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마음 The Human Mind

28회_인천인권영화제_상영작_인간의마음_이미지

임진평 | 2023 | 다큐멘터리 | 72분 | 한국어 한국어자막 자막해설 |

가습기 살균제, 개 식용 문제, 개 집단 사체 사건을 연결하는 옴니버스 스토리. 피해와 학대가 인간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님을 이야기하며 재난과 참사가 치유되지 않는 한국 사회의 풍경을 그린다.



| 원, 마주 잇다 |

인간의 마음
The Human Mind

감독 : 임진평
제작연도 : 2023
장르 : 다큐멘터리
언어 : 한국어, 한국어자막, 자막해설
상영시간 : 72분

상영일시 : 2023.11.19(일) 오후 1:30
상영장소 :
영화공간주안 4관

11월 19일(일) 오후 1시 30분 <인간의 마음> 상영 후
임진평 감독, 지혜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와 함께
대화의 시간을 진행합니다.



작품해설

비인간 동물의 고통이나 죽음이 인간인 나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은 어떤 걸까? <인간의 마음>은 비인간 동물의 죽음과 인간의 마음이 연결되는 지점을 찾는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로 죽어간 반려동물들과 그리고 그들을 잃은 생존자들의 트라우마. 인간이 버리는 음식물쓰레기 처리를 담당함으로써 지속되는 비인도적 개농장 실태와 이를 멈추기 위한 노력들. 양평 개 대량학살 사건을 사회적 참사로 받아들이고 애도하는 사람들. 결국 인간이 비인간 동물이 겪는 고통과 분리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인간인 우리가 비인간 동물이 겪는 고통과 죽음에 공감할 수 있고 영향을 받는다면, 그것은 곧 서로가 서로에 대해 돌봄의 책임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영화는 인간이 결국 비인간 존재와 함께 공존한다는 감각을 되새기게 한다. 그리고 이 공존의 감각에서부터 출발해서 비인간 존재의 피해를 지속시키는 시스템을 멈추고 서로의 존재에 대하여 보다 더 적극적으로 책임지는 사회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지혜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인권해설

인간의 마음 – 아픈 기억으로 다른 세계를 만들려는 이들의 마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왜 이럴까. 가습기를 깨끗이 관리하려 했던 것뿐인 수천 명이 사망했다. 심지어 그로 인해 사망자는 20년 넘게, 지금도 늘어나고 있는데 공소시효가 만료되었다는 이유로 법원은 판매기업에 무죄를 판결할 수 있는 사회.1 이유 없이 죽임당한 개와 고양이 1,256구의 몸이 발견돼도 별일 없는 사회.2 생명이 귀하다는 것은 다툴 필요 없는 상식인 듯 보여도 실은 모든 생명이 귀하진 않은 사회가 바로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다. 이 세상의 기준으로 상정되지 않은 2등 시민과 동물, 자연의 고통과 죽음은 인정받지도, 아니 제대로 세어지지도 않는다. 이 세상의 규칙이 모두의 것이 아니라 소수/기득권을 위해, 생명보다 이윤을 중심으로 짜여 있기 때문이리라. 차별받고 아픈 존재로 내 마음도 아픈 것이 인간의 마음이라 믿는다. 그러나 너무 어려서부터 우리는 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자도생의 임무를 부여받기에 공감과 연민이라는 고통을 차단하는 법을 훈련하며 자라는지 모른다. 삼성전자 이재용이 감옥에 갔을 때 근심 걱정을 하는 풍경이 그리도 흔했던 건 단지 어이없는 일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그저 반영하는 것이었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숨을 쉬다가 죽고, 전 세계를 휩쓴 코비드 19의 백신이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여성의 부작용이 두 배 이상 많이 발생하고, 치사율은 10% 미만이지만 우유 생산이 덜 된다는 전염병 럼피스킨로 3천이 넘는 소가 ‘예방적’으로 살처분-이라는 이름으로 학살-되고 있다(2010~2020년 동안 7천만 명이 넘는 동물이 살처분되었다). 이런 세상에서 건강한 삶을 살아가려면 개인이 열심히 운동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고 마음을 잘 다스리면 되는 일이라는 건 거짓된 관념이다. 그래서 ‘건강’은 지극히 사회적이고 공동체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즉 건강한 사회에서 온전히 가능하다. 건강하고 안전한 삶과 재난과 참사가 반복되지 않는 사회를 위해서는 적당한 노동강도로 일하고 쉼이 가능한 일상이 ‘모두’에게 보장되는 체제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인간의 마음’ 마지막에 문장은 말한다. 참사는 기억되어야 한다고. 참사를 기억하지 않는 사회는 건강은커녕 우리 사회의 기준이 되지 않는 이들을 끊임없이 조용히 죽음으로 내몰고, 기억도 하지 않는다. 

어떤 죽음을 불운의 사고라고 할 때 ‘이 것은 참사입니다’라고 외치는 사람들, 어떤 죽음을 ‘인도적 도살’이라 할 때 ‘이것은 학살입니다’라고 외치는 사람들, 어떤 죽음을 ‘분쟁’이라 할 때 ‘이것은 인종청소입니다’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어떤 죽음, 어떤 너무 많은 죽음이 어디에서 오는지 해석하고 기억하고 또 애도하는 이들이다. 사실 모두가 소중한 존재이고 차별받지 말아야 할 존재라는 것을 사회구성원 모두가 인정한다면, 그래서 이 사회가 소수가 아닌 모두의 사회라는 것이 당연해진다면 우리에겐 인권이나 동물권이라는 어려운 말은 필요 없어질지 모른다. 지금도 곳곳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이 너무 슬퍼서, 재발하지 않도록 막고 싶어서 그 자리에 머무는 사람들이 모여서 참사를 기억하기 위해 애쓴다. 관련 없는 일로 남겨두지 않고 시간과 마음을 내어 함께 애도한다. 해석하길 포기하는 제도와 법, 사회에 맞선다. 그래서 말도 안 되는 세상의 한가운데에서도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감지할 수 있다. 이 희망을 쥐고 곁에서 함께 울고 함께 분노하고 함께 애도하자. 그렇게 다른 세계를 열어가며 함께 웃자. 

은혜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동맹 활동가
모두가 함께, 자신의 모습과 속도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바라며 기후정의 체제전환운동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1  지난 11월 9일, 대법원에서 기업의 배상 책임을 묻는 확정판결이 나왔다. 사건이 드러난 지 12년 만이다.
2  양평 개 학살 사건으로 지난 5월, 동물 범죄에 법정 최고형인 징역 3년이 선고되어 일각에선 떠들썩했으나 처벌의 수위도 적절치 않으며, 가해자 한 명에 대한 처벌로 그치고 사회적 논의와 구조적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임진평 감독


감독
임진평 Lim Jin-pyung

어린아이에게 동물원에 갇힌 동물을 구경시키는 건 교육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두 개의 눈을 가진 아일랜드>(2008), <우리 만난 적 있나요>(2009), <개와 고양이를 위한 시간>(2019) 등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두 편의 에세이를 썼고 한 편의 장편소설과 SF영화 시나리오를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