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The way home💬

| 당신이라는 세계 |

집으로 가는 길
The way home

감독 : 차은빈
제작연도 : 2022년
장르 : 극영화
언어 : 한국어 한국어자막해설
상영시간 : 28분

상영일시 : 2024.12.1. (일) 오후 1:30
상영장소 : 영화공간 주안 3관

기획의도

예화의 일상에는 안부를 챙기고 먹을 것과 놀이를 함께 나누는 이웃 친구들이 있고, 바느질 솜씨를 인정하고 일거리를 주는 세탁소 사장이 있다. 이들은 예화가 독립적인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는 돌봄의 연결망이다. 

‘독거노인’이라는 말에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는 외로움과 곤궁한 삶 등 비극적이거나 부정적인 것들이다. 그러나 예화 역시 혼자 살고 있는 ‘독거노인’이지만, 그녀는 홀로 외로운 삶을 살고 있지 않고 숙련된 노동의 존중을 받고 있다. 예화의 삶을 보면 가족 밖에서의 연결과 돌봄의 다양한 가능성으로 만들어가는 독립적인 노년의 삶을 상상해보게 된다.

그러나 제도는 관계와 삶을 흔들어버린다. 자본주의 사회는 나이에 따라 경제활동인구를 분류해 특정한 나이에 도달하면 은퇴를 시키는 생산체계다. 노년세대가 소득이 단절되거나 열악한 노동을 하게되는 이유다. 예화는 공식적으로 기초생활수급이라는 제도로 국가가 지원하지만 비공식적으로 노동을 하고 있다. 제도의 지원은 충분치 않은 생계비일뿐만 아니라 노동을 통해 갖는 존중과 성취, 관계망들을 박탈한다. 

또한 좀 더 나은 주거로 ‘남들만큼’ 살고 싶은 세지에게 집을 구매하기란 엄두가 나지않는다. 그러나 주택청약제도의 가점제나 특별분양을 이용하면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래서 세지에게 엄마가 필요하다. 한국의 많은 제도가 그러하듯 주택공급체계 역시 ‘정상가족’ 생애규범을 재생산해왔다. ‘남들만큼’ 살고 싶은 딸과 ‘각자 잘’ 살고 싶은 엄마는 제도로 얽히는 ‘가족’이라는 틀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엄마와 딸의 삶에 얽혀있는 기초생활보장제도와 주택청약제도를 들여다 보며 제도가 만드는 관계가 아닌 돌봄의 관계를, 불안 혹은 위기로 인식되는 ‘고령화 사회’가 아닌 존엄한 노년의 삶을 기대하는 사회를 그려본다. 

  • 독립적이고 존엄한 노년의 삶
  • 정상가족 생애규범을 재생산해 온 주택청약제도
  • 가족 밖에서의 연결, 돌봄의 다양한 가능성

대화의 시간 기록 

차은빈 감독
김영옥 『늙어감을 사랑하게 된 사람들』 저자, 『돌봄과 인권』 공저자
랑희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수진 한국농인LGBT+(수어통역)
박세희 에이유디 사회적협동조합(문자통역)

랑희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전 인천인권영화제에서 활동하고 있는 랑희입니다.

(박수)

지금 <집으로 가는 길> 함께 보셨는데요. 이어서 대화의 시간을 진행을 하려고 합니다.
여러분들도 영화 어떻게 보셨는지 너무 궁금하기도 하고, 오늘 이 영화를 만들어 주신 감독님과 그리고 함께 이야기 나누실 이야기 손님들을 앞으로 모셔볼 텐데요. 박수로 환영해 주시기 바랍니다.

(박수)

랑희
자리에 앉아서 인사할까요? 네, 오늘 이야기손님 두 분 앞으로 모셨는데요, 각자 자기소개와 함께 관객분들과 인사 나눠 주시기 바랍니다.

차은빈 감독
안녕하세요? <집으로 가는 길> 연출한 차은빈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박수)

김영옥
안녕하세요? 이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려고 온 김영옥이고요, 전 <돌봄과 인권> 책을 썼고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에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랑희
지금 이 자리에는 수어통역과 문자통역이 함께 있는데요, 수어통역에는 한국농인 LGBT+ 의 수진님이 함께 해 주시고 계시고 문자통역은 에이유디 사회적협동조합의 박세희님이 함께 해주시고 계십니다. 박수로 맞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집으로 가는 길> 영화를 활동가들과 함께 프리뷰를 하면서 굉장히, 뭐라고 할까요, 감정이입이 됐었어요. 지금 보신 관객분들은 오늘 영화를 어떻게 보셨는지 너무 궁금한데,
어떻게 저럴 수 있냐부터 시작해서 한숨도 같이 쉬고, 그러면서 영화를 봤는데요. 그만큼 영화가 굉장히 짧지만, 스토리의 몰입력도 굉장히 강했던 것 같고, 배우님들의 연기도 좋았던 것 같은데 오늘 함께 본 이 영화에 대해서 저희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관객 여러분들께서 받으셨던 티켓의 뒷면에 QR코드를 사진으로 찍으시면 오늘 진행하는 오픈채팅방으로 입장하실 수 있습니다. 두 분, 게스트 분에게 묻고 싶은 것도 적어보고 오늘같이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남겨 주시면 오늘 대화의 시간을 진행하면서 함께 그 이야기도 나눠 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오픈 채팅방으로 입장해 주시면 좋을 것 같고요.

그 전에 제가 먼저 두 분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감독님께 제가 먼저 궁금한 건, 제가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배우님들 연기도 너무 좋고 스토리도 너무 좋은데, ‘어떻게 이런 노년의 이야기를 만드실 수 있었을까?’ ‘혹시 롤 모델이 있었나? 아니면 감독님의 경험이 있었나.’ 그런 것들이 좀 궁금했어요. 그래서 한번 이 영화들을 어떻게 이렇게 만들게 되셨는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차은빈 감독
일단, 할머니랑 같이 살았고요. 그래서 제가 가장 옆에서 잘 돌봐드리고, 요양원에 들어가시기 전까지 저희 집에 계셨는데, 그때 제가 거의 할머니의 손과 발이 되면서 노년의 삶을 옆에서 같이 체험했었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노인이란 무엇일까? 노년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노년의 삶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했었고요.

그리고 노년, 노인이라는 건 우리 모두가 될 수밖에 없는 인물이잖아요? 다른 소수자들이랑 좀 다른 점이, 노인이라는 소수자가 다른 점이 우리 모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점인 것 같아요. 그래서 ‘내가 나중에 저 나이가 되었을 때 나도 저러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지면서, 노년의 삶에 많이 이입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예화의 롤모델이라고 한다면 아마 저희 할머니가 롤모델이신 것 같습니다.

랑희
엔딩 크레딧에 ‘나의 분홍옷 할매’가 나왔는데 감독님의 할머님이실까요?

차은빈 감독
맞습니다. 최정례 할머니시고 분홍색을 좋아해서 분홍옷 할매라고 많이 제가 불렀습니다.

랑희
엔딩 크레딧을 보면서 좀 예상했어요. 감독님이 애정을 가진 할머님이 계셨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 그냥 영화가 되는 게 아니었어요. 이게 삶에서 같이 겪으면서 이런 것들이 영화로 나온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습니다.

김영옥 선생님께 질문을 드리고 싶은 건, 선생님이 가끔 영화 얘기를 하다 보면 저는 포착하지 못한 그 영화 속의, 꼭 주인공이 아니어도 노년의 인물이 나오는 점들을 잘 포착하시고, 그런 것들을 예리하게 말씀을 해 주시는 것들을 제가 몇 번 들은 적이 있었는데 이 <집으로 가는 길> 영화 속에서는 인상깊거나, 혹은 이런 장면들이 좀 의미가 있거나 그런 장면들이 있다면 어떻게 보셨는지 좀 궁금하기도 합니다.

김영옥
네, 일단 제목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어요. <집으로 가는 길>이잖아요? 지금 집에 살고 계신데,
본인이 확실하게 원하지 않는 상태에서 이 집을 떠나서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시는 거잖아요? 그래서 제가 인권 해설에도 “밭에서 뽑힌 무 같다.” 그래서 “밭에서 무를 뽑아서 다른 데로 옮겨 심거나, 다른 데로 가져가면 이 무는 살아남기 힘들다.” 이걸 실제로 노년들이 많이 이야기를 하세요. 노년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 중의 하나가, “살던 곳에서 나가면 뿌리 뽑히는 거다. 그래서 절대, 다른 곳으로 가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기 때문에, 이 제목이 굉장히 흥미로웠고요. 그래서 일종의 역설 내지는 아이러니로 들렸어요.

‘집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 집을 떠나는 길, 혹은 집에서 쫓겨나는 길인가?’ 이런 생각이 들었고, 그다음에 ‘할머니들은 역시 손녀가 있어야 좋겠다.’ 이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손녀들이 만든 할머니 영화들이 다큐로 좋아요. <할머니의 먼 집> 그 영화도 너무 좋지 않습니까? 그 영화에서도 이제 할머니 집이 나와요. 그때 그 먼 집은 중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을 텐데, 어찌 되었든 어머니가 가운데에 있고 이제 할머니와 그 손녀가 양쪽에 있는데, 이 모계의 혈통 라인이 주는 상당히 중요한 페미니즘의 어떤 질문이 있고 성찰이 있다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영화에서 싫다고 하는 손녀를 이렇게 데리고 할머니 집에 오는 장면이 눈에 되게 띄었어요.

그래서 현재로서는 저 할머니와 손녀 사이에 별 소통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러나 이제 시간이 지나면서 이 딸이 거리를 갖기 어려워서 엄마와 맺는 어떤 애증의 관계보다는 손녀가 할머니를 이해하고 더불어 할머니와 어머니 사이를 중재하는 이런 역할도 하지 않을까? 저는 할머니, 어머니 딸로 이어지는 이 관계의 내림, 내리사랑이라고 하는데 이런 식의 계보가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랑희
지금 말씀해 주셨던 ‘밭에서 뽑힌 무’라는 표현이, 밖에 나가면 저희 자료집이 있는데, 인권해설이 있는 그 자료집에 실린 글에서 그 표현을 보고,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할 수 있을까? 밭에서 뽑힌 무라니. 어떻게 보면 직관적으로도 와닿는 그런 표현이어서 저도 그렇게 쓰신 표현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은 감독님께서 연출 의도로 이렇게, ‘돈이 없는 사람들과 집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주택청약제도가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연출 의도라고 밝혀 주셨었어요. 그래서 이 집을 놓고 욕망을 보이고 있는 세지의 모습에 영화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분개하기도 하는데요. “어떻게 저럴 수가!” 이렇게 분개하기도 하는 데요. 사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세지와 비슷한 욕망을 갖고 현재 집을 바라보면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게 세지가 나빠서인지, 세상이 문제인지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 주거 문제를 감독님이 다루면서도 여기 안에 당연히 현재의 주거에 대한 욕망뿐만 아니라, 그 안에 녹여져 있는 가족의 모습, 그리고 제도의 문제, 노년의 삶 이런 것들이 굉장히 복합적이고 중층적으로 영화 안에 짧지만 굉장히 강하게 녹아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래서 질문은, 이 주택청약제도, 발음이 좀 어렵네요. “주택청약제도라는 주제를 삼게 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그런 게 굉장히 궁금했습니다.

차은빈 감독
말씀하신 것처럼, 세지가 가지고 있는 세속적인 욕망이 저는 모두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다들 잘 살고 싶고 다들 내 집 갖고 싶고, 내 홈그라운드를 만들고 싶은 욕망이 다들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세지가 감정적으로 되게 나쁘게 보이지만, 사실 우리 모두가 그런 면들이 다들 있다고 생각을 했고요.

주택청약제도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제가 살고 있는 빌라, 제가 지금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집에 관련돼서 제가 경험했던 것들인데, 저희 빌라가 되게 독특해요. 보통은 LH라고 하면 LH임대 아파트가 있다든가 주택이 따로 있는데, 저희는 일반 빌라에서 일반분양과 LH가 혼합돼 있는 조금은 특이한 구조거든요. 그 안에서 LH세대분들이랑 일반분양 사람들 사이에서 많은 갈등도 있었고, 그걸 제가 같이 매일 경험하고 체험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주택청약제도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하게 되었고요. 그리고 ‘LH에 대해서 그러면 내가 뭘 알아야 될까?’라고 생각하면서, 그 가산점에 대해서 공부를 하다가 부양의무가 보였고, 그때 할머니 생각이 나서 데이터를 합쳐 같이 영화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랑희
한국의 부양의무제라고 하는, 그러니까 뭐랄까요? 나를 돌볼 수 있는 자식이 있다고 하는 것이 이 주택청약제도뿐만 아니라, 한국의 여러 복지제도에 결부되어져 있는 것들이 많더라고요. 그런데 이게 근본적으로는 가족이 서로를 돌보고 살아야 한다는 걸 강제하고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가산점을 준다는 것도, ‘부모 모시고 사니까 장하다, 점수 더 줄게.’ 이런 의미라고 생각이 들어요.

이런 주택청약제도와 이 영화 안에는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또 하나가 더 등장하게 돼요. 예화가 몰래몰래 세탁소에서 일을 하잖아요? 그런데 이제 기초생활 수급자는 공식적으로 노동을 하면, 이 기초생활수급을 박탈당하기 때문에, 몰래몰래 노동하는데 이게 일종의 뭐라고 그럴까? 기술의 기술. 이런 느낌이거든요. 제도가 충분히 뒷받침해 주지 못하니까 이렇게 몰래몰래 노동도 하고, 그런데 그게 단순히 경제적인 이득만을 보여주지는 않는 것 같아요, 영화 안에서. 그래서 이렇게 노동의 기회를 가지는 것들이 노인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문제일 수 있겠다.

경제적인 측면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이런 제도의 문제 안에서 노인들이 박탈되고 있는, 노동에 관한 이야기들을 조금 더 우리가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영옥 선생님께 관련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김영옥
우리가 노동을 바라보는 관점이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 살수록, 돈버는 일에만 이렇게 꽂히게 되잖아요? 그런데 ‘사회란 무엇인가?’ ‘사회적인 것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앞세우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노동이라고 하는 것은 공식적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거다.’라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공식적이라는 말을 앞에 붙인 이유는, 내가 좋아서 하는일이고, 내가 잘하는 일을 하지만 그리고 그걸 함으로써 돈도 벌지만, 사실 이것의 어떤 기본 의미라고 하는 것은 나에게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함께 사회 구성원으로 이 사회를 구성하고 살고 있는 그 사람들에게 나도 기여하는 거다.’라는 데에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아시다시피, 맑스도 “노동이란 기본적으로 사회적 노동이다.” 이런 말을 했잖아요? 앞에 사회적이라는 말은 사실 붙일 필요도 없지만, 원래 노동이 사회의 속성이 있으니까. 그럼에도 그걸 강조하기 위해서 말을 쓴 건데 점점 이 의미가 상실되어 가는 것 같아요. “노동, 돈을 얼마나 버냐?” 이런 식으로 단선적으로 생각하게 되는데요. 노인이 되면 노동이 사회적인 그 함의를 갖고 있는 활동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더 많이 깨닫게 되죠.

그러니까 많은 노인 분들이, 특히 한국에서 ‘노동하고 싶다’고 할 때는 일단, 한국이 기본 사회적 보장제도가 너무 약하니까, 그렇죠? 공적연금을 받는 사람들의 퍼센트가 20%가 안 넘잖아요? 그렇다 보니까 일단 경제력 확보가 중요하고. 그런데 그거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나도 사회적으로 기여하는 사람이고 싶다’ 이런 거죠. 그래서 경제적으로 사정이 안 좋은 분들뿐만 아니라, 베이비부머라고 불리는 자기가 국가를 건설한 주역이고, 사생활 측면에서도 뭔가 성공적인 삶을 이끈 이런 분들도, 그래서 자원이 많아서 굳이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이런 분들도 모임 같은 곳에서 “당신이 그래도 놓지 않고 싶은 일, 잘 해낼 수 있을 일이 뭐냐?” 가장 원하는 게 뭐냐고 물어보면, 사회적 공헌이라는 말을 해요. 공헌이라는 말 때문에 더 채택할 수 있겠지만 아무튼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사회에 여전히 뭔가를 기여하는 사람이고, 그리고 그런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고 싶다는 욕망이 있는 거죠.

그래서 이 영화에서도 보면, 어머니가 이제 바느질을 잘해서 승인도 받으면서 청년세대에게, 청년세대와 노동으로 같이 협업하면서 굉장히 좋은 사회활동을 하고 계신 거잖아요? 그래서 그 돈을 잘 모으면, 이제 ‘고물이 된 세탁기를 바꿀 수도 있겠지?’라고 하는 어떤 사적인 재산권 차원에서의 이야기도 있지만, 일을 함으로써 나는 여전히 뭔가 나의 기술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할 수 있다. 이런 것. 다른 세대와도 협업할 수 있다. 이런 기쁨을 주는 거죠. 그래서 저는 노인들에게 사회활동 따로, 노동 따로를 주문하지 말고 사회활동이, 그다음에 인간과 계속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노동과 통합될 수 있게, 이런 식의 구조 변화, 변경을 우리가 좀 모색해야 되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랑희
저도 세탁소 주인과 예화가 같이 등장해서 대화를 나누는데 ‘너무 꼼꼼하시고 잘하신다’ 얘기를 나누는 장면이 좋았어요. 그만큼 예화가 오랜 시간 숙련된 노동력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거고, 너의 기술을 신뢰하고 있고, 너만 한 사람이 없다. 이런 관계가 동네 안에서 이루어지고 이웃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저는 되게 좋아 보였어요. 감독님 그런 거 의도하고 만드셨을까요?

차은빈 감독
네. 예화가 나름대로 자기 삶을 잘 꾸리는 독립적인 여성이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을 했고 몰래 일하는 것, 공무원한테 들키면 안 되잖아요? 기초수급자라서. 현금으로 직접 받는 것들이 대담하고 독립적이고 자기 삶을 알아서 나름대로 잘 꾸며가고 있는 여성으로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랑희
대담한 ‘몰래 노동’에 동네 친구들이 같이 공모해서 조력해주고 있죠. “비밀이야.” 그런 것도 굉장히 좋았습니다. ‘비공식 노동이지만 우리가 함께 이 노동을 지켜주고 있어.’ 하는 암묵적인 합의. 그런 것도 너무 좋았습니다.

차은빈 감독
친구들끼리의 의리가 있고, 전 ‘집’이라는 존재 자체가 주택, 그런 거 하나가 아니라 동네. 내가 이 사람들과 이 이웃들과 친구들과 교류하고 있는 커뮤니티 자체가 전 ‘집’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집이라는 개념이 물리적인 재산뿐만 아니라, 다같이 친구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렇게 친구들도 다 같이 조용히 해주고 그런 게 있었어요.

랑희
그 얘기를 듣고 나니까, 제목의 <집으로 가는 길>에 이 집이 어떤 집이냐가 더 중요해지는 것 같아요. 이 집은 어떤 집인가? 그런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저희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관객 여러분들이 올려 주신 질문도 있고 의견도 있었어요. 먼저 한 분이 자기 경험을 나눠 주셨는데요.

“저도 세지와 비슷한 경험을 해서 공감이 되었습니다. 장애를 가지신 아버지와 함께 살면 1순위가 된다고 해서 아버지와 세대를 합치려고 했는데, 자녀와 함께 살게 되면 아버지의 활동지원 시간이 줄어들어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없게 되는 상황이 있어 언니의 만류로 포기했었습니다. 정말 너무 유사
한 상황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가족이랑 살면 왜, 당사자가 받던 이 사회적 지원이나 복지가 줄어들게 되는지 정말, 너무 화가 나네요. 이 이야기도. 가족이랑 살면 마치 더 해주는 것 같지만 그 개인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삶을 온전히 스스로가 꾸려갈 수 있는 어떤 지원, 이런 것들이 오히려 박탈당하게 되는 이런, 뭐라고 그럴까요? 모순이라고 해야 될지, 아이러니라고 해야 될지, 이런 상황들이 제도 안에 사람들의 삶을 옭아매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김영옥
가족중심주의의 음모입니다. 책략이에요.

랑희
저희가 음모와 책락을 앞으로 깨부셔야 되겠죠? 그리고 이거는 저도 좀 궁금했는데, 저와 같은 궁금증을 질문으로 남겨주신 분이 있었어요.

“주인공 할머니는 딸네 집에 들어가서 잘 살았을지 어떻게 됐을지 궁금합니다.”라고 했는데요. 각자의 상상일 수 있는데 ‘할머니는 어떻게 살 수 있을까?’ 영옥 선생님이 말한 것처럼 손녀가 매개가 되어서 더 좋은 관계가 될 수도 있고. 그런데 많은 분들은 안 좋은 결말을 생각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드는데 혹시 감독님이 상상하신 뒷이야기가 있었을까요?

차은빈 감독
일단 관객분들이 생각하는 모든 것이 정답이고요. (웃음) 저는 예화가 굉장히 독립적이고, 앞에서 봤듯이 나름대로 자기 삶을 잘 영위해 가는 사람이었잖아요? 집에 들어갔어도 몰래 공모, 음모를 꾸미고 자기만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집에만 있는 게 아니라, 자기 영역을 또 넓혀 갈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너무 안 좋게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물론 가족들 사이에서는 어떤 갈등이라든가, 부딪치는 경우들이 굉장히 많겠지만, 자기의 커뮤니티, 자기의 소속을 위해서 또 다른 어떤 행동을 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랑희
저는 그래서 이제 딸이 1순위가 되어 가지고 집을 받잖아요, 잠깐 살다 나와서 원래 살던 데로 갔으면 좋겠어요.

차은빈 감독
그게 가장 베스트인 것 같습니다.

랑희
아니면 새로운 동네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도 있지만, 친구들이 있는 데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김영옥
그 연령대 분들이 이사 가는 걸 되게 꺼려 하세요. 이거는 제가 디스토피아 스토리를 쓰겠다는 게 아니라, 경험상 말하면 이사 가고 나서 인지장애증에 빨리 포섭되는 경우도 생기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감독님의 의견에 한 표를 던져요. 여기 영화상의 예화님 정도의 자기 관리 능력, 내지는 자기돌봄 능력이라면 충분히 딸 집에 가서도 이제 다른, 자기만의 공간을 마련하실 수 있을 것 간고요.

그리고 이 영화에서 우리를 지금 가슴 아프게 하는 것 중의 하나는, 예화가 친구들이랑 있을 때, 혹은 다른 곳에서 자기 볼일 볼 때는 말도 많고, 표정도 다양한데, 딸을 만나면 딱 말도 “밥 먹었어? 먹어.” 이것밖에 없어요. 표정이 굳잖아요? 손녀한테 돈 주는 것도 “받아.” 이것밖에 없는데, 아니면 짠한 표정, 딸이 잠들었을 때 봤을 때 짠한 표정 그것밖에 없는데 딸이 세탁기에서 나오는 물을 뒤집어써서 엄마가 주는 꽃무늬 옷을 입고 나왔을 때 모녀 사이에 있었던 뭐랄까? 얼음이 녹는 것 같은 분위기, 그게 참 좋았어요. 아무래도 전 이 영화 안에서는 어머니에게 감정이입을 더 많이 하는 입장이다 보니
까, ‘그래, 저런 관계가 어쩌면 더 많이 내장돼 있는 가능성일 수 있는데 왜 이 제도들이 이렇게 이 관계를 다 삭막하게 황폐하게 비틀어 버리나?’ 이런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원컨대, 아파트 분양 받아서 딸하고도 더 많은 표정과, 대화도 나누고 또 손녀하고도 격세 간의 어떤 관계도 맺고, 그리고 더, 이제 희망하기는 몰래몰래 또 돈벌이도 하다가 한 2~3년쯤 되어서 다시 옛날 동네로 이사를 오거나, 아니면 거기서 할머니들과 또 다른 어떤 커뮤니티를 결성하거나, 이렇게 되지 않을까? 2탄이 기대됩니다.

랑희
2탄은 우리 모두의 소망을 담았어요. 예화의 이어지는 삶을 그려 주시면.

차은빈 감독
제가 한번 노력해 보겠습니다.

김영옥
저는 3대를 믿어요. 할머니, 딸, 손녀 3자 간의 관계를 믿습니다.

차은빈 감독
제가 할머니랑 같이 살았다고 했잖아요? 그때는 거동이 가능하셨을 때 집 앞에 왔다 갔다를 많이 하셨거든요? 어느 날에는 노래를 부르는 축제를 갔다 오셨다고 하는 거예요. “그런 데 갔다 오셨냐?” 했는데 96세 할머니랑 친구가 되셨다고, 그 할머니 보러 다음에 또 가셔야 된다고 약속했다고 하신 걸 보고 그들만의 커뮤니티가 또 만들어질 수 있구나, 생각했어요.

할머니가 사시는 집이 저의 집과 완전 멀거든요. 거기를 벗어난 적이 없으신 분이었는데 새로운 지역,
서울에 와서도 새로운 사람을 또 만나고 친구를 사귈 수 있고, 그 나이에서도. 이건 약간 제 편견일 수 있겠지만 너무나 살아온 환경이 다르다 보니까, 환경이 다르면 친해지기 어렵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96세 할머니랑 같이 약속을 하고 노래 같이 부르기로 했었다고 말했던 게 기억이 납니다.

랑희
노년의 삶을 잘 모르고 잘 상상도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분들은 어떻게 살까?’라고 하는 부분들은 우리가 굉장히 단편적으로 혹은 굉장히 편협하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질문, 네 또 있어요. 감독님께 질문이 들어왔는데, 영화에서 세탁기의 연출 의도와 할머니들의 연기가 좋은데 모두 배우분이실까요? 라는 질문이 있습니다.

차은빈 감독
할머니 친구분들은 사실 전문 배우는 아니시고요. 주인공 할머니는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하시는 배우님이시고 여기 재밌는 비하인드가 있는데요. 할머니 친구분들 중에 저의 실제 막내 할머니가 계시고요, 막내 할머니의 친구 할머니랑 세 분이 원래 친구세요. 그렇게 같이 캐스팅을 했고
요.
그런데 또 이 영화를 찍으면서 주인공 할머니랑 저희 막내 할머니랑 되게 친해지셔 가지고, 같이 밥도 드시고 저한테 배우님도 가끔씩 연락이 오면 그 할머니분들 잘 계시냐고 가끔씩 여쭤보시거든요. 나이대가 그렇게 차이가 많이 안 나세요. 그렇게 되었고요.

세탁기는 이제 예화를 많이 생각을 했어요. 중간에 보시면 아시겠지만, “망가지면 짐이다, 버리는 데도 돈이 든다.” 이제 “고물이 된 세탁기다.”라는 게, ‘어쩌면 나를 그 사물에 대입한 게 아닐까?’ 예화라는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하면서 좀 연출했었던 것 같아요.

랑희
그리고 영옥 선생님께도 질문이 있는데요. “여성 기초수급자, 그리고 노년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생각보다 여성 돌봄에 대한 영화는 많은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남성들은 돌봄의 대상에서 항상 벗어나 있는 듯합니다. 젠더적인 부분이긴 하지만, 현재 남성 기초수급자의 현황과 그들에 관련한 영화나 책이 있으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김영옥
남성들이 돌봄 대상자로 등장하는 문화 콘텐츠가 적은 건, 배우자들이 잘 돌보기 때문에 그래요. 별로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제가 만난 모든 정말 거의 모든 여성 노년 분들은 “이 양반은 내가 챙긴다.” 이런 말을 하세요. 인지적으로 신체적으로 상황이 열악해지든, 아무튼 “어쨌든 간에 내가 죽을 때까지 책임진다.” 이런 말을 하시거든요. 노년 말년에 돌봄이 사회적 의제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여성 노년인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래서 그런 이유가 있고요.

그다음에 남성 기초생활수급자분들의 생활환경, 굉장히 나빠요. 왜 나쁘냐면 이제 이게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는 독거인 경우잖아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배우자가 있으면 배우자가 거의 모든 것을 어떻게든 운영 가능하게 관리해 주니까 되는데, 배우자와 사별했던 아니면 이혼했던 어떤 상황에서든 헤어지고 혼자 말하자면 독거로 살게 된다고 할 때는, 모든 생활 기술을 누군가가 지원해 줘야 돼요. 혼자서는 청소도 못 하고, 밥 먹는 것도 못 해 먹고, 빨래도 못 하고. 그다음에 누군가에게 다가가서 오지랖을 떨면서, 친구가 되자고 하는 것도 못 하고.

그래서 이분들은 기초생활 수급자가 되느냐? 안 되느냐의 차원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생활의 기술이 너무나 없다는, 좀 더 포괄적이고 근본적인 차원에서 굉장히 중요한사회적 의제입니다. 그래서 저는 어디에 가든지, 그런 이야기를 해요. 그냥 초고령사회라고 젠더 고려하지 않고, 뭉뚱그려서 얘기하는 건 별로 의미가 없다. 그래서 남성 노년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여성 노년의 삶은 현재 어떻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를 정말 젠더 관점에서 명확히 구분해서 접근하고 관찰하고 담론도 만들어야 된다. 이런 얘기를 합니다. 분리주의로 가자는 뜻이 아니라 정말 처해 있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이제 하게 되는 거죠.

랑희
그래서 아까 독거노인 얘기도 하셨는데 독거노인이라는 말이 주는 느낌이 그렇게 좋지가 않잖아요? 그런데 예화도 독거노인이잖아요? 혼자서 잘 살잖아요.

김영옥
아마도 저 네 분이 다 독거노인일 것 같아요.

랑희
그래서 독거노인이어도 독립적인 삶을 어떻게 잘 살 수 있는가의 문제인데 떠올리는 이미지가 늘 그렇고 노년의 삶을 잘 모른다고 했던 것처럼, 영화 속에서도 딸이 막 아무때나 불쑥불쑥 찾아와서
엄마는 늘상 집에만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엄마가 돈이 뭐가 필요하냐?”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 우리가 노년의 삶을 바라보는 인식인 것 같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예화처럼, 우리가 노년이 되어서도 독립적인 삶을 스스로가 즐기면서 살 수 있으려면 그런 것들을 상상하는 것도, 그런 것이 가능하다는 상상을 하는 것도 중요하고, 사회적인, 관계적인 조건을 만드는 것도 되게 중요할 것 같은데, 그런 것을 좀 더 고민해야 된다면 어떤 것이 있을지 얘기를 더 들어보고 싶습니다.

김영옥
그 지역에 따라서 노인분들, 혹은 노년분들이 사시는 양상이 정말 다른 것 같아요. 저는 강동구, 그다음에 서초구 이런 데 살다가 은평구로 이사를 가다 보니까 ‘정말 노인들 살기 좋은 곳이구나.’ 실감합니다. 서로 친구를 서로 서로 잘 맺더라고요.

그런데 남성노년 분들은 친구 맺는 걸 굉장히 어려워하세요. 이 남성노년과 여성노년이 있는 곳을 제가 한번 찾아가 봤어요. 남성노년들은 주로 뭐라고 합니까? 지역, 체육기기가 있는 곳들. 거기서 혼자 그냥 하루에 2시간, 3시간씩 아침, 저녁 때 체력훈련을 그렇게 가세요. 여러분들이 모여 계신데 자기들끼리 대화를 나누거나 친구를 만들거나 하는 것도 없이, 정말 생존하듯이 체력단련을 하십니다. 그다음에 공원산책을 해도 밤 11시, 12시에 와서 열심히 산책하고 열심히 체력단련을 해요. 제가 물어봤어요. 왜 이 밤중에 나오시냐? 그랬더니 잠도 안 오고, 사람들이 많을 때 나오면 좋기도 하지만 굉장히 소외감을 느끼세요.

그런데 여성들은 재밌는게 끼리끼리 친구를 맺어갖고 ‘우리 몇 시에 어디에서 만나자.’ 감자, 옥수수, 고구마 쪄와서, 저는 불광천을 많이 걷는데, 불광천을 2시간씩 걸어요, 이분들이. 중간에 벤치에 앉아서 막 이야기도 나누고, 그런데 이분들을 제가 이렇게 여러 커플들, 커플이라고 불러도 되죠? 이 커플들을 인터뷰를 해봤는데, 역시 전체 생활 관리는 본인들이 하시고, 남편은 말하자면 이분들이 거들어 주는 거죠. 남편의 생계는. 그런데 남편의 친구까지 되어주고 싶지는 않은 거죠. 그래서 거의, 생활로 치면 독거예요.

여성 독거 노인분들은 배우자가 있어도 독거로서의, 자유로운 삶을 살고 그래서 다른 여자친구를 만들어서 산책도 하고 여행도 하고 합니다. 그런데 남성분들은 굉장히 그게 안 돼요. 그래서 제가 남성분들도 한 다섯 분 정도 인터뷰를 했어요. 체육 기기 열심히 하시는 분들 괜히 눈치 보면서 눈도장 찍고 나중에 가서야 인터뷰도 했는데 이분들은 그러세요. “집에 가봤자, 밥도 안 챙겨주고. 그리고 테레비도 각자 보고.” 그러니까 한 분은 테레비 앞에 앉아 계시고 한 분은 방 안에 들어가서 핸드폰을 보는 거예요. 진짜 공유가 없는 거예요. 그런데 이분들이 젊었을 때 본인들이 어떤 부부관계를 했는가? 이걸 아시긴 아시더라고요. 그래서 부인이 그런 정도로만 이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서 “어쩔 수 없다, 어떻게 하겠냐?” 이런 식으로 수긍을 하십니다.

그래서 아까도 얘기했지만, 한국, 특히 서울에서는 50+라는 게 각 구별로 다 만들어져서, 50 이후에 이 노년 분들에게 스타트업 기회도 제공하고, 그다음에 슬기로운 노년생활을 할 수 있게 지원을 많이 해 드리는데, 거기에 전체 본부장하는 분과 제가 대담한 적이 있는데, 그분은 항상 노년 분들을 만나면 이런 조언을 항상 하신대요. “자원이 있든 없든, 슬기로운 노후생활의 핵심은 사람 여자친구 하나 만드는 거다.” 사람 여자친구 하나 만든다는 건, 진짜 사람 여자친구 만들 수 있는, 만드는 것.
실질적으로 이 사람과 친구와 되는 걸 말하고, 더 포괄적으로는 젠더감각을 갖는 걸 말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더 이상 이제까지 살아온 그 남성으로 살지 말고, “다른 젠더를 가진 사람들하고도 혹은 다른 연령대의 사람들하고도, 혹은 다른 어떤 계급 기반의 사람들하고도 경계를 넘나들면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라.”입니다. 그런데 그것의 지름길이 사람, 여자친구 만드는 거죠. 사람 여자친구를 못 만들어요. 왜냐하면 여자친구를 만나면 껄떡거려요. 제 표현이 아니라 여성 노인의 인터뷰예요. “어디 가자”고 껄떡거린다고 하는 거예요. 어디 가자고 하는지는 짐작되시죠? 그래서 노후가 외롭고 쓸쓸하잖아요, 과도한 단어를 써서 죄송합니다.

랑희
극히 현실적인 단어였습니다. 혹시 감독님 더 관련해 보태고 싶은 얘기가 있을까요?

차은빈 감독
너무 좋은 얘기를 들어서, 여자 사람친구를 만들어야 된다는 얘기가 확 와닿았어요. 젠더 감수성도 같이 키워야 하고, 약간은 현대에 발맞춰 가야 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좀 했습니다.

랑희
오늘 이 우리의 대화를 함께 나누신 분들은 아마도 이 이야기들을 잘 기억하고 계셨다가 주변 남성들을 보면 당부를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일단, 첫 번째 생활의 기술을 익혀야 한다. 그리고 내가 노년이 될 때도 껄떡거리지 않는 여성 사람 친구를 만날 수 있는 당신의 태도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을 꼭 얘기해 주셔서 ‘이거는 너희 노후를 위한 것이다. 너의 걱정이니 귀담아 들어라.’ 얘기를 나누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영옥
젊었을 때 여자사람친구 만드는 훈련을 해야죠.

랑희
그렇죠. 갑자기 되겠어요? 절대로 갑자기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제 관객 질문하고 같이 겹쳐서 제가 감독님께 하나 더 질문을 드리고 싶은 건, 제가 보지 못했지만 감독님의 전작이 <수희>라는 작품이 있었고요, 이번에 두 번째 작품, <집으로 가는 길>이 있는데 감독님의 작품세계의 주요 주제,
테마가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했었고, 그리고 이제 관객분들도 그런 질문을 해주셨는데 차기작에 대한 계획이 있는지 물으셨어요. 그런데 아까 대화중에 차기작이 이미 얘기가 나온 것도 같지만, <집으로 가는 길 2>라고 나온 것 같지만 이 질문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차은빈 감독
일단 <수희>라는 작품은 많이 들 못 보셨을 것 같긴 한데 좀 다른 결의 영화고, 정말 스타일이 좀 다르기는 해요. 하지만 공통적인 부분은 가족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독립적인 어떤 여성에 대한 주체성에 관한 이야기가 관통하는, 제가 가지고 있는 주제의식인 것 같고요. 그래서 <수희>라는 영화는 기회가 되신다면 나중에 보시면 좋겠지만 어쨌든 그런 영화가 있었고요.

차기작은 이제, 아직 계획된 건 없는데 많은 분들의 성원에 힘입어 2를 한번 만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랑희
그러게요. 오늘 의기투합하는 분위기예요. <집으로 가는 길 2>에 예화 이야기에 더불어 손녀 이야기까지 추가될 것 같은데 2가 나온다면 적어도 여기 관객분들이 홍보대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거든요.

차은빈 감독
믿고 있겠습니다.

랑희
그러면 작품이 이제 만들어지게 되면 그 소식은 인천인권영화제를 통해서 관객 여러분께 알려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저희가 마무리할 시간이 다가와서, 각자 마무리 한마디씩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영화와 관련된 것도 좋고, 관객 여러분들과 아직 못 다한 이야기가 있다면 그런 이야기도 좋습니다. 김영옥 선생님부터 한마디, 마무리 이야기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영옥
네, 젊은 여성 감독님이 이렇게 여성 노년의 삶을 관심 갖고 지켜보고 관찰하고 영화를 만들어 주는 게, 정말 고마운 일이에요. 사적으로도 고맙지만, 사회적으로 이런 일들이 많아져야 된다. 저희가 요새 늘 하는 말이 그겁니다. 자녀 양육에 대해서는 콘텐츠가 굉장히 많다. 젊은 부부, 4인 가족에 대한 비판적인 콘텐츠도 꽤,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런데 노년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는 진짜 없잖아요? <디어 마이 프렌즈>가 나오긴 했지만, <눈이 부시게> 이런 것도 있지만, 손꼽는 몇 개 세, 네 개 정도예요.

이 영화를 만들어주신 감독님께 일단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그리고 농담 차원이 아니라 앞으로도 그 노년들이 주인공들로, 1인이 아니라 여러 복수형태로 많이 등장하는, 그분들의 고민과 희로애락과 꿈을 보여주는 이러한 영화를 많이 만들어 주시길 부탁드리고, 여기에 앉아계신 다른 분들도 아까 감독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틀림없이 올 나의 미래이니까, 노년기가. 좀 일찍 보험 든다는 기분으로 자신의 노년기에 대한 상상도 하시고, 그리고 이 노년 돌봄이라고 하는 것이 돌봄 세계 안에서도 또 어떻게 주변화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인권 차원에서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합니다. 노인 당사자의 부탁입니다.

(박수)

차은빈 감독
저는 이렇게 일요일에 영화를 봐주신 관객분들께 너무 감사드리고요. 그리고 영옥 선생님과 활동가분들과 수어해 주시는 분이랑, 다들 너무 고생 많으셨고 같이 제 영화를 봐주시고 예쁘게 얘기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었고요. 영화제를 몇 번 갔고, 많은 관객 분들을 만났는데 항상 만날 때마다 너무 좋은 기운을 얻고 가는 것 같아요. 제가 더 많은 힘을 받고 가는 것 같아서, 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듯이, 노년의 삶은 모두에게 다 찾아오니까, 젊은 사람들부터 먼저 생각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다 같이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수)

랑희
네, 저희도 이 <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영화를 만날 수 있게 되어서 너무 반갑고, 감사한 마음이었고요. 더불어서 감독님이 이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어떤 모티브가 되어주신 감독님의 할머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고, 건강하게 같이 뵐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리고 저희가 오늘 이 영화가 나흘째, 첫 번째 영화입니다. 오늘로 저희가 마지막 29회 인천인권영화제 여정이 되는데 시간이 허락하시는 분들은 이어서 영화를 더 보셔도 좋을 것 같고, 저희 인천인권영화제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많은 후원도 부탁드립니다. 아직 적자를 면치 못하여 많은 후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늘 이 자리에 계신 영옥 선생님이 생일을 맞으셨어요. 그래서 생일 축하드리며, 앞으로도 함께 이 노년에 대한 이야기들을 오래오래 같이 잘 나눴으면 하는 바람을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김영옥
감사합니다.

(박수)

랑희
오늘 함께 해주신 관객 여러분 감사드리면서 오늘 이 자리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