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끝에서 Anthropocene

임기웅 l 2023 l 다큐멘터리 l 70분 l 한국어 한국어자막해설

우리가 버린 쓰레기는 어디로 가는가? 폐지 줍는 사람과 선별장 노동자의 손끝을 따라 서울의 쓰레기가 도착하는 인천 수도권매립지까지 쫓는다. 그리고 도시개발의 욕망은 오랜 삶의 공간을 부수고 수도권매립지의 절반을 차지하는 건설폐기물을 남긴다.

시놉시스

우리가 매일 버리는 쓰레기는 어디로 가는가? 수도권에서만 매일 수만 톤의 쓰레기가 나오지만, 이 쓰레기가 어떻게 처리되는지는 대부분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일부 쓰레기는 선별 과정을 거쳐 재활용되지만 대부분은 소각 되거나 매립지에 묻힌다. 무관심 속에 방치된 쓰레기 문제. 수도권 매립지에서 직매립이 금지되는 시간 2026년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Synopsis

Where does the trash we throw away every day go?

Every day, tens of thousands of tons of waste are generated just in the Seoul Metropolitan Area, but most people don’t want to know how this trash is processed. Some waste is sorted and recycled, but the majority is either incinerated or buried in landfills. The issue of waste has been neglected amidst public indifference. There is not much time left until 2026, when direct landfilling will be banned at the 수도권 매립지 (Sudogwon Landfill/Capital Area Landfill).


| 흐르는 : 삶과 곁, 공존을 향해 |

감독 : 임기웅
제작연도 : 2023
장르 : 다큐멘터리
언어 : 한국어 한국어자막해설
상영시간 : 70분

상영일시 : 2025.12.6.(토) 오후 2:00
상영장소 : 영화공간 주안 3관

대화의 시간
임기웅 감독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창길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와 함께

작품해설

<문명의 끝에서>는 생활 쓰레기가 발생하고, 수도권매립지로 향하는 과정을 담은 1부 ‘서쪽 끝 쓰레기 도시’와 함께 주택재개발 등 개발 사업에서 쏟아지는 건설 폐기물을 다룬 내용인 2부 ‘나의 살던 고향은’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폐지 등 재활용품을 수집해 고물상에 파는 노인(자원재생활동가)의 모습으로 시작해 노인층이나 이주노동자 등 취약계층의 사람들이 주로 일하는 재활용 선별장 풍경, 해양 쓰레기로 어업이 어려워진 어민들처럼 사회적·지역적 약자의 모습을 그리며 쓰레기 문제는 거대 담론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의 삶터에서 벌어지는 지극히 지역적 문제라는 점을 보여준다.

2부는 쓰레기 문제에 주목하는 청년 예술가들이 화자로 등장해 이 문제가 지금을 사는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세대를 포함한 모든 세대의 일임을 알리고, 너무 쉽게 철거되는 도시의 건물들과 결국 그 폐기물을 떠안아야 하는 문제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문명의 끝에서>는 결코 누구를 가르치거나 훈계하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고 얘기한다.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것들을 드러내고 보여주며 생각하게 한다. 영화 속 청년 예술인을 통해 우리는 도시를 버리고 있다고, 재개발은 오랫동안 삶이 지속된 동네가 망가지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새로운 문명의 시작처럼 여겨지는 재개발 사업이 결국에는 엄청난 양의 건설 폐기물을 만들어내는 문명의 끝과 맞닿아 있다고 얘기한다. 우리 삶의 방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문명의 끝(쓰레기)은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김창길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인권해설

벤치 가운데 높이 솟은 손잡이, 기둥을 에워싼 어색한 문어발, 기둥과 기둥 사이에 놓인 화단. 홈리스 퇴거를 유도하는 ‘적대적 건축물’들이다. 이것들을 보여주며 홈리스의 머무를 권리에 대해 설명하던 중 한 청자가 말했다. 가난한 사람들이 왜 도심에 있어야 하나요? 시장 원리에 따라 저렴한 곳에 모여 살았으면 합니다. 그는 모를 것이다. 1킬로 100원 하는 박스를 백 번 모으고 포개 만원 버는 삶이 있다는 것을. 사무직이 출근하기 전 건물을 쓸고 닦는 노동자들이 첫차, 아니 심야버스 노선을 따라 월세 집을 구한다는 것을. 부잣집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인근 고시원을 얻어 출퇴근하는 노인들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이 노동이 도시를 움직인다는 것을.

콘크리트는 100년을 간다는데 콘크리트로 지어진 아파트는 30년을 가지 못한다. 한국의 아파트 평균 교체 수명은 2005년 기준 26.95년. 이는 미국 71.95년, 프랑스 80.23, 독일 121.3년, 영국 128.4년과 비교할 때 절반에서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국 아파트의 사용 연한이 유독 짧은 이유는 경제적 수명 때문이다. 보존보다 폐기가 싸다. 수리해서 다시 사용하는 것보다 전면 철거와 재건축이 더 많은 이윤을 보장하고, 30년이 넘은 주택은 안전진단 없이도 재건축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집을 지을 때 이러한 경제적 연한을 고려하기 때문에 건물은 언제나 새로 지어지고, 모든 것은 폐기 된다. 폐기되는 것은 콘크리트뿐 아니다. 이곳에 살아가던 사람들도, 건물도, 환경도 개발 앞에서는 수거 대상에 불과하다.

한국의 도시 발달 과정은 전면 철거형 재건축, 그리고 여기 이익이 결부된 사람들에 의해 결정됐다. 이들 토건 세력은 시간을 품은 도시를 낡은 것, 더러운 것으로 서슴없이 지목하지만 ‘재개발 사업 예정지’라는 사실이 마을을 낙후시키는 진짜 원인이 된다는 것은 말하지 않는다. 멀쩡하던 마을도 재건축이 시작되면 외지인들이 땅과 집을 쇼핑하고, 구청조차 마을을 관리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사라질 마을을 관리하는 것은 ‘매몰 비용’이기 때문이다. 계약이 끝날 때마다 세입자들이 쫓겨나고 나면 마을을 돌보는 사람도 사라진다. 땅과 집을 소유한 사람은 시세차익을 누리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떠난다.

주택과 땅 소유 여부를 따라 강물처럼 갈라진 이해관계를 타고 불평등도 확대됐다. 사람들은 노년기의 가난을 그의 평생에 대한 평가처럼 여기지만 어떻게 살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사실 ‘어디에서 늙는가’이다. 40%의 노인빈곤율을 가진 한국에서 늙을 예정이라면 누구든 40%의 확률로 가난에 빠진다. 빈곤이 개인의 책임이 될수록 지문이 닳도록 일해도 빈곤에서 탈출할 수 없는 노동만이 주어졌던 삶은 존재조차 지워진다.

재개발은 이들을 내몰고 감추는데 유능했다. 다양한 삶과 골목을 지우고 올라선 아파트는 높은 담으로 외부인을 차단한다. 커다란 주택단지를 빙빙 돌아야만 이동할 수 있는 구조로의 변화는 ‘낡고 더러운 옛날’과 ‘오늘의 발전’을 구분하는 기표가 되고, 이 변화는 우리의 내면 또한 잠식한다. 아파트에 자리를 내어준 옛 풍경이 삭제되기를 바라는 도시적 우생학으로, 가난한 사람과 장애가 있는 사람들, 비생산적 인구와 공간을 퇴출하고자 하는 ‘효율’의 추구로.

그래서 문제는 빈곤이 아니라 부다. 우리 도시의 황폐함은 자본과 시장의 실패가 초래했다. 이윤을 추출할 공간으로만 도시를 사고하는 사이 도시의 진짜 역할이 지워졌다.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날 가능성을 잃어버린 도시에서 우리는 연대를 찾을 수 있을까. 영화는 지금 내가 발 딛고 있는 현재가 아니라 여기서 밀려나고 버려진 것을 바라보는 데서 시작하자고 제안한다. 말끔한 도시에 서서 사라진 것들을 추적하는 여정은 추억이나 연민에서 시작하더라도 오늘을 직조한 치열한 이해관계와 부딪히지 않고 마칠 수 없을 것이다. 보존보다 폐기가 싼 세상에서 사라진 장소, 사람, 기억. 그곳에 우리가 대면해야 할 진짜 현실이 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에서 활동한다. 쫓겨난 이들의 기억을 따라 서울을 읽는 『가난한 도시생활자의 서울산책』을 썼다.

임기웅 감독

감독
임기웅 Lim KiWoong

서쪽 끝 도시에서 19살 공장노동자로 사회 첫발을 디뎠다.
 청년유니온 창립 때 청년 노동운동을 함께했으며 동시에 인천 지역 활동을 시작했다.
우리미술관 입주작가로 창작활동을 시작 <배다리 헌책방거리> <동구 안 숨바꼭질> 등 전시 했고 다큐멘터리 <숨은지혜찾기>  <문명의 끝에서> <야생동물통제구역>을 제작했다. 현재는 백령도에 대한 다큐를 기획중이다.

기획의도
쓰레기는 사회적으로 약자에게, 지역적으로 소외된 곳에 몰린다. 할머니, 할아버지, 외국인 노동자에게 전가된 쓰레기 처리, 그리고 육지의 대도시에서 생산된 쓰레기들을 처리해야 하는 해안가와 섬들. 우리는 제3세계 국가에서 코끼리와 소들이 쓰레기 먹는걸 보면서 충격 받고 공감하지만 내 옆 동네에 있는 거대한 매립지에서 쓰레기를 뒤지는 갈매기와 소각장 문제는 외면한다.  
내 이웃이 겪고 있는, 우리가 감각 할 수 있는 영역의 쓰레기 문제를 이야기해본다.

연출의도
우리가 매일 버리는 쓰레기는 어디로 가는가? 수도권에서만 매일 수만 톤의 쓰레기가 나오지만, 이 쓰레기가 어떻게 처리되는지는 대부분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일부 쓰레기는 선별 과정을 거쳐 재활용되지만 대부분은 소각 되거나 매립지에 묻힌다. 무관심 속에 방치된 쓰레기 문제. 수도권 매립지에서 직매립이 금지되는 시간 2026년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Credit

프로듀서 · 장광연
연출 · 임기웅
조연출 · 이민정
촬영감독 · 임기웅
촬영 · 정재영, 이민정
편집감독 · 임기웅
번역 · 노도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