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First Funera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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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First Funeral
My First Funeral

감독 : 이은혜
제작연도 : 2023
장르 : 다큐멘터리
언어 : 한국어, 한국어자막, 자막해설
상영시간 : 38분

상영일시 : 2023.11.17(금) 오후 8:00 / 11.19(일) 오후 3:10
상영장소 : 영화공간주안 3관

기획의도

‘인간은 죽음 앞에서 평등하다’ 이말은 인간은 태어나면 언젠가 죽는다는 의미에 선 맞지만 죽은자를 애도하는 자리에서 어떤 죽음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 조차 없다는 의미에 선 틀리다. 그리고 ‘가부장적 장례식’ 앞에서 다양한 삶의 형태와 관계는 무기력감과 배제를 경험하게 한다. 

이런 현실에서 충분치는 않지만 우리들의 애도를 위해 마련한 ‘대안 장례식’의  모습을 보면서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진정한 애도가 가능하기 위해 장례식장 ‘안’을 넘어 무엇을 공동체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 나눠 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대화의 시간 기록 

이은혜 감독
시엘 언니네트워크 활동가
미니미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수진 한국농인 LGBT+(수어통역)
김규남 AUD 사회적 협동조합(문자통역)

미니미
영화 잘 보셨나요? 저는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미니미라고 합니다.

들어오실 때 QR 코드가 적힌 거 받으셨죠? 휴대폰 QR 코드를 찍으시면 오픈 채팅방이 나옵니다. 그곳에 영화를 보시면서 느꼈던 감상이나 질문 남겨주시면 대화의 시간에 중간에 같이 나누겠습니다. 혹시 글 쓰는 게 불편하시거나 직접 얘기하고 싶다면 제가 마이크를 넘겨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대화의 시간에는 제 옆에서 수어통역을 해주시는 한국농인 LGBT 플러스의 수진 선생님이 함께해 주시고요. 문자통역에 AUD 사회적협동조합의 김규남 선생님 함께해주고 계십니다. 그러면 앉아서 좀 진행을 하도록 할게요.

‘사람은 다 죽음 앞에서 다 평등해’라는 말을 하잖아요. 인간은 태어나면서 언젠가는 죽는다는 의미에서는 맞는 말이지만 죽은 자를 애도하는 자리에서 어떤 죽음은 자신의 존재조차 드러낼 수 없다는 의미에서는 좀 틀린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영화 중간에도 나왔듯이 가부장적 장례식 앞에서 다양한 삶의 형태와 관계는 무기력감과 배제감을 느끼는 그런 경험을 하게 되고요.

그래서 이런 현실에서 충분치는 않지만 우리들의 애도를 위해서 마련한 대안 장례식의 모습을 보면서 그것이 현재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진정한 애도가 가능하기 위해서 어떤 고민을 함께할 수 있을지 두 분의 이야기 손님 모시고 대화의 시간 진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두 분 각자 소개해주시죠.

이은혜
안녕하세요? 저는 My First Funeral 감독 이은혜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시엘
안녕하세요? 저는 언니네트워크라는 서울에서 활동하는 단체에서 상근 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시엘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미니미
그러면 제가 먼저 두 분께 질문하는 동안 궁금하시거나 소감을 오픈채팅방에 올려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먼저 시엘은 이 영화를 보면서 인상깊었던 장면이나 떠오르는 누군가가 있었는지 궁금하고요. 감독님께는 이 장례식을 기획했을 때 주변의 반응이 너무 궁금했습니다. 주변의 반응이 가까운 지인이나 친구도 있겠지만 영화에 잠깐 나오는 사진 촬영 기사님, 꽃집, 엄마 등이 궁금하기도 해요. 또 주변 사람들의 반응 중에서 힘받았던 점, 혹은 이런 것은 생각해 보지 않아서 고민이 됐던 그런 경험이 있는지 좀 궁금합니다.

시엘
제가 먼저 이야기를 해보자면 영화에서 제일 마음에 와닿았다고 할까요? 이런 부분은 마지막에 장례식 자체에서 많은 분들이 오셔서 울고, 감독님도 누워계시다가 아마도 우셨던 거 같은데 그런 감정이 올라오는 게 저도 영화와 같은 장례식을 준비를 한다면 아마 마지막에 준비를 할 때는 바쁘고 정신이 없어서 그냥 지나갈 것 같은데 마지막에는 그냥 준비를 했던 것들과 준비했던 의미들과 그런 게 다 떠올라서 울컥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궁금했던 부분은 상주를 두 분 지정 하셔서 준비를 하셨잖아요. 저런 상주분들과는 어떤 관계일까? 감독님한테 개인적인 관계에 대해 답변해 달라는 그런 질문은 아니고, 어떤 관계면 어떤 친구고 어떤 사이면 내가 아낄 수 있고, 어떻게 부탁을 할 수 있을까? 그 사람들이 어떻게 흔쾌히 받아서 그걸 해줄까? 그런 게 자꾸 생각이 나더라구요. 그래서 나한테는 그런 사람들이 있을까 그런 생각도 좀 들었습니다.

이은혜
맨 처음에 제가 장례식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우스갯소리로 많이 알아들었어요. 나 장례식 할 거야라고 밝게 얘기하니까 ‘얘 또 이상한 프로젝트 하는구나’라는 반응이 대다수였고 근데 오히려 근데 그 반응들이 더 좋았던 거 같아요. ‘어떡해? 야~’ 이런 반응보다도 ‘너가 뭐 하면은 갈게, 가서 춤이라도 춰줄까?’ 이런 반응이 더 좋았었고, 실제로 춤도 춰줬고. 그리고 좀 기억에 남는 건 그 영화에도 잠깐 등장했던 수진 언니라는 그 인물이 제가 장례식을 한다고 하니까 ‘너 돈 괜찮아?’ 이렇게 말을 하는데,

미니미
그걸 제일 먼저 물어보셨나요?

이은혜
네, ‘너 돈 많아?’ 오히려 그 말이 더 현실성을 잘 깨닫게 됐어요. 내가 이 장례식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준비를 해야 되는 건 마음의 준비보다도 돈이구나 뭐 이런 생각도 하고, 그런 것도 있었고. 이제 어머니를 여쭤보셨는데 제가 사실 부모님한테 말을 안 했어요, 끝까지. 안 하다가 이제 나중에 말을 하게 됐는데 ‘나 사실 장례식 한다’ 이렇게 하니까 그냥 애들 장난 생각하듯이 넘어가셨어요. ‘그러든가’ 약간 이러면서. ‘엄마, 아빠가 장례식장 비용이라도 내줄까?’ 이런 말도 해주시고. 되게 생각한 반응보다는 조용하게 넘어가네 싶었는데 지금 떠올려 보면 제가 그 장례식을 하는 의미를 생각을 아마 못 하셨을 거 같아요. 그냥 또 뭐 얘가 막 영화 찍는다고 이상한 거 하는구나 뭐 이런 생각을 하셨을 거 같고, 사실 부모님의 반응에 대한 특별한 기억은 딱히 없어요.

그리고 시엘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드리면 이 질문도 되게 많이 받았어요. 도대체 저 가족이란 새로운 가족이라는 형태를 어떻게 가지게 됐냐 그걸 너무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사실 제 친구들이 제일 오래된 친구들은 아니에요. 2, 3년 알았나? 그래요. 짧게 알았는데, 가장 중요했던 건 서로 공유하는 아픔이 있는가였던 거 같아요. 제가 겪었던 것처럼 이 친구들도 저와 같은 고통을 겪었었고, 이 문제에 대해서 누구보다 공감하고, 그리고 서로에게 힘이 되고 의지가 되었던 그 순간들이 있으니까 ‘아, 이 친구들이랑 일하면 맡겨도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조심스럽게 제의를 해보고, 친구들도 좋다. 우리 그러면 셋이서 만약에 나중에 싸워서 뭐 서로 친구가 아니게 되더라도 장례식은 서로 꼭 치뤄주는 걸로 하자고, 무언의 계약 같은 걸 한 느낌이었어요. 그렇습니다.

미니미
저도  영화를 봤을 때 이런 고민을 한 사람이 할 수는 있겠구나라고 그니까 주변에서도 부모님도 얘가 그냥 영화 찍느라 뭐 이벤트 하나보다라고 생각하셨듯이 저도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이런 소재로 영화를 찍어볼 수 있겠구나 생각 정도 였는데 대화의 시간을 준비하면서 대안 장례식이나 가부장적인 장례문화 등에 대해 고민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주기 위해서 오랜동안 활동이나 연구를 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오늘 오신 시엘도 그 중 한 사람인데. 11월 달에 독특한 전시회를 하셨더라고요. 그 내용을 오늘 오신 분들하고 잠깐 나눠보면 좋을 것 같아요.

시엘
저희 언니네트워크를 간단하게 소개드리자면 퀴어 페미니즘 관련해서 문화 운동을 하는 단체예요. 여러 가지 운동을 해왔는데 비혼 운동이라거나 여성주의 자기방어 훈련 이런 운동을 해왔었는데 꾸준히 활동을 하면서 가족구성권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그런 퀴어가 또 특히나 죽음과 되게 가깝게 있는 사람들이더라고요. 보통은 자기 세대보다 윗 세대의 장례식을 가는데, 퀴어들은 어쩌다 보니까 자기 세대나 자기 세대보다 아래 세대의 장례식을 가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데서 좀 가부장적인 그러니까 퀴어가 퀴어답지 못하게 떠나가는 그런 걸 보다 보니까 <탈가부장:례식>이라고 해서 탈가부장과 장례식을 합친 이름으로 사업을 기획을 하게 됐고, 워크숍을 한 상반기에 네 차례 하고, 이번에 10월, 11월 걸쳐서 전시회를 하게 됐어요. 그래서 전시회 내용은 기존의 가부장적인 장례식이 절차가 어떻게 되고, 비용이 어떻게, 아까 감독님도 뭐 비용이 돈 많냐는 질문을 받으셨다는 것처럼 실제 비용을 알아보면 상당히 비싸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는 내용도 있고, 그 다음에 장례식과 관련된 법 제도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알아보고, 그 다음에 거기서 어떻게 변화를 줄 수 있는지, 변화를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는지, 그 다음에 우리가 상상하는 장례식, 새로운 장례식, 대안적인 장례식을 살펴보면서 전시회를 준비를 해서 11월 정확하게 날짜는 기억이 안 나는데 10 며칠까지 마무리 했습니다.

전시회에 오신 많은 분들 중 특히나 제 생각에 기억이 남는 분들은 장례업에서 실제로 일을 하고 계신 분들이 몇 분 오셨나 봐요. 그런 분들이 자기도 장례관련 일을 하고 있는데 이런 변화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생각만 하고 있다가 이런 전시회를 보니까 정말 공감이 가고 좋았다 그런 내용이 있었는데데 아, 이게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한 두 사람의 생각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런 변화를 생각하고 있구나 그런 걸 좀 알 수가 있었고요. 그 다음에 좀 가장 인상깊었던 건 ‘죽음이 나다울 수 있도록’ 그런 글을 남겨주신 분이 계셨어요. 저희도 준비를 하면서 생각을 했던 거지만 결국은 평등한 죽음이 아니잖아요, 사실은. 그런 것에서 좀 변화를 가져서 결국에는 나다운 모습으로 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준비를 했던 것 같습니다.

미니미

이야기 나누는 동안 올라온 오픈 채팅방 글을 읽어 보겠습니다.
‘나다움이라는 것은 참 사람마다 의미가 다를 것 같아요. 아까 어떤 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어쩌면 장례식장이 가장 보수적인 곳인 거 같아요. 살아가는 동안은 자기의 의지나 이런 걸로 삶을 바꿀 수도 있고, 자기가 원하는 방식대로 살아가는데, 죽음이라는 그리고 그 장례식이라는 공간 안에서는 나는 없어지고 기존의 제도나 절차 또는 나를, 나의 혈연으로서 어떤 법적 지위를 갖고 있는 그 사람들에 의해서 뭔가 정해지는. 그래서 장례식장이 가장 보수적인 공간이 아닐까’라는 소감을 나눠봤습니다.

‘아까 수진 언니가 너 돈 많아라고 물어본 것처럼 혹시 부조금은 얼마나 들어갔나요’라는 질문이 들어왔는데 제가 하려던 질문과 연관해 보면 경제적인 부분을 포함해 현실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을 것 같아요. 영화를 보면 장례식 준비하는 과정에서 생각보다 큰 지출도 있었고, 변호사님 맞나요? 상담도 하시는 과정에서 그 동안 몰랐던 현실의 벽이 생각보다 많았던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준비과정에서 어떤 난관들이 있었고그것을 어떻게 해결(?)이라는 말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어떻게 풀어가셨는지?

이은혜
우선 부조금은 안 받았구요.

미니미
이유가 있으셨나요?

이은혜
사실 방금 시엘 님이 말씀하신 거 들으면서 생각이 났는데, 저도 이제 저랑 동갑이거나 저보다 한 두 살 어리거나 아니면 제 또래의 장례식을 갔었어요. 근데 그 장례식들에서 한 번도 부조금을 받지 않았었는데, 그 이유가 이제 죽음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제가 갔던 장례식은 거의 대부분이 자살이었기 때문에 그 경우에는 부조금을 받지 않더라고요. 그 마음이 뭔지 알겠는 거예요. 그래서 ‘아, 내 장례식에 내 죽음이 어떤 죽음이 될지는 모르지만 나는 부조금 받지 않겠다’, ‘내 돈으로 내가 그냥 깔끔하게 다 준비해놓고 가겠다’라는 생각으로 부조금을 받지 않았었어요. 그런 것도 있었고.

저는 맨 처음에 장례식을 해야지라고 생각을 했을 때 변호사를 찾아가는 게 제일 걱정이 됐었거든요. 무섭고, 힘들고, 가서 우리의 관계를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생각보다 모든 면에서 준비하던 모든 과정에서 변호사를 만나는 과정이 제일 쉬웠어요. 변호사분한테 전화해서 상담하니까 ‘서류 보내주시면 돼요.’ 이렇게 빨리? 서류 준비해서 보냈더니 ‘공증 됐습니다.’ 하고 전화가 오는 거예요. 이렇게 빨리? 그래서 금방 끝났어요. 제가 알게 된 팁이 하나 있다면 이게 공증을 할 때 300만 원이 최대예요. 그니까 공증을 할 때 돈을 내야 되는데 300만 원을 걸 수 있는데 이게 책정이 되는 값이 저의 재산에 따라 책정이 돼요. 재산을 계산을 해서 얼마를 내야 되는데 제 재산을 계산해보니까 얼마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돈 적게 내고 공증을 했는데, 궁금해서 물어봤어요. ‘혹시 나중에 제 재산이 늘어나면 그만큼의 공증비를 내야 돼요?’ 이렇게 물어보니까 그건 아니래요. 지금 갖고 있는 재산에 따라만 돈을 내면 나중에 있는 재산도 다 포함이 된다는 거예요. 빨리 하실 수 있을 때 공증 받아보시면. 그래서 변호사가 생각보다 제일 쉬웠다.

오히려 다른 것들이 더 힘들었어요. 음식 준비하는 거는 그냥 뭐 밥 하기만 했고, 장소 준비하는 게 생각보다 난관이었는데 실제 장례식장을 찾아가려고 하니 실제 장례식장에서 그냥 이 장례식을 한다는 게 제가 해도 되는 건가 그런 문제들이 자꾸 생각이 나더라구요. 그래서 아, 장례식장은 아닌 거 같고 ‘어차피 내가 원하는 대로 내 죽음 나다울 수 있는 죽음을 하고 싶으면 굳이 장례식장에서 해야 되나. 내가 하고 싶은 데서 하면 안 되나’ 이 생각을 하니까 장례식이 되게 쉬워졌어요. 정해진 규율에 따라서 관도 들어야 되고, 이런 것도 해야 되는 거 다 치워버리고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자 하니까 수월해졌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네요.

미니미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소감이 하나씩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두 분 거 먼저 소개하면서 질문을 드릴게요.

‘성소수자일지도 모르는 딸과 함께 사는 엄마입니다. 소수자이기에 겪어야 하는 분투가 너무나 속상하기도 했고 멋지기도 했습니다. 수진 님의 말처럼 언젠가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낡은 사고로 여겨지는 때가 올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좋은 친구들이 함께여서 부럽고 좋네요. 장례를 비롯해서 가부장적인 문화가 너무 많은데 저도 늘 그래왔던 것을 당연하게 보지 않고 다시 한 번 질문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좋은 작품 감사합니다’라고 소감 남겨 주셨구요.

그다음에 ‘상주를 맡은 친구들 입장에서는 영광스러운 일이겠으나 실제로 이렇게 진행 된다면 혈연, 가족 입장에서는 조금 더 슬펐을 것 같아요. 시도 자체는 바람직하고 생각해볼 만한 거 같다고 의견을 주셨거든요. 사실 장례식을 준비하면서 오히려 법 제도적인 거는 생각보다 일목요연하게 잘 되는데, 관계에서 발생하는 부분은 고민되셨고 그랬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질문에 대한 좀 감독님 개인적인 생각과 언니네트워크에서도 대안 장례식 할 때 가족과의 관계나 이런 것들을 고려한 이런 것들도 뭐 생각하고 계시는지 두 분의 말씀 들어보고 싶습니다.’라고 질문을 주셨는데 이에 대한 답변을 부탁드립니다.

이은혜
저 먼저 얘기를 하겠습니다. 우선 혈연, 가족에 대한 장례식, 가족을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었어요. 근데 영화에서 깊게 다루지는 않았지만 제가 커밍아웃을 하고 나서 연이 끊겼어요. 연이 끊긴 상태에서 몇 개월을 지내다가 제가 자살 시도를 하고, 병원에서 의도치 않게 다시 재회를 하고, 그때부터 서로 모른 척하고 지내기 시작했어요. 커밍아웃하기 전으로 돌아가서. 우리 딸은 남자 만나는, 곧 있으면 결혼할 그런 아이로 생각하고 약간 그렇게 지내고 있었는데, 부모님은 제가 공증 쓴 걸 아직도 모르세요. 알 방법이 없겠죠. 제가 죽었을 때나 알 수 있겠죠. 근데 그러면 ‘엄마, 아빠는 내가 하는 내 친구들이 주도하는 이 장례식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고 생각을 하면 전혀 못 받아들일 거 같아요. 그래서 그런 생각을 한 것 같아요. 엄마, 아빠 장례식도 따로 열라고 해 이런 마음. 이제 장례식 내가 죽고 나서 두 번 열라고 해. ‘친구들이 나를 애도하는 방식이 다르고, 엄마, 아빠가 나를 애도하는 방식이 다르다면 각자 애도 방식으로 하는 거지’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됐는데 한편으로는 내 시체는 어떻게 나눌 건가 이 생각도 하게 됐는데 친구들이랑 안 남겼지만 그런 생각도 했어요. ‘내가 진짜 죽었을 때 엄마, 아빠가 살아있다면 엄마, 아빠한테 그냥 내 시체를 넘기고 그냥 나 내 시체는 없더라도 나를 그냥 애도하는 자리를 너희끼리 만들어서 진행해라. 괜찮다. 어차피 죽으면은 그 시체가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니고 그냥 잘 보내면 됐지’ 이런 얘기를 했던 게 기억이 납니다.

근데 사실 저희 부모님께서는 약간 굳게 믿고 계세요. 뭔가 당연히 이제 자기들이 먼저 죽고 나서 제가 죽을 거라는 굳은 믿음을 갖고 계시는데 사실 인간은 모르잖아요 제가 집 가다가 죽을 수도 있는 거고.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그랬던 게 기억이 나네요. 그냥 맨 처음에 사실 싫었어요, 엄마, 아빠 생각을 해야 되는 게. 엄마, 아빠가 내 존재를 그렇게 부정하는데 내가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그렇게 싫어하고 나를 그렇게 죽음 앞에 설 정도로 몰아세운 사람들, 혈연이라는 이유로 저 사람들을 생각해야 되는가 이 생각을 많이 했는데 그래도 애도의 방식은 다 다르다라는 생각으로 그런 협의점에 다다른 거죠.

시엘
언니네트워크에서 활동을 대안적인 장례식으로 제대로 된 준비를 하고 있다거나 그렇지는 못한 거 같고 기존의 법 제도나 문제점을 워크숍이나 전시회를 통해서 바꿀 수 있는 부분을 살펴보고 있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 감독님이나 아니면 감독님의 친구분들처럼 내 실체가 없어도 서로 애도를 하고, 잘 보내달라 뭐 그럴 수 있으면 좋겠는데 보통은 그게 잘 안 되는 거 같더라고요. 시신이 있어야 제대로 보내줄 수 있고, 애도를 할 수 있는 느낌. 인간이 뭐 그렇게 생겨먹었는지. 그래서 이게 법 제도적으로 시신을 받을 수 있는 게 정말 친인척 중심으로 법이 꾸며져 있다 보니까 거기에 좀 문제가 많은 거 같아요.

그래서 저희 전시회에서도 사용한 자료집이 있는데 가족구성권 연구소에서 나온 죽음과 관련된 인터뷰집이 있어요. 거기에 퀴어들이 이 시신 뭐 파트너가 죽었다거나 아니면은 소수자가 친구가 죽었는데 이게 법적으로 장례를 치르지 못해서 겪었던 일들, 그런 걸 인터뷰를 한 자료집인데 거기에 내용들을 살펴 보면 정말로 이 법 제도를 고치지 않으면 정말 애도하는 게 쉽지는 않구나 이런 걸 좀 확인을 할 수가 있었어요. 이런 걸 많은 분들께 알리고 제도를 고쳐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대안 장례식이라고는 하지만 정말 애도가 대안을 통해서 제대로 되면은 좋겠지만 퀴어들이 자리를 찾으려고 노력을 하는 게 이 제도 안에서도 자리를 찾을 수 있는 게 마음의 위안이 되는 거잖아요. 죽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을 해서 장례도 결국에는 제도 안에서 자리를 찾아서 갈 수 있는 방향으로 만들어가려고 좀 노력은 하고 있고요. 저희뿐만 아니라 다른 단체에서도 이런 장사법, 장사에 관한 법률 장례를 치를 수 있는 순번 같은 게 있어요. 친족 중심으로 되어있고, 거기에서 마지막에 이 시신을 관리하는 기관, 그런 식으로 순번이 정해져 있는데 그걸 고치지 않으면 시신을 친족들이 인정을 해주지 않고 협의가 되지 않으면 정말 시신이 없이 애도하는 그런 방식밖에 찾지를 못 하는 거예요. 그런 걸 바꿔가는 단체들의 노력을 저희도 함께하는 데에 힘을 보태는 활동을 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미니미
말씀을 들으면서 대안 장례식이 개인의 아픔을 치유하거나 변화를 통해 본인이 성장하는 것 외에도 제도나 문화의 변화를 위해 외향적으로 좀 더 고민하고 확장되어야 하는 점들이 보이네요. 시간이 얼마 안 남긴 했지만 그런 의미에서 대안 장례식과 같은 시도들의 의미와 오늘 함께 자리해 주신 분들과 어떤 관점에서 공유하고 싶은지 시엘 님 얘기도 들어보고 싶어요.

시엘

변화를 만들어 나가야 바뀌는 부분이 있다 보니 언니네트워크에서 2021년 부터 비정규적으로 잡지를 내는데 가족구성권 관련해서 잡지를 내면서 그런 이야기를 했었어요. ‘정상 가족 해체운동 본부라는 걸 만들어서 정상 가족을 해체하면 어떻겠느냐’ 이런 이야기를 막 우스갯처럼 나눴었는데, 여러 가지 법안이 바뀌어야 겠지만 이런 노력들과 함께 문화적 정서적으로 정상 가족이라는 틀을 좀 없애고, 여러 다양한 가족들이 사회적으로 받아 들여지도록 하는 많이 활동들이 영향을 미쳤듯이 유언장에 장례를 누구에게 맡긴다라고 적어도 참고로 볼 수 있을 뿐이지 현실적으로 법적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지만 대안 장례식과 같은 시도들을 통해 이런 게 바뀌다 보면  법적으로도 실제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그런 변화가 오지 않을까. 그래서 ‘차별금지법’이라거나 아니면 ‘생활동반자법’ 그런 거에 대해서도 좀 관심을 가져주시면 이런 것들이 장례 문화에 대해서도 바뀌는 데 도움이 많이 될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미니미
실제 우리 주변에서 다양한 관계나 삶에 관심 가지고, 이해 하면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 되고 그에 따라 법이나 제도는 뒤늦게 바뀌는 거 같아요.

소감에 이런 내용도 나눠주셨거든요. ‘10년에 한 번씩은 모두 다 장례식을 치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제도적인 거나 큰 틀이 바뀌어야지 저희가 하려는 대안 장례식이 진짜 의미가 있는 거잖아요. 그런 제도적인 거 말고도 지금 의견 주신 것처럼 두 분 개인적으로 해 볼 만한 실천, 이런 게 혹시 있을까요. 뭐 유언장을 뭐 1년에 한 번씩 써본다든지. 저는 그런 게 떠올랐거든요.’

이은혜
영상으로 죽음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남겨 놓았으면 좋겠어요. 친구들이랑 제일 많이 얘기를 해보고, 친구든, 가족이든, 누구든 간에 나는 내가 죽으면 나는 이거 진짜 싫으니까 죽어도 하지 말고, 노래는 뭐 틀어주라 이런 얘기를 좀 많이 해봤으면 좋겠어요. 그런 것들을 정말 느끼는 게 자꾸 무거운 얘기해서 죄송하지만 친구 한 명 떠나보냈을 때 우리는 그 친구를 기억하는 것을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요. 그 장례식장 자체를 가지를 못했고. 그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되나 고민할 때 제일 막막한 우리한테 답을 줄 수 있는 건 죽은 그 친구밖에 없는데 이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평소에 그런 얘기를 많이 해주면 좀 도움이 되지 않나. 저희 어머니도 영화에서 말했다시피 수목장 거기에다 해달라, 되게 구체적으로 말씀하시거든요. 꽃은 그 계절에 제일 예쁜 꽃 놔달라 말씀하시는데, 돌아가시고 뭘 해야 할지 몰라 제일 힘들 때에 평소에 그렇게 해달라 하셨지 하면서 장례를 준비하면 그게 제일 도움 많이 될 것 같다는 말씀드립니다.

시엘
마지막으로 장례식장에서 뭔가 절차대로 뭘 하고 장식을 하고 그런 게 대부분이 정말 꼭 정해진 그런 게 아니거든요. 그니까 뭔가 바꾸고 싶은 게 있으면 그때그때 요구를 해서 뭔가를 안 한다거나 할 수 있어요. 근데 약간 남들이 다 하니까 이렇게 하는 게 좋습니다. 이런 식이지. 장례식을 안 치르는 게 제일 마음이 편하겠지만 혹시라도 뭔가 그런 상황에 처하신다면 그런 걸 좀 바꿔보는 것도 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미니미
오늘 이 영화 속 대안 장례식을 통해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는 기회, 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서 생각만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주변분들하고 같이 한번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는 이런 기회가 되는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희가 감독님에 대해 찾아보니 개인적인 경험을 기록하는 것에 어떤 좀 다른 의미를 가지고 계시는 거 같아요. 그래서 기록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와 시엘은 대화의 시간에 대한 감상이나 함께 나누고 싶은 활동에 대한 이야기 하며 오늘 대화의 시간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이은혜
이건 제가 자기소개할 때 제일 많이 쓰는 말인데 저한테 기록은 생존이거든요. 무슨 말이냐면 사실 보이지 않을 때는 제가 겪는 모든 일들이 그냥 ‘아, 그냥 왜 나한테 이런 일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다른 사람은 겪지 않아도 되는 걸 나는 왜 겪어야 될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죠. 보통 여성이나 혹은 성소수자의 삶에서 개인적인 일이라고 치부되는 것들을 밖으로 내보내는 게 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이게 우리가 살아가는 방법이다. 왜냐하면 보통 살아남는다고 할 때 가장 많이 하시는 게 도움을 얻는 거잖아요, 조언을 듣던지. 내가 이걸 해보려고 하는데 그걸 해본 사람한테 가서 듣는 게 정확한 조언이죠. 이걸 해줄 사람이 없다면 내가 해보겠다라는 마음으로 기록을 시작했던 것 같아요. <레즈비언의 산부인과>라고 제가 썼던 책이 있어요. 산부인과를 가야 되는 일이 있었는데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모르겠는 거예요. 그래서 주변에 언니들한테 물어봤는데 언니들도 모른대, 그냥 가서 남자친구 있는 척해 하는데 그건 너무 싫고, 생각하다가 아무도 이런 경험에 대해서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않는다면 내가 할래 하면서 책을 썼던 거죠. 지금은 장례식에 대한 얘기가 좀 많이 나오긴 하지만 그 당시에 제가 저 고민을 할 때에는 없었어요. 슬픈 장례식이라든지 이런 얘기들은 좀 있었지만. 그래서 아, 또 올 게 왔다. 아무도 하지 않는 얘기 나한테 왔다 이러면서 내가 해야지 하면서 나서게 되는 그런 게 있는 거 같아요.

시엘
혹시 저희 언니네트워크 말고도 최근에 돌봄 관련해서 활동하는 단체들이 많고, 올해도 죽음 관련해서 활동을 하는 단체들이 많았던 게 내부에서 퀴어나 페미니스트 감독님이 고민하시는 걸 나누다 보면 운동이 되는 거 같아요. 저희는 서울에서 활동을 하고 있어서 좀 거리가 있지만 가까운 단체들에서 이런 고민을 하는 곳이 있으면 좀 힘을 보태주시면 작은 단체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니까 후원 같은 걸 고민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미니미
후원 말씀해주시니까 저희도 인권과 관련한 다양한 주제들을 인천인권영화제를 통해 관객들과 만나는 자리를 매년 열어가고 있습니다. 저희가 28회라고 하면 깜짝 놀라세요. 벌써 그렇게 됐나, 왜 저희는 처음 알았을까요? 하시면서. 오늘 좋은 시간 이였다면 이 자리가 앞으로도 계속 잘 유지될 수 있도록 나가시면 다양한 후원 방법이 있으니까 인천인권영화제도 많이 사랑해세요.

자신의 삶의 문제를 굉장히 진솔하면서도 가볍지 않게 유쾌하게라고 표현 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당당하게 펼쳐나가시고 활동하시는 두 분께 마지막 박수 보내드리면서 오늘의 대화의 시간을 마치겠습니다. 끝까지 자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