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있어, |
도라지 불고기
Yakiniku ToRaJi
감독 : 양지훈
제작연도 : 2025
장르 : 다큐멘터리
언어 : 한국어 일본어 한국어자막해설
상영시간 : 86분 21초
상영일시 : 2025.12.3.(수) 오후 7:30
상영장소 : 영화공간주안 3관
기획의도
지훈은 ✕✕형의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며, 조선학교에서의 기억과 일본에서의 삶에 대해 듣는다. 누구에게나 흔히 있는 일상의 삶에서 나누는 대화를 통해 감독은 현재 2, 30대 청년 재일조선인들의 일상의 삶에 주목해 보길 청한다.
일상의 모습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대화가 오간다. 지훈은 이들에게 어떤 국적을 선택했는지, 조선학교를 다시 다니겠냐는 질문을 반복한다. 반복되는 지훈의 질문을 들으며 비로소 이 질문을 남한 사람들이 재일조선인에게 반복적으로 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리고 이 질문을 반복적으로 받았을 재일조선인들의 마음을 짐작해본다. 많은 경우 재일조선인에게 조선적, 한국적, 일본국적 중에 무엇이냐고 묻는 것은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자유로서의 질문이 아닌 ‘당신은 누구인가’ 또는 ‘어느 편인가’를 묻는 것으로 나와 같은 편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존재인가를 확인하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남한에서 재일조선인을 표상하는 이미지로 일본의 차별에 저항하는 공동체, 민족과 통일의 상징으로서의 조선학교 학생을 떠올리기 쉽다. 감독은 재일조선인의 일면적인 모습이 (남한 사회에서) 전형성을 갖는 것에 도전한다. ‘재일조선인’이라는 삶 속에서도 다양한 개인의 삶과 존재가 있음을 왜 보지 않았느냐고 관객에게 묻고 있다.
이름도 얼굴도 지워진 채 등장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동안 우리(남한 사람들)가 보았다고 생각하는 그 얼굴은 무엇이었을까 곱씹게 된다. 얼굴을 지워버린 건 누구였을까? 얼굴을 마주하기보다는 보고 싶은 대로 보아온 이들이 재일조선인의 얼굴을 지워버린 것이 아니었는지 자문하게 된다. 이데올로기와 역사의 무게를 빼고 이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라는 감독 제안과 동시에 ‘나라가 없다’라고 등장인물을 말을 들으면, 역사와 삶의 조건에서 형성될 수밖에 없는 ‘재일조선인’이라는 정체성도 일상에 스며있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워진 얼굴을 통해 관계를 생각해본다. 서로 살피고 반응을 고민하고 맥락과 삶을 상상하며 관계의 시간이 축적되면서 점점 또렷해지는 얼굴로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얼굴에서 개인의 개별성과 역사와 세대의 시간이 축적된 내력과 삶의 조건에서 형성되고 수행하는 정체성을 포착하면서 “당신의 삶이 더 궁금해지고 알고 싶다,”고 말을 건네고 싶어지는 관계 만들기를 상상해본다.
대화의 시간 기록
양지훈 감독
조미수 한일문화번역자
랑희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이채아 에이유디 사회적협동조합 (문자통역)
랑희
안녕하세요? 인천인권영화제 올해 30회를 맞이했는데요. 추운 날씨에도 오늘 이 자리를 채워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저는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랑희입니다. 반갑습니다. 사실 걱정을 많이 했어요. 오시는 길 많이 추우셨죠?
<도라지 불고기>를 지금 같이 함께 보셨는데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관객 여러분과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많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함께 이야기를 나눠주실 두 분을 모실 텐데 여러분께서 박수를 쳐주시면 앞에 나오실 겁니다. 박수 부탁드립니다.
(박수)
각자 관객 여러분께 소개와 함께 인사 나눠주시면 되겠습니다.
양지훈
안녕하세요? 도라지 불고기를 맡은 양지훈입니다. 추운데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미수
안녕하세요? 조미수라고 합니다.
저는 일단 재일동포로서 이 자리에 함께하게 됐습니다. (웃음)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랑희
저희 그러면 앉아서 같이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두 분 이야기 손님과 함께 지금 여러분께서 화면으로 문자통역을 보고 계신데요. 오늘 문자통역으로 AUD 사회적 협동조합의 이채아 님도 함께 이 자리에서 해주시고 계십니다. 감사합니다.
잠시 진행 안내를 해드릴게요. 약 40분 정도 대화를 진행할 텐데요. 여러분 오늘 입장하실 때 티켓을 받으셨죠? 그 티켓에 보면 QR코드가 있을 거예요. 그 QR코드로 오픈채팅방에 들어가실 수 있는데요. <도라지 불고기> 오픈채팅방에서 관객 여러분께서 질문이나 영화를 본 자신의 느낌, 생각을 같이 나눠주실 것들이 있다면 그곳에 남겨주시면 제가 대화의 시간을 진행하면서 시간상 충분하지 않을 수 있지만 같이 나눠줄 이야기나 질문을 제가 대신해서 전달하겠습니다.
여러분께서 질문을 생각하실 동안 제가 먼저 두 분과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감독님, 영화 상영할 때마다 매번 똑같은 질문을 받으실 것 같은데요. (웃음) 영화를 만들게 된 기획 의도와 그 기획 의도가 아무래도 연출에 많이 반영됐을 것 같은데, 블러 처리를 비롯해서 연출에 대해서 먼저 관객 여러분께 소개해 주시면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것들이 많을 것 같아요. 이야기 부탁드리겠습니다.
양지훈
먼저 간단하게 말씀을 드리면 <도라지 불고기>는 기존의 재일교포 혹은 조선학교를 다뤘던 다큐멘터리들에서 다루어지지 않았던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에 관한 작업이고요. 우리나라에서 제 기억에서는 2006년에 개봉했던 <우리 학교>가 처음이었던 것 같은데요, 남한에서 만들어진 것은. 그 이후로 만들어진, 많지는 않지만 여러 작품들을 챙겨 봤었는데요. 거기에서는 항상 똑같은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말로 표현하자면 차별 속에서도 조국을 잊지 않고 투쟁하는 영웅들만이 스크린에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 영화들의 스틸 이미지를 봤을 때 ‘이게 뭐가 다르지? 왜 같은 것들이 계속 나오는 것이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영화 하나하나에 제가 반감이 있다기보다는 ‘그렇게만 나오는 것은 이게 어떤 걸까?’라는 생각을 했고요. 그리고 그 영화를 보면 아마 보신 분들도 있으실 텐데요, 학생들의 슬픈 얼굴들은 굉장한 클로즈업으로 볼 수 있는데 사실 학교 곳곳에 걸려 있는 두 명의 초상화는 항상 가려졌어요. 그래서 ‘이렇게 얼굴이 드러나는 사람들이 있고 이 사람들을 내세우고 그 뒤에 숨는 것은 어떤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 영화들에는 뭐랄까요… 그러니까 은연중에 그들이 차별 속에서 핍박받고 살더라도 조국을 잊지 않고, 우리를 잊지 않고 살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드러난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사실 조선학교를 진학하지 않고 일본인으로 살게 된 사람이라고 해서 도덕적으로 덜한가, 못났나 하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영화들은 그렇게 제한을 함으로써 뭔가 그렇게 틀에 가두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왜 그 총련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은 영화에 나올 수 없을까? 그렇게 보이는 게 정말 그들을 위해서 만든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래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아마 블러를 상정하고 말씀을 하신 것 같아서 블러 처리에 대해서도 말씀드리자면요. 아마 불편하게 보셨을 분들 굉장히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라고 만든 것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렇게 처리를 한 이유는, 사실 저는 누가 저를 찍는 걸 별로 안 좋아합니다. 카메라에 제 얼굴이 찍히는 걸 별로 안 좋아하고 그게 동영상일 때는 더 무섭고요. 그런데 제가 어떤 집단으로서 대표성을 가지고 거기에 서야 한다면 더 무서울 것 같아요. 반면에 얼굴을 드러내기로 선택한 사람들이 있어요. 본인의 얼굴을 드러내면서 상품화하면서 부와 명예 이런 것들을 가져가려는 인플루언서 같은 사람들이 있을 수 있겠고요. 그리고 정치인들을 쉽게 떠올리실 수 있겠지요. 선거철 되면 엄청나게 커다랗게 본인의 얼굴을 전시하죠. 그게 당선이 되기 위한 욕망이겠죠.
그런데 <도라지 불고기>를 만들면서 제가 생각했던 건 이걸 만드는 과정에서 욕망하는 사람은 저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욕망하지 않는, 그러니까 욕망하는 사람인 나 말고 다른 사람의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 옳은 선택인가? 이게 정당한가? 이게 바른가? 그랬을 때 오히려 그렇지 않겠다고 생각했고. 그리고 그들의 얼굴이 여기에 이렇게 노출되었을 때 어떤 범주로서 고정될 걸 생각해 보면 그게 긍정적이지 않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제 얼굴만을 드러내겠다고 마음을 먹었고요. 비판, 당연히 많이 전해 들었죠. 그런데 저는 사람들이 얼굴 보는 걸 정말 정말 좋아한다고 생각해요. 정체기를 맞이한 유튜버들을 생각해 보면 어느 순간인가 자기 얼굴을 노출, 얼굴을 팔게 돼요. 그런 경우도 있고 아니면 추성훈 씨, 2013년도에 추사랑이라는 가족, 이휘재 씨도 그때 가족들을 노출시키면서 게 본인의 재기 기회나 아니면 전성기를 맞이한 경우도 많이 봤고. 아니면 범죄자들을 떠올려 보면 우리가 얼굴 공개를 요구하잖아요. 그 얼굴 공개가 얼굴이 궁금함과 동시에 얼굴을 공개한다는 것은 단죄가 될 수 있다는 게 겹쳐진다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저는 얼굴이 지워진 대상들을 보면서 얼굴을 지워낸 작가보다, 그러니까 저보다 그 얼굴을 당연하게 보려고 했던 그 시선을 조금 자각하기를 바랐는데, 그러지 못했다면 제가 부족한 탓인 것 같고요. (웃음)
간단하게 다시 설명드리면 만약에 내가 여기 나오는 사람들이었으면 얼굴이 나오고 싶을까 생각해 봤는데 그러지 않아서 가렸고, 그래서 저는 드러냈고요. 그렇게 하면서 제 얼굴을 구경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랑희
감독님 말씀하셨던 대로 얼굴과 관련해서는 굉장히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일단 얼굴의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감독님 말씀하셨던 기획 의도 중에 재일조선인이 남한 사회에서 어떻게 표상되는가. 그러니까 동일한 모습으로, 집단으로 뭉뚱그려져서 그렇게 하나의 모습으로만 등장하게 되는 것에 대한 경계가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그럼에도 재일조선인이라는 정체성을 완전히 우리가 지울 수는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영화에서 보셨던 것처럼 ‘도라지’가 식당 이름이잖아요. 도라지 식당에 대해서 이거는 북한식도 아니고 한국식도 아니고 재일교포식이라고 이렇게 말하는 걸 들으면 ‘우리 재일조선인’이라는 어떤 동질감이라든가 일종의 자부심 이런 것들도 저는 충분히 느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런 공통의 감각들을 형성하고 수행하는데 있어서 조선학교가 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조미수 선생님은 어떤가요?
조미수
감사합니다. 먼저 대답을 하기 전에 사실 ‘너는 뭔데?’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것 같아서. 자기소개를 간단히 하면 저는 지금 한국에 산 지 한 12년이 되는 재일동포입니다. 그리고 조선학교를 다녔어요. 중학교까지 다녔고 고등학교부터는 일본 학교에 전학했고. 그렇게 해서 지금 한국에 오게 됐습니다. 그래서 지금 통역이나 그리고 라디오 그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여기에서 이야기를 뭘 할 수 있을까 굉장히 고민했어요. 당사자인 분이 같이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초대해 주셨는데 당사자로서 할 수 있는 이야기와 그리고 또 이 영화에 ‘나는 당사자인가’라는 자기 물음도 있었고요. 그리고 당사자성을 내밀고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얼마나 통할까 하는 고민도 있었어요.
질문에 답하면 조선학교가 가진 하나의 역할 당연히 있겠죠. 하지만 여기서 전제로 해야 하는 부분이 조선학교라는 존재를 여러분은 어느 정도 알고 계세요? 혹시 여기서 조선학교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안다.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다는 분은 괜찮으시면 살짝 손을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 감사합니다. 제 눈에 보이기에는 두 분께서 손을 들어주셨는데. 맞습니다. 아마도 처음 본다는 분도 계실 거고요. 그리고 조선학교라는 존재가 뭔지 모르겠다는 분도 당연히 많으실 겁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재일동포 혹은 재일조선인, 재일한국인 이렇게 다양하게 불리는 동포들 중 한국국적 또는 조선적을 유지하는 인구만도 29만 명, 30만 명 있습니다. 그중에 지금 조선학교라고 불리는 이 민족학교가 51개교 있는데요. 다니는 학생 수가 지금 정확하지는 않은데 5,000명 이하 정도예요. 그러니까 재일조선인이라는 공동체 안에서도 극히 일부입니다. 그래서 저는 조선학교가 보여주는 상징적인 이미지가 당연히 있겠지만 조선학교를 다양하게 보여주는 것 만으로는 재일조선인의 다양성을 묶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질문을 던져주셨던 부분에도 한편으로는 ‘그렇죠.’ 하는 마음과 한편으로는 ‘안 그런데. 조선학교가 꼭 그 정도의 힘을, 영향력을 모든 사람에게 갖고 있는 것은 아닌데.’라는 생각이 듭니다.
벌써 5분이 지나버렸네요.
랑희
조금 더 이야기하셔도 괜찮아요.
조미수
왜냐하면, 지금 조선학교라는 게 하나의 응집된 집단이라고 생각해요. 가장 알기 쉽고 거기에 재일조선인이라고 자기 스스로를 아이덴티파이(정체화) 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일본에서도 그래서 상징으로 하기 쉽고 한국에서도 표상으로 하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제까지 남한의 감독들이 찍었던 영상 상영물 중에서 조선학교를 양지훈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어느 정도의 고정된 이미지로 고착화시켰다. ‘시켰다’라고까지 하면 안 되지만, 그런 영향력도 또한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이 영화를 보고 가장 처음에 느꼈던 약간의 위화감이 재일조선인이고 조선학교고 하는 것들에 대한 배경이 전혀 안 보인다는 부분이었어요. 그래서 감독님이랑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게 된 부분이 ‘아, 이미 있는 조선학교에 대한 영상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서 설명해 주는 부분에 어느 정도 배경 설명을 맡기고, 여기서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을 보여주고 있구나.’라는 식으로 이해했어요.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는데 어쩌면 전형적인 부분의 반전이 또 하나의 전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예요.
그런 부분에서 블러 처리를 하고는 있지만 여기서 나오는 학생들이 저는 오히려 또 하나의 전형으로 보였어요. 사실 제대로 얼굴이 안 보여지고 남한에서 잘 모르는 존재들은 조선학교에 다니지 않고 이름조차도 알릴 수 없고 일본 이름을 달면서 그래도 내 안에서 정체성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 재일조선인들, 동포들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랑희
영화에서도 그런 이야기 있었죠? 이름을 숨기고 일본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사람도 있다는 이야기가 영화에서 나왔던 것 같은데요.
조미수
오히려 더 많아요. 그게 다수입니다.
랑희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아프긴 했었습니다. 이름을 숨겨야 하는 그만한 사회에서의 맥락과 그 존재가 겪고 있는 어떤 현실이라는 게 그 말 한마디에 다 들어 있는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지금 말씀해 주신 이야기를 들으니까 그런 말이 나왔던 장면이 번쩍 생각나기도 합니다.
감독님이 블러 처리에 대해서, 얼굴에 대해서 영화 상영 이후에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듣고 계신다고 했는데. 또 하나, 저도 영화를 보면서 이 연출은 굉장히 또 의미 있게 연출하신 걸까라는 궁금했던 것은 감독님이 찍은 영상이 TV 혹은 모니터에서 재생이 돼요. 그리고 같이 보기도 하고. 그렇게 찍어놓은 영상을 모니터 화면을 통해서 보는데 그 화면이 또다시 감독님의 영화를 통해서 이어지듯이 연결돼서 나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마치 영화 속의 영화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거는 영화 혹은 다큐라고 하는 것이 프레이밍 안에, 프레임 안에 들어 있는 것이라고 하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던 의도였을까라는 저 나름의 짐작을 하게 되었는데. (웃음) 어떤 의도였는지 조금 궁금해서. 아마 관객분들도 궁금해하실 것 같아서 제가 대신 해서 여쭤봅니다.
양지훈
랑희 님 말씀해 주신 부분도 맞고요. 보셔서 아시겠지만 영화가 되게 체계적이거나 엄청난 계획을 가지고 가서 한 게 아니라 우당탕탕 여행기 같은 영화예요. 그래서 제가 어떻게 해야겠다기보다는, 저는 어떤 상황을 마주할 줄도 몰랐고 ‘가서 어떻게든 해보자.’ 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촬영한 것들을 집으로 가지고 왔을 때 많이 보였던 게 TV 앞에 있는 걸 제가 많이 찍었더라고요. 그래서 ‘왜 TV를 많이 찍게 됐을까?’라고 생각해 보니까 여기 나온 등장인물들이 자꾸 물어보는 저한테 영상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TV라는 게 하나의 소재로서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고. 저도 그 TV를 이용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그 TV에서 제가 구워 갔던 CD를 계속해서 틀고 그걸 찍은 다음에 집으로 돌아가서 편집해서 틀고 하는 방식으로 몰입을 방해하고 싶었어요.
몰입을 방해하려는 전략이 아마 많이 보셨을 텐데. 과하게 드러나는 부분도 있었을 거고요. 다큐멘터리라는 매체 자체에서 우리는 사실을 기대하게 되는데. 물론 당연히 연출임을 아시겠지만. 그 사실임을 전략적으로 가져가는 것들을 저는 그렇게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다큐멘터리에서 몰입을 위해서 쓰는 장치들이 있잖아요. 슬픈 얼굴에 슬픈 음악을 깐다거나 이렇게 하는 것들이 저는 되게 간지럽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부분을 안 하려고 <도라지 불고기>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에서도 몰입을 방해하는 장치들을 넣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랑희
저희가 오픈채팅방에 질문이나 이야기를 남겨달라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래서 먼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많이 들어왔네요, 질문이. (웃음) 감독님 아직 못 보셨죠? 감독님한테 질문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저희가 제한된 시간이 있다 보니까 질문을 다 이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아서 제가 일단 하나만 여쭤보려고 하는데요. 사실은 저희가 사전에 그런 이야기를 했었어요. “사람들이 질문을 많이 할까요? 아니면 아예 안 할까요?” 이런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런데 질문이 많이 나오면 어떡하죠?” 이렇게 물었더니 두 분께서 나중에라도 답을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질문으로 남겨주신다면 이 시간 이후에라도 답변을 드리겠다고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이 자리에서 지금 나와 있는 질문들을 다 답변드리지 못하는 것은 조금 양해를 구하고 싶고요. 나중에라도 감독님이 많은 질문에 답을 하셔야 할 것 같긴 하지만 하나만 먼저 여쭤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어떤 질문을 먼저 드려야 하나 고민하다가 긴 답변을 하면 조금 어려울 것 같아서, ‘앞으로도 재일동포와 관련한 영상을 찍으실 생각이 있는지 궁금하다.’라는 질문이 있는데요, 만약에 찍는다면 왜 찍으실 건지, 혹시 안 찍는다면 왜 안 찍으실 건지라는 질문입니다. 혹시 이 주제에 관심이 있으신 것일까 궁금하셨던 것 같아요.
양지훈
관심이 없었으면 안 찍었을 건데요. 저는 답을 드리자면 안 찍을 거고요. 왜냐하면, 제가 그렇게까지 이거를… 아무튼 제가 창작하는 입장으로서 엄청나게… 그러니까 이용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 스스로가 더 하려면 하겠지만 내가 과연 그만큼 이것에 관심이 있는가, 아니면 더 할 만큼 열의가 있는가 했을 때 없는 것 같아서요. 안 찍을 것 같아요.
랑희
질문에 일단 답을 해주셨는데. 만약에 저희가 이야기를 나누다가 혹여라도 더 시간이 허락한다면 다시 질문을 더 같이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아까 조미수 님께서 남한에서 조선학교를 주로 이야기로 담아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은, 조선학교에 다니지 않는 재일조선인도 굉장히 많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결국에는 이게 남한이 재일조선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느냐. 시선에 대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를 보면 감독님, 지훈이 계속 질문을 하더라고요. 아는 형과 아는 형의 친구에게 계속 질문을 해요. 뭐냐 하면 ‘국적이 뭐야? 과거로 돌아간다면 그래도 조선학교에 다닐 거야?’ 이런 질문들을 계속 반복을 하고 있는데. 제가 그 질문을 계속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그러지 않았을까?’ 혹은 ‘남한 사람들이 많은 재일조선인들에게 이런 질문을 반복적으로 했던 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입장을 바꿔서 재일조선인들은 이 질문들을 반복적으로 들었을 때 어떤 마음일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너의 국적이 뭐야?’라는 질문은 사실 단순히 국적을 묻는 궁금함의 질문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일종의 어떤 경계를 나누는 표시라는 생각이 들어요. 실제로 남한 사람들은 재일조선인과 국적의 문제를 정말 잘 모르거든요. 그래서 이 자리에 계신 분들에게도 조금 그 국적의 문제를 설명해 주시면 우리가 조금은 더 이해를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조미수 선생님께 그 질문을 받는 입장에서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조미수
일단 남한이냐, 북한이냐 이런 국적에 대한 질문을 거듭하면 ‘그 마음은 오죽하겠냐?’라는 식으로 이야기해 주셨는데 아시겠지만 불편하죠. 불편합니다. 그래서 그 질문에 노출된다는 게 결코 기분 좋은 일이 아니죠.
그리고 제가 사실 이 영화를 보고 또 봤어요. 처음에는 약간 양지훈 님께 살짝 심술 궂은 질문을 던지듯이 뭔가 검열하듯이 열심히 선생님처럼 봤는데 보면서 문득 이 영화를 하나 하나 짚으면서 “이 배경은 이렇습니다. 여기서는 이런 의미고요” 이렇게 설명하면서 보면 좋은 교재라고 생각했어요. 그만큼 더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담겨 있는, 하지만 약간 조금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많아서 그런 의미에서 아쉬웠다. ‘조금 도와드리고 싶은데.’라는 의미로서의 아쉬움이 있었다는 것이고, 물론 그것을 바라지는 않으시겠지만. 국적에 대해서는 5분이라는 주어진 시간에 설명하기가 어려워서. 인천인권영화제 자료집에 인권 해설이라는 페이지가 있는데, 영화 해설 다음에 인권 해설이 있는데 제가 거기에 나름 열심히 썼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구요.
그런데 너무 재미없는 이야기가 쓰여 있으니 아마도 읽지 않으신 분도 많으실 건데요. 한 가지만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게 여기서도 북한 국적이라는 말이 가끔 나왔어요. 당사자들도 그 말을 썼고. 그런데 사실상 재일조선인들이 갖고 있는 조선이라는 것은 국적이 아닙니다. 이 맥락은 인권 해설 자료를 꼭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조선=북한이 아니고 조선이 국적 자체도 아닙니다. 그런데 본인들도 북한 국적이라고 오해해서 말할 수도 있어요. 오해가 아니라 일종의 마음이나 생각을 담아서 이야기할 수도 있는데 어쨌든 그것은 역사적인 배경을 알지 못하면 오독을 하죠. 그런 부분에 항상 답답함을 느끼곤 했어요.
그래서 재일조선인에 대해서 늘 꼭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교과서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닌데. 국적에 대해서 한번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여러분은 남한 분이시잖아요. 이상한 질문이네요. 한국 국적을 갖고 있는 분이 많으시고 만약 아닌 분이 있으시다면 미안합니다. 제가 배제하는 의미로 말한 건 아니고요. 그런데 언제부터 한국 국적이었을까요? 우리 1945년에서 48년 그동안 이 나라에서 국적은 무엇이었을까라는 것에 대해서 똑바로 이야기 대답할 수 있는 분들이 과연 몇 명 계실까요? 그렇게 국적이라는 게 굉장히 아직까지 이 한반도에서는 새롭고 그렇게 고정된 무언가가 아닌 거예요. 그런데 한국에서 ‘국민’이라는 것을 만들기 위해서 반공주의나 분단이라는 체제가 어쩔 수 없이 깔려 있었으니까 여기에는 ‘한국 국민’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국민을 배제하는 그런 역사가 깔려 있었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이 한국인, 북한인 이런 이분법적인 생각이 들 수밖에 없고 어느 쪽도 아니라는 존재에 대한 상상력을 갖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 가지만 또 있어서 이거 꼭 말하고 싶어서. 괜찮을까요?
‘빨갱이’라는 말이 가끔 나왔어요, 이 영화 안에서도. 이 빨갱이라는 용어를 저는 약간 보면서 뜨끔했어요. 특히나 우리 학교, 조선학교를 다닌 학생들의 입에서 나오는 빨갱이라는 그 단어와 남한에서 쓰이는 종북 빨갱이 이 말의 의미는 다릅니다. 다르다기보다는 의미는 똑같지만 갖고 있는 뉘앙스나 쓰임이 달라요. 그런데 이것도 또한 맥락을 모르고 배경을 몰랐더라면 똑같은 빨갱이잖아요. 어쩌면 자조적으로 스스로를 비웃는, 아니면 진지하게 활동하는 친구를 비꼬는 뜻으로 빨갱이라는 말을 썼습니다. 하지만 이 남한에서는 빨갱이라는 말이 갖고 있는 무시무시한 배경이 있잖아요. 이게 단순히 우스갯소리로 넘어갈 수 없는 게 빨갱이, 종북좌파 그리고 반공이라는 말이 아직도 이 사회에서는 역사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가 1년 전에 봤지 않습니까? 마침 1년 전에. 이렇게 언제든 이 빨갱이라는 말이 누군가를 몰아내고 배제하고 척결하는 그런 단어가 될 수 있다는 위험, 위기감과 재일동포들이 쓰고 있는 그 내부에서의 빨갱이, 어쩌면 친근감을 갖고 말하는 빨갱이가 다르다는 것도 또한 부연 설명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랑희
조미수 선생님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계속 듣고 싶죠? 궁금한 게 더 많이 생기고 더 묻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참 시간이 야속하네요. (웃음)
그래서 각각 제가 드릴 수 있는 질문이 많지 않은데요, 이제. 감독님은 계속 이 영화를 통해서도 추구하는 바도 있지만 아마 전작도 그런 고민이 있지 않으셨을까 싶은데. 이 영화 혹은 다큐멘터리로 어떤 사람이 고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되는 것. 혹은 어떤 것들이 정형화돼서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 이런 것들에 대한 경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특히 이번 작품에서 그런 것들이 더 명확하게 기획 의도로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감독님께서 영화 혹은 영상 작업을 하면서 찍히는 대상에 대해 감독님이 갖고 있는 어떤 고민이라든가 혹은 경계해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하는 중요한 점들이 있다면 들어보고 싶습니다.
양지훈
제가 경계를 한다고 하면 저는 제가 카메라를 드는 것 혹은 제가 창작을 하는 데에서 누군가를 위한다고 오해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러니까 누군가를 위해서 카메라를 든다, 누군가를 위한 작품을 만든다고 말해버리면 그 카메라 작동 원리 자체를 타자에게 전가를 해버리고 본인은 엄청난 선인이 되거든요. 그렇게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도 너무 많이 봤고요.
그러면 그렇게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를 봤을 때 그 영화에 대한 비판마저도 그 의제에 대한 반대로 몰아가게 되는 경우가 저는 엄청난 폭력이라고 생각해서요. 그러지 않으려고 하고요. 그래서 이 <도라지 불고기>를 비롯해서 제 모든 작업은 그냥 철저히 저의 욕망 때문에 만들고 있고 그걸 위해서 다른 사람을 카메라 앞에 세운다는 게 되게 되게 미안한 일이라는 생각을 점점 더 하게 되요. 그래서 미안하면 안 하면 되는데, 그것보다는 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니까 그 미안함을 견디기 위해서 영화에서 보셨다시피 제가 광대가 되기도 하고, 단순하고 짖궂은 질문을 하면서 다큐멘터리스트인 ‘나’, 제가 선인이 아님을 드러내려고 합니다. 제가 만든 카메라 뒤에 있는 사람이 선인이 됐을 때 카메라 앞에 노출된 사람은 되게 위태로워진다고 생각해서 그런 부분을 조금 경계하려고 합니다.
랑희
감독님은 그런 고민으로 만드셨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영화를 보면서 저를 반성하기도 했었거든요. 왜냐하면, 솔직히 말해서 저는 이 영화 보기 전에 어떤 계기를 통해서 재일조선인 2세, 1세 분들을 일본에서 만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아주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분들을 잠깐 뵙고 ‘정말 내가 모르는 게 많다.’라는 생각을 크게 갖게 된 경험이 불과 한 2년, 3년 전에 있었습니다. 저만 그럴까 싶은데 남한 사람들은 대부분이 아마 재일조선인의 삶을 잘 알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데 이건 지식의 문제라기보다는 분단체제가 만들어 놓은 어떤 일종의 비극 같은 것이기도 하고. 그 문제들의 결과를 지금 저희가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영화를 보면서 ‘저 얼굴을 지운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마지막으로 조미수 선생님께 제가 드리고 싶은 건 남한에서 생활을 하시면서 아마 저와 같이 (재일조선인의 삶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질문과 시선 이런 것들을 굉장히 많이 받으셨을 것 같고, 또 많은 설명을 하셨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근본적으로 이 영화를 통해서 우리는 어떻게 관계를 맺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되요. 관계라고 하는 게 일방적일 수는 없으니 적어도 남한 사람들은 어떻게 이 관계를 잘 맺기 위한 노력, 태도를 가지면 좋을까라는 그런 저의 고민 같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조미수
마지막에 굉장히 어려운 질문을 던져주셨네요. 사실 그런 생각을 한 적은 있어요. 공교육의 역사 교육에서 재일동포를 비롯한 중국동포, 고려인동포 그 동포들의 역사를 꼭 배우게 하면 좋겠다. 왜냐하면, 그들의 역사가 아니라 이것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만들어지는 배경에 있는 이 나라의 역사니까 이것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라는 모범적인 대답을 준비했어요, 사실은. 그런데 아시다시피 수업에서 배웠던 역사를 얼마나 기억하세요? 그렇죠? 그러니까 교육에는 물론 희망은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론 그런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지만요.
그런데 우리가 일상생활 안에서 만약에 알아가려면, 제가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고민을 하는 게 제가 마치 뭔가 가르쳐 주는 선생님처럼 말하게 되는 입장이 ‘이게 맞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돼요. 내가 뭔데 ‘당신들 조선인에 대해서 잘 아세요?’ 이런 식으로 할 수 있겠어요.
그렇지만 결국은 사람과 사람으로서 지인을 만나고 거기에서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는 그런 게 있잖아요. 아마도 양지훈 님이 그 과정을 통해서 이 작품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작품을 보면서 양지훈 님이 약간 호기심이라는 안경을 쓰면서도 굉장히 형들을 좋아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형들도 양지훈 님을 좋아했고. 그런 아주 끈끈한 친밀감이나 약간 조금은 북한까기의 공범 같은 유대감을 갖고 있는 느낌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런 유대감, 친밀감을 가진 것은 사실이었잖아요. 거기에 한 가지 답이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역시 그것만으로 끝나면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하기 쉬운 실수인데 한 명, 두 명, 세 명을 알면 그 공동체에 대해서 이해를 했다고 착각해버리는 것입니다. 나의 친구에 중국 동포가 있다, 그 사람이 이렇게 말했어. 그러면 마치 조선족 동포들 전체를 대변한 것처럼 인식해 버리는 것. 그것을 지양해야 한다는 것을 항상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개인으로서 관계 맺기가 굉장히 중요하지만 더 알려면 그 사람의 배경에 있는 것들, 사회, 환경 이런 것들도 결국에는 내가 모른다면 알아가려고 다가가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 거예요.
중요한 것은 내가 알게 된 또 하나의 나랑 다른 사람에 대해서 내가 대변을 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또 그 너머에 있는 환경까지 알려고 한다는 것이 조금 필요하지 않을까, 어렵기는 하지만. 그렇게만 조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랑희
저희가 예정된 시간들을 거의 다 채웠는데요. 질문이 오픈채팅방에 계속 올라오고 있었어요, 그동안. (웃음) 감독님 오늘 밤에 바쁘실 것 같아요. 답변을 하시느라.
양지훈
내일 대답을 하겠습니다.
랑희
그래서 지금 방에 질문 남겨주신 분들도 있고 남겨주시지 않더라도 이 방에 계신 분들이 계실 텐데요. 감독님이 오늘 밤이 아니더라도 내일까지 읽고 답을 남겨주신다고 하니까 기다려 주시면 좋을 것 같고.
양지훈
그런데 답변에 대한 다시 질문은…
랑희
거기까지는 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일단 지금 올려주신 질문에 대해서만 답을 같이 나눠주시면 어떨까요. 안그러면 대화가 한도 끝도 없이 이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거는 서로 잘 조절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래서 그렇게 이야기는 조금 더 뒤로 미뤄서 이어질 수 있다고 먼저 말씀드리고 싶고요.
사실 제가 욕심을 많이 냈어요. 질문하고 싶은 게 많고 시간은 제한되어 있는데 이걸 어떻게 압축적으로 할 것인가 두 분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욕심을 많이 부렸는데 역시나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적은 시간이었네요. 그럼에도 우리가 오늘 나눈 이야기가 여러분께 잘 전달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면서 마지막으로 관객 여러분과 인사를 나누시면서 하시고 싶으신 말씀 있으시면 전해주시면서 마무리를 해보려고 합니다. 그러면 감독님부터.
양지훈
아까 선생님 말씀하셨지만 저번에 줌 미팅을 하면서 야단을 많이 맞았거든요, 제가.
조미수
아니에요. 야단은 아니에요. (웃음)
양지훈
그런데 되게 기분이 이상했어요. 그러니까 다큐멘터리 감독들한테 욕이야 많이 먹어봤지만, 이렇게 말씀하시니까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오히려 선생님이 계셔서 더 뜻깊은 자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저도 되게 좋은 경험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드릴 수 없는 정보들을 많이 말씀해 주셔서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조미수
천만의 말씀입니다. (웃음)
사실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어요. 영화를 보고 또 무슨 말을 할까. 직전까지도 떨린다고 했고요. 하고 싶은 말은 굉장히 많은데 영화에 관련해서는 약간의 짜증과 그리고 그리움과 친근감과 그리고 반감과 감사 그런 복잡한 마음이 있었다는 것을 솔직하게 말씀드렸어요.
그리고 항상 질문이 나오는 재일조선인, 재일동포, 재일한인이 무엇인가라는 부분을 저는 대답하는 입장이 아닙니다. 하지만 거꾸로 ‘그러면 대한민국 국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항상 던지고 싶어요. 우리가 믿고 의심치 않는 대한민국 국민. 우리 국민이라는 것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그 국민에 포함되지 않는 배제되어 있는 존재들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항상 하게 되고, 거기에 질문을 던져 본다면 조금씩 일상이 달라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상으로 마치겠습니다.
랑희
두 분 오늘 이야기 너무 감사드리고요. 인천인권영화제는 사실 이 영화를 통해서 우리가 재일조선인과 남한 사람이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가. 그런 이야기들을 한번 관객들과 나눠봤으면 좋겠다는 그런 바람이 있었어요. 그렇다면 감독님이 과감하게 지워진 얼굴을 출연시켰지만 그 얼굴을 지운 것은 또 다른 것이 아닐까, 우리거나 또는 우리가 만들어 낸 어떤 무엇인가가 그 얼굴을 지운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그런 생각도 하게 됐고. 이것이 재일조선인들만의 문제일까? 한국에서 여전히 이방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또 많은 한국, 남한 바깥에서 오신 분들의 이야기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런 생각들까지 확장되기도 했었습니다. 그래서 관계를 맺는다는 게 도대체 뭘까? 그리고 그 관계에서 얼굴이 무엇일까? 그런 고민들을 하게 됐고. 오늘 두 분의 이야기 속에서 관객 여러분께서도 그런 이야기들을 조금 곰곰이 생각하면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얼굴을 보면서 ‘당신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고 당신을 조금 더 알고 싶어.’라고 말을 건넬 수 있는 그런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오늘 대화의 시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