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회 인천인권영화제를 열며
나의 몸이, 또 다른 몸의 숨결과 말하고 닿고 움직이는 것에 날카롭게 감각할 수밖에 없는 날들.
그제야 우리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를 묻고 서로의 안녕에 기대며 살아간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낯섦과 불확실을 제거하고 방어하기보다 나의 몸과 세계에 들여 나를 새롭게 하는 것이 나와 당신을 그리고 세상을 만들어 온 것은 아닐까요.
쉽게 잊히고 아주 오래된 일인 듯 일상이 흐르지만, 모든 것이 멈춘 그때의 감각은 이렇게 나의 몸에 새겨져 있습니다.
내 몸이 가진 내력으로 당신을 감각하듯이
당신을 만나는 때면 살아온 시간과 앞으로의 삶을 상상하게 됩니다. 그렇게 내 삶의 여정이 당신의 여정과 만나고 얽히며 또 다른 궤적을 그립니다.
이렇게 당신은, 내게 구체적 얼굴이 되었고
이제는 살만한 삶이라는 것을 언제까지 누구와 어떻게 살아가게 되느냐는 물음에 머물고 있습니다.
휘말린 세계의 틈에서 끊임없이 연루되는
당신과 나를 가르고 누군가의 삶에 높낮이를 매기며 폭력으로 위계를 확인하는 세상을 만날 때면
우리가 그 경계를 타고넘을 수 있길
무엇이 살만한 삶을 만들까, 상상하고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가게 되는가를 물으며
다른 삶과 세계로 나아갈 수 있길
나에게, 당신은 존엄의 얼굴입니다.
당신과 나는 다름으로 연루되는 평등의 감각입니다.
세상을 살만한 삶으로 이끄는 연대의 시간입니다.
이렇게,
일렁이는 몸들이 만나며 그리는
세상에 다시 없을 삶의 궤적,
당신이라는 세계
스물아홉 번째 스크린을 펼칩니다.
표현의 자유, 더 깊고 너른 인권감수성과 대안영상이 펼쳐지는 공간, 누군가의 몫소리에 몸을 기울이고 이야기를 이어가는 시간. 그렇게 펼치고 잇는 자리가 되고자 보내는 나날들.
이것이 삶의 자리를 지키며 공존의 순간과 인간의 보편적인 권리를 엮어나가는 당신들이 있어 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몫소리와 기록의 힘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늘 그렇듯이 고맙고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공존을 위한 영상, 자유를 향한 연대. 저항의 스크린은 꺼지지 않는다.
2024년 11월 인천인권영화제를 일구는 사람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