴듯할 것인가. 또 한편으로는 저는 사회제도와 관련된 운동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면 제도와 균형을 잘 만들면서 몸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게 되죠, 이게 정말 쉽지 않은 부분이 있어요.
그런데 영화를 통해서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물꼬를 틀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선
네, 물꼬. 이번 30회 자료집의 한희가 쓴 인권해설에 그렇게 쓰여 있죠. 

사실은 이 시간을 준비하기 위해 함께 모임을 하면서 이 자리에서 어디까지 이야기할 수 있는가를 두고 한참 토론했지요.
인권영화제라면 그리고 이렇게 모이는 자리라면 우리가 관객들과 교감을 하면서 최대한 한번 열고 이야기를 해보자고.
한희 활동가가 이야기했듯이 어떤 제도적인 측면에서 연다. 그리고 또 인권운동에서 무엇인가를 실천한다는 것과는 별개의 이야기들도 포함해서요. 이게 별개이면서도 같은 이야기라는 생각에 그래서 박한희 그리고 앨리스에게 마저 이야기를 들어볼게요.

(앨리스에게) 방금 에디가 뭐라고 이야기하냐 하면 “주인공이 된 기분이 이런 거구나.” 영화가 나오고 나면 나의 삶에 대해 평가까진 아니어도 이야기되고 새롭게 재구성이 되고 마음대로 떠들고 같이 웃는 경험이라 했어요.
앨리스에게는 이 영화를 시작하고 여기까지 오기까지, 김일란 감독이 이야기하는 이 과정이라는 게 어떤 느낌이었을까, 어디까지였을까 그리고 이 작품을 시작할 때 그리고 이제 영화가 완성되어 사람들과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 시점에서의 앨리스는 어떨까, 많은 것이 궁금합니다.

앨리스
그러면 일단 시작하게 된 동기랑 그리고 촬영하면서 겪었던 느낌 그리고 지금처럼 GV를 하는 과정에서의 느낌, 이렇게 세 단계로 설명을 드릴게요.

기선
아니 너무 논리적이신데요? [웃음] 그래주세요.

에디
말하기 좋은 사람들 다 모아놔서 큰일 났네, 우리. 큰일이네요.

[웃음]

앨리스
시작은 감독님한테 제안을 받고, 첫 번째는 시나리오나 영상에서나 아니면 매체에서 그려지는 우리들의 모습이 너무 단순화되지 않았나 싶어서 이런 저런 캐릭터, 다양한 캐릭터가 있으니 시나리오를 쓰거나 뭔가 콘텐츠를 만들 때 캐릭터를 다양하게 써 주십사, 하는 마음에 출연하게 된 것이 대외적인 것이고.

또 하나는, 이거는 아주 지극히 개인적인 것으로서 그냥 나중에 이게 개봉이 되고 어딘가 넷플릭스든 어떤 매체에서 볼 수 있게 되면 팝콘 먹으면서 제 모습을 보고 싶었어요.
되게 무덤덤하게 객관적으로 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러려면 일단 처음에는 촬영을 하면서 제작진에게 제 사정을 보여줘야 되고 그 다음에는 관객들한테 내놔야 되는데 저 한테는 그 과정이 일단은 큰 장애가 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촬영 하면서도 거기에 따른 갈등들이 되게 많았어요.

그리고 또 하나는, 가장 중요한 거였는데 제가 영화에서 보던 조명감독으로서의 역할과 주인공인 앨리스의 역할 이게 감독님이 말한 것처럼 트랜지션처럼 왔다 갔다 해야 되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런데 의도치 않게 아니면 제가 몰랐던 부분이기도 하지만 그 사이에서 많은 갈등이 있었습니다.
제 자신을 노출하는 것도 갈등이기는 하겠지만 그 경계를 트랜지션을 왔다 갔다 하면서의 갈등도 되게 컸었거든요.
예를 들면 에디가 목욕탕에서 물 알랑알랑 거리는 거라든가 피, 하혈하는 장면이라든가 그게 개인적으로는 되게 민감한, 조명적으로도 되게 민감한 장면들이어서 상당히 예민해져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 과정에서 저를 팔로우하는 카메라 감독에게 나가라고 할 정도로. 그때는 아예 그냥 앨리스라는 출연자로서의 자아는 아예 없고 그냥 조명기사로서의 그것만 그냥 남아서 했던 기억이 나고, 사실 그때는 다른 사람들의 표정이나 전혀 파악도 못하고 돌아가는 길에 같은 조명 팀원이 “누나 왜 그래?” 했을 때 처음으로 인지했던 것 같아요.

갈등들이 조금씩 커지고 제 몸을 탐구하겠다고 촬영을 스타트를 끊었으나 촬영 중반을 넘어가면서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서 조금 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내가 그러고 보니 젊었을 때 커밍아웃 하기 전에는 완전히 혼자로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단절한 채 살았구나’라는 걸 느꼈었거든요.
그래서 되게 내가 타인과의 관계를 맺음에 있어서 되게 아직 걸음마구나, 잘 모르는구나, 라는 거를, 그때 저를 돌아보게 됐지요.
그러면서 조금씩 조금씩 생각을 바꾸고 그들의 마음을 조금씩 읽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막판에 목욕탕씬을 찍을 때는 제 스스로도 발전되었다는 모습이 느껴졌거든요. 사실 조명적으로 목욕탕씬 되게 민감하거든요. 전기도 있고 형태감이 고정된 것이 아니고 물이라는 유동성 때문에 어디로 튈지 모르거든요, 빛이.
그래서 되게 민감한, 그전에 제가 망쳤던 씬들보다도 더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인데 되게 여유롭게 촬영이 되었던 것 같아요.
만약에 그 과정이 없었으면 목욕탕 장면을 또 망치지 않았을까, 생각이 되는데요.

어쨌든 촬영하면서 적어도 제 자신은 제 자신을 돌아보는 건 미진할 수 있었으나 타인과 관계맺음에서는 조금 그래도 내가 누구며, 그리고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되는지 정도는 알겠더라고요.

그리고 지금 이렇게 영화를 끝나고 그게 완성이 되어서 이렇게 GV를 돌면서 관객들도 만나기는 하지만 스텝들하고도 더 많은 대화를 하게 되거든요.
특히 감독님이나 연분홍치마 식구들하고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지금은 사실 그런 걸 많이 느껴요.

촬영하는 동안은 제가 저 자신을 완전히 다 내려놔야 되니까 완전히 비우는 작업을 했다고 하면 지금은 그 비운 자리를 이 사람들과 이런 저런 액션, 이런 다양한 것들을 하면서 또 그 모습들을 통해서 제 자신을 또 다른 형태의 무언가로 지금 채우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그 시작과 중간과 끝이 되게 다양한 형태로 변화되고 있어서 그것 또한 저한테는 어떤 의미로서는 되게 형태감을 달리하기는 하지만 계속 바뀌는, 어떻게 보면 제 삶도 어떻게 보면 트랜지션이 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 같습니다.

기선
이 배신감! 대화할 때면,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게 이야기해 주시는 분이 에디인가 하면 사람들이 그다음으로 점핑할 수 있게 농담도 해주는 앨리스인데요. 앨리스가 이렇게 솔직하면서도 정중하게 이야기하시니 무릎 꿇고 들을 뻔했어요. 

[웃음]

앨리스
죄송합니다.

기선
아닙니다. [웃음]

그런데 처음에 시작할 때 어쨌든 자기한테 도전하는 의미가 있었다고 이야기하셨잖아요.
이걸 내가 해보자고 하는 것이. 100% 되지는 않았겠지만 실제로 스태프들과의 관계나 협업을 너무 좋아하는 앨리스의 만족감은 컸다는 거인 거죠?

앨리스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그러니까 제가 의도한 것과는 다른, 예를 들어서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우려고 열심히 하기는 했으나 채워지지 않잖아요.
그런데 이게 밑 빠진 독에 부은 물들이 다른 형태로 다른 생명체에 생수라고 해야 하나? 식수라고 해야 하나? 생명을 살리기도 하고 풀을 자라게도 하고…

에디
아리수!

[웃음]

앨리스
어어, 제 시선이 다른, 시선의 변화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거를 해줄 수 있어서 엄청난 선물이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기선
그런데 이 이야기는 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요.

어떤 거냐면, 영화를 하다가 갈등이 생기고 그게 조명의 문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조명의 문제만은 아니었을 거라고 서로 알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촬영 때 부딪친 그 지점, 갈등이나 이런 것들을 현장에서 어떻게 풀어나갔어요? 뭔가 갈등이 생길 때. 세 분의 이야기를 더 들어봐야 할 것 같아요.

앨리스
제가 먼저…

에디
다큐 좋은 이야기를 해야지. “너무 아름다웠다.” “트랜지션이 저절로 되었다.” 이런 이야기를 해야지 자꾸 이렇게 망했네요… <에디 앨리스>.

[웃음]

앨리스
일단은 감독님이 잘 기다려 주세요.
너 이렇게 하면 안 돼, 저렇게 하면 안 돼. 이게 아니라 제가 마음을 열 수 있게끔 시간을 주고 그거를 믿어주셨거든요.
저는 그게 되게 고맙더라고요.
보통 현장에서는 빨리빨리 움직여야 하니까 왜 그거를 저렇게 하느냐? 이렇게 이렇게 저렇게 저렇게 해, 하고 바로바로 지령이 떨어지는 대신, 감독님은 그거를 그냥 묵묵히 기다려 주셨거든요.
물론 다큐멘터리 기간이 시간이 충분히 여유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게 쉽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게 되게 큰 저한테 와 닿았던 것 같아요.

기선
네, 그럼 에디에게, 제가 에디를 관계 기술자라고 하거든요. 농담해도 관계에 대해서 고민하게 하고 그 고민이 온전히 나 혼자의 것이 아니라고 느끼게 해주는 에디의 농담요. 가볍고도 묵직해서 늘 한 수 배우고 싶은 사람이기는 하거든요. 그런 에디도 피할 수 없는 이런 현장에서의 긴장감? 이럴 때는 어떻게 하셨어요?

에디
그런데 저는 조금 케이스가 다른 게, 앨리스 언니랑 일란 선생님은 이거를 통해서 만나게 된 상황이잖아요.

저는 <3XFTM>을 보고서 활동가로서의 그러니까 나의 공과 사가 활동가랑 섞여도 매력적이다, 라고 느끼게 한, 그래서 활동가가 된 케이스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너무나도 큰 신뢰를 가지고 있었어요.
일란 선생님 앞에서는 다 찍게 될 걸요? 수술 안 하고 싶어도 하게 돼요. 일란 선생님이 카메라로 찍으면 다큐멘터리 한 사람들은 바로 수술할 걸요? [웃음] 죄송합니다.

일단 그렇게 너무 신뢰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고요. 저에게는 어떤 에피소드라기보다는 오히려 찍히는 사람, 피사체라고 그러나요? 찍히는 사람으로서의 마음가짐이나 조심해야 될 것들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이거를 막 소통한다기보다, 음, 예를 들어서 이런 느낌인 거죠.
어떻게 찍혔으면 좋겠어요? 라는 거 되게 위험하잖아요.
다큐멘터리 감독이 원하는 게 아니라 그대로를 찍어야 되는데, 영화라면 어떻게 연기해 주세요, 할 수 있는데 다큐멘터리는 다른 상황이어서요. 저도 사람인지라 예쁘게 나오고 싶지요. 저도 예쁘게 나오고 싶어요. 제2의 하리수를 넘을 수 있는!
막 이렇게 (손가락을 내밀며) “멋진, 비주얼!!” 당하고 싶지요. 그렇게 사람들한테 손가락질을 받고 싶어요. [웃음]손가락질도 행복할 것 같아요.

카메라 앞에서 잘 보이고 싶고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었던 게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거는 저의 성격 탓이기도 하지만 카메라 앞에서 나의 힘든 모습, 슬픈 모습, 구질구질한 모습 그러니까 내 기준으로 안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다큐는 그러면 안 되잖아요. 그거를 꼭 보여줄 필요도 없지만 제 일상은 사실 그런 거의 범벅이거든요.
기분 좋은 날이어도 ‘여자야, 남자야?’ 소리를 한번 들으면 이렇게(다운) 되고, 이런 것들이 있다 보니까 그거를 조율하는 게 힘들었어요, 카메라 앞에서.

예를 들어서 목욕탕씬이라고 하는데 화장을 하고 싶은 거죠.
쌍꺼풀을 그리고 싶은 거죠.
그런데 그것도 이상하잖아요.
목욕탕을 가는데 화장을 하고 가면, 그 안에서의 저의 갈등.
목소리도 예쁘게 내고 싶은데 그렇지 못하는 현실.
그런 것들이 조금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마지막 결론은 이거였던 것 같아요.
나는 그냥 그러니까 재료다.
재료다.
요리사는 이 사람이니까 나는 최상의 재료를 주면 된다. 굳이 내가 스스로 소금질을 안 해도 알아서 잘하겠다.
이 다큐의 승패는 이 사람 탓이다. 이런 느낌으로, 그 과정이 조금 있었어요. 그런데 이거를 참 말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그 과정이 한 1년 정도 되다 보니까 어느 순간에 ‘다큐멘터리는 이런 거구나. 나의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되게 시간과 공이 드는구나’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김일란
에디가 약간 재미나게 이야기를 했지만 상당히 깊은 이야기인데, 에디를 바라보고 있는 또 많은 사람들도 있고 당사자도 있고 10대들도 있고 에디가 자신의 말의 무게의 책임을 져야 되는 것도 있고 자기가 인터뷰 같은 거를 할 때 자신이 느끼는 속마음과 이거를 활동가로서 발화되었을 때의 간극이랄까? 이런 것들을 계속 생각을 하면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에는 계속 편하게 이야기하다기보다는 서두가 길어지는 거예요.

왜냐하면 자신의 감정이 이해받을 수 있는 조건을 이야기하려면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고 많은 경우들이 있는데 나는 이렇다라든가, 아니면 내가 느끼는 감정은 이러이러한 정황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거라든가 하는 식의 긴장을 굉장히 많이 갖고 이야기를 했어요.
그런데 그 조심스러움과 신중함에 저는 부응을 하고 싶었고, 그리고 사실 그렇게 갈등하거나 조심스러워하거나 신중하는 그 모습 자체가 에디 같았거든요.
에디는 자신의 발랄하고 유쾌하고 유머러스한 모습이 많이 없다고 아쉽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러한 모습뿐만 아니라 저한테 다가온 에디는 그 간극 안에서 계속 고민하는 모습이었던 것 같아요.
되게 화장이라든가 이렇게 재미나게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은 되게 깊은 내면의 이야기고, 어느 날 그래서 에디가 그런 이야기를 했었어요.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까 그렇게 솔직한 모습,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라는 것, 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야 트랜스젠더의 삶은 저런 거구나, 라고 사람들이 생각하거나 혹은 커뮤니티 사람들이 에디가 이렇게 노력을 하고 있다라든가 이런 부분들을 사람들이 알게 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 긴장을 조금 내려놓고 카메라 앞에서의 긴장을 내려놓고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보일 테니 알아서 찍으세요.” 이렇게 유쾌하게 말을 해준 적이 있었어요. 정말 1년 정도 지났을 때…

에디
바로 수술을 하러 갔어요. 전신마취하는 게 제일 편했어요. 가만히 있으면 되니까요.
[웃음]
죄송합니다.

기선
에디가 유쾌하게 이야기를 해줬지만 그 순간이 상상이 되지요. <에디 앨리스>를 같이 봤으니까요. 그건 아마 몸에 대한 긴장이기도 하고 관계에 대한 긴장이기도 하고. 이렇게 사실은 오픈되는 거잖아요. 오픈되었을 때 또 다른 관계의, 전환이 싫으시다고 하니, 관계의 변화나 내가 감당할 여러 가지들이 있을 테니까요.

이제 조금 이야기를 ‘전환’ 해볼게요.

(김일란에게) 그래서, 와에게 연락하지 않으신 건가요?

김일란
그래서 연락을 했던 거였어요. 

왜냐하면 사실 <에디 앨리스>가 테이크 버전 같은 경우에는 앨리스에서 에디로 넘어가는데 저의 애초의 계획은 처음에 구상했을 때 딱 넘어가는 순간에 와가 필요하겠구나. 에디와 앨리스에 와가 필요하겠구나.와라는 공간이 있는 거죠.

에디
선생님, 변호사예요!

김일란
와를 가장 잘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은 박한희다.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박한희 그리고 몇몇의 다른 트랜스젠더 선배들 그래서 이 스펙트럼을 열어줬다가 닫히는 느낌이었으면 좋겠다는 이런 생각을 했었던 거예요.

그래서 한희 변호사님 외에도…

[웃음]

기선
이럴 때만 변호사님.

김일란
박한희 말고도 여러 사람들의 스펙트럼이 구체적인 삶으로 들어갔다가 갑자기 어떤 정도의 광장에 나온 듯이 다양한 트랜스젠더 분들의 모습으로 확 열렸다가 다시 앨리스로 넘어가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면서 열고 닫고 중간을 어떻게 넘길 것인가? 이런 고민들을, 경첩이 될 만한 부분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와의 부분을.

이 고민을 하면서 제일 먼저 떠올랐던 사람은 역시 박한희였지요. 한희가 갖고 있는 제도화된 언어와 자신의 삶과 그 사이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게 저한테는 느껴졌던 게 있었어요.
그래서 한희의 언어를 빌어서 에디와 앨리스 두 분의 삶을 받쳐줄 수 있는 뼈대가 되는 어떤 역할은 한희의 언어인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해서 부탁을 드렸는데, 이게 조금 영화적으로 점점 제가 감당이 안 되는 거예요.
헤매는 시간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방향을 다시 정리하면서 이 두 사람의 삶으로 더 깊이 들어가는 방식으로 와를 만들자.
그래서 애초에 제목이 <에디와 앨리스>였는데 와를 빼고 <에디 앨리스>라는 두 사람에게만 주목하는 그런 제목의 변화의 과정이 있었어요.

기선
예, 맞습니다. 그래서 처음들은대로 에디와 앨리스라고 발음을 했다가 혼났어요. 와가 없다고.

그런데 새삼 궁금해져요. 뭐냐면 <에디 앨리스>를 보면서 나는 도무지 멈춰 있지 않거든요. 눈을 떼지 못하는, 제가 이런 표현을 많이 쓰잖아요. 미끄러져 들어가 있는 상태, 같이 영화를 보는 입장, 여정을 같이 하는 입장요. 앨리스가 불편하다고 하는 것이 뭘까? 궁금하지만 쉽게 먼저 물어보지 않고 기다려야겠구나. 이게 영화가 저희한테 가르쳐준 혹은 스며드는 어떤 대화하는, 바라보는 태도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네요.

이쯤에서 와한테 물어보고 싶은 것도 있고 전하고 싶은 것도 있어요. 여기 관객석에는 저와 와의 동료들도 와 있는데요. 저는 가끔 ‘내가 동료로서 실격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할 때가 있어요.
특히, 한희와 함께 인권활동을 하면서 ‘우리, 그래서, 트랜스젠더 인권에 관련해서 말이야’, 혹은 ‘퀴어 인권에 관련해서는 이런저런 요구를 만들고 이거는 이렇게 대응하자’고 이야기를 할 때에도 저한테는 한희는 그냥 인권운동 동료인거죠. 트랜스젠더 박한희의 이야기라고 하는 것을, 안중에 없다는 게 아니라 따로 떼지 않고 생각하고 같이 논의를 하는 거죠.

그런데 어느 날 다른 동료와 이야기 하다가, 아, 여기 그 동료도 와 있네요.[웃음] 문득 활동뿐 아니라 삶에 대해서도 내밀한 이야기를 기꺼이 하는 동료라고 말했으나, 나는 박한희한테 못 들은 이야기, ‘안’ 들은 이야기가 참 많구나. 한희는 내가 궁금해 하지 않는다고 느낄 수도 있겠구나.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이 이야기 마당에서 한희와 또 다른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겠구나. 이 무거운 마음을 덜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했단 말이죠. 그러다 갑자기 다른 작품을 촬영하고 있다고 들어서 깜짝 놀라기는 했어요.

일단 한희, 이런 저의 마음과 김일란 감독의 이야기를 받아서 이야기해 주실 수 있나요.

박한희
많은 이야기는 술을 더 많이 먹으면 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오늘 와, 박한희, 변호사 엄청난 호칭들이 계속 나오는데요. <에디 앨리스>를 보고 느낀 거부터 말할게요. 

첫째는 목욕탕씬을 보고 놀랐었고요.
왜냐하면 앞에 제 다큐를 찍고 있는데 할 때마다 뭔가 허가를 받고 하는 거 알거든요. 대체 목욕탕을 어떻게 허가를 받는 거야? 김일란 대박인데? 손님들을 허락을 받아서 촬영한 건가? 했는데 아니더라고요. 배우라고 하더라고요.

또 하나는 이게 <에디 앨리스> 수술 장면, 트랜지션, 몸 이야기들을 하면서 저랑은 다른데? 저는 다르구나, 확실히.
같다가 아니라 다르다를 많이 느꼈어요.
사실 제가 같다고 느낀 거는 오히려 <3XFTM>이었어요. 로스쿨 1학년 때 봤었는데 트랜지션을 하기 전, 겉으로 드러나는 트랜지션을 하기 전이었어서 남학생으로 학교를 다닐 때였는데요.
그런데 이미 그때 호르몬은 하고 있었어요.
호르몬을 하고 있었으니까 여름이 되면 얇은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데 가슴이 보이는 거죠.
그런데 그렇다고 속옷을 입을 수 없으니까 압박 스포츠 브라 같은 거를 해서 FTM들이 많이 입는 거를 입고 학교를 다녔어요.
학교를 다니다가 총회였나? <3XFTM>를 보는데 너무 내 이야기 같은 거예요.
그래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때는 커밍아웃 전이었기 때문에 눈물이 나는 것도 누가 보면 이상하게 볼까 봐, 중간에 보다가 화장실 가서 울고 왔었는데, <에디 앨리스>를 보면서는 어쨌든 저는 수술에 대한 생각, 욕망, 욕구 그리고 제 몸에 대해 느끼는 어떤 지금의 몸에 대해서 느끼는 감각, 디스포리아 이런 것들이 확실히 다른 것 같아요.
지금 둘의 주인공과는.

그렇기 때문에 제가 굳이 수술이나 이런 걸 전혀 생각을 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 거기도 하고요.
소위 비수술 트랜스젠더라고 하는데 당연히 다양한 트랜스젠더의 몸의 형태와 감각과 디스포리아와 이런 것들이 있고 그런 것들이 다채롭게 보여지는 게 중요한데,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들어요.

저도 다큐를 찍는다고 했을 때 그러면 비수술 트랜스젠더는 어떤 몸을 보여줄 수 있을까라든가, 목욕탕을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그럴 것 같고, 그러면 옷을 입고 있으면 너무 적나라한 느낌, 옛날에 하프라고 트랜스젠더 실사 다큐는 아닌데 수술하지 않은 하반신이 그대로 나오고, 되게 노골적으로 나오는 어쨌든 배우이기는 한데요. 그런 거를 보여주면 너무 선정적인 영화가 되지 않나? 어떻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는 해요.

그런데 결국은 저도 제 몸을 그러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대해서는 사실은 여러 가지가 있는 거죠.
제 몸이 너무 좋아서 나는 내 몸이 자랑스러워서 아무런 손을 댈 필요도 없어, 이런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지금 어떻게 이거를 해결하거나 바꿔야 돼, 라고 하지 않는 그 감각들을 어떻게 온전히 전달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들을 해요.

사실 비수술 트랜스젠더를 제도적으로 이야기를 한다고 하면 성별, 화장실 문제에서 문제가 없어요. 이런 걸로 범죄자가 아니에요. 범죄가 아니고 범죄는 일어나지 않고 다른 여성들의 안전을 해치지 않아요. 목욕탕에 대해서도 쉽게 말하면 목욕탕 안 가요인 것 같아요.
수술하지 않은 트랜스젠더는 목욕탕을 가지 않아요. 그러니까 목욕탕에서 만날 일이 없어요, 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한편으로는 어쨌든 목욕탕을 안 가기는 하지만 이런 식으로 살아가는 어떤 다양한 모습들을 어떻게 하면 잘 전달하면서도 그러면서도 이게 왜 트랜스젠더가 오로지 수술한 사람으로만 여겨지거나 그게 디폴트가 되지 않는 방식으로 다양한 트랜스젠더를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이게 영화를 보고 또 준비를 하면서 들었고 하고 싶은 이야기였어요.

[박수]

기선
어, 저기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듯 저를 째려보시네요. (김일란에게)있으신거죠?

김일란
하고 싶은 말이라기보다 정말 앨리스가 영화 안에서 자기 욕망을 설명할 때 ‘너무너무 싫었거든요’ 라고 하면서 ‘커팅을 했다. 너무 싫어서 커팅을 했다’고 하는 것이 앨리스의 욕망이기는 하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통해서 네가 얼마나 진심인지 증명해봐,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앨리스는 앨리스의 욕망이지만 또 사회적 시선의 어떤 사람들은 ‘너 진짜 트랜스젠더 맞아?’ 그러면서 그것으로서 증명하게 만드는 사회적 시선뿐만 아니라 법 제도의 그런 부분이 있지 않나 이런 생각도 들고요. 그런데 그렇게 의심이 아닌 욕망과 한희가 말하는 그런 사이의 긴장이 있잖아요.

그래서 이 스펙트럼이 어떤 방식으로 공존하면서 이야기 되었을 때 서로가 자신의 욕망을 편하게 이야기하면서 존중하면서 함께할 수 있을까? 갑자기 깊은, 할 말이 있어서 쳐다본 게 아니라 ‘혹시 기선은 아나?’ 이런 느낌으로, ‘뭐라고 해야 될까? 이거를 어떻게 같이 고민하자고 할 수 있는 일일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기선
앗 저도 잘 알지는 못하겠고요. 

[웃음] 

알면 이 자리에 앉아만 있지는 않겠지요. 그냥 기껏해 이런 생각은 드는 거죠.
한희가 화장실이나 목욕탕에서의 몸 그리고 트랜지션에 대해 반문했잖아요. 그 순간 그리고 앨리스가 이야기한 그 긴장의 순간이라고 하는 것이 온전히 두 사람만의 몫일까?
누군가의 고유함이기도 하고. 인권이 보편적 권리를 이야기하면서도 말이죠, 양가적인 것이 있잖아요. 일단은 그 순간에 너무 외롭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이 정도의 생각에서 더 나아가는 게 뭘까? 이런 걸 아냐고 물으신 거죠? 한희는 그게 그냥 되겠냐고 방금 말하신거고요.

[웃음]

에디
좋은 화장실 인테리어를 해 주세요. 그러면 될 것 같아요.
<에디 앨리스> 화장실 냄새가 나는 것 같아요. 그만 이야기해 주세요. 다른 이야기해요, 우리.

[웃음]

기선
다른 이야기, 이제 저희에게 시간이 약 10분 정도 있습니다.

(상영관 총괄 활동가 머큐리에게) 왜 저에게 5분이라고 이야기하시죠? 10분 주세요. 저도 머큐리 필요할 때 10분 더 드렸어요.

관객석에 계신 분들이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 해서 오픈 채팅방을 봤는데요, 다들 듣는 데 집중하시는 것 같아요. 이토록 채팅에는 반응 없이 여기에만 보시는 것이. 우선 눈에 띄는 것을 읽어드리자면, 

“에디 예뻐요”

에디
(웃으며) 진짜, 성평등! 

기선
대부분의 이야기가 아주 그냥 다 팬심이예요.
“<에디 앨리스> 울고 웃으며 봤는데 영상에서 봤던 두 멋진 당사자분을 직접 보니 너무 반갑고…”
팬 미팅은 아니지만 팬심, 저희 활동가들도 팬심 많으셔서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 영화를 보면서 더 사람들이 더 많은 이야기를 이어갈 거잖아요.
내년에는 개봉도 하신다고 하니 조금 더 오픈된 공간으로 나간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 작품을 보면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좀 더 이야기하고픈 말, 사람들이 잊지 않았으면 하는 포인트가 있다면 다들 한마디씩 해주시겠어요? 

김일란
이제 <에디 앨리스> 상영이 인천에서 개막작이자, 오늘도 마지막 GV가 될 텐데요.
올 한해 여러 공간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에디 앨리스> 상영을 했는데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질문이 있었어요.

우리가 굉장히 열심히 만들었지만 아무도 그것에 대해서 코멘트하지 않았던 게 다이레이션 장면이었어요.
그거에 대해서 어느 누구도 질문하지 않았던 거예요.
그런데 사실 그 장면을 넣은 의도는 에디가 말해줬던 부분 때문에 넣은 건데, 공포의 다이레이션이 지나면, 이라는 한 줄로 끝나는 그 순간이 늘 생략되는 거예요.
여러 가지 트랜지션 과정 안에서 수술이라는 선택을 하게 되었을 때 발생하는 여러 여러 단계들과 감정의 변화, 몸의 변화 그러한 고통, 고통의 세기, 어느 정도 강도의 고통인가? 이런 부분들이 늘 생략되는데 이 생략되는 과정에는 이유가 있을 텐데 여전히 영화를 이렇게 대놓고 만들어도 GV 때 늘 생략되는 거예요.

그래서 얼마 전에 같이 GV를 해 주셨던 홀릭 활동가가 마치 사람들이 아이가 엄마나 부모에게 ‘애기는 어떻게 만들어져요?’ 질문을 하면 ‘사랑으로’ 이렇게 말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되게 비슷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출산을 한다든가 할 때에 들어가는 여러 가지 단계와 고민과 여성의 몸의 고통과 여러 가지가 늘 생략되는 것처럼 다이레이션이라고 하는 과정 자체가 생략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었어요.

그래서 에디와 앨리스가 고민스럽지만 우리가 개봉을 할 때 이 영화를 만든 이유 중에 하나로 트랜스젠더 여성에게 수술이 진짜 어떤 의미인가? 모두가 수술을 해야 한다든가 그런 수술로서 트랜스젠더 여성들의 경험이 환원된다든가 이런 게 아니라 트랜스젠더 여성들에게 다른 FTM 트랜스젠더분들에게 수술이 갖는 정확한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여러 경험들이 조금 더 정확한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이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에디가 적극적으로 그 부분을 알리되 조심스럽게 이 부분에 대해서 알리는 과정들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이런 이야기를 밥 먹으면서 한 적이 있었는데, 저도 고민이 되었고요.

개봉을 하게 되면 어떤 지점들을 조금 더 관객 분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할지 이제 막 다시 그간의 상영했던 것들을 반추하면서 다시 정리를 해봐야겠지만, 아무도 질문하지 않은 그것 하지만 영화에서는 대놓고 보여주는 그것에 대해서 조금 더 잘 이야기할 수 있도록 기획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에디
저는 이 다큐를 통해서 저의 어떤 선택들, 트랜지션을 선택한, 의료를 선택한 트랜스젠더 여성의 그런 어떤 순간의 결정들 그리고 그 결정을 통해서 과정들 이런 것들이 저는 당사자들이 많이 참고했으면 좋겠다.

어떤 기록이라는 건 누구한테는 연구나 학교 숙제 정도가 되겠지만 누구한테는 어떤 자기의 주체적인 삶을 사는 데 굉장히 중요한 하나의 정말 다 하나밖에 없는 키로 의미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있기 때문에 저는 혹시라도 세상에 수많은 트랜스젠더들이 있고, 어떤 멋진 말을 보면 ‘1000명의 트랜스젠더가 있다고 하면 1000개의 트랜지션이 있다’고 하는 것처럼, 선택도 자기가 하는 건데 만약에 저랑 같은 선택을 하는 당사자들이 있다면 말씀하신 대로 다이레이션이 끝난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거든요. 그 과정들을 보면서 누군가가 나와 같은 선택지에 있었을 때 이거를 참고했으면 좋겠다는 것.

그리고 <에디 앨리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누군가 주변에 말할 수 없는 어떤 커밍아웃의 하나의 이유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당사자분들이 나도 저런 경험이 있다고 했을 때 주변사람들한테는 그게 어떤 의미에서는 커밍아웃이 되니까, 사실 이거는 감독님한테 말씀은 안 드렸는데 이게 안전한 공간이라는 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예전에 전주영화제에서 그렇게 사람들한테 환호를 받고 환장하는 거예요.
트젠 처음 본 것처럼 막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그런데 제가 그렇게 환호를 받고 GV가 끝나고 화장실에 갔는데 CGV였나 메가박스였나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화장실 앞에 줄을 섰는데 발이 멈추더라고요.
‘내가 괜찮을까?’
분명히 같이 본 사람들이 화장실에 있지만 그 앞에서 제가 머뭇거린 기억이 나요. 물론 예쁘게 싸고 나왔지만.
그러니까 이게 저 같이 이런 환대의 경험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을 잠깐만 넘어가면 또 다시 그런 긴장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의 어떤 삶이 기록들이 누군가에게는 커밍아웃의 이유라든가 안전한 공간의 하나의 요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박수]

앨리스
저는  <에디 앨리스>를 통해서 많은 걸 얻었는데요.
특히나 제 삶이 그전에는 성확정을 했다고 한다면, 이 영화를 통해서는 자아를 찾아가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영화에서는 내가 뭘 좋아하지? 이런 게 나왔는데, 영화가 끝나고 난 지금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내가 남들과는 다르게 무엇을 잘하는지를 정확히 알겠더라고요.그래서 되게 큰 경험이 되었고요.

어떻게 보면 제 인생의 전환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에필로그 같은 게 되지 않았나, <에디 앨리스>가.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고 또 하나는, 바람이 있다면 이거는 개인적인 바람인데 제 삶에 있어서 여전히 그 불편함, 예를 들어서 또 화장실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저는 화장실을 갈 때 항상 두렵거든요.
항상 패싱이 자유롭게 된다고 저는 생각하지 않는데 대신 그런 거에 대해서 무너지지 않는 멘탈 관리를 끝까지 잘했으면 좋겠다는 그런 마음입니다.

감사합니다.

[박수]

박한희
필요하면 불러주시고요, 종종. 개봉하고도.
어제 숙명여대에서 인권법이랑 가족구성권 공동학술대회가 있었어요.
마치고 뒤풀이를 하는데 테이블에 판사가 3명이 앉아 있었는데 셋 다 미국이 동성혼이 되는지도 모르더라고요. 판사들의 세계는 그렇구나.
그런데 그분들이 에디가 와서 법원인권연구에서 강연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발표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에디
판사 만난 여자예요.

박한희
에디도 알고 있고 <에디 앨리스>도 알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영화가 갖는 힘이 이거구나.

어쨌든 그분들이 영화를 보면서 트랜스젠더가 이런 삶을 사는구나, 라고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을 했어요. 결론은 <에디 앨리스>가 흥행이 잘 돼서 모든 사람이 다 볼 수 있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선
인천인권영화제 특별기획을 갑자기 <에디 앨리스> 홍보로….사실은 우리가 못한 이야기가 더 많아요.

앨리스가 말한 대로 패싱에 대한 이야기 또 에디는 누군가의 삶을 돌아보는 태도에 관해서 이야기해 주고 있잖아요.
저는 이 작품 보면서 여러분도 느끼셨겠지만, 영화가 카메라 프레임을 넘나들면서 보여주는 관계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눌 말씀이 있다면 해 주시고 관객들과 인사를 할까요?


에디
아까 한 것 같은데 [웃음] 저도 많이 봤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너에게 가는 길을 이겨야 되고요.
친구사이도 이기고, 퀴어영화계에서…

기선
앗, 박한희가 주인공인, 앞으로 만들 영화도 있는데요.

에디
그건 2위했으면 좋겠어요. 화장실 장면 꼭 넣으세요. 잘 되었으면 좋겠고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변에 트랜스젠더 당사자분들이 있다면 주변에 권해 주시고 같이 손을 잡고 보는 가족영화, 가족 다큐멘터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앨리스
일요일 오후 이렇게 소중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그리고 내년에 개봉하면 한번 더 봐주세요.
그때는 또 다른 느낌이지 않을까? 분명히 다른 느낌일 거거든요.
그때 또 GV를 하게 되면 아는 척 많이 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기선
이것으로 인천인권영화제에서 준비한 이야기마당 마치려고 하는데요.
앞으로 이런 이야기들이 <에디 앨리스>와 함께 좀 더 이어질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힘이 되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