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노르웨이의 문제만이 아니다 Norwegian Heada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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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수출이 주요 산업인 노르웨이는 환경에 대한 권리를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노르웨이 정부가 기업에 북극에서 석유 시추를 보다 광범위한 범위로 허용하자 청소년 활동가, 조부모 기후행동 활동가, 변호사는 헌법 112조를 근거로 정부를 법정에 세웠다. 영화는 기후위기 시대에 법과 제도, 국경과 종을 넘어 어떻게 공존하며 살 수 있는지 묻는다.


| 기후정의 – 공존의 조건을 묻는다 |

이것은 노르웨이의 문제만이 아니다
Norwegian Headache

감독 : 룬 덴스타드 랭글로
제작연도 : 2021
장르 : 다큐멘터리
언어 : 노르웨이어, 한국어자막, 한국수어, 자막해설
상영시간 : 58분

상영일시 : 2022.11.27(일) 오후 1:30
상영장소 : 영화공간주안 3관



작품해설

석유와 가스 수출이 주요 산업인 노르웨이는 헌법에 환경에 대한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2016년 노르웨이 정부가 13개의 석유 회사들에 북극해 연안 바렌츠해의 석유 탐사를 허가하자 시민들이 환경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며 저항하는 행동에 나섰다. 청소년 환경단체인 ‘네이처 & 유스’와 그린피스 노르웨이 지부, 조부모 기후행동 활동가, 변호사는 헌법 112조 ‘모든 사람은 건강에 이롭고 생산성과 다양성을 유지하는 자연환경을 가질 권리가 있으며, 다음 세대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노르웨이 최초 기후소송을 진행한다. 영화는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갈 우리가 어떤 삶을 방식을 찾아야 할지 법과 제도, 국경과 종을 너머 어떻게 공존하며 살 수 있는지 묻는다. 이것은 노르웨이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권해설

영화는 노르웨이 최초 ‘기후소송’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노르웨이 헌법 112조는 ‘건강한 환경에 대한 권리’를 명시하고 미래 세대도 같은 권리를 보장받는다고 규정한다. 마치 기후소송을 위한 헌법 조항처럼 여겨질 정도이다. 하지만 바렌츠해 석유 시추를 허가한 정부의 행위가 헌법 112조를 위반했다는 원고의 소송은 기각된다. 석유 시추 여부는 사법이 아니라 정치가 판단해야 할 영역이라는 정부 측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기후위기 대응이 정치의 영역이라는 정부 측 논리는 일면의 진실을 담고 있다. 근본적이고 총체적인 사회 변화를 의미하는 기후위기 대응이 법정에서의 판결 하나로 이루어질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소송을 진행했던 원고들도 이미 염두에 두고 있던 것이다. 이들은 ‘기후소송’을 통해 정치의 전환점을 만들고자 했다. 의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지만, 노르웨이 시민들은 ‘기후위기’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권리주체이며, 정부가 그 대상이라는 점이다. 재판 이후, 원고들이 실망하지 않는다며 언급한 ‘헌법 112조에 의해 시민권이 보호받는다’는 의미가 바로 이것이다. 노르웨이 최초의 기후소송을 통해 권리주체로서 시민들의 자리를 분명히 확인했다는 점에서 승리한 ‘기후소송’이다.

이 영화의 원제는 ‘노르웨이의 골칫거리’이다. 여기서 골칫거리는 노르웨이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석유/가스 산업이다. 70년대 북해 유전이 발견되면서 노르웨이를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로 만들어준 석유는 기후위기로 ‘골칫거리’가 되었다. 노르웨이는 기후변화/위기의 ‘전형적’인 현장이다. 북극 인근 영구동토층의 해빙, 영화 인터뷰 중에도 녹아내리는 빙하, 빙하 붕괴로 인해 집과 도로 등이 통째로 바다로 휩쓸려간 곳도 노르웨이다. 그런데 석유와 가스 덕분에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떠났던 주민들이 다시 돌아오고, 아이들이 사라져 폐교 위기에 놓였던 학교가 활기를 찾는다. 석유/가스 생산을 더 이상 하지 않는 결정을 간단히 할 수 있다면 ‘골칫거리’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골칫거리’라는 문제설정에 너무 쉽게 빠져들어서는 안 된다. ‘골칫거리’가 되는 이유는 ‘일자리/생존권 vs 기후위기/환경권’이라는 부당 대립이 강요되기 때문이다. 마치 ‘발전노동자 일자리 vs 탈석탄’이라는 왜곡된 대립처럼 말이다. 석탄 발전노동자가 재생에너지 발전노동자가 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오일머니로 1,200조 원의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노르웨이가 산업전환을 하지 않고, 계속 석유를 채굴하겠다는 건 이윤축적 욕망 외에는 설명이 안 된다.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석유 시추를 주장하는 보수당 소속 석유에너지부 장관이다. 기후위기 대응에 세계가 실패할 가능성이 크고 다가올 미래를 생각하면 정말 무섭다며, 자신의 아이가 살아갈 세상은 지금과 많이 다를 거라고 안타까워한다. ‘진정성’이 느껴지는 인터뷰였다. 그런데 그의 비관적 전망이 도달하는 결론은 각자도생이다. 정치에서 ‘진정성’이라는 고약한 늪에 빠지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정록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




감독
룬 덴스타드 랭글로 Rune Denstad Langlo

감독이자 작가로 <Nord>(2009년), <Jagetter vind>(2013년), <Welcome to Norway>(2016년)등을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