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마음 The Human Mi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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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 마주 잇다 |

인간의 마음
The Human Mind

감독 : 임진평
제작연도 : 2023
장르 : 다큐멘터리
언어 : 한국어, 한국어자막, 자막해설
상영시간 : 72분

상영일시 : 2023.11.19(일) 오후 1:30
상영장소 : 
영화공간주안 4관

기획의도

(공존의 감각) 비인간의 삶/죽음이 나의 삶/죽음과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은 어떤걸까? 개,고양이 식용금지 조례안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70.5%가 찬성(금지에 동의) 하였는데, 찬성 사유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개는 오랫동안 인간과 공존, 진화해 온 반려동물이라서’였다. 인간이 개와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여긴다고 할 때, 이는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돌보고 책임지는 관계라는 뜻일 것이다. 인간과 비인간 동물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함께 공존함을 이야기 하며, 이 연결감은 계속해서 다른 존재에게로 확장 될 수 있는 것임을 이야기 하고 싶다.

(공존의 구조/조건) ‘인간은 가해자, 비인간은 피해자’라는 추상적이고 이분법적인 프레임에서 벗어나보자. 무작정 ‘인간’이 가해를 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어떤 구조, 시스템(음식물 쓰레기 처리를 담당함으로서 굴러가는 개 농장,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반려/야생/사육동물들. 법으로 강제된/의무화된 동물실험 등)  혹은 고정관념 (동물을 인간보다 못한 것 혹은 물건처럼 여기는 생각) 이 피해를 지속시킨다. 이런 구조 속에 우리(나)가 포함 되어 있으며 연결되어 있음을 인지하고 참사에 대한 애도, 기억, 책임을 중심으로 더 나은 공존의 조건에 대해 생각해본다.

대화의 시간 기록 

차은빈 감독

김영옥 『늙어감을 사랑하게 된 사람들』 저자, 『돌봄과 인권』 공저자

지혜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수진 한국농인LGBT+(수어통역)

박세희 에이유디 사회적협동조합(문자통역)

지혜

안녕하세요? <인간의 마음> 대화의 시간 진행을 맡은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지혜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박수) 

저희 우선, 오늘 대화의 시간에 함께 하실 감독님 모실게요. 앞으로 나와 주세요. 그리고 오늘 문자통역에는 에이유디 사회적협동조합의 세희 님이 맡아주고 계시고요, 그리고 수어통역은 한국농인 LGBT+의 진영 님이 맡아주고 계십니다. 이제 자리에 앉을까요? 다들 영화 어떻게 보셨을지가 좀 궁금한데요, 저희 이번에 대화의 시간을 위해서 오픈카톡방을 운영하고 있어요. 그래서 입장하실 때 티켓 같은 종이에 QR코드 있는 거 받으셨을 텐데, 그걸 통해서 들어오시면 참여하실 수 있고요.

그리고 오픈채팅방 아니어도 현장에서 손 들고 질문이나 소감, 제가 이제 중간중간에 여쭤 보면 이야기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네, 여러분들의 감상이나 질문들, 이야기 많이 나눠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러면 질문이나 이야기 이제 생각하시는 동안에, 소개가 좀 늦었네요. 감독님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임진평 감독

안녕하세요? 방금 보신 다큐를 연출한 임진평이라고 합니다. 

(박수) 

지혜
그러면 생각하시는 동안에, 우선 미리 준비한 질문들 먼저 진행할게요. 감독님의 전 작품도 <개와 고양이를 위한 시간>이기도 하고, 인간과 비인간 동물과의 관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제 영화를 만들어 오셨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되신 계기가 있을까요?

임진평 감독
사실 어렸을 때 이렇게 동물을 막 좋아하고 그러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 어떤 계기가 되었던 건, 제가 이제 다큐는 아니고 작은 영화를 2010년 정도에 찍었는데, 안동에서 찍었어요. 그런데 시나리오에 개가 하나 출연을 해요. 많이 출연하는 건 아니고, 가끔 시나리오 쓸 때 그런 걸 써요. 주인공한테 개가 있다거나, 고양이가 있다거나 하면 주인공의 성격, 캐릭터를 드러내는 데 그게 유익해요. 뭐, 나쁜 사람, 우리가 영화 같은 거 보면 개, 고양이를 학대한다고 하면 빌런이잖아요? 반대의 경우도 있고 아마 그런 이유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도 개를 살짝 시나리오에 썼는데 업체 같은 데를 통해서 개가 출연을 했어요. 1박 2일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상근이 같은 견종이었어요. 잉글리쉬 쉽독이라고 큰 개가 왔더라고요. 그래서 인사를 하고, 촬영을 했는데 너무 잘해요. 뭐냐면, 간단한 거예요. 주인공 남자가, 이름이 망치였는데 “망치야, 이리 와.” 하면 바로 오면 끝나는 간단한 씬이었는데 문제는 사람이 NG를 내는 거예요. 몇 번 하다 보니까, 개니까 좀 스트레스를 받았죠. 집중력이 금방 떨어지는 거죠. 한두 번은 굉장히 잘 했는데, 자기는 잘 했는데 왜 또 하는지 모르는 거죠, 개는. 개가 집중력이 떨어져서 사람은 몇 번 하니까 잘 하게 되었는데, 개는 못하니까, 집중력이 떨어졌죠. 조련서가 개를 때리는 걸 현장에서 봤어요. 큰 영화 현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감독이기 때문에 화가 나서 “뭐 하는 짓이냐?” 했는데 너무 뻔뻔하게 당연히 이렇게 해 왔다는 식으로 하더라고요. 그때 너무 화가 나서 정말 돌려보내려고 했는데, 뭐 어쨌든 또 현장을 책임져야 되니까 어쨌든 그래서 급하게 정리를 하고 했는데, 이제 그게 굉장히 가슴에 남더라고요. 내가 시나리오에 너무 이걸 쉽게 썼는데, 실제 촬영에서 개가 왔을 때 뭘 어떻게 될지 깊이 생각을 안 했던 거죠. 그때가 아마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서 몇 년 지났는데, TV 보다가 그때 들개 뉴스가 굉장히 TV에 많이 나왔거든요. 북한산 들개, 그런데 뉴스에 보여주는데 별로 위험해 보이지도 않아요. 조그만 개들이 서로 돌아다니는데, 사실 이제 나중에 알게 된 얘기지만 지자체에서 포수가 있어요. 마리 당 돈을 주는 건데 들개라는 말의 어감이 되게 무섭잖아요? 그런데 실제로는 버려진 개들이죠. 누군가 버린 개들이 죽임을 당하고 이런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 고민이 되던 차에, 중계동 백사마을이라는 데에서 들개가 있는지 전수조사를 하게 되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거기에 갈 수 있었어요. 집에서도 가깝고 해서 그러면서 찍은 게, 오늘 다큐에도 잠깐 나오는데 음악회 하는 장면 있잖아요? 다큐의 한 장면인데 <개와 고양이를 위한 시간>이라는 유기견, 유기묘 이런 것들에 대한 길 위의 생명에 대한 다큐를 찍게 되었고, 그 관심이 계속 오늘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지혜
네. 감독님이 이야기 나눠 주셨는데요. 이렇게 뭔가, 인간이 살아가는 와중에 뭔가 당연하게 동물이 이제 학대당하거나, 혹은 버려지거나 하는 것들에 신경 쓰지 못할 때도 있고, 또 이제 그런 것들을 보면 우리도 뭐랄까? 마음이 안 좋고, 이걸 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도 자꾸 만들어지고, 그런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저도 영화를 보면서도 많이 공감이 됐는데요. 이제 저희 영화제가 인천인권영화제잖아요? 그래서 이런 동물들, 비인간 동물들이 학대를 당하고 이런 것들이 계속 반복되는 것 속에, 인간과의 관계를 좀 생각해 보게 되는데, 이번 영화가 저희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것에 대해 감독님이 어떤 소감이나 혹은 좀 생각하셨던 부분이 있으시다면, 이야기 나눠주시길 부탁을 드립니다. 

임진평 감독

사실은 인권영화제에서 연락을 받고 사실 되게 좋았어요. 왜 그러냐면, 동물권 영화인데, 이 다큐는 사실 찍긴 좀 됐지만 완성한 건 올해였거든요? 그래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대한 것도, 6월 30일 기준으로 한 1789명인가 사망한 것으로 나오는데, 그런 것들을 어쨌든 최신 버전으로 편집하기 위해서 최대한 이제 끌었던 거죠. 그래서 이제 올해 만들었는데, 그 후에 이제 9월에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처음 상영을 했어요. 그리고 그다음에 한 달 있다가 동물단체, 카라에서 주체하는 서울동물영화제에서 상영하고 그다음에 오늘 상영한 건데, 이전에 틀었던 DMZ는 다큐 전반적인 식으로 봐줬던 것 같고, 동물영화제는 당연히 동물과 관련된 분들이 와서 보니까 좀 다른 분위기가 있었고, 사실 제가 인권영화제를 원했던 거긴 하거든요.

  사람이 동물에 대한 얘기를 하니까, 사실 전 동물활동가까지는 아니고, 제가 관심을 가졌던 건 동물권에 대해서 공부를 좀 해 보니까 공통적으로 나오는 게 동물권의 역사가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거든요. 동물은 대부분 제가 이제 항상 얘기하는 건, 동물의 역사는 착취의 역사예요. 인간이 착취한 역사죠. 잡아먹고 옷으로 만들어 입고 추우면, 이동수단으로 말이나 소, 노동력을 제공받고, 사실 그냥 오로지 일방적으로 착취했던 거예요, 사람들이 이용하고. 현대에는 지금 실험동물로 많이 쓰죠. 우리가 쓰는 삼푸니, 이런 거, 동물실험을 통해서 나오는 거든요. 일방적으로 동물을 이용했는데, 그런 동물에게도 도덕적 지위를 줘야 된다는 게 동물권인데, 동물권이 인정받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어요. 100년밖에 되지 않았을 거예요. 공부하다 보니까 동물에게도 배려의 권리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하는 사람이 누군가 봤더니 흑인 노예 운동을 하던 사람들, 그리고 초기 참정권 <서프러제트>라는 게 있죠. 여성들이 참정권이 없었을 때 참정권을 얻기 위해서 투쟁했던 사람들, 페미니스트 초기, 그분들이 동물권을 처음 운동을 했던 분들이에요.

  이게 전 굉장히 많은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인권이라는 게 결국은 상대적으로 약한 사람들을 우리가 좀 더 보호하자, 이런 취지에서 얘기를 하자면 결국에는 가장 핍박받고 학대받던 여성들이나, 노예들 이런 사람들이 가장 먼저 눈길이 갔던 것들이 자신들보다 더 약한 위치에 있는 동물이라는 거죠. 적어도 여성이나 노예나 이분들은 사람이기 때문에 자기 의지가 있고, 외부의 제도나 잘못된 시스템 때문에 억압받고 있었지만, 동물은 사실 자기가 스스로 말을 한다거나 자기 권리를 주장할 수 없으니까 누군가 해줘야 되는 거죠. 그런데 그걸 가진 자들이 아니라 가장 밑에서, 가장 취약한 조건에 있던 분들이 그들의 약함을 알았다는 거죠. 전 이제 그래서 결국 인권영화제가 궁극적으로 계속 진행이 되다 보면, 결국에는 동물들에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거다, 그게 결국에는 제목에서 이야기하고자 했던, 로봇을 보고 연민을 느끼는 건 로봇한테 마음이 있는 게 아니죠. 그걸 보는 우리한테 마음이 있는 거니까, 그래서 결국에 인간의 마음은 그렇게 가야 되지 않는가, 그런 생각을 하고 뭐, 그런 연장선에서 왔던 것 같아요.

 

지혜
네, 어떤 동물의 권리에 대해서 생각한다는 게, 뭔가 특별히 뭔가 연민이 많은 사람, 이런 것이 아니라 자기도 어떤 차별받고 있는 부분, 혹은 구조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취약성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어떤 인권의 차원에서 이런 구조적인 걸 해결해 나가는 차원에서 공감하고 또 넓혀 갈 수 있는 부분이라는 점이 저도 공감이 많이 되는데요. 혹시, 관객 여러분들 중에 이제 영화를 보시고, 혹은 앞에 이야기했던 부분을 들으시고 좀 질문이나 혹은 감상을 나눠 주실 수 있는 분이 계실까요? 아, 네. 마이크를 어떻게 드려야 되지?

 

관객질문
영화에 양평에 1500마리 개들이 죽었던 사들을 저도 뉴스에서 봤었거든요. 그런데 그 이전에 어떤, 재난 참사나 이런 것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과 관련한 어떤 생각이나 행동이나 이런 것을 계속하고 있었던 입장에서 그걸 참사라고 생각을 못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영화에서 그게 참사로 다뤄지고, 그리고 인간이 겪은 참사만큼이나 경중을 가릴 수 없게 중요한 사건이었다는 걸 알게 되면서 한편으로는 내가 너무 또, 이 영화 제목처럼 인간을 중심으로 하는 마음으로 여전히 계속 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좀 했거든요? 그래서 감독님한테 좀 궁금한 건, 이 작품을 제작하시면서, 제작하시는 과정 중에 나도 모르고 있었는데 사실은 약간, 내가 이런 부분이 있었구나, 하는 지점이 있으셨을까, 해서 궁금했습니다.

 

임진평 감독
질문해 주신 얘기에 맞는 건진 잘 모르겠는데요. 그렇게 봐 주신 건 너무 고마운 것 같아요. 개의 사체가 발견된 걸 참사다. 사실 그렇게 얘기하면 반대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아까도 얘기했지만, 항상 이런 이야기를 하는 데 있어서 부딪치는 것들은 개를 먹지 말자고 하면 바로 나오는 말. “소, 닭, 돼지는?” 이렇게 말을 한단 말이에요. 그럴 때 제가 얘기하는 건, 논리적으로 개를 먹지 말자고 했을 때 “소, 닭 돼지는?” 했을 때 “소, 닭, 돼지도 먹지 말라”고 해야 되거든요. 논리적으로 맞지 않아요. 뭐냐면 “소, 닭도 먹고 개도 먹어.” 이런 말의 취지잖아요? 전 우리 사회가 진보한다고 믿어왔던 것 같아요, 사회가 좋은 쪽으로. 노예제도 예전에 있었지만 지금은 없잖아요? 개 식용 관련해서 말할 때 여기 다 나왔지만, 어차피 없어질 거 자연스럽게 없어지게 두는 게 낫지 않냐, 아니면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어, 누군가 먹을 자유가 있는 거 아니야?”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데 100년 전에 노예가 있었을 시절에 대입해 보면 분명히 있었을 거예요. 노예 해방 운동을 하는 사람들, 법으로 노예를 금지하자고 했을 때, “사회적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어.”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나 “그냥 없어지지 않겠어?” 이렇게 말하는 거랑 똑같은 거예요. 하지만 아직까지 차별이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기본적인 믿음이 그래도 좋은 쪽으로 가고 있다, 인간은 진보하고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는데, 사실은 이런 것을 찍으면서 그 믿음이 좀 흔들리고 있어요. ‘이거 사실, 거꾸로 가는 거 아닌가?’ 아니면 ‘갈 데까지 가서 이제는 다시 되돌아가고 있는 거 아닌가?’ 말하자면 우리가 얘기하는 반지성주의라든가, 혐오와 차별 이런 것들이 과거보다 제가 볼 때 정도에 있어서 더 심해지고 있어요. 그런데 심해진다는 건 뭐냐면, 과거에는 그래도 부끄러움이라는 건 있었던 것 같아요. 몰래 한다거나. 그런데 인터넷이나 이런 것들 때문인 것 같고, 또 제가 갑자기 지금 생각이 났는데 1박 2일 생각이 났는데 너무 안 좋은 영향을 끼친 예능이라고 전 말을 해요. 그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었을 때 복불복 게임을 하면서 “나만 안 걸리면 돼~” 하면서 뛰어다닌단 말이에요. 상대방이 잘못된 걸 먹고 즐거워 하잖아요? 수년 동안 예능을 보고 자란 어린이들이 난 지금 현재 타인의 고통을 즐겨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자기보다 더 안 되기 바라는 마음, 이런 것들. 학대나 차별, 이런 것들을 주제로 뭔가 작업을 하면서, 사실은 진보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시작한 일이었는데, 하다 보니까 ‘이거 아닐 수도 있겠다’ 굉장히 절망적인. 그러니까 아까 질문하신 것에 맞는 대답일지 모르겠지만 그것 때문에 고민스러운 지점들이 있는 것 같아요. 내가 과연 선한 이야기, 솔직히 얘기하면 이런 이야기를 하지만, 본업은 사실은 상업영화를 해야 되거든요? 큰 영화, 말하자면 돈이 많이 드는, 그런데 그런 시나리오 작업도 하는데, 하면서 가장 잘 부딪치는 게 뭐냐면 “너무 시나리오가 착해요.” 이런 말을 많이 들어요. 거절을 당할 때. 악당, 빌런, 더 세야 되고 더 자극적이어야 되고, 실제로 보는 엔터테인먼트, 영화나 드라마도 점점 세지잖아요? 한 번 세지면 다시 완화되진 않는 것 같아요. 죽이는 방법도 더 강하고 황당하게, 더군다나 현실에서는 영화보다 더 황당한 일들이 많이 나오니까 가짜로 이런 업종에서 뭘 써서 하는 사람들은 더 힘들어지는 거죠. 그런 일을 하면서 최소한 다큐에서만이라도 위로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오히려 그렇지 않은, 좋지 않은 이야기긴 한데 아무튼 그런 과정을 전 겪고 있는 것 같아요. 어쨌든 극복해야겠죠?

 

지혜
네, 혹시 속도가 괜찮은가요? 알겠습니다. 혹시 답변이 좀, 되셨을까요? 혹시 그밖에 다른 질문이나 소감, 나눠주고 싶은 분, 계시네요.

 

관객질문
영화 잘 봤고요, 전 이 영화제목이 모든 걸 다 말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결국에는 인간의 마음이 문제이고 이게 해결돼야만 동물권도 어느 정도 해결될 거라고 생각이 들고, 이 동물권의 문제는 아무래도 사람들 사이의 어떤 점점 단절되어 있는 관계들. 인간에게 주는 관심들이 반려동물들로 옮겨 가면서 인구가 늘어가면서 이런 문제도 많이 늘어난 것 같아요. 그래서 말씀해 주신 것처럼, 요즘에 자극이 감정이나 생각보다 앞서기 때문에 이런 일이 많이 일어나는 것 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저는 가축 지회장님의 생각에도 동의가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점점 반려동물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까, 많아지면 많아지지, 역행하지는 않을 것 같고, 그 안에서도 차별이 생길 것 같아요. ‘이건 먹어도 되는 견종, 키워도 되는 견종’ 분리를 하면서 그 안에서 또 차별이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또 이 개 농장을 줄여가기 위해서 업자들이 전환할 수 있는 업종을 마련할 수 있는, 그런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그게 좀 궁금합니다.

 

임진평 감독
사실, 엊그제 뉴스에 많이 나오더라고요. 개 식용금지를 이제 법으로, 뭐 그래서 5년 정도 유예기간을 두고 2027년부터 완전히 법으로 금지한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거기에 반대하는 여의도에서 개 식용 관련된 산업 종사자들이 나와서 데모시위를 벌이고, 이런 장면들이 뉴스에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사실은 굉장히 복잡한 문제예요. 뭐냐면, 개 식용금지가 아까 저기 나오지만, 4월 27일 날 동물보호법이 개정이 좀 되었는데 거기 보면 개를 도살하면 안 된다고 나와 있어요. 그런데 그 정당한 이유 없이. 그런데 우리가 가끔 개가 사람을 물어 죽이는 일이 있잖아요? 그럴 경우 안락사를 해요. 그건 말하자면 법의 정당한 사유에 들어가는 거예요. 하지만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도살은 정당한 사유가 아니에요. 지금 현재에도 개를 잡아서 먹으면 불법이에요. 그리고 개 식용이 법으로 금지된 적은 없지만, 반대로 개 식용이 법으로 허가된 적도 없었어요. 개 식용업자들은 그동안 사실 불법적으로 수익을 얻어 왔던 거잖아요? 그러니까 사실은, 정확하게 말하면 지금은 그들은 폐업에 관련된 시위를 벌이는 건데 엄격하게 말하면 그들이 벌었던 부당한 수익을 환수해야 하는 게 공정하다고 생각해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사람들이 쉽게 얘기하잖아요? “합법화하면 되지 않냐.” 사람들 건강과 관련된 게 도축이잖아요? 지금 그런 시설이 없단 말이에요, 개를 도축할 수 있는. 그런 것 자체가 없는데, 어딘가에 가면 개 식당이 있잖아요? 개를 거기에서 먹는다는 건데, 그 사람들이 그게 도축하는 이 시스템 자체가 없는데, 거기에 세금 같은 게 발생을 안 했을 거 아니에요? 지금까지도 개 식용 관련된 산업에 종사해서 돈을 번 사람들은 세금을 낸 적이 없는 사람들이에요. 다 불법이잖아요? 그런데 그 사람들을 이제 못하게 법으로 금지하니까, 그 사람들한테 이제 보상금을 주고 그게 5년이 걸리는 거예요. 그리고 보상금이나 이런 것들 때문에, 지금은 거의 없어요. 말한 것처럼. 그 사람들 빈 가게 놓고 그냥 하고 있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그래야 보상금 받으니까. 개 식용 관련된 분들은 굉장히 또 세요. 그래서 왜, 예전에 정의당에서 그걸 많이 했었어요. 전 대표, 누구죠? 어쨌든 그 사람이 굉장히 많이 했는데, 개 식용업자들이 사무실 앞에 가서 데모하고, 너무 위협적으로 해서 사실 거의 굴복한 경우들이 있어요. 거의 뭐 그쪽에서 가장 센 사람들이 아닌가, 싶어요. 그런 거, 안하무인으로 하면 사실 이길 수 없잖아요? 그런 상황이고, 어쨌든 뭐, 그러고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먹을 수 있는 개, 지금 대통령도 그런 말을 해서 말이 많았잖아요? 먹을 수 있는 개 있고, 그렇진 않은 것 같고 개는 다 똑같은 것 같아요. 벤틀리도 말하자면 그 사람들이 봤을 때 먹을 수 있는 개라고 할 수 있겠죠? 덩치가 크고, 하지만 그냥 노는 거 보면 똑같잖아요? 개는 다 똑같은 거죠. 사람이 인종에 따라서 다른 거 없듯이. 그런데 그런 얘기는 해요. 왜 개만 그러느냐? 아까도 똑같이 얘기한 소, 돼지, 닭에 대한 문제. 그건 종차별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어요. “개만 따로 취급하는 거 아니냐?” 그런데 전 이렇게 생각해요. 개는 특별해요. 개가 정말 특별해서가 아니라, 인간과 개의 관계가 특별하다는 거죠. 인간이 사자를 수만 년 동안 키우지 않았잖아요? 개는 그랬거든요. 공진화라는 말을 쓰는데 그게 뭐냐면 서로 다른 종이 같이 진화한, 개와 인간이 그래요. 아주 2만 년 정도 전에, 사람이 너무 무섭죠. 어떤 맹수들이 오고. 그런데 그걸 개가 지켜 준 거예요. 늑대 중 한 마리가 사람한테 왔는데 “내가 밤에 짖어줄게.” 하는 거예요. 대신에 힘들게 사냥을 다니지 않게 사람들이 밥을 준 거예요. 그런 역사가 2만 년 정도 되었다고 하는데, 사람과 같이 공진화를 한 거죠. 서로의 필요를 주고받으면서. 그런 동물 종은 개만 유일한 거죠. 고양이도 그렇진 않거든요? 인간하고 개는 약간 그래서 반려동물이고, 가족이니 그런 얘기를 할 수 있게 된 특별한 상황이 온 거죠. 그래서 이제 개를 가족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도 있겠죠. 아닌 사람은 그대로 존중을 받아야 하지만, 개가 다른 동물과 다르게 특별히 얘만 종차별을 하는 게 아니라, 개와 인간의 역사가 다르기 때문에 이제 그 부분을 어쨌든 좀, 인정을 해야 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을 하는 거고, 하나 더 하자면 다른 동물들이 개와 이제 그런 것들이 인정이 되고 나면, 다른 동물들에게도 좀 더 다른 것들이 이제 펼쳐져 나가겠죠? 그게 이제 제가 말한 인간은 어쨌든 간에 진보할 거다, 이런 믿음인데요. 약간 흔들리긴 하고 있지만 어쨌든 그렇다는 거죠. 그게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지혜
네, 질문이 하나 더 있어서, 우선은 정리를 좀 하자면, 저희 이제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에 대해서 좀 생각해 보게 되는 대답이었던 것 같고, 또 개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어떤 개를 특별하게 생각하고, 더 인간과 가깝기 때문에 무조건 아낀다. 이게 아니라 이미 성립되어 온 어떤 관계들이 있고, 그 관계 속에서 좀 더 책임질 수 있는 것들을 시작해 나가자는 얘기를 해 주신 것 같아요. 그래서 질문이 또 있으셔서,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관객질문
네, 너무 영화 궁금했었거든요,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 동물과 관련된 어떤 다큐멘터리에서 사실 개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한국에서 동물에 대해서 얘기를 할 때, 개 식용에 관해서 벗어날 수 있는가? 그런데 여기에서 나왔듯이 너무 복잡하고 제도와 얽혀 있는 부분이 복잡한 부분이 많은데 건드려 주셔서 재밌게 봤고요. 얘기를 들으면서 들었던 의문들, 고민들을 또 제작과정에서 하셨을 것 같아서 그걸 나누면서 질문을 드려 보고 싶어요.한편으로 어떤 동물권이라는 것도 인권과 마찬가지로 계속 쟁점화되는 거고 그 안에서 합의돼 있지 않은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보면, 종종 동물권이 이제 인권보다 더 뭐, 진보된 것. 인권이 발전돼야 동물권으로 간다는 게 의문점이 든다는 거죠. 인권과 동물권은 구조적으로 연대 차원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고요. 지금은 마치 하나의 지향점 속에서 같이 있지만, 공장식 축산이나 아니면 기후위기 등을 이유로 어떤 동물권 활동을 하는 것과, 인간과 동물의 관계의 차원에서 동물권을 활동하는 사람들은 언젠가는 둘이 마찰이 일어나는 것은 아닌가? 그런 차원에서 또 여기에서 이제 애초에 인간의 지위를 인정하고 인간의 영향력을 인정하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동물에게 책임과 윤리에 대해서 고민해야 하는, 이 흐름과 애초에 인간의 지위 자체를 격하시키고 폄하를 시키고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재배치해야 한다, 이 두 가지의 흐름. 이런 것들이 뭐랄까? 되게 충돌하는 상황인 것을 전 제작하시면서 보셨거나 확인하셨을 것 같아요. 그런데 어쨌든 개 식용 관련해서 어쨌든 개에 집중하다 보면 어떤 걸 선택하셨을 텐데 그 과정에서의 고민. 처음에는 동물권 다 똑같을 줄 알았는데 단체별로 다르고, 카라 나왔지만 적극적이라기보다는 더 방법론적으로 폭력적으로, 그런 경우도 있고. 그래서 그 고민들, 실제의 고민들을 들어보고 싶었어요. 하나는 개 식용 관련해서 법 관련해서 합법화, 법제화를 나눠서 말해 봐야 하는 게 아닌가? 이런 고민은 들었어요. 영화 볼 때나 말씀하시는 걸 들었을 때. 법이 없었다고 했을 때 그것이 불법적인 것이었나? 아니면 그냥 법 바깥에 있었던 것인가? 이런 걸 얘기를 하면 참 좋겠다, 생각이 들었고 마지막에 벤틀리 장면이 나왔을 때 사실, 이제 감독님이 전화한 것도 나오셔서 ‘입양하시는 건가?’ 싶었어요. 벤틀리가 가장 마지막에 강조된 이유가 뭘까, 감상자로서 생각이 들었어요. 질문 요약하면 벤틀리를 마지막에 넣으신 의도가 뭘까, 궁금하고 동물권 내에서 다양한 불일치를 경험하셨을 텐데 그것을 재현하는 사람으로서 이걸 어떻게, 어떤 노선으로 어떻게 해석해야 하지? 고민이 있으셨을 것 같은데 들어보고 싶습니다.

 

임진평 감독
여러 질문을 들어서 머리에 한계가, 다 소화될지 모르겠는데 일단 생각나는 대로 얘기하자면 벤틀리는 그냥 제가 사실 벤틀리는 아까 두 분, 여성 분이 임시보호자예요. 그런데 2019년에 구조가 되었는데, 진짜 개 농장에서 구조가 된 거예요. 그냥 뒀으면 고기가 되었을 운명이었는데 어떻게 이제 구조가 되었는데, 너무 많이 다쳐 있었던 거예요. 그냥 개들이 뜸장에 있기 때문에 건강이 너무 안 좋아요. 여러 사람들이 벤틀리의 대부, 대모 이렇게 해서 수십 명 돼요. 십시일반 치료비를 대 줬는데 그렇지 않았으면 죽었겠죠? 정확한 액수는 모르겠지만 치료에 엄청나게 돈이 많이 들었을 거예요. 개 한 마리 살리자고, 그렇게 많은 돈을 썼을까? 그런 말도 나오는데 그게 인간이니까 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해서 살아난 거고. 마지막에 전화 걸 때 불안한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어요. 벤틀리 죽었다고 할까 봐. 1년 만에 전화를 했는데 어색하게 웃으면서 전화를 했는데 잘 있다고 하니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그게 전 우리가 굉장히 보람을 느낀 한 장면이 아니었을까. 그때 우리가 지나치고 모른 척하면 사라졌을 생명이고 그런 우주인데 그때 누군가가 도움의 손길을 뻗치고 살아난, 꼭 벤틀리가 아니어도 되는 것 같아요. 어쨌든 그랬을 때, 그 농장에서 수많은 개들이 죽었을 거예요. 벤틀리만 선택이 된 거예요. 그냥 운이죠. 그런데 어쨌든, 그렇게 해서 살려 놨더니 벤틀리에게 삶이 생겼잖아요? 그건 어떻게 보면, 그걸 마지막에 넣은 이유는 우리 삶도 그럴 수 있을 거다, 라는 생각을 하는 거죠. 내가 어떤, 누군가에게 연민이나 공감을 느껴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줬을 때 사라질 뻔한 삶이라든가, 우주가 살아날 수도 있다는 거죠. 그런 믿음을 좀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벤틀리 얘기를 넣었던 거고요. 거기 임시보호자인데 영구보호자죠. 벤틀리는 입양이 될 가능성이 1%도 없어요. 아프고, 크고, 요즘 그런 반려동물처럼 예쁜 그게 아니잖아요? 잠깐 아까 얘기했던 거, 생각난 건데 개하고 인간하고 만년, 이만 년 공진화를 겪으면서 지금의 개는 정말 쓸모없는 생명인 거예요, 귀여운 거 빼면. 사람이 그렇게 만든 거거든요. 이만한 개들 산책할 때 귀엽지만 뭘 잡아먹을 수 있어요? 혼자서는 아무 것도 못하거든요. 고양이는 좀 다른 거라서 길에서 살 수 있지만 개는 그럴 수 없어요. 사람이 케어를 해야 돼요. 종을 그렇게 인간이 변화해 온 거죠. 꼬리 자르고 아무 쓸모 없는, 살아만 있는 관상용, 정말 이상한 종을 새로 만든 게 인간이 한 짓이에요. 전 그것에 대한 책임을 인간이 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다른 동물들한테 그렇게 안 했으니까, 각각 필요에 따라서 이용만 한 거죠. 그런 것들이고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동물단체들 되게 달라요. 과격하게 운동하는 데도 있어요. 심지어는 뭐죠? 정육 그런 회사, 정육 회사는 아니고 고깃집이죠. 프렌차이즈 그런 데 가 가지고 시위하는 사람도 있어요. 사람들이 그런 건 좀 안 좋게 생각하죠. 그러니까 왜 그냥 열심히 프렌차이즈 식당에서 고기 먹고 있는데 누가 와 갖고, 고기를 뭐 어쩌구, 횡령 어쩌구 이러면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 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동물단체들도 있고,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이유가 있죠. 그 정도 해야 뭔가 이루어진다는 게 있고, 좀 완화돼서 하는 데가 있고, 카라 같은 데는 법제화나 이런 쪽에 강해요. 우리가 일요일 날 하는 동물농장, 거기 보면 구조하러 오는 그 동물자유연대라는 데는 구조나 이런 것에 특화되어 있고. 그런데 문제는 이들의 문제는 뭐냐면, 이들이 수익사업을 하는 게 아니잖아요? 결국에 다 후원으로 움직이는 거거든요, 동물단체들은. 그러면 누군가는 자신들의 행동에 후원을 해줘야 하는 거예요. 동물을 구조하는 것에 내가 구조를 못하니까 돈이라도 내겠다, 이런 사람이 있는 거고. ‘내가 저렇게 과격하게 운동하지 못하는데 저렇게 쟤네들은 과격하게 운동하네? 쟤네들한테 후원해 줘야 되겠다.’ 그런 게 있고 그런 것에 따라서 동물단체들이 캐릭터들이 달라진 거죠. 그걸 지금 다 얘기할 수는 없는 거고, 다 약간의 차이들이 있고. 전 그래서 사실 어디 한 군데도 직접적으로 저길 하진 않아요. 똑같이 바라보는 부분들이 좀 있고, 그리고 한 가지 뭐였죠? 처음에 물어보신 게,

 

관객
아닙니다. 감상을 나눈 거고 질문은 크게 두 가지였는데 말씀 다 나눠주셨어요. 감사합니다.

 

지혜
감사합니다. 인권 안에서도 여러 가지 결이 있듯이, 이제 동물권 안에서도 여러 가지 결이 있을 수 있는 것 같고, 그리고 또 질문해 주신 것 중에, 뭐랄까? 인권 다음의 동물권, 이런 식으로 갈 수 있는 그런 포인트를 얘기를 해주셔 가지고, 저도 약간 깨달음이 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저희 이제 마무리를 해야 될 것 같아요, 준비했던 질문이 좀 더 있는데 시간이 많이 지나가지고 마무리를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저희 채팅방에 올라온 얘기 읽어 드리고 이제 마무리를 좀 해볼게요. 멋쟁이 프로도님이 “영화 너무 감명 깊게 봤고 저도 강아지를 키우는데, 그 아이는 눈도 못 뜬 아기 강아지일 때 보호소에 들어와서 다른 형제들은 눈도 뜨기 전에 죽고 홀로 남았던 아이였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니, 집에 있을 아이가 너무 보고 싶네요.” 이렇게 공감하는 이야기, 남겨 주셨는데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물론 지금 모든 존재를 다 구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이렇게 한 명, 한 명 구해 나가고 그들에게도 삶이 지속될 수 있다는 이야기와 좀 맞닿아있는 소감이었던 것 같아요. 저희 그러면, 혹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나 마무리를 좀 해 주실 수 있을까요?

 

임진평 감독
이거 사실 개인적인 부끄러운 이야기인데요. 이런 작업을 하면서, 뭐 이런 자리에 오면 사실 굉장히 기꺼운 마음으로 오는데, 올 때마다 약간 두 가지, 좀 이렇게 양가적인 감정이 들 때가 있어요. 하나는, ‘내가 맨날 이렇게 헛소리만 하는구나.’ ‘내가 만든 이런 작업물들이 과연 어디까지 가 있을까? 별로 안 가는 것 같은데.’ 이런, 그런 힘이 빠질 때가 많은 것 같아요. 그리고 또 반면에, 이제 말씀해 주신 것처럼, 들으면서 ‘내가 했던 작업이 그냥 이렇게 휘발되는, 사라지는 그런 건 아니었구나.’ 그래서 또 새롭게 또, 약간 힘이 되는 부분들도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도 약간의 힘을 받아서 갈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까 제가 뭐, 약간 절망적인 얘기를 했는데, 그러지 않고 결국에는 뭐 좀 더디 가고, 약간 후퇴를 하더라도 결국에 궁극적으로는 좋은 쪽으로. 제가 가장 원하는 건 오늘 다큐도 그렇지만 공감과 연민 같아요. 연민의 정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래도 좋은 사회가 되지 않겠어요? 공감하고 연민, 이제 그런 것들이 제가 만든 뭐, 다큐나 이야기 속에서도 전달이 잘 되면 좋겠고, 거기에 공감하시면 또 주위에 공감한 이야기들을 좀 같이 나눠 주시고, 그랬으면 너무 고마울 것 같습니다.

 

지혜
네, 감사합니다. 그러면 오늘 대화의 시간, 여기에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박수)

임진평 감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