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혼잣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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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함께 사는 은수는 거주시설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감염인으로 의심받고 일상에서 고립된다. 면접을 보러 가다 넘어진 윤정은 도움 뒤에 이어지는 참견과 간섭을 떠올리며 도움 요청하기를 망설인다.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예슬은 신체적 중증 장애인의 예술과 연기에 대해 고민한다. <춤추는 혼잣말>은 시설 밖에서도 자유롭기 어려운 차별의 시선에 맞서는 장애여성들의 독백을 들려준다. 그녀들의 독백은 시설사회에 맞서 노동과 인간의 조건을 만드는 저항의 목소리로 우리와 만난다.


[차이에 대한 권리 – 장애인권]

춤추는 혼잣말

감독 : 이진희
제작연도 : 2020
장르 : 극영화
국가 : 한국
언어 : 한국어/ 한국어자막/ 수어통역영상자막
상영시간 : 33분

상영일시 : 2021.12.18(토) 13:10, 19(일) 13:30 <그럼에도 불구하고>와 연속 상영
상영장소 : 영화공간주안 4관(토), 3관(일)


12월 18일(토) 오후 1시10분 <그럼에도 불구하고>, <춤추는 혼잣말> 연속 상영 후
이진희 감독, 서지원 장애여성공감 극단 춤추는허리, 꼬비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와 함께
대화의 시간이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악천후로 인한 교통상황 악화로 취소되었습니다.

아쉽지만 해당 대화의 시간 관련 기록들은 이후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공유하겠습니다.



작품해설

비장애인 중심의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은 자립할 수 없는 존재, ‘보호’로 은폐된 통제받는 존재가 된다. 특히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은 평생을 사회에서 배제·격리·통제당하며 자신의 삶을 꾸려나갈 기회를 박탈당한다. 하지만 ‘시설’은 장애인 거주시설만이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집이, 또 다른 이에게는 거리가, 병원이 시설이다.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없는 사람들이 삶의 장소에서 소외되고 의존이 무능력의 지표가 될 때 사회는 그 자체로 거대한 시설이 된다. 영화는 딸을 양육하는 은수, 해고당한 노동자 윤정, 배우로 활동하는 예슬 세 장애여성이 몸으로 부딪치는 삶과 독백을 통해서 권리를 잃은 사람들이 권리의 주체가 되고, 지역사회에서 노동자로, 예술가로, 시민으로, 인간으로 함께 살아가기 위해 사회와 동료시민들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 묻는다.

꼬비 인천인권영화제 반디활동가



인권해설

영화를 제작한 장애여성공감은 지난해 <시설사회>라는 훌륭한 책을 엮어냈다. 단지 벽돌과 흙, 담장으로 둘러싸인 건물만이 아니라, 장애인과 소수자를 통제하고, 안전이나 보호를 명목으로 갈라치는 곳은 어디든 시설이라는 점을 날카롭게 지적한 책이었다. 영화 <춤추는 혼잣말>은 이 책의 연장선에서, 코로나19 이후 펼쳐진 시설사회에 대한 묘사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지금도 무수히 많은 시설이 다양한 삶의 공간에서 ‘작동’되고 있다. 우리는 장애인을 너무나 쉽게 코로나19 감염 고위험군과 등치하고, 도움이나 보호라는 명목으로 장애인의 선택과 신체를 통제하고, 또 장애인의 고민과 노력의 결과물을 오직 감동으로만 소비한다. 이러한 행위들은 너무나 익숙하고 편안한데, 그건 우리가 시설사회의 문법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연약한 존재, 열등한 존재라는 문법. 이런 문법 속에서는 장애인이 ‘감히’ 비장애인과 같은 욕망을 가지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거나, 장애인을 ‘대견’해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문법에 순응하는 게으른 선택들은 착실히 시설사회의 유지에 기여하는 토대가 된다. 구성원을 배제하는 바리케이드가 많아질수록, 사회는 더욱 좁아지고, 황폐해진다. 그렇기에 우리에겐 ‘춤추는 혼잣말’들을 더 이상 혼잣말로 남겨두지 않아야 할 의무가 있다. 장애인이 약하고 불쌍해서가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듣는 이가 있다면, 그 말은 더 이상 혼잣말이 아니다.

장애인 거주시설 집단 감염 확산을 막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장애인 당사자와 수평적 관계를 위해 필요한 태도와 환경은 무엇인지, 다양한 형태의 아름다움과 역동을 보는 시야는 어떻게 가질 수 있을지-모르겠다면 당사자에게 물어보라. 명쾌한 답을 들려줄 것이다.

물론, 혼잣말 듣기가 매끄럽진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문법과 많이 다르니까. 그러나 그 문법에서 해방되는 순간, 우리의 앞에는 바리케이드 너머의 드넓은 세계가 열릴 것이다. 영화 <춤추는 혼잣말>이 건네는 이 초대에 가능한 많은 이들이 응해주시길.


최한별
┃국내외 장애계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어 한국장애포럼에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