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 증거다 My Body My Proof

28회_인천인권영화제_상영작_내몸이증거다_이미지

유혜민 | 2023 | 다큐멘터리 | 23분 | 한국어 한국어자막 자막해설 화면해설 |

여성환경연대는 생리대의 유해성을 알리는 운동을 조직한 후, 법원으로부터 우편물 하나를 받는다. 생리대 제조사가 여성환경연대를 상대로 10억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 싸우는 몸 |

내 몸이 증거다
My Body My Proof

감독 : 유혜민
제작연도 : 2023
장르 : 다큐멘터리
언어 : 한국어, 한국어자막, 자막해설, 화면해설
상영시간 : 23분

상영일시 : 2023.11.18(토) 오후 4:30
상영장소 :
영화공간주안 3관

11월 18일(토) 오후 4시 30분 <내 몸이 증거다> 상영 후
유혜민 감독, 나영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센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와 함께
대화의 시간을 진행합니다.



작품해설

2017년 여성환경연대가 여성들이 흔히 사용하는 다수의 일회용 생리대에서 유해 물질이 방출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언론을 통해 이 조사 결과가 재조명되자 3일 만에 3,009명의 여성이 생리대로 인한 피해사례를 접수했다. 그러나 사건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전수조사 결과 인체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유해하지 않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생리대 제조사는 여성환경연대를 상대로 10억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여성환경연대 활동가를 국정감사 자리에 불러 세운 정치인의 말 속에 피해를 당한 여성들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고민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도산 위기에 몰렸다는 기업의 이윤 감소에 대한 안타까움만이 짙게 묻어난다. 생리대의 문제로 촉발된 투쟁은 ‘불황을 모르는’ 생리대 사업에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큰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었지만,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감추고 터부시되어 온 생리와 관련한 문제를 드러내어 이야기하고, 여성의 몸과 건강, 안전이 권리로서 이야기되는 공론화의 장을 열었다.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인권해설

2017년, 여성환경연대는 깨끗한나라의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하고 월경통의 증가, 월경 주기의 변화, 덩어리혈 증가, 외음부 통증 등의 증상을 경험한 5,287명의 청구인과 함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식약처는 전수조사 결과 제품 일부에서 휘발성 유기화합물 성분이 검출되었으나 기준을 초과하지 않아 안전하다는 발표를 했고, 1심 재판부는 청구인들이 경험한 증상이 제품에 포함된 유해 물질로 인한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없고, 위험 표시에 대한 관련 법이 없다는 이유 등을 들어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깨끗한나라는 여성환경연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여성환경연대는 증거 없는 집단 소송과 공론화로 기업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 의도를 의심받았고, 국회에서는 기업의 책임이 아닌 여성환경연대의 책임을 묻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2021년 11월이 되어서야 깨끗한나라가 여성환경연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역시 기각되었으나 이 일련의 과정은 그 자체로 국가와 기업이 여성들의 건강에 얼마나 무지하며 무책임한지를 드러낸 한 편의 부조리극 같았다.

한편, 생리대 안전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이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2018년에는 생리대 포장지에 제조시 사용된 모든 성분을 표시하도록 의무화되었고, 식약처는 휘발성유기화합물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안전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친환경’, ‘안전’을 내세운 고가의 생리대 제품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월경권’이 본격적으로 이야기되기 시작하면서 지자체에서 관련 정책과 사업이 진행되기도 했고, 면생리대나 월경컵 등 다양한 월경용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하지만 아직 해야 할 이야기가 많다. 생리대 표시되는 성분 중 실제 위험성이 높은 성분에 대해서는 정작 구체적인 표시 기준이나 의무가 없고, 소비자는 여전히 이를 알 길이 없다는 점, 생리대 안전성에 대한 문제 제기에 기업이 고가형 생리대를 내세우는 전략으로 대응하면서 결국 안전에 대한 선택은 소비자의 몫으로 남겨진 상황 등은 애초에 이 문제 제기가 시작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를 다시 질문하게 한다. 정부와 기업이 이처럼 여성들을 ‘소비자’로만 인식한다면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월경에 대한 권리는 단순히 월경용품의 사용이나 ‘아프면 하루 쉬는’ 정도의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월경을 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신체 조건과 삶의 조건 속에서 공부하고, 일하고, 생활하는 사람들이다. 몸, 노동환경, 생활 여건에 따라 필요한 용품도, 월경 기간을 보내야 하는 시간이나 공간 등의 상황도 모두 다르다. 월경은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이며, 월경 건강은 자궁, 난소 질환을 포함하여 호르몬과 관련된 신체적, 정신적 건강 전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노동, 교육, 생활 환경은 그 자체로 월경 건강에 직결되어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결국 월경에 대한 권리와 안전은 월경용품의 안전성과 가격, 보급에 관한 문제만이 아니라 건강권이자 동시에 노동, 주거, 교육 등에 대한 사회적 권리인 것이다.

너무 오랫동안, 그리고 여전히 여성의 몸은 사회적인 몸으로 인식되어 오지 못했다. 생리대 안전성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한 여성들의 몸은 유해 물질의 영향에 대한 증거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여성들의 몸을 대하는 국가와 기업, 이 사회의 편협한 인식과 무지, 무책임에 대한 증거이기도 하다. 여성들의 몸이 이제는 더 이상 증명을 요청받는 ‘증거’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월경권에 대한 우리의 요구는 더 크게 확장되어야 한다.

나영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대표
모두에게 성건강, 성적권리, 재생산건강과 재생산정의가 보장되는 사회를 바라며 활동하고 있다. 



유혜민 감독


감독
유혜민 Yu Hye-min

망원동에 사는 에코페미니스트이자 쓰레기덕후. 여성, 생태와 관련한 문제의식을 담은 작업을 이어가며 <쓰레기덕후소셜클럽>(2019)과 <우린 일회용이 아니니까>(2020)를 연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