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주민 故 유한숙 님을 추모하며
– 지금 당장 죽음의 송전탑 공사를 멈춰라!
어제 밀양에서 전해진 비보에 마음이 아프다. 지난 2일 저녁 송전탑 공사 강행에 비관하여 음독하셨던 밀양주민 유한숙 님이 12월 6일 새벽 3시경 세상을 떠나셨다. 고인의 죽음을 깊이 애도한다. 그리고 이 죽음에 직접적인 책임을 한전과 정부에 묻는다.
“철탑이 들어서면 아무 것도 못한다. 살아서 그것을 볼 바에야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래서 송전탑 때문에 농약을 마셨다.” 고인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지난 9년 동안 밀양 주민들의 절규를 무시하면서 강행된 송전탑 공사 때문이다. 10월 다시 재개된 공사강행으로 두 달 넘게 밀양 주민들은 한전 직원과 경찰에 시달리며 전쟁과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고인의 죽음이 전해진 어제도 한전은 경찰의 비호를 받으면서 공사를 강행했다. 우리는 밀양 주민들의 삶을 빼앗고 벼랑으로 내모는 한전과 정부를 강력하게 규탄한다. 그리고 지금 당장 죽음의 송전탑 공사를 멈출 것을 촉구한다.
한전과 정부는 밀양 주민들을 철저히 외면하면서 공사를 강행해왔다. 그 과정에서 일상적으로 폭력과 괴롭힘에 시달려야 했던 밀양 주민들의 일상과 삶은 파괴되었다. 무간지옥과 같은 밀양에서 지난 1월 “내가 죽어야 이 문제가 해결되겠다”는 말을 남기고 분신 자결하신 산외면 보라마을 주민 故 이치우 님에 이어 또 다시 유한숙 님을 떠나보내는 지금, 우리는 밀양의 아픔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작년 故 이치우 님의 죽음을 ‘불을 피우던 중 몸에 불이 붙어 사망한 사건’으로 왜곡한 전력이 있는 밀양경찰서는 어제 故 유한숙 님에 대해 ‘특정 사안으로 음독하였다는 진술은 없었다’고 발표해 사실을 왜곡하였다. 우리는 책임을 면피하고자 고인의 죽음을 왜곡 축소하려는 모든 시도에 철저히 대응할 것임을 밝힌다.
故 이치우 님과 故 유한숙 님, 밀양의 아픔을 다시 가슴에 새기며 송전탑 공사 중단이라는 고인의 유지를 이루기 위해, 밀양에서 계속되어야 할 삶을 위해 함께 싸울 것이다. 생명을 희생하며 세워진 송전탑은 결코 우리의 ‘빛’이 될 수 없음을 기억하는 우리는 밀양의 아픔과 함께 할 것이다.
2013년 12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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