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있어, |
소리의 소리
I’m Sori, I’m Sorry
감독 : 한소리
제작연도 : 2025
장르 : 다큐멘터리
언어 : 한국어 한국수어 한국어자막해설 한국어음성해설
상영시간 : 28분
상영일시 : 2025.12.5.(금) 오후 6:00
상영장소 : 영화공간주안 3관
기획의도
존엄하고 평등한 관계와 소통이란 상대를 통해 비친 나의 위치성을 관찰하고, 그 관계 속에 스며 있는 불평등과 차별의 구조를 발견해 가는 과정이다. 영화를 통해 각자의 자리에서 “나는 어떤 위치에 서 있었나, 누구의 침묵을 지나쳐 왔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또한 ‘공존’을 갈등이 사라진 평온한 상태가 아니라 언제든 어긋나고 실패할 수 있는 관계를 포기하지 않는 힘으로 바라보며, 서로의 속도와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어긋남과 상처 등을 딛고, 다시 마주 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대신 말해주는 것’이 아닌 ‘몫소리를 돌려주는 것’은 당사자의 삶의 맥락 속에서 그 사람의 고유성을 인정하고, 그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말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주고 함께 기다리는 것으로 〈소리의 소리〉를 통해 관객들과 그 의미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대화의 시간 기록
한소리 감독
미니미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이성실 수어통역
장정수 에이유디 사회적협동조합 (문자통역)
미니미
안녕하세요? 저는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미니미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굉장히 짧은 영화지만 다양한 영화적 체험과 연출을 담고 있는 <소리의 소리> 영화를 통해서 다양한 주체들이 평등한 소통을 위해서 어떤 것들을 고민해야 되는지를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관객과의 대화에는 문자통역에 AUD사회적협동조합의 장정수 통역사님 함께 해주시고요. 수어통역은 이성실 수어통역사님이 해주고 계십니다. 얼굴 보니까 낯익은 분이 앞에 나와 계시죠. 오늘 이야기손님으로 모셨습니다. 관객분들하고 인사 나눠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한소리
안녕하세요? <소리의 소리>를 만든 한소리라고 합니다. 오늘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미니미
그러면 본격적으로 얘기를 나누기 전에 티켓 받으셨죠? 보시면 QR코드가 찍혀 있잖아요. 그 QR코드를 찍으시면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접속이 됩니다. 영화를 보시면서 궁금한 점이나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하시고 싶은 이야기를 카카오톡 방에 소감이나 질문 으로 나눠주시면 대화의 시간 중간에 함께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먼저 제가 질문을 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해볼게요. 일단 영화를 보면서 다양한 연출이 있는데 직관적으로 와닿는 게 흑백 화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작인 <주고 받은 노력>도 흑백영화라고 알고 있거든요. 혹시 영화를 만드시면서 컬러가 아닌 흑백을 고집하시는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한소리
일단 저는 영화를 만들 때 화려한 스킬을 구사하지 못하기도 하고, 색보정에 비용과 시간이 좀 들는데 경제적인 이유와 색 보정할 시간을 줄일 수 있다라는 장점 때문에 흑백을 선호하는 것도 있고요. 처음은 그렇게 했는데, 두 번째 큰 이유는 제가 영화를 결심하게 된 큰 계기가 영화에도 나오지만 엄마한테 할아버지 돌아가신 이후에 애도하는 시간을 참지 못하고 쏘아붙이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가 좀 옛날에 벌어진 일이라 그걸 현재로 불러올 때 시간의 격차가 안 느껴졌으면 좋겠다? 시간이 하나로 이어지게끔 하고 싶은데 도무지 방법을 모르겠어서 흑백으로 통일감을 주었습니다. 영화작업을 하면서서 과거와 지금을 잇는 장치로 흑백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미니미
저는 영화를 보면서 길혜랑 소리가 소통하는 방식이 다르잖아요. 소리는 주변의 다양한 소리들을 접하면서 소통을 하지만 길혜는 오로지 입모양 하나로 소통해서 혹시 그런 것들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또, 흑백이었다가 컬러로 바뀌는 시점이 있을까 궁금해 하며 영화를 보기도 했는데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방법으로 흑백을 선택하셨군요.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계엄령이 발표 났을 때 엄마랑 같이 긴급회의를 했다고 쓰셨더라고요. 지금은 뉴스에 수어통역이 당연한 것이지만 팬데믹을 겪으며 위기나 재난상황에서 정보나 소통에 소외되는 사람들이 극명하게 드러나니까 우리 사회에서 그분들과 같이 소통하기 위한 방법으로 수어통역이나 이런 것들이 드러나게 된 거잖아요. 계엄령이 터졌을 때 감독님은 엄마를 떠올렸을 때 어떤 것이 걱정되고 고민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한소리
뉴스를 보던 밤 다행히 엄마랑 저랑 같이 집에 있는 상황에서 뉴스를 봤지만 만약 떨어져 있을 때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바로 걱정했던 것 같아요. 나는 학교에 있고 엄마는 나랑 다른 곳에 있는데 이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엄마는 어떻게 사람들과 그 상황을 인지할 것이냐. 알음알음 주변에 물어볼 것인지 아니면 어영부영하다가 넘어지거나 다치거나 할 수도 있으니까. 다칠 수밖에 없다는 걸 생각하고 걱정됐던 것 같아요. 무조건 주변 보고 숨어 있어라, 네네 하면서 순응하겠다 이런 식으로 말을 해서 그런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미니미
같이 있어서 안심은 됐지만 엄마가 주변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할지 걱정돼서 긴급회의를 하셨군요. 할아버지의 죽음도 있지만 참 아이러니한게 계엄 발표라는 국가적인 폭력상황이 감독님에게는 길혜와의 소통에서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엄마가 “나 죽기 싫어, 네네 하면서 해야지”라고 했을 때 영화 속에서는 웃어 넘기기는 했지만 이후 감독님에게는 길혜의 말이 머릿속에 오래 남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거든요. 그 대화 이후에 본인이 찍어놓은 영상들을 볼 때 어떻게 다르게 다가왔는지 궁금합니다.
한소리
마트에서 나온 엄마한테 언제까지 슬퍼할 거냐 내뱉는 말들을 찍어놓은 게 엄마가 기죽어 있는 게 속상해가지고 나중에 엄마한테 보여줘야겠다 하고 찍어놓은 거였어요. 그런데 엄마가 이렇게 어깨가 움츠러 들고 주눅들고 낙담해 있구나. 나중에 이걸 보면서 ‘씩씩해져라, 빨리 슬퍼하지 마, 그만 슬퍼해라, 기운 내라’ 이렇게 말을 할 거였는데 계엄 터지기 전부터 그 클립이 걸리기 시작했어요, 마음 속에. 이건 엄마를 보라고 찍은 건데 내가 계속 봐야 하는 영상이구나 했는데 계엄이 터지면서 그 클립이 생각이 났고 엄마한테 다시 한번 그때 일을 얘기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할아버지가 병원에 가실 때 보호자로 제가 들어갔어야만 하는 상황이 있었는데, 병원에서 보호자 한 명만 들어갈 수 있었어요. 엄마는 안 들리니까 내가 들어 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고, 그런 여러 가지 시스템대로 그냥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고 그것에 어긋나면 ‘여기서 이렇게 하라고 하잖아’ 이런 식으로 엄마를 몰아 붙이는 태도들이 제가 반성할 부분이 많다고 느껴서 엄마 찍은 영상을 보면서 제가 반성해야 될 영상이 너무 많구나를 되뇌이면서 편집본 보면서 편집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미니미
그러셨구나. 영화를 보면서도 깜짝 놀라기는 했어요. 자신에게 가장 취약하고 아픈 부분을 드러내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영화에서 되게 솔직하게 드러내기도 하고 할아버지 애도와 관련해서 영화에서는 너무 생략된 게 많아서 영화를 보면서도 왜 저렇게 반응했을까 궁금하기도 했거든요. 이야기해주신 것 중에 중요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중환자실이다 보니까 한 명밖에 못 들어가는 것이 보통의 시스템인데, 자식인 길혜가 아버지의 임종을 봐야 되는 상황에서 길혜는 통역자가 필요한 거잖아요. 의료시스템에서도 죽음을 맞이하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배려들이 매뉴얼과 시스템적으로 만들어져야 되는데 그런 부분이 없어서 소리 감독에게도 혼한스럽고 당황스러웠던 경험일 것 같네요.
지금 소통방에 제목과 관련해서 질문해주신 분이 두 분이 계시거든요. ‘한글 제목은 <소리의 소리>인데 영어 제목은 I’m Sori, I’m Sorry 이유가 궁금합니다’, ‘영어의 제목이 I’m Sori, I’m Sorry인데 <소리의 소리>라는 한글 제목과 너무 잘 어울립니다. 혹시 어머니이신 길혜 님의 입장에서는 어떤 제목을 생각할 수 있을까요’라고 어려운 질문 남겨주셨습니다. 본인 입장에서는 I’m Sori, I’m Sorry 인데 엄마 입장에서 만들었다면 제목을 어떻게 붙이셨을지 궁금하다고.
한소리
처음 들어보는 질문인데요. 많이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아요. 집에 가면서도 생각하게 될 것 같은데. 마침 오늘 오기 전에 점심 먹으면서 ‘엄마 혹시, 그러니까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으니까 하고 싶은 말 있어? 엄마 자신에게?’ 이렇게 했는데 계속 미안하다고 하시는 거예요. 엄마도 뭔가 비슷한 미안함이라는 감정을 담은 제목을 하시지 않았을까. 그래서 I’m Sorry도 엄마랑 잘 어울리는 제목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데 소리의 소리까지는 모르겠고 영제목으로 봤을 때는 Sorry라는 감정을 같이 공유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니미
두 모녀가 Sorry라는 감정을 공유하고 있어서 I’m Sorry로. 관객분이 제목도 지어주셨어요. 쉽게 생각나는 제목으로는 계엄령에 순응하시고 소리의 소리를 잘 들어주시고 길혜 이름과 비슷한 <그래,그래> 혹은 <I’m Ok, I’m Ok>등이 떠오릅니다. 의견 주셔서 감사합니다. 괜찮지 않으세요? 혹시 생각하시는 바가 있을까요? 그리고 영화 <되살아나는 목소리>의 박수남 모녀가 생각나기도 한다고 전해주셨네요.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보면 혹시 영화제 타이틀 보셨을까요? 공존을 위한 영상, 자유를 향한 연대 입니다다. 영화제가 생각하는 공존은 갈등이 없고 어떤 평화로운 상태는 아니에요. 힘들거나 갈등 상황이 있지만 서로의 관계를 쉽게 포기하지 않는 그런 공존을 영화제는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고깃집 주인과 대화장면 그 다음에 할아버지 애도와 관련된 굉장히 뾰족한 말들, 이런 것들을 과감히 드러내고 거기에 그치지 않고 자신을 계속 성찰하고 좀 더 나가려고 노력하시잖아요. 그런 힘과 용기들을 어디에서 얻고 있는 영화를 보면서 궁금해지기도 했어요.
한소리
정말 어려운 질문인 것 같은데요. 저도 알아가고 있는 중이기도 하고,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까지는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는 타이밍을 놓쳤던 순간들이 엄청 많다는 걸 느꼈어요. 엄마한테나 제가 자라오면서 만났던 모든 많은 사람들에게 적절한 순간에 미안하다고 하지 못했던 순간들이 많은데. 그 기억이 스스로 창피하고 앞으로 못 나아가게 만들 때. 제가 혼자 사는 삶은 아니고 사건 사고를 사회나 개인적인 삶이나 마주하게 되면서 터져나와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 이상한 용기가 드는 것 같아요. 지나가던 순간의 창피함은 아무것도 아니구나 하는 순간들. 지금 마주하고 있는 누군가의 죽음이나 아니면 뭔가 이런 것들 맞닥뜨렸을 때 내가 창피하다고 생각했던 순간은 아무것도 아니고 나라는 사람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라는 걸 느꼈을 때 빨리 영화로 고백해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미니미
혹시 거기에 이태원 참사라든지 사회적 죽음이나 그런 것들을 보시면서 순간의 삶을 소중하게 대하고 표현을 하면서 좀 살아가야겠다 이런 생각도 하셨던 건가요?
한소리
저는 일단 엄마와의 관계에서 많이 그걸 느꼈던 거 같은데요. 사랑하는 사람을 한 명씩 잃어가는 과정에서 엄마가 힘들어하는 과정을 보거나 또 사회적인 차원에서도 죽음이 나랑 가까이 있었구나를 느낄 때 그렇게 됐던 거 같아요.
미니미
그러면서 그 안에서 본인의 삶을 쭉 돌아보시면서 지금이 아니면 시도 못해볼 것 같은. 이상한 용기라고 표현하긴 하셨지만 굉장히 중요한 첫발을 내딛은 것 같습니다. 영화제 안에서도 성폭력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보통은 피해자가 스스로 그 공간을 떠나거나 아니면 가해자를 내쫓는 그런 해결방식이었다고 하면, 저희는 다른 방식으로 공동체적 해결을 하려고 거의 2년 동안 서로 많이 부딪치고 고민을 했었거든요. 그때 가장 활동가들에게 위로가 되었던 말이 ‘우리의 관계는 언제든 실패할 수 있다’였어요. 그러면 실패를 인정하면 다시 일어설 수도 있는 용기나 이런 것도 생기고 그래서 감독님한테도 혹시 그런 것들이 뭐가 있을까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혹시 직접 영화를 보시면서 장면에 대해서 궁금하시거나 전하고 싶은 이야기 없으실까요? 지금 글이 올라오기 시작하니 질문 하나 할게요. 영화를 보니 감독님이 찍은 것도 있지만 길혜가 찍은 장면도 좀 있는 것 같더라고요. 혹시 영화 촬영 중간에 카메라를 주신 건지, 아니면 원래 평소에도 이렇게 서로를 잘 찍어서 담고 계신지 궁금해졌어요.
한소리
평소에도 잘 찍고요. 그런 와중에 엄마가 찍으신 촬영본을 본격적으로 <소리의 소리>부터 영화 안에 넣기 시작했는데 엄마도 자기가 찍은 영상이 영화 안에 이렇게 펼쳐졌을 때 되게 좋다, 뿌듯하다, 좋다라고 말을 해주셔서 의미있는 작업이었습니다.
미니미
혹시 연관해서 영화 중에서 길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있을까요?
한소리
처음 산소 나오던 장면 중 제가 가운데 길을 쭉 걸어가는 장면이 있거든요. 그거 되게 좋아하세요. ‘가만히 안 흔들리고 잘 찍었지?’ 이러시면서(웃음)
미니미
본인이 흔들리지 않고 잘 찍은 것에 만족하셨네요. 사소하지만 조금씩 새로운 변화에 즐거움을 느끼시면서 살아가고 계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 않아도 영화의 맨 처음과 마지막에 수영하는 장면을 좋아하시는 관객들이 많은 것 같은데 관련 질문이 하나 올라왔네요. ‘엄마는 배영에서 출발해서 자유형으로 혼자 레일을 완성하며 독립된 삶을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던데요. 감독님은 엄마와의 정서적 독립이 어느 정도 준비가 되셨을지 궁금해요’라고 남겨 주셨습니다. 영화를 보시는 분들은 엄마는 이미 단단하게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되면서 오히려 감독님이 걱정된다고 느끼셨나 봐요.
한소리
정서적 독립을 하려고 영화를 한 거였는데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엄마를 위해서 뭔가 영화를 시작했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요즘 느끼는 건 나를 위해서 하는 작업이었구나. 이걸 계속 느끼고 있어서 좀…
한소리
그런 시기를 최근에 깨달아가지고 감정조절이 좀 안 되는데.
미니미
관객과의 대화랑 이 영화를 계속 곱씹어보면서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영화가 많이 감독님한테는 이렇게 다가오는…
한소리
그런 중인 것 같아요. 확실히 영화를 내보내고 딱 그렇게 삶이 뭔가 영화처럼 끝났으면 좋겠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삶은 삶대로 다르게 다양하게 흘러가고 있으니까. 그래서 엄마를 위한 작업일 수도 있지만 나를 위해서 하는 작업이었구나. 어떻게 보면 좀 이기적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렇구나를 최근에 알아가고 있는 중이고 그래서 정서적 독립을 어떻게 해야 할까 새로운 숙제를 해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차원에서 독립하는 방법을 다르게 생각해봐야겠다, 고민 중인 것 같습니다.
미니미
그러면 좀 분위기를 전환하는 의미에서 아까 감독님이 개그 욕심이 좀 있다고 하셨는데 본인을 찍은 장면에 있어서는 뭘 그렇게 많이 드세요? 영화제 활동가들이 그랬어요. 되게 맛있게 드신다고. 혹시 본인을 찍는 장면에서 먹는 모습을 많이 담으셨던 것도 혹시 이유가 있으신지 아니면 그냥 민망해서 제일 편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서 그랬는지 궁금해졌어요, 영화를 보면서.
한소리
맞는 말씀인 것 같아요. 영화가 가지고 있는 내밀한 고백이나 무거워질 수 있는, 엄마한테 내뱉은 말도 사실 너무 창피했어요. 마트에서 막 내뱉는 제가 했던 말도 너무 창피하고. 이걸 어떻게 좀 감당할 수 있을까 했을 때 그러면 이미지적으로 그냥 최대한 많은 걸 보여주자. 그래서 그냥 콧노래도 흥얼거리고 그런 장면들이 찍혔는데 그걸 잘 살려보자 해서 찍었고요. 먹는 거는 제가 공유 드라이브로 앨범에서 같이 사진을 보는데 엄마 보라고 틈틈이 찍어놨던 것들이예요. 잘 먹고 다니고 있다는.
미니미
안심시키기 위한
한소리
그것들을 엄마가 봤을 때 ‘잘 먹고 다니고 있구나’ 아셨던 비하인드가 있습니다.
미니미
엄마와 다른 방식으로 소통하시네요. 나 잘 살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는. 그 장면에 그런 것들이 또 숨어 있군요. 감상 하나 올라와서 읽어드릴게요.
‘저는 개인적으로 영화 안에서 엄마에게 소리가 말을 많이 하는 것 같아서 그것에 대한 반성을 많이 한다고 하는데, 저는 이 영화도 소리가 말을 많이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인 길혜의 말을 듣기보다 감독인 소리 본인의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는 것 같다는 감상을 남기고 싶습니다’. 저도 영화를 해석하면서 소리의 입장으로만 영화를 보게 되더라구요. 다음에는 혹시 길혜 입장에서의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한번 해봅니다.
다음 질문을 드리면, 길혜한테 25년에 대해서 이야기해 달라는 질문에 길혜가 고민하다 대답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관객분들 혹시 느끼셨나요? 그동안 영화 속에 길혜가 발음하는 것들이 음성으로로 나왔는데 짧은 순간이지만 순간은 소리가 아예 없어지거든요. 그 장면을 왜 그렇게 표현하셨는지.
한소리
흑백에 관한 답처럼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하나는 카페의 배경음을 지우기 위한 장치 중 하나였고요. 그러다 보니까 두 번째는 엄마랑 편집본을 같이 볼 때 음성 지우기 전 원래 원본을 같이 볼 때 엄마가 실제로 “너 뭐라고 그런 거야?”를 되물어 보셨어요. 제 소리를 못 알아들으시고 영상 속에서도 이렇게 기웃거리고 실제로 돌려볼 때도 기웃거리고. “내가 뭐라 그러는 거야?” 또 물어보시는 거예요. 엄마도 본인이 했던 말을 기억 못하고 본인 입모양을 못 읽으실 때 소통의 간극이 자주 발생하는데 그런 것들을 살리기에도 음소거 하는 게 좋겠다, 좀 음을 줄이는 게 좋겠다 해서 최종 선택을 했고.
그런 장치들이 청각장애인 분들도 주파수 영역별로 들을 수 있는 소리들이 다르고 느낄 수 있는 진동들이 다르다고 알고 있어요. 그래서 어떤 분들은 잘 들었다고 하시는 분도, 잘 읽었다고 하시는 분도 있고 아니면 입모양 못 읽었지만 진동을 느꼈다고 하는 분도 있고. 말씀해주신 장면에서 다양한 피드백을 들을 수 있어서 저도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미니미
그렇구나. 저는 잘 알아듣고 싶다는 욕망이 강했거든요. 왜냐하면 한 번도 그렇게 입모양으로 의사소통을 해본 적이 없어서 이게 정말 힘든 일이구나. 길혜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게 소통을 했나 이런 것도 좀 느끼기도 했고. 아까 감독님께서 주파수에 따라서 들을 수 있는 소리가 다양하다고 하셨는데 영화에서 보니까 길혜도 이어폰을 끼고서 모니터를 보고 있더라고요. 그러면 이어폰이나 그런 걸 통해서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있는 건지지
한소리
저도 정확하게 엄마가 어떤 소리를 들을 수 있는지 설명을 완벽하게 이해는 못했지만. 이어폰으로 들었을 때 조금 더 외부로 출력된 소리로 듣는 것보다 더 잘 들린다 많은 게 들린다라고 하시는 편이세요.
미니미
진동이나 이런 거로 느끼시는구나. 그래서 이 영화가 소중한 것 같아요. 들을 수 없다고 저희는 그냥 한 가지 관점으로만 그동안 바라봤는데, 그 안에서도 다양하게 분류될 수도 있고 살아가는 방식, 소통하는 방식도 다양하다는 것을을 알 수 있어서 이 영화가 그래서 되게 소중한 거 같아요. 그동안 넷플릭스나 뉴스를 통해서 수어통역하고 한글자막해설까지는 경험했지만 음성해설까지 들어있는 영화를 보는것이 흔치 않는 경험이었습니다. 영화를 같이 보기 위해서는 이렇게 다양한 것들이 우리 사회에서 필요하구나를 느낄 수 있는 영화적 실험이기도 한 것 같아요. 서울울장애인인권영화제에서 음성해설 작업해주신 걸 공유해 주셔서 저희도 이렇게 나눌 수 있었습니다. 감독님이 음성해설 작업을 하실 때 직접 피드백도 해주시고 같이 연출에 대해서 고민하신 거 같아요. 그때의 경험 중에서 오늘 관객분들하고 혹시 나누고 싶은 이야기 있다면 해주세요.
한소리
일단 배리어프리 작업을 처음 해본 게 전작이었는데 그 영화는 대사가 거의 없는 짧은 영상이어서서 음성해설이나 자막해설 없이도 엄마랑만 볼 거라고 생각하고 그 관점에서 영상만 보고 뭔가를 느껴보자 해서 시도했던 작업이 있었는데.
그때 처음 자막해설이라는 걸 상영을 위해서 하게 되면서 자막을 입히면서, “엄마 이때 뭐라고 그런 거야?” 물어봤어요. 저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서. 엄마도 “기억 안 나” 했을 때 흘러나오는 말소리는 있고 자막해설을 위해서 써야 되는데 촬영하던 당시와 모니터링할 때 그 다음에 자막을 만들 때 시차가 생겨버리니까 말소리에 대해서 책임을 질 수 없는 상태, 해석하지 못하는 상태가 당황스러운 거예요. 어떡하지 하다가 일단 추측되는 대로 써보긴 했었는데 그 경험을 바탕으로 <소리의 소리> 할 때는 자막해설 할 때 확실하게 그전보다는 말로 옮길 수 있는 대사들이 다행히 많았고. 그걸 배워가는 과정에서 자막에 한정해서는 말로 옮겨질 수 없다는 것 또한 특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다 옮겨야 되는 말들도 있겠지만 옮겨질 수 없는 어떤 말들에 대한 감각도 제가 이걸 어떻게 영화로 반영해봐야 될지 새로운 숙제다 해서 다음 작업에 반영해보고 싶고. 음성해설 같은 경우에는 수어통역도 그렇고 만들어주신 작업을 봤을 때 되게 선물받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만들어진 스크립트를 읽어보는데 내 작업이 이렇게 읽혀서 뭔가 쓰여진 대본을 보고 그게 해설로 옮겨졌을 때 영화가 풍성해지는구나. 그래서 엄마도 저도 음성해설본을 훨씬 더 좋아하거든요.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는 야외에서 상영을 했는데 엄마가 30분 동안 들고 찍으셨는데 집에 와서 찍은 영상을 보시다가 수어를 보면서 따라하는 거예요. 자기는 수어 못하니까 열심히 따라해 보면서 자기 대사를 수어로 연습해 보고. 새로운 수어선생님을 영화를 통해서 만나게 되고 그러면서 수어도 배워보고 싶으시다 해가지고 처음 배우기 시작하셨는데. 어쨌든 이런 배리어프리 작업이 펼쳐주는 새로운 세계, 그게 저희 모녀한테는 큰 선물이고 앞으로 이걸 좀 더 확장해나가고 공부해 나가고 싶고, 큰 배움을 늘 주는 작업들입니다.
미니미
감독님이 용기를 내서 만든 영화가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그 고민이 덧붙여져서 영화가 풍성해지고, 다른 영역과 만나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과정이 있었기에 이 영화가 왜 소중한지 감독님의 말을 통해서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됩니다.
오픈채팅방에 올라온 질문 읽어드릴께요.
‘엄마에게 말할 때 입모양만 크게 하고 소리를 더 크게 하지는 않는 건가요? 저희가 생각할 때는 입모양을 크게 하니까 목소리도 같이 커질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표정만 보면 목소리가 크게 나올 것 같았는데 실제로는 아니었기에 여쭤봅니다.’란 질문을 해주셨습니다.
한소리
나름 터득한 노하우인데요. 계속 그 목소리 성대를 쓰다 보면 뒤통수가 당겨요. 그리고 그만큼 감정이 쌓여요. 감정을 터트리는 대로 말하니까 “너 왜 자꾸 나한테 화내!” 하면서 많이 싸우게 되더라구요. 그리고 장소에 따라서 많이 시끄러운 편이면 우리가 굳이 목소리 안 내도 입모양으로 알 수 있으니까 그런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미니미
입모양을 크게 이야기하는 것도 그만큼의 에너지가 들어서 나름의 노하우로 소통하고 계시는 군요. 그리고 방금 음성해설과 관련된 대화를 했을 때 감독님이 대본을 직접 쓰셨는지 궁금하다고, 그것에 대한 설명이 없이 대화가 진행돼서 알아듣기 힘드셨다고 말씀하신 관객이 계십니다. 대본은 감독님이 직접 쓰신 건 아니죠?
한소리
쓴 건 아니고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배리어프리 제작해 주시는 팀에서 스크립트 작성해주시고 검토 단계에서 감독의도가 좀 더 반영돼야 될 부분이 있는지 회의를 많이 해주셨고. 이전 작품은 처음부터는 아니고 기초작업이 돼 있는 상태에서 제가 나중에 투입돼서 완성을 같이 한 정도. 전반적으로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에서 작업을 튼튼하게 해주셨습니다.
미니미
영화를 제작할 때부터 그런 것들을을 고려해서 영화가 만들어져야지 조금 더 배리어프리가 풍성해지고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다고 저희도 아까 집담회를 통해서 배웠습니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마지막 질문이 될 것 같은데요. 저는 영화에서 길이 나오는 장면이 되게 인상깊었거든요. 산소를 찾아가는 그 길은 감독님과 길혜의 관계를 나타내는 것 같아요. 감독님은 앞장서서 길혜를 이끌고 나아가면 길혜는 묵묵히 뒤에서 따라가는 듯한. 그리고 외국 낯선 도시의 길과 길혜가 강아지랑 산책 나가는 장면이 담긴 길은 각자의 시간을 살아가는 독립적인 모습이 있는 것 같아요. 이 영화 이후에 두 분 떨어져 계셨죠?
영화를 만들고 떨어져 지냈던 시간들이 두 모녀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고, 이후에 변화한 것들이 있는지 뒷이야기를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한소리
엄마가 평소에 저를 자주 찍어주신다고 했는데, 살펴보니 제가 화낼때는 예측하시고 화낼 것 같으면 바로 카메라부터 들이대시거든요.
“더 커졌네? 눈이? 목소리가 커지네?” 이런 식으로 말해주셨는데 그 정도로 되게 많이 싸워요. 많이 싸우고 서로 감정표현도 많이 하고 하다 보니까 말씀해주신 것처럼 각자의 길로 떨어져야 될 필요가 있다고 느꼈어요. 이러다가 진짜 누구 하나 막 할 때까지 절대 끝나지 않을 싸움과 애증의 관계구나 이런 걸 느껴가지고. 그러려고는 했는데 영화에도 잠깐 나오지만 결국 또 외로워지더라고요. 그래서 엄마 옆에 있는 삶에 익숙해져서 그런가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가고 싶고. 근데 좀 다른 방식으로 옆에 있어보고 싶다 할 때 영화가 도움을 주는 거 같아요. 영화를 찍을 때 말씀해주신 것처럼 제 목소리가 너무 많이 개입된다는 걸 영화를 찍으면서 알았어요. 그래서 엄마를 찍겠다고 하면서 너는 왜 계속 이야기하니라는 스스로 반성을 많이 하게 돼서 이번에는 목소리를 최대한 줄이고 엄마를 가만히 들여다보자. 이 시간을 많이 가져보자 하면서 다음 작 열심히 해보려고 하는 것 같아요.
미니미
마지막인데 혹시 더 전하시고 싶은 말 없으신가요? 그러면 마무리해도 될까요? 그러면 아까 차기작도 말씀해주셨는데 오늘 관객과의 대화 하시면서 느끼신 것과 앞으로 작품이나 고민되시는 점 이런 거 있으면 나눠주시고 오늘 대화의 시간 마치도록 할게요.
한소리
제가 한창 다음 작업 편집 중이어가지고 뭔가 그 상태에 빠져 있는 것 같아요. 이 영화를 어떻게 매듭지을까, 그러다 보니 엄마와 저의 관계나 제가 영화를 통해서 하고 싶은 메시지를 아직 정리를 못해서 좀 흔들려하고 있는 와중에 오늘 이렇게 GV 와서 관객들 뵙고 말을 나눴는데 그러다 보니 지금 사실 너무 덥고 긴장이 많이 돼요.
미니미
더우세요? 저는 추운데.
한소리
땀이 계속 나 가지고. 오늘 해주셨던 질문들이 저한테 되게 다음 작업에 많은 깃발을 세워줄 것 같은데요. 다음 작업은 엄마가 <소리의 소리>를 계기로 수어도 열심히 배우려고 하시고 발음이나 호흡 훈련을 많이 하려고 하세요. 좀 더 정확하게 발음을 하기 위해서. 근데 어느 순간부터 수어 교육도 안 나가시고 발음훈련도 안 하시거든요. 결국 내려놓을 수밖에 없는 어떤 답답함. 그리고 보청기를 끼시면서 새로운 소리도 처음 빗소리도 듣게 되셨는데. 이 빗소리를 들을 수 있는 어떤 행복만큼이나 보청기를 뺐을 때 고요해지는 순간이 너무 우울하시대요. 그래서 잘 해보고 싶었는데 계속 안 되는 순간이 엄마를 우울하게 만들고 엄마를 괴롭히고 있는데. 그런 것들을 어떻게 잘 영화로,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과 엄마가 느끼는 두 명의 이야기를 잘 담을 수 있을까, 그게 다음 작업에 반영될 것 같습니다.
미니미
계속 엄마와의 소통을 통해서 다양한 것들을 탐구해 가시는 것 같네요. 존엄하고 평등한 관계의 의사소통이라는 건 일방적으로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상대가 있어서 나의 위치를 파악하기도 하고, 나만 잘한다고 되는 건 아닌. 별로 좋아하는 말은 아니지만 선량한 차별주의자 이런 것처럼 몰랐다고 해서 나의 어떤 행동이 정당화 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그런 것들을 짚어보고 되돌아보는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오늘 나눠주신 이야기가 감독님에게 도움이 되셨다고 하니 저희도 뿌듯합니다. 먼 길 오셨는데 감독님 울리고만 보낸 게 아니라 나름 힘을 내실 수 있는 여러 소리들을 전해드릴 수 있어서 관객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좋은 시간 되셨죠? 함께해 주셔서 감사하고요. 저희 이 좋은 인권영화제가 계속될 수 있도록 나가시면서 기념품도 둘러봐주시고 후원에도 관심 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이것으로 <소리의 소리> 대화의 시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