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바스 파델 l 2025 l 다큐멘터리 l 120분 l 아랍어 한국어자막해설
1년 반 동안 이어진 전쟁은 남부 레바논의 마을을 파괴했지만, 평화와 존엄을 지키려는 마음은 부서지지 않았다. 가족과 이웃, 공간을 상실한 슬픔을 서로 위로하며 삶을 되찾기 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놉시스
남부 레바논을 초토화시킨 전쟁을 섬세하게 기록한 작품이다. 전쟁이 남긴 그을린 땅과, 평화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상처 입은 공동체의 모습이 담겨있다. 압바스 파델 감독은 일상과 풍경, 그리고 고요한 순간들을 통해 폭력의 여운과 삶의 회복력을 시적으로 포착한다.
Synopsis
A delicate yet powerful chronicle of the war that ravaged South Lebanon. Through images of scorched land and a wounded community struggling to reclaim peace, the film bears witness to the long aftermath of violence. Abbas Fahdel captures everyday moments, landscapes, and silences to poetically evoke both the lingering scars of war and the quiet resilience of life.
| 전쟁 속의 일상, 일상 속의 전쟁 |
상처받은 땅에 관한 이야기들
Tales of the Wounded Lands
감독 : 압바스 파델
제작연도 : 2025
장르 : 다큐멘터리
언어 : 아랍어 한국어자막해설
상영시간 : 120분
상영일시 : 2025.12.7.(일) 오후 2:20
상영장소 : 영화공간 주안 4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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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시간
뎡야핑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황수영 참여연대 활동가와 함께
작품해설
헤즈볼라-이스라엘 전쟁의 전장(戰場)이었던 남부 레바논. 영화는 폐허 속의 장례 행렬로 시작한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관과 그 뒤를 따르는 사람들, 폭격으로 산산이 부서져 버린 마을의 모습을 하늘에서 조망하는 카메라가 화면을 압도한다. 이스라엘의 공습 당시 현장에서 스마트폰으로 촬영된 듯한 영상들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폭격의 공포를 체감하게 한다. 일어나 걷지 못하는 강아지, 잿더미 속을 달리는 말…. 비인간 존재들에게도 전쟁은 무참하다. 그리고 영화는 2024년 11월 휴전 이후 집으로 돌아온 이들의 일상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공습을 견디며 집을 지킨 사람들, 드론을 피해 동물들의 밥을 챙긴 사람들, 무사한 이웃의 얼굴을 보며 웃고, 다시 빵을 굽고, 물담배를 태우고, 태양광 패널을 세우는 사람들. 콘크리트 잔해를 넘나들며 노는 아이들과 무너진 도서관 건물을 뒤지며 백과사전을 찾아내는 할아버지. 주민들은 이렇게 말한다. “집을 부수면 우리가 못 돌아올 줄 알았겠지, 근데 집 앞에서 차를 마시고 있어. 웬만해선 우리를 못 막을걸.” 전황을 중계하는 보도나 사망자의 숫자로는 결코 알 수 없는 이야기. 폐허 속에서 다시 삶과 존엄을 세우는 시간, 그 마음을 잠시나마 헤아려보게 하는 다큐멘터리.
수영 참여연대 활동가
인권해설
“폐허에 묻힐지언정 우리는 팔레스타인을 지킨다”
2023년 10월 8일, 이스라엘이 피점령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을 시작한 바로 그다음 날, 레바논의 정당 ‘헤즈볼라’는 팔레스타인 민족해방운동 진영의 호소에 응답해 이스라엘에 대한 반격에 동참했다. 전날인 10월 7일, 가자지구의 전체 민족해방운동 세력들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경계에 세운 장벽을 부수고 이스라엘에 반격을 가했다. 이스라엘의 2007년 가자지구 불법 봉쇄 이래 16년, 1967년 팔레스타인 불법 군사점령 이래 57년, 1948년 식민지배 이래 76년을 맞은 해였다.
이스라엘은 곧바로 집단학살에 착수했다. 팔레스타인 원주민을 살해하고 쫓아낸다는 국가적 시책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팔레스타인 주민들과 민간 시설을 파괴함으로써 주민들이 학살의 책임을 오히려 민족해방운동 세력에 돌리고 이들을 등지게 만든다는 구체적 목표도 있다. 이스라엘 점령군이 “다히야(Dahiya) 원칙”이라고 이름 붙인 이 군내 작전 지침은 2006년 여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당시 베이루트의 ‘다히야’라는 지역에서 이스라엘 점령군이 행한 작전에서 유래한다. 당시 이스라엘은 발전소, 정화 시설, 다리, 항구 등 민간 시설을 폭격하고 1천 명에 달하는 민간인(그중 3분의 1은 아동)을 살해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이래 지금까지 팔레스타인만이 아니라 시리아와 레바논 일부 지역도 군사점령 중이다. 레바논 남부를 주기적으로 침공하며, 특히 1982년 침공 당시엔 20년 가까이 군사점령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침공을 계기로 1982년에 결성됐다. 1987년 결성된 하마스가 이스라엘 군사점령의 결과물인 것과 마찬가지다. 그 때문에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에 맞선 투쟁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연대 투쟁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레바논인들 자신들의 싸움인 것이다.
이스라엘은 레바논과 2024년 11월 휴전 협정을 체결했지만 수천 번 위반했다. 가자지구에서와 마찬가지로 병원과 학교를 폭격하고 더는 적들의 군사 기지라는 거짓 변명조차 하지 않는다. 레바논에 주둔하는 유엔 평화유지군도 주기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누구도 이스라엘에 전쟁범죄 책임을 묻지 않는다. 오히려 이스라엘을 보호하기에 급급하며 전쟁범죄를, 집단학살을 정상적인 일로 둔갑시키고 있다. 이스라엘에 맞선 투쟁이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에 국한될 수 없는, 우리 자신의 투쟁이기도 한 이유다.
뎡야핑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
팔레스타인평화연대는 1948년 이래 지금까지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식민지배에 맞선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에 연대하는 페미니스트 단체이다. 뎡야핑은 2004년부터 함께 활동하고 있다.

감독
압바스 파델 Abbas Fahdel
압바스 파델은 픽션과 다큐멘터리를 넘나드는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2017년부터는 레바논에 정착하여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 <이라크 영년 Iraq Year Zero>(2015), <보라색 집에 관한 이야기 Tales of the Purple House>(2022) 등이 있다.
연출의도
<상처받은 땅에 관한 이야기들>은 전쟁의 현실을 기록해야 한다는 필요에서 출발했다. 산산이 부서진 삶, 잿더미로 변한 마을, 무너져 내린 집들. 그리고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서려 애쓰는 연약한 인간의 회복력을 담고자 했다. 이 영화는 전쟁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전쟁으로부터 출발해, 전쟁의 한복판에서, 전쟁이 남긴 것들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전쟁은 폐허의 잔해만 남기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균열, 더 단단해진 유대, 서로를 향한 연대의 몸짓, 그리고 차마 말하지 못한 채 마음 깊숙이 남아 있는 개인의 상처 또한 남긴다.
Credit
프로듀서 · Nour Ballouk
연출 · 압바스 파델 Abbas Fahdel
촬영감독 · 압바스 파델 Abbas Fahdel
편집감독 · 압바스 파델 Abbas Fahdel
사운드 · 압바스 파델 Abbas Fah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