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First Funeral

28회_인천인권영화제_상영작_마이퍼스트퓨네럴_이미지

이은혜 | 2023 | 다큐멘터리 | 38분 | 한국어 한국어자막 자막해설 |

한국에서 레즈비언으로 살아가는 건 고달픈 일이다. 결혼이나 행복한 미래, 제 죽음 따위는 아무래도 생각할 수 없다. 그래서 이 이상한 여성은 스물 셋의 나이에 장례를 치르기로 한다! 내가 원하는 죽음과 장례를 맞이할 수 있도록 한국의 가부장적 장례 문화에 도전한다!



| 높낮이 없는 새땅 |

My First Funeral
My First Funeral

감독 : 이은혜
제작연도 : 2023
장르 : 다큐멘터리
언어 : 한국어, 한국어자막, 자막해설
상영시간 : 38분

상영일시 : 2023.11.17(금) 오후 8:00 / 11.19(일) 오후 3:10
상영장소 :
영화공간주안 3관

11월 19일(일) 오후 3시 10분 <My First Funeral> 상영 후
이은혜 감독, 시엘 언니네트워크 활동가, 미니미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와 함께
대화의 시간을 진행합니다.



작품해설

‘내 존재를 부정하고, 온전히 애도할 수 없는 가족이 내 죽음의 주인이 된다?’ 감독은 이런 현실에 저항하고자 상상해 왔던 내가 원하는 장례식을 미리 실행해 본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가부장적 장례문화의 틀에서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들에 대한 단상과 비싼 장례 비용과 법 제도의 장벽을 경험하며 내가 원하는 장례식은 공동체의 다양한 조력 없이 쉽지 않음을 마주하게 된다. 또한, 장례식장 ‘안’을 넘어 ‘밖’에서 존재가 배제되지 않고 존중받으며 삶을 지속할 수 있는 가능성과 연결될 때 진정한 애도가 가능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진솔한 고백과 당당한 시도로 풀어낸 대안적 장례식은 다양한 삶의 가치를 부정하지 않으며, 자기다운 장례와 충분한 애도가 현실에서 가능하기 위해 공동체가 마주하고 고민해야 할 것들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미니미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인권해설

장례식은 죽은 자를 애도하기 위한 자리이면서 남아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한 자리이기도 하다. 떠나간 사람을 이야기하고 그리면서 충격과 슬픔을 달래는 시간이다. 하지만 성소수자의 장례식은 그러한 자리가 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한국의 법 제도들은 성소수자들이 죽음 이후에도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어렵게 만든다. 장례 주관자는 혈족을 중심으로 순서가 정해져 있고, 유언을 통해 지정하더라도 강제력은 없다시피 하다. 생전에 존재가 지워지는 것에 고통받던 사람들은 애도의 자리에서조차 존재가 지워지기 일쑤고 ‘동료’들은 애도의 자리에 초대받지 못함으로써 애도의 권리를 박탈당하며, 떠난 사람은 원하지 않는 ‘이름’들로 불리며 애도 받지 못한다. 성소수자들이 죽음과 애도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일지도 모른다.

대안적인 장례식은 ‘대안’이기에 일반적인 틀을 벗어나기 마련이다. 죽음을 맞이하기 전에 햇살 비치는 창가에 자신이 만든 관을 놓고 누워서 애도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영화의 장면처럼. 성소수자가 배제당하는 일반적인 장례식과는 다른 모습들을 상상해 볼 수 있고 제대로 된 애도의 순간을 그려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들은 그저 ‘대안’일 수밖에 없기도 하다. 법 제도를 벗어나서 마련된 자리는 부족한 마음의 일부를 채워줄 수는 있지만 그야말로 완벽한 ‘대안’이 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틀이 여전히 견고하여 안으로 비집고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마련된 자리는 틀이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불편하기 마련이다. 이런 대안적인 장례식의 한계는 법 제도의 개선으로 이겨낼 수밖에 없다. 죽음 이전의 차별을 벗어나기 위한 차별금지법 등의 제정과 죽음 이후의 차별을 개선하기 위한 장사법 등의 개정 등의 변화를 위한 노력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정상가족’의 틀은 여전히 견고하다. ‘대안’들의 또 다른 효과라고 한다면 이런 ‘정상가족’의 견고함을 조금씩 흔들 수 있다는 것일 테고, 다양한 대안들의 등장과 법제도 개선의 노력이 함께 하면 작은 변화들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런 작은 변화들이 쌓여 소수자를 배제하지 않는 법 제도가 제대로 마련된, ‘대안’ 장례식이 아닌 그저 다양한 장례식을 통해 누구나 충분한 애도가 가능한 현실이 오기를 빌어본다.

시엘 언니네트워크 상근활동가
퀴어단체도 페미니즘단체도 아닌 퀴어 페미니즘 단체에서 4년째 활동 중인 여전히 모르는 게 많아 배우고 있는 퀴어 페미니스트 활동가입니다. 책방꼴의 책방지기도 겸하고 있습니다.



이은혜 감독


감독
이은혜 Lee Eun-hye

기록을 남기는 건 나의 생존 본능이다. 성소수자와 여성의 불편함은 그저 개인의 일로 소모되고 사라지도록 사회는 열심히 포장해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무도 소수자를 기억하지 않으려는 세상에서, 우리의 존재를 지워내려는 사회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기록을 남기는 일이었다. 이상한(queer) 우리가 지금 여기에 존재하고, 어떤 문제에 부딪히며 생존하고 있는지 세상이 알아주었으면 한다. 

<My First Funeral>은 첫 다큐멘터리 작품이며, 이전에 산부인과와 여성 건강 문제를 다룬 책 『레즈비언의 산부인과』를 출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