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나의 기억·애도·투쟁 : 원- 마주 잇다


당신과 나의 기억·애도·투쟁
원- 마주 잇다


당신과 나, 살아가며 단 한 번 마주치지 않는다 해도, 당신을 영원히 잃게 된 후에야 그 이름을 부르게 되어도
세상에 다시 없을 단 한 명, 당신의 존엄을 지킬 수 있을 때
나의 삶에도 존엄의 시간이 흐릅니다.

기억·애도·투쟁
당신을 놓쳤다는 사실과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었던 당신과 삶의 자리를 기억하는 것이, 부재와 상실 그리고 불안정의 까닭을 묻는 것이 권력과 이윤을 우선하는 이들에 맞서 싸워야만 가능하다며 벌이는 투쟁.
당신과 나의 기억 투쟁, 애도 투쟁, 살만한 삶을 향한 투쟁이, 싸우는 몸들이 살만한 오늘의 이유가 되고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가게 합니다.
차고 넘쳐서야 흐르고 높낮이 없는 때에 이르러 평온히 흐르는 강물처럼. 살만한 삶, 존엄과 평등을 향한 당신과 나의 싸움이, 일상이 지금의 나로서 더할 나위 없는 자긍심을 가지며 살아갈 수 있기를.


당신과 나, 모두를 마주 보며 이야기하고 싶을 때면 원으로 자리하게 됩니다. 단 한 명도 놓치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크고 작게 찌그러지고 펴지며 그리는 원. 누구든지 손잡을 수 있는 거리, 누구의 목소리도 놓치지 않을 수 있는 거리로 자리하는 사이, 원의 크기도 원의 수도 당신과 나의 다름에 연루되어 있습니다.

마주 잇다
당신과 나 사이, 당신의 다름은 나의 다름입니다. 누군가의 다름은 불가능의 표식이 아니라 저마다 다른 삶의 조건과 관계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당신의 불안정한 삶의 까닭은 이를 채우지 못하고 변하려 하지 않는 공동체의 부족함 일 뿐. 당신과 나의 보편적인 권리는 이렇게 채워야 온전할 수 있습니다. 저마다 자신의 다름을 긍정하고 당신에게 기꺼이 의지할 수 있는 나, 의지할수록 나 역시 다른 이에게도 의지가 되는 사람임을 깨닫는 순간들. 그렇게 당신과 나는 다름으로 연루되며 존엄과 평등의 감각을 맺습니다.

나는 당신의 고통과 상실을 말하거나 나설 용기만을 바라기보다는 언제든 만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내줄 수 있는 곁을 살피며 기다리고 싶습니다.
이렇게 당신과 나, 존엄과 평등을 실현하는 구체적 얼굴이 되어, 싸우는 몸들이 여는 정치의 장에서 높낮이 없는 새땅을 일구며 다름과 연루로 마주 잇는 원이 되고 싶습니다.

스물여덟 번째 스크린을 펼칩니다.
표현의 자유, 더 많은 인권감수성과 대안영상이 펼쳐지는 공간, 누군가의 몫소리에 몸을 기울이고 그 이야기를 함께 이어가는 시간, 펼치고 잇는 자리가 되고자 보내는 나날들. 이것이 삶의 자리를 지키며 공존의 순간과 인간의 보편적인 권리를 엮어나가는 당신들이 있어 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몫소리와 기록의 힘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늘 그렇듯이 고맙고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공존을 위한 영상, 자유를 향한 연대 저항의 스크린은 꺼지지 않는다
2023년 11월 인천인권영화제를 일구는 사람들 드림


28회 인천인권영화제 포스터
메인이미지 제작 : 차강 바느질 작가 ㅣ 촬영 : 정택용 사진가 ㅣ 포스터디자인 : 언제나봄그대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