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퀴어페미니스트 감독들은 일상의 공간에서 차별을 들여다보기로 한다. 영화는 사적 서사에 기반하여 임신 중단과 정신병에 대해 말하고, 다른 세대와 차별의 경험을 포개며, 당사자와 비당사자를 가르는 경계를 되돌아본다. 각각의 작품은 당신과 내가 ‘평등한 우리’ 없이 자유로울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향한다.
| 평등의 감각 – 경계의 의미를 묻는다 |
당신과 나를 잇는 법
What bonds us
감독 : 김윤겸, 윤누리, 여인서, 재원, 임수빈
제작연도 : 2022
장르 :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언어 : 한국어, 한국수어, 자막해설
상영시간 : 81분
상영일시 : 2022.11.26(토) 오후 7:30
상영장소 : 영화공간주안 4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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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6일(토) 오후 7시 30분 <당신과 나를 잇는 법> 상영 후
윤누리 감독
여인서 감독
재원 감독
임수빈 감독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
기선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와 함께
대화의 시간을 진행합니다.
인권해설
<당신과 나를 잇는 법>은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 역사상 처음으로 국회 앞 농성에 돌입하던 2021년 11월 8일의 기억을 소환한다. 비가 내리는 날, 국회 앞에 모인 이들은 무지개 우산을 기둥 삼고 테이프로 붙인 비닐을 지붕 삼아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우리만의 비닐농성장을 세웠다. 농성천막 반입을 막으려는 공권력의 필사적인 방해 속에서 ‘평등의 원칙’을 요구하며 비닐지붕 아래 함께 서 있던 ‘우리’는 누구였을까, 또 어떻게 만날 수 있었을까.
2030 퀴어/페미니스트 정체성을 공유하는 다섯 감독들의 이야기는 ‘차별에 맞서는 우리’를 열망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질문을 던진다. ‘당신과 나’의 거리는 서로의 차이를 확인하는 경계일 뿐인가, 누군가의 존재와 목소리를 삭제하지 않고 ‘다룰 수 있는’ 연대는 어떻게 가능한가, ‘사람답게 살 권리’를 외치는 나는 누구와 함께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고 싶은가.
기본적으로 당사자 운동에서 정체성, 이름짓기의 정치학은 보편의 이름으로 차이를 삭제 혹은 융해시키려는 시도, 차별의 구세주 혹은 대리인 역할을 자처하는 국가 및 지배 권력에 대항해 당사자의 경험과 관점, 주체성을 삭제하지 않으려는 노력에서 시작되었다. 그렇게 ‘여성’이라는 정체성 역시 성별 권력관계의 불평등에 분노하고 문제제기하는 많은 여성에게 저항의 장소가 될 수 있었다. ‘나는 너다’, 강남역 여성혐오 살해 사건 직후 남겨진 한 장의 포스트잇은 한국 사회의 젠더폭력에 맞서고자 하는 여성들의 대표적인 강력한 선언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동일시와 정체성에 기반한 저항의 언어는 항상 긴장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너’의 고통을 이해한다고 선언하고 동일시할 수 있는 ‘나’는 누구인가? 누가, 무엇을 기준으로 ‘나’로서 승인되고 대표되는가? 여성주의 운동의 역사가 보여주듯, 여성이 ‘여성’이라는 젠더 경험으로만 환원될수록 다른 억압체계로 인한 차별을 경험하는 여성들 내부의 차이(동일시할 수 없는 세계)는 가시화되기 어렵다. 또한 당사자 혹은 피해자로서 여성 정체성의 단일성이 강조될수록, 이를 해결해야 하는 주체의 자리에 ‘여성/자신’만이 남게 되기 쉽다.
동일성에 대한 긴장과 대표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성별 권력관계에서의 약자로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 성차별을 경험하는 대다수 여성들의 피해 경험을 부정하거나 축소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반차별 운동의 역사에서 이는 여성 및 소수자에 대한 혐오의 문화를 부정하고, 차별의 위계와 소수자 낙인을 이용해 성차별적인 사회구조의 문제를 회피하며, 보호와 처벌로 안전하고 평등하게 살아갈 권리에 대한 요구를 잠재우려는 지배 권력의 근본적인 문제를 더 깊고 너르게 다루기 위함이었다. 또한 이러한 지배 권력의 폭력에 공통적으로 영향을 받으면서 부정의를 공통적으로 인식하는 ‘우리’의 저항을 재구성하기 위한 출발이다. 차별과 불평등에 기여하는 것을 거부하고 부정의를 바로잡고 할 때 우리에게는 정상성의 기준을 질문할 수 있는 힘, 이를 함께 제기할 수 있는 더 많은 동료들을 필요로 한다.
“도와주러 왔어요”
“그런데 우리는 누구를 도와주러 온 것일까”
왜 이 운동에 함께 할까? 차별금지법 투쟁에 함께 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보았을 법한 고민을 바라보며 나는 차별의 당사자임과 동시에 ‘보편적 권리’를 요구하는 동료를 자처하는 이들과 나누고 싶은 문장을 떠올린다. 1%의 특권적 페미니즘이 아니라 교차정의를 추구하는 페미니즘을 강조한 질라 R. 아이젠스타인은 ‘여성이 전 세계를 구해야 하는가?’라는 논쟁적인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한 바 있다. “우리-99%를 위한 페미니스트들은 세상을 구하고 있지 않다, 우리 스스로를 구함으로써 세상을 구하고 있을 뿐이다.”
여성주의와 소수자 운동 역사는 각기 다른 권리투쟁의 가시화 없이 보편적 권리의 재구성은 불가능하다는 점, 정체성과 차이는 저항의 종착점이 아니라 저항을 위한 새로운 인식과 관계맺기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그리고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은 ‘소수자’라는 존재에 대한 인정뿐만 아니라 보편적이지 않은 권리 보장은 불평등하다는 공통된 인정 속에서, 그리고 차별에 대한 책임을 차별의 원인으로 지목된 이들의 몫으로만 남겨두지 않아야 한다는 반차별 지향과 함께 확장해왔다. 나와 당신의 경계를 잇고 재구성하기를 열망하는 ‘페미니스트’로서 다른 계급, 다른 세대, 다른 몸, 다른 사회적 위치와 경험을 가진 여성/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세계와의 관계맺기를 가시화하는 더 많은 이야기들이 필요한 이유다.
몽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인권운동사랑방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차별의 예방과 시정에 관한 내용을 담은 법이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다양한 단체들이 모여 행동하는 연대체로, 2022년 11월 현재 169개 인권시민사회단체와 15개의 지역 네트워크가 함께 하고 있다.
연출의도
차별은 ‘나’의 바깥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나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나타나는 구별들, 그것은 내가 만든 질문일까? 그런 구별들은 세대를 뛰어넘어 다시 화합할 수 있는 것일까? 마음 깊은 곳에 묻어 두었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용기를 만들어 주는 것은 무엇일까? 당 신과 내가 함께 해방되기 위해서 나의 자리는 어디여야 할까? 수없이 많은 질문들은 하나의 문장으로 묶인다. 차별을 끝장내는 것은 우리들의 연결이라고.
시놉시스
2030 퀴어페미니스트인 우리는 차별금지법을 쟁취하기 위한 광장에 함께 섰다. 그러나 광장은 물리적 공간만이 아니었다. 내 안에서 발생한 차별, 나를 둘러싼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차별, 나와 상관 없어 보이는 차별의 공간까지. 이런 공간들을 경유하며 우리를 둘러 싼 구조적 차별에 대해 퀴어-페미니스트의 관점에서 다시 질문한다. 나는 왜 ‘평등한 우리’ 없이 자유로울 수 없는가?
#1. 너와 나 사이에 김윤겸
윤겸은 지금껏 해온 활동운동으로 인한 무력과 회의로 힘들어한다. 그 시작은 윤 겸이 한참 학내투쟁에 몸담던 2020년부터였다. 더 이상 정치와 운동에 설렘도, 활력도 느끼지 못하는 윤겸은 어릴 적 자신의 고민을 들어주던 할머니 요섭을 찾아가 이 사실을 털어놓기로 한다. 하지만 페미니즘을 일종의 피해의식이라 여기는 요섭이 윤겸의 고민에 공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요섭은 윤겸을 이해할 수 있을까?
#2. 빨간줄 윤누리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불리우던 정신병원은, 언덕에서 내려와 일상의 자리 곳곳에 위치하게 되었다. 그렇게 물리적 거리는 가까워졌지만, 보이지 않는 혐오는 끊임없이 정신병을 구분 짓고 고립시킨다. 영화는 공포감에서 기인한 혐오감이 내면화 되었다는 전제에서 출발해, 그 내면의 정신병을 둘러싼 경계에 균열을 내고자 한다.
#3. 무경계 여인서
‘나’에게는 발달장애가 있는 동생이 있다. 그 덕분에 소수자 인권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현실에 대한 불안이 남아 있다. 불평등한 세상을 바꾸는 일 역시 동생을 책임지는 일로 느껴지기 시작한 ‘나’는 장애운동에 어떻게 함께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4. 나는 문제라곤 없는 여자 재원
‘나’는 남의 일로만 생각했던 사건을 덴마크에서 마주하고,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고민에 빠진다.
#5. 에필로그 : 오프닝 임수빈
‘촬영 연대’를 하러 차별금지법 제정 농성장에 가게 된 ‘나’. 갖가지 사연을 가지고 농성장에 모인 이들을 기록하며 나는 누구를 도와주고 있는 것인지 질문한다.
감독
김윤겸 Kim Yoon-kyum
2019년부터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주변을 관찰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감독
윤누리 Yun Nu-ri
다큐멘터리를 공부 중입니다. 영화를 통해 스스로의 언어를 만들어가는 가능성을 꿈꿉니다.
감독
여인서 Yeo In-seo
당신과 나의 해방이 연결되어 있음을 굳게 믿으며 영화를 만듭니다. 만든 작품으로는 <이사>(2021)가 있습니다.
감독
재원 Yoo Jae-won
아직 스스로를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 아홉수.
감독
임수빈 Lim Su-bin
미술을 전공했고 지금은 다큐멘터리를 만든다. 정상성의 범주를 벗어난 것들에 관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