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싸우는 몸 |
내 몸이 증거다
My Body My Proof
감독 : 유혜민
제작연도 : 2023
장르 : 다큐멘터리
언어 : 한국어, 한국어자막, 자막해설, 화면해설
상영시간 : 23분
상영일시 : 2023.11.18(토) 오후 4:30
상영장소 : 영화공간주안 3관
기획의도
불황을 모르는 산업이라고 불리는 생리대산업은 여성의 건강과 안전보다는 철저하게 자본의 논리로 운용된다. 생리대에서 유해물질이 방출된다는 결과가 공표되어도 기업과 결착된 정치권은 피해를 입은 여성들보다는 기업의 이윤감소를 중심으로 사고가 흐른다.
다른 많은 문제에도 그렇지만 여성들만이 겪는 ‘생리’와 관련한 문제이기에 더욱 그럴 수 있었을 것이다. 생리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감춰야 할 것, 아프거나 문제가 생겨도 원래 그런 것으로 치부되며 드러내어 이야기 되는 것이 금기시 되어왔다.
많은 시간을 생리를 하며 일생을 보내는 여성들에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생리대 비용, 생리로 인한 몸의 통증, 불편함 등의 문제는 숨기고 오롯이 혼자 감내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 여성의 몸과 재생산권으로 이어지는 논의 등 생리대 파동은 이를 제기했던 여성단체가 오히려 역공을 받으며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지만 생리와 여성의 몸과 관련한 여러 논의의 계기가 되기도 하며 확장되었다.
이 투쟁의 의미와 가져온 변화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고자 한다.
대화의 시간 기록
유혜민 감독
나영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센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진영 한국농인LGBT+(수어통역)
김규남 에이유디 사회적협동조합(문자통역)
센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센이라고 합니다.
오늘 두 분 모시고 진행하려고 하는데요. 교통 사정으로 조금 늦어져가지고 먼저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들어오실 때 그 안내지 받으신 거 있으시죠? 거기 통해서 오픈 채팅방에 들어와 주시면 될 것 같고요. 생리대 파동 저도 기억이 나는데요. 그때 이것저것 다른 생리대 찾아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다가 생리에 대해서 전혀 몰랐던 것도 알게 됐던 거 같아요. 인상깊은 거 중에 하나는 생리대에서 나는 불쾌한 향 같은 게 있잖아요. 저는 그게 당연한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위험물질이 없다는 걸 썼더니 냄새가 덜나는 거예요. 그게 화학물질이라는 거 때문이었다는 걸 알게 됐는데요. 그렇게 유해한 물질 방출되는 걸 민감한 부위에 사용하고 있었다니 하면서 충격을 받긴 했는데, 전혀 고민도 하지 않고 내 몸에 대해서 홀대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던 거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영화를 보시면서 많은 생각이 드셨을 거 같은데요. 생리 혹은 생리대뿐만이 아니라 관련된 여러 가지 경험과 고생했던 기억들, 이런 것들 분노스러웠던 경험들 이런 것들이 생각이 나실 것 같아요. 그런 기억나는 일들이 있으시면 오픈채팅방에 남겨주시면 나중에 함께 공유하는 시간 갖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인사를 좀 드려보려고, 소개를 드려보려 하는데요. 감독님께 먼저 말씀, 인사를 드려볼게요. 제가 준비한다고 찾아보니까 에코페미니스트, 쓰레기 덕후라고 표현하시는 내용들이 있더라고요. 어떤 의미이신지, 직접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유혜민
안녕하세요? 저는 내 몸이 증거다 만든 유혜민이라고 하고요. 여성주의가 교차하는 그 지점에 영화를 만들고 있어요. 그래서 에코페미니스트라고 하고 있고, 특히 생태 문제 중에서도 지금 일회용 쓰레기 문제에 관심이 많고, 그걸로 장편을 만들고 있습니다. 자칭 쓰레기 덕후 유혜민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센
또 하나 궁금했던 게 있었는데 준비하다가. 저는 예전에도 보통 생리라고 많이 하는데 옛날에는 생리라는 말을 하기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지만, 언젠가부터 월경이라는 표현이 의식적으로 쓰시기도 한데, 별 고민 없이 섞어 쓰고 있었던 거 같은데요. 영화에서는 월경이라고 표현이 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혹시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지 궁금했습니다.
유혜민
신기하게 여기 관객분들 남성이 많으셔갖고 신기한 일인데, 생리를 월경이라고 부르는데 여성환경연대에서 월경을 칭할 때 매달 내 몸을 바라보는 거울 이렇게 해서 거울 경 자를 써를 월경이라고 많이 쓰고 있어요.
생리라는 것을 하는 기간 동안에 그 나의 통증, 그리고 생리의 양 이런 것들이 달라지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월경이라는 말을 여기서 많이 쓰고 있고 생리라는 건 사실 생리현상 이렇게 퉁 쳐서 많이 말하잖아요. 근데 이게 그냥 단순히 하나의 생리현상이 아니라 정말 긍정적인 의미를 갖자는 의미에서 월경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센
여기 들어오기 전에 잠시 그런 얘기를 나누기도 했었는데요. 매달 그 생리통이 그 날마다 증상이 다르거든요. 어떤 때는 많이 안 좋기도 하고, 나만 그런가하고 별 생각 없었기도 했는데 준비하면서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누다 보니 한 달에한 번씩 돌아본다는 얘기가 괜히… 한 달 동안 산 것에 따라서 생리통 증상이 달라지는 것 같다 이런 얘기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아까 쓰레기 덕후라는 표현도 그것과 별개로 그렇게 살면 생리에 드러난다 표현해주셔서 재밌기도 했고, 정말 몸에 영향을 미치는 그런 문제들에 대해서 우리가 너무 약간 소홀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느낌이 들었던 거 같습니다.
영화에 대한 얘기로 들어가 보도록 할게요. 영화 자체가 먼저 투쟁 기록을 만들고 아카이빙 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고 들었어요. 영화를 보면 처음 생리에 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부터, 뒷목 잡게 만드는 국감 장면, 승소 이후 이야기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활동가들의 인터뷰를 통해서 월경 문제에서 출발하긴 했지만 모든 사람의 건강권, 비싼 생리대 문제, 많은 이야깃거리들이 던져지고 있는 거 같아요. 감독님께서도 많은 생각과 고민이 드셨을 거 같아요.
유혜민
영화를 만든 배경이 중요했는데요. 여성환경연대라고 활동가들이 대부분 다니고 있는 작은 시민단체예요. 시민단체가 5년간 소송을 하면서 되게 활동에 제약들이 많았어요. 왜냐하면 승소하기 전까지 그 특정 생리대 기업의 이름을 말하거나 아니면 그들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말할 경우 소송의 판가름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그 두려움 때문에 제 동료 친구들이 엄청 위축되고, 두려워하는 모습들 5년간 지켜보면서 그 기록을 되게 하고 싶었는데 차마미안해서 못 하겠더라고요. 그래서 5년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이제 판가름 났어요. 여성연대 아무 잘못이 없다. 공익을 위해서 싸웠을 뿐이다라는 법정에서 판가름이 난 후부터 이 인터뷰를 이제 기록하기 시작했고, 그렇기 때문에 그 5년간의 기간이 엄청 생생하게 들어있거나 잘 설명되거나 이렇지는 않아요. 다 끝나고 나서 저희가 찍었기 때문이에요.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투쟁이 아카이브 됐을 때 시민단체가 기업에게 소송을 당한다면 그 재판에서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그런 기념비적인 일이 되었으면 좋겠어서 이 영화를 기록하게 됐고, 근데 이 영화의 목적이 뚜렷하게 있었는데 지금 23분, 적당하시지 않으셨어요? 영화가 길어지면 이생리나 월경에 대해서 여성들이 말할 기회가 적어지는 거예요. 영화 얘기만 하니까요.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혹할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 같은 것들을 만들기 위해서 30분 이하의 분량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실제 장편집본은 4시간 정도 되는 분량이었어요.
센
23분짜리 영화를 보면서, 그렇게 짧게 정리하시기 너무 힘들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국감 장면도 그런, 활동가 국감 장면을 보면 나중에 판결이 승소한 판결이 나오는 걸 보면 너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잖아요.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려서 소송을 건 거니까. 생각해보면 그쪽에 변호사도 있고, 법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들이 있었을 텐데 이 소송을 걸었다는 생각을 하면 얘네들이 이런 걸 알면서도 활동가들 더 힘들게 하고 어쨌든 투쟁이 일어났을 때, 사람들이 잊혀질만한 순간에 소송을 걸었다 이 사실을 포함해서 고통스럽게 하고, 이런 것을 못하게 하기 위한 의도가 보이니까 그게 더 화가 나는 거 같더라고요.
그런 것들을 보면서 짧게 정리하시면서, 굉장히 많은 이야기들을 품고 있으셨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던 거 같습니다. 그 다른 한 분께서 택시를 타셨나 봐요. 그래서 한 앞으로 14분 있으면 도착할 거 같다고 하니까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얘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생리 영화 전에도 그렇지만 직접 경험하신 분도 계시고 의외로 남자분들이 계셔서 잘 모르시는 부분들이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 전에는 모를 수밖에 없는게 얘기를 드러내서 하지 않았었잖아요. 사회적으로 그렇고, 워낙 어렸을 때부터 그렇고. 아파도 자기가 감당해야 될 문제이고, 참아야 되고, 일에 지장을 주면안 되고 그런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던 거 같아요. 그런 것들이 이제 영화나 그 당시에 이런 여러 가지 활동들을 통해서 조금 더 드러내면서 같이 얘기를 나누고, 서로아프거나 이런 것들을 배려할 건 배려하고 해야 된다라는 얘기들이, 분위기들이 늘어났던 것 같습니다. 감독님은 영화, 그 당시에 투쟁들이 있기 전 후에 어떤 부분들이 좀 달라진 게 있다거나 아니면 조금 더 이런 것들을 고민할 수 있게 되었다거나 이런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유혜민
일회용 생리대 연구하신 교수님이 나오잖아요. 그분이 인터뷰 때 얘기하시는 거예요. 나는 이 영화 만들기 전까지 아내가 생리통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거를단 한 번도 주의깊게 들은 적이 없고, 관심도 없었다. 그리고 이제 아내도 그런 것들을 적극적으로 얘기하지는 못 했다라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 저 역시도 교수님, 30살 이상 차이가 나는데 친구들이랑 생리대 빌릴 때 빼고는 내 월경의 통증이나 생리 양이 얼마나 되는지, 어떤 브랜드를 쓰는지 잘 얘기하지 못 했어요. 근데 그게 어떤 터부 때문이죠. 캐리라는 무서운 공포 영화가 있는데 그 여성이 생리를 함과 동시에 초능력을 가지게 되면서 그 학교를 파괴하는 영화가 있거든요. 한국에서는 피 묻은 빗자루, 우리가 오랫동안 이 월경 자체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을,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서 퍼뜨리고 있었는데 그런 지점 때문에 저도 이거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못했고, 이 영화를 만들면서 인터뷰이들한테 월경 경험 더 들려달라고 해야되는데 제 패를 먼저 까야 되잖아요. 이런 에피소드들이 있고,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했는데, 그러다 보니까 이제 조금 자연스러워진 거예요. 그러면서 나는 며칠간 하는구나, 내 주기는 어떻구나, 나는 한 달 동안 많이 하면 그다음 달에는 정말 환장하겠구나 이런 것을 알게 되고서부터 나조차도 긍정하지 못했던 월경에 대해서 좀 고민하게 됐고, 특히 전 월경하는 기간이 너무 싫은 게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아, 나 진짜 중요한 촬영 앞두고 있는데 컨디션 안 좋아지는 거 때문에. 생리만 안 했어도, 월경만 안 했어도. 내 몸은 왜 이렇게 효율적이지 못할까. 다른 남성처럼 월경 안 하면 어떨까 이런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근데 이것도 내 신체에 되게 중요한 기관이고, 그런데 나조차도 그걸 사랑하지 못하는 거예요. 그래서 이 영화를 만들면서 저는 저와 만나고, 조금 제 고통, 혹은 고민, 그리고 내가 나를 부정하던 감정들과 화해하는 시간이 됐어요. 정말 여기서 활동가가 얘기하는 장면도 나오는데 이건 내 몸과 화해하는 영화이고, 저조차도 어떤 제 변화에 되게 중요한 지점이 됐던 것 같아요.
센
여러 가지 생각 나는 얘기들이 있는데 효율성 이런 얘기 많이 하셨잖아요.
아파도 참아야 하고, 일에도 지장 주면 안 되는 그런 일이 많았던 거 같은데 저 예전에 일할 때도 노조 활동 같은 것을 잠깐 했었는데 그때 약간 의식적으로 생리할때 월차를 냈거든요. 유급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었을 땐데, 같이 활동하던 선배 언니가 어느 날 뭔가 다툰 말싸움을 했는데 갑자기 걸핏하면 저한테 회사를 빠진다고 그러는 거예요. 제가 그런 얘기 안 한 것도 아니었는데. 생리할 때 하루 빠진 거다라 했는데, 그 이야기가 생각나면서 화가 나네요.
혹시 관객분들 중에 그런 기억 떠오르시는 것들 있으시면 같이 얘기 나눠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픈채팅방에는 아직 남겨주시지 않은 거 같은데요. 조금 더 편하게 같이 가까이 와주셔도 좋을 것 같긴 한데, 멀리 계시네요. 기억나는 일들 있으실까요? 아니면 직접 경험하신 분들이 아니시더라도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아내에 대해 전혀 몰랐다거나 이런 이야기 같은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시는 사이에 조금 더 진행을 해보겠습니다. 엄지척 제이지 님께서 생리 생리통은 그냥 여자들의 찡얼거림, 투덜거림으로 치부하는 것들이 여성, 여성의 몸과 관련해 복합적인 것 같아요. 영화를 보면서 저희 경험이 떠올라서 재밌게 봤습니다. 영화를 만들면서 들었던 고민이나 받았던 질문 있으신지.
유혜민
공감을 표해줘서 감사하고, 어쨌든 국가가 여성의 몸을 바라보는 시선이 되게 일치하는데 코로나 때도 저희가 코로나 백신을 맞으면 여러 가지 후유증이 있다고 했잖아요. 예를 들어 어떤 것이 있었을까요? 울렁거림, 이런 것도 있었고.
센
미각을 잃는다.
유혜민
백신 중에 또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그중에 하나가 대부분 여성들이 엄청 호소했던 게 월경 3주 내내 한다거나 아예 하지 않는다거나 이런 증상들이 있었는데, 되게 오랫동안 그 백신 후유증을 인정하지 않다가 거의 3차 백신이 이제 대두됐을 때쯤 아, 월경 백신 후유증 중에 월경을 안 하거나 아니면 월경을 많이 하는등의 후유증이 있다는 걸 명시하고 인정하기 시작했거든요. 근데 그거처럼 질병에 대해서 우리가 연구하고, 고민하기까지의 되게 많은 목소리를 듣고 그걸 통해서 어떤 변화를 만들어야 하는데 실제 우리 사회는 그렇지 않죠 어떤 몸이 아프면 그 몸이 아픈 사람이 증명해라, 가습기 살균제도 마찬가지죠. 가습기 때문에 아팠어? 그게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지 밝혀. 저는 그 얘기를 가장 많이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왜 아픈 사람한테 왜 아픈지에 대해서 자세하게 얘기하라고 할까. 왜 그게 싸움에 되게 중요한 영역이 될까. 왜 아무도 생리대를 연구하지 않았을까. 60년이라는 이 발명품에 대해서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질병을 야기하는지 그 질병은 누구 책임인지 이거에 대해서 뚜렷하게 인과관계를 밝히지 않고 연구하지 않은 것이 국가가 여성을 바라보는 몸과 비슷하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에 한반도를 그려놓고 어느 지역에 임신 출산을 가장 많이 할 수 있는지 표시한 분포 지도였는데요. 이 사람이 임신할 수 있는지 없는지 여부로 판단해서 그림을 그려놓는다는 거 자체가 정말 끔찍한 일이었거든요. 그거처럼 낙태죄도 마찬가지고, 여성의 몸을 통제하려는 이 구조 자체에 저는 관심을 갖고서 그 이야기를 월경으로 풀어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 이제 앞으로 오실 제 옆에 앉으실 나영 선생님을 인터뷰 한 것도 낙태죄 폐지, 열심히 하셨고, 연관이 있기 때문에 인터뷰이로 또 왔습니다.
센
여성의 몸에 대한 이야기들이 생리대라는 소재라고 할까요? 그걸 통해서 이야기를 하게 되면 뭔가 좀 더 구체적이고 디테일하게 접근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거 같기도 해요. 생리대 문제로 해를 끼치는 것들을 사회적에서 어떻게 발현이 됐는지, 생리대 문제를 얘기하면 말씀하신 그런 부분들과 왜 예전에 CF 같은 거 보면 생리대 선전을 하기도 하는데 어떤 때는 생리대 선전을 하는 것도 신기하게 바라봐 지기도 했는데 내용을 보면 결국은 이게 뭔가 사실 생리대가 예전에 생리대가 없던 시절에 비해서 이런 게 생긴 게 자유를 주기도 했지만 그런 것들이 선전이나 이런 것을 통해 드러날 때도 깨끗하고 순결해야 할 거 같은 이런 식으로 선전이 되
기도 하고, 감춰야 되는 것들을 더 각인을 시켜야 되는 것처럼 됐던 것 같아요. 그런 불황을 모르는 산업이라는 얘기를 저는 영화를 보면서 들었는데요. 듣고 보니 맞는 거 같더라고요. 인구 절반이 사용하는 물건이고 안 할 수도 없는 거잖아요. 소비자로서 대우를 해주지도 않고, 60년 동안 성분에 대한 연구도 없이 그런 식으로 진행했다는 게 너무 놀라운 일인 거 같은데요.
아까 이런 게 있었던 거 같아요. 생리에 대해서 불황을 모르는 산업으로 하면서 잘 돈을 벌어가면서도 정작 그걸 쓰는 소비자인 여성의 몸에 대해서는 고민이 없는 그런 것들도 있었는데, 낙태죄 폐지, 통과가 되고 임신 중지, 들어오라고 요구를 하고 있는 와중에 사실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빨리 들어와서 팔고 싶은데 정부가 보건복지부가 빨리 허가를 내주지 않아서 못하고 있다는 얘기를 나중에 들었어요. 이런 것도 정말 자본의 논리구나. 정부의 통제하려는 것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나는구나 하며 놀랐던 것 같아요.
준비한 여러 가지 얘기들을 많이 했는데요. 어떤 얘기를 좀 더 나눠보면 좋을까요?
중간 중간 해주신 얘기 중에 포함돼있긴 했는데요. 감독님이 그런 얘기해주셨었는 데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개인적으로 힐링이 되었던 거 같다는 얘기해주셨어요. 그런 얘기를 조금 더 나눠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유혜민
주변에 소송을 겪고 계신 분이 계신다면 그런 분이 계신가요? 아마 잘 없으실 텐데, 저도 친구가 소송을 당하는 건 처음이었어요. 근데 친구들이 모두 속해 있는 그런 기관이 소송을 당했고, 그래서 사실 여성환경연대는 5명, 6명 작은 조직인데 그 뒤에 활동할 때마다 모든 걸 다 검열하기 시작했어요. 작은 보도자료 하나, 혹은 인스타그램 게시물 하나, 이 소송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면 어떡하지라는 그 두려움에 사로잡혔는데 그런 모습을 보면서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너무 마음이 슬펐거든요.
친구가 힘든데 힘내라는 말하기도 그렇고, 아니면 뭔가 내가 그 소송의 대리인으로 해서 같이 싸울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근데 활동은 점점 축소되는데 그러다 보니까 사람들은 당시에 이제 이 생리대 파동 이후에 대안적인 월경 용품을 찾기 시작했어요. 생리컵 붐이 시작되고, 한국에 원래 생리컵이 들어오지 않았을 때인데 만들기 시작하고, 혹은 많은 친환경 생리대, 유기농 생리대라는 이름을 달고서 많은 생리대가 나오고 생리대 가격이 전반적으로 비싸지고 이런 현상들이 생기는데 이 활동가들의 싸움은 점점 잊혀져가는 거예요. 왜냐하면 이 법적 공방에 대해서 얘기 할 수 없는 일이고, 사람들이 기억하지 않고 흘러가는데 이 사람들만 5년 동안 같은 상황에 내어있다는 그 느낌 때문에 더 그렇게 느꼈던 거 같고요. 그래서 그거 자체를 내가 보답으로 함께하고 싶었는데 영화를 만들면서 같이 했던 거 같고, 우리가 실패한 기억들은 되게 오래 간직하는데 너무 기뻤던 기억들은 쉽게 잊혀지잖아요. 이겼을 때 기분이 어땠어라고 물어보는데 잘 기억이 안 나. 좋았던 거 같긴 한데 명확하게 기억이 안 나 이렇게 얘기하는데 그것도 너무 짠한 거예요. 있는 힘껏 기뻐한 경험이 없어서. 그래서 그런 것들을 이 영화 만들면서 축가하고, 격려하고, 우리가 끝까지 합의하지 않고 혹은 이 뭔가 미안하다고 이 생리대 기업한테 말하면 봐줄 수 있는데 타협하지 않고 계속 싸운 보람이 있구나라는 것들을 다시금 되새기는 그런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센
듣다 보니 여러 가지 교차돼서 생각이 나네요. 낙태죄 폐지 헌재에서 판결 나왔을 때도 활동가분들 정말 그 앞에서 부둥켜안고 막 울면서 기뻐했던 기억이 나는데 그 뒤로 또 된 만큼 일이 바로 바로 진행이 되지 않고, 실효성 있는 체계를 만들어라 이런 요구들이 이루어지지 않고 아직도 투쟁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그런 것들이 그 기쁨을 희석시키고 이렇게 만드는 거 같다는 느낌도 드는 거 같아요.
네, 너무 예쁜 옷을 입고, 나영 님이 와주셨어요. 숨돌리실 틈을 좀 드리고 (오픈채팅방) 내용을 공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생리대를 구매할 때 성분보다는 가격을 비교하며 구매하는 게 씁쓸합니다. 검색을 하다 보니까 다른 나라보다 유독 한국이 생리대 가격이 높게 책정되어있는데 왜 그럴까요라고 남겨주셨고요. <내 몸이 증거다>라는 제목이 생리대로 인해 받은 피해가 내 몸이다로 읽히기도 하고 내 몸이 여기 있고 지켜보고 있으니 잘해라 두려워해라로 읽히기도 했어요. 제목을 정할 때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궁금합니다라고 남겨주셨습니다. 말씀 부탁드릴게요.
유혜민
제가 말하기 전에 나영 쌤을 소개하고 싶은데요. 영화에서 다들 보셨죠? 소개를 하고 답변하면 어떨까요?
나영
제가 너무 면목이 없습니다. 지금 너무 늦어가지고. 그 우선 사죄의 말씀드리고요. 내 몸이 증거다라는 제목에 대한 이야기는 저는, 저는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에서 활동하고 나영이고요. 사실 이 영화에 나오는 생리대 유해성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하고 그 이후에 기자회견이나 활동이 진행되는 데 참여를 했었고요. 감독님이 영화를 촬영하실 때 굉장히 많은 고민을 가지고 이제 여러차원의 질문을 해주셨던 걸로 기억을 해요. 영화에서는 되게 짧게 짧게 인터뷰가 나왔지만 그 사이에 어떤 고민의 결들을 많이 가지고 계셨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 고민 속에서 내 몸이 증거다라는 제목이 나왔을 거 같았고, 그 제목에 대한 이야기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유혜민
저는 한 번도… 2017년이 기자회견 당시에 많은 여성이 검정색 옷을 입고 했잖아요. 죽음을 상징하는, 기후위기 상징 때 많이 쓰는 방법인데 시위를 할 때 붙였던 제목이 내 몸이 증거다였어요. 생리대 파동 있을 때 처음으로 한겨레에서 이제 기사를 써주셨을 때 그렇게 제목을 이용을 했었고, 지금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이야기할 때도 내 몸이 증거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 국가가 혹은 기업이 계속해서 너네 증거 있어? 이거 유해하다는. 생리대 봐, 깨끗하고, 과학의 산물인데 이렇게 얇고 친환경적으로 만들었는데 증거 있어 라는 얘기를 계속 할 때 지금 당장 이 증거를 댈 수 없지만 어쨌든 나 통증이 있어. 이거 썼더니 너무 아파. 월경을 조금밖에 안 해. 주기가 짧아졌어. 이런 얘기를 자기 증거로 내세워서 나왔고 그 증거를 받아서 연구를 했어야 되는데 연구를 하지 않은. 내 몸이 증거다라고 수많은 여성들이 얘기를 하는데 아직도 증거 없다라고 계속 이야기하는 그, 우리가 증거라고 내세울 건 이 몸뚱이 하나인데 그게 왜 증거가 안 돼라는 의미에서 제목을 썼던 거 같아요.
그리고 생리대가 비싼 이유는 불안 심리를 이용해서 돈을 벌려는 행보도 있지 않을까요? 그 당시보다 2017년보다 지금이 가격 더 오른 걸로 알고 있는데.
나영
일단 생리대 자체를 사실 대부분의 여성들이 거의 평생 동안 쓰는 용품인데 그 용품을 이제 다른 나라에서는 무상으로 하기도 했잖아요. 그것에 대한 인식이 없기 때문에 국가가 사실은 정말 일상적으로 이렇게 사용되는 용품이라면 거기에 그 가격을 아주 정말 무상으로 하지는 못할지언정 정말 생활제로서 사용할 수 있게 해야 되는데 거기에 대한 정책이 없고, 그만큼 관심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그 말씀하신 대로 이 유해성 문제가 얘기가 되면서 오히려 소비자로서의 심리를 부추기면서 더 고급화하고, 사실 알고 보면은 안에 성분은 크게 달라진 거 없는데 겉에 있는 그 뭐죠? 포장, 면만 살에 닿는 면만 비슷한 소재로 해가지고 유기농입니다. 순면이라고 광고하면서 더 비싼 가격을 매긴다거나 뭐 유해 성분 표시제가 시행되고 나서도 오히려 성분을 되게 강조하는 광고는 늘어났는데 실질적으로 소비자가 봤을 때 그 성분이 정말 어떤 성분이고 얼마나 제대로 그 성분이 표시되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거든요. 모호하게 기준이 되어있기도 하고. 그런 문제들이 새롭게 보이는 거 같아요.
내 몸이 증거다라는 증거는 이 많은 생리대 문제뿐만 아니라 건강과 관련한 많은 문제에서 정말 누구의 몸을 증거로나마 인식을 하는 거. 어떤 사람의 몸은 증거로 조차 얘기되지 않아도 너무나 의학계나, 정부나 신경 써가지고 그 몸에 대해서 중요하게 연구하고 관심의 대상으로 삼는 반면에 어떤 사람들의 몸은 정말 계속해서 심각한 문제가 드러나고 누적되고 있는데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심지어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내 몸을 증거로 얘기를 하고 있는데도 그 증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에 그게 어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라는 것 자체의 기준을 아예 관심의 대상으로도 두지 않는 거죠. 그 이번 생리대 있었던 이 소송과정 거기서 식약처나 국가가 오히려 기업의 대리인으로서 발언하는 그런 과정들이 그런 인식을 너무 잘 보여줬었던 거 같습니다.
여기서 좀 우스갯소리인데 제가 얼마 전에 대만에 갔다가 생리대를 구입을 했는데, 원래는 면 생리대 써가지고 한국에서 오랫동안 면 생리대 썼거든요. 근데 여행을 가니까 갑자기 사게 됐어요. 근데 싼 값 생리대가 있더라고요. 파란색으로 햇살도 그려져 있고, 1+1로 샀다가 대만에서 안 쓰고 한국에 와서 아주 애매한 날 사용해 보게 됐어요. 근데 너무 화한 거예요. 생리대에 무슨 치약 같은 걸 붙여놓은 거 같은 느낌으로 너무 그 이상한 화학 느낌이 들어서 결국 사용하지 못하고 뗐거든요. 근데 한국에서도 쑥 생리대 나오는 것처럼 뭔가 냄새를 없애겠다고 뭔가를 발라놓은 거 같은데 오히려 정말 되게 그걸 하면서 되게 민감하게 이 아래쪽은 성기 부분의 피부 부분은 점막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훨씬 더 그 안에 있는 성분을 더 예민하고 민감하게 흡수할 수 있고, 그럴 수 있는 신체 부위인데도 여기에 어떤 게 닿는지에 대해서 정말 이렇게 신경을 안 쓰는구나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어요.
그냥 우리가 생리대 사용할 때는 별로 못 느꼈는데 화한 생리대를 써보니까 바로 그 피부에 닿는 게 얼마나 예민한 성분의 문제인지 새삼 또 느껴져가지고 생각이 났습니다.
센
그 영화에 보면 정부가 기업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8월 한 달 동안 대한민국이 생리대 때문에 뜨거웠다라고 얘기를 하는 건 줄 알았는데 국회의원이었군요. 여성환경연대가 칼춤을 춰서 기업이 도산 위기가 생겼다. 국가가 여성의 몸에 대해서 대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몸에 대한 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나영 님 소개도 해주셨지만 활동해주신 과정들이 그런 선상에 계시잖아요. 어떤 고민들을 하고 계신지 얘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고 최근에 약간 기억이 안 나는데 최근에 임신 중지 약 빨리 들여오라고 얘기하고 있는 과정에 있었는데 잘 안 되고 있는, 최근 상황까지 이어서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나영
일단은 확실히 여성환경연대가 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 그 유해성 문제랑 그다음에 소위 이제 그 얘기하는 저소득층 청소년의 깔창 생리대 이런 문제 쭉 있으면서 지방자치단체 같은 데서도 특히 경기도 뭐 이런 데서 굉장히 청소년에 대한 생리대 무상지급이라든지 생리대에 관련한 정책들도 많이 늘어나긴 했어요. 현 정부에서 많이 삭제가 됐지만. 월경 관련된 정책이 들어가기도 하고 했었는데 대부분이 정책의 내용이 무상 이런 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또 노동 환경이나 교육 환경에서도 생리 휴가 하루 뭐 이렇게만 인식이 되고 있는데, 그니까 몸이 아플 수 있으니까 하루 쉰다, 뭐 너무 비싸니까 싸게 해준다 이런 거 말고는 더 이상 관심이 확장이 안 되는 거예요. 근데 월경이 생각보다 굉장히 건강이나 일상에 미치는 영향이 되게 크거든요. 월경, 우리가 피임이나 임신 출산, 뭐 임신 중지 이런 걸 할려면 다 월경에 대해서 알아야 돼요. 그래서 월경 주기가 어떻고, 평소에 월경 건강이 어떤지가 실제로 일단 임신 출산, 임신 중지에 미치는 영향도 있고요. 피임에도 영향을 미치고 그거뿐만 아니라 정말 건강 자체에 영향을 미쳐요. 왜냐하면 그게 호르몬의 지표이기 때문에 내가 월경 주기가 지금 어떻고, 어떤 어느 정도의 양이 있고 어떤 통증이 있고, 그게 내 몸 건강을 보여주는 지표이거든요. 그걸 통해서 골다공증을 확인할 수 있고, 굉장히 많은 질병 상황이나 건강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내 몸과 관련해서 굉장히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거죠. 그런 상태는 주로 또 어떤 영향을 받냐면 일상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 유해물질, 이런 게 또 영향을 미치거든요. 그래서 노동 환경에서 너무 교대 근무가 많다거나 유해 물질을 다룬다거나 고객이나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거나 이러면 그게 또 월경 건강에 영향을 미쳐요. 그러니까 회사에서 기업 환경에서 고려해야 할 거는 생리휴가 하루 주는 문제가 아니고, 기업의 노동 환경이 이 사람의 성 건강, 월경 지표로서 나타나는 월경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노동 환경에서 확인하고 보장을 해야 되는거거든요.
그러면 정부가 해야 될 일은 그냥 생리대 싸게 하고, 이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고 노동 환경에서 그 월경과 관련된 건강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 교육 환경에서 그런 고려를 할 수 있는 방법, 일상 생활에서 그런 류의 환경들을 없앨 수 있는 방법, 관심을 가지고 정책을 만들어야 되는 거죠. 그런 관심이 더 확장이 됐으면 좋겠고, 생리대 문제도 마찬가지로 생리대를 써서 월경 주기 이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고 그 생리대 안정성이 삶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까지도 고려를 해야 한다.
임신 중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예요. 임신 중지를 할 거냐 말 거냐 생명을 경시하는 거냐 이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고 임신 중지 역시도 이 사람의 전체 생애 과정중에 있는 거잖아요. 우리가 병원에 가서 수술을 하려고 수술적 방법으로만 하려고 하면 어떤 사람은 일하다가 병원에 한 번 가면 되는 게 아니고 한 번은 진료를 받고 수술 예약 날짜를 잡고 가고, 회복도 해야 하고 몇 번을 찾아가야 되는데 그러려면 병원에 갈 때마다 이 사람이 일을 하고 있으면 내가 휴가를 내야 돼요. 반차를 내거나. 혹은 키우고 있는 아이들이 있으면 아이들도 어디 맡겨야 되고, 이런 상황들을 고려해가지고 병원 날짜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거거든요.
예를 들어 약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 다른 나라는 이제 우리도 처음 도입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다른 나라 같은 경우 도입한 지 오래된 나라는 병원에서 처방을 받고, 약국에서 약을 사고, 약을 가지고 있다가 자기가 좀 충분히 시간을 들일 수 있는 날짜에 약을 혼자 복용하고 하루에서 이틀 정도 시간을 보내면서 이 과정을 보낼 수 있어요. 그러니까 병원에 꼭 찾아가서 시간을 맞춰서 반차 내고 휴가 내지 않아도 내가 할 수 있는 시간에 임신 중지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줄 수 있는 거죠.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그냥 약을 먹고 수술을 하고, 뭐 이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삶의 조건들에 다 관련이 되어있고, 지금은 수술하고 나서 회복할 시간이 별로 없고, 처벌을 받았었던. 지금은 처벌이 없지만 받았었기 때문에 이런 환경에서 내가 후유증이 있거나 몸이 아프거나 임신 중지가 됐고,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싶어서 낙인이나 처벌 때문에 병원을 갈 수 없었단 말이에요. 그러면 이 사람의 이후 건강에 영향을 미치거든요. 이런 환경도 법적 환경이 달라지고, 약이 도입되고, 후속 진료 같은 건 어떻게 할 수 있는지가 다 관련이 되어있는 문제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을 조금 더 폭넓게 생각해야 된다. 단순한 하나의 문제로 뭘 허용해주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관심이 우리가 사회적으로도 더 많이 확장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센
말씀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두 분 앞으로의 계획이라든가 관객분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 있으면 짧게 부탁드리겠습니다.
유혜민
계획이요? 저는 일단 영화는 지금 공동체 상영으로, 되게 다양한 루트로 무료 상영을 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주변에서 같이 보길 원하시는 분은 신청을 하시면 극장을 빌리거나 작은 공간을 빌려서 보면서 월경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는 형태로 보급을 하고 있고, 배급을 하고 있고요. 그리고 저 개인적으로는 전 요새 수리할 권리라고 물건 수리해서 오래 쓸 권리라는 운동을 하고 있는데 취미에 고치는 취미가 있어서, 수리할 권리랑 저와 엄마와의 관계를 수리하는, 좀 복합적인 이야기로 지금 새로운 작업들을 구상해보고 있고, 계속 촬영하고 있었던 단편 다큐멘터리 지금 편집하고 있습니다.
센
기대됩니다. 내년 인천인권영화제에서 또 뵐 수 있는 건가요?
유혜민
단편 다큐는 가능할 거 같아요.
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나영
재밌을 거 같아요. 이 영화가 짧아서 너무 아쉬운데, 영화를 보고 나서 할 얘기가 또 많이 있는 영화여가지고 이런 자리도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고요. 저는 한 가지만 말씀드리고 싶은 거는 지금 2019년에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불합치결정을 내리고 나서 2020년까지 법 개정이 안 되고 21년부터 지금은 처벌법이 완전히 없는 상태가 됐잖아요. 그전에 국회에서 막 발의가 됐던 개정안들이 되게 많이 있어요. 근데 그게 지금까지는 전혀 논의가 안 되다가 최근에 보건복지부에서, 보건복지부가 아니라 국회에 보건복지부 위원회에서 법안 심사를 다시 시작을 했습니다. 그때 나왔던 법안들이 아주 충분한 법안은 아니지만 그래도 몇 개 안들은 권리를 보장하는 안들이 제출이 되기도 했고, 논의가 시작됐으니 다시 또 뒤집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권리 보장을 주장해야 되는 사람도 있을 건데 여러분이 관심 가져주시면 좋겠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이게 하나의 사안이 아니고 다 연결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이 개정 과정에서 임신 중지에 관한 내용들이 월경 건강과 관련되기도 하고, 근로기준법과도 관련되기도 하고, 계속 관심을 가지고 많은 곳에서 오늘 자리처럼 많은 이야기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센
네,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영화를 보고 끝나는 얘기가 아니라 앞으로 더 할 얘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함께해주신 관객분들에게도 감사드리고요. 오늘 TA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