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문화축제 방해 잔혹사: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경소영 | 2023 | 다큐멘터리 | 62분 | 한국어 한국어자막해설 |

2000년 서울에서 시작된 퀴어문화축제는 15년간 전국으로 퍼져갔다. 2014년 신촌에서 시작된 ‘동성애 반대’라는 교리로 무장한 개신교인들의 축제 방해 행동 역시 10년간 지속되었다. 이런 행위가 어떻게 조직되고 한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살펴본다.

Synopsys
Protestants armed with the ‘anti-homosexual’ doctrine began to interfere with the queer culture festival in Sinchon, Seoul, in 2014. Since then, anti-homosexual Protestants have been increasing year by year, interfering with the queer culture festival. We look back on how the anti-homosexual act of queer culture festival has affected Korean society, including LGBTQ people, over the past decade.

It is necessary to show their history over the past decade and ask whether their actions are acceptable in Korean society. In that respect, this work asks questions to those who have reserved or negative views on LGBTQ people.

Despite several acts of sabotage, queer culture festivals are steadily expanding across the country, including Seoul. After all, this documentary shows that LGBTQ people are also citizens to live with, and Korean society is also moving toward respecting the human rights of minorities, albeit slowly.

| 높낮이 없는 새땅 |

퀴어문화축제 방해 잔혹사: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감독 : 경소영
제작연도 : 2023
장르 : 다큐멘터리
언어 : 한국어 한국어자막해설
상영시간 : 62분

상영일시 : 2024.11.30. (토) 오후 8:00
상영장소 :
영화공간 주안 4관

대화의 시간
경소영 감독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과 함께



작품해설

2000년 서울 대학로에서의 첫 퀴어문화축제를 즐겼던 70여 명이 해를 거듭하면서 수만 명이 서울 도심을 행진하게 되었고, 축제의 장소도 전국으로 퍼져갔다. 영화는 퀴어문화축제가 많은 이들의 축제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등장한 개신교의 ‘잔혹한’ 축제 방해의 기록과 그럼에도 당당하게 맞서고 서로에게 버티는 힘이 되어주는 전국의 퀴어문화축제 기획단의 목소리를 담았다.

2014년 서울 신촌에서 혐오로 무장한 개신교인 수천 명이 퀴어 퍼레이드 행진을 막았다. 이후 다양한 형태로 ‘반동성애’를 설파하며 주류 교회와 교단까지 가담하여 퀴어문화축제의 맞불집회를 열었다. 물리적 폭력도 서슴지 않고 혐오를 드러내던 이들이 이제는 퀴어축제를 따라 하며 사랑으로 포장하고 있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라는 계명은 타인도 나와 같은 존엄한 존재로 대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웃을 사랑하지 않는 교회는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며 혐오와 배제를 설교하는 교회가 되었다. 영화는 너무나도 유명한 이 계명을 통해 기독교의 본모습이 사랑과 환대의 교회이며, 평등한 관계야말로 기독교의 실천임을 전한다.

넝쿨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인권해설

“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는 혐오표현(hate speech)가 아닌 진정한 사랑의 표현(love speech)이다.”

11월 15일, “2024그리스도 평등주간 따뜻한 소란, 평등한 우리”의 프로그램 중 하나로 ‘차별금지법 진짜 바로알기 아카데미’가 열렸다. 차별금지법 반대진영에서 긴 시간 아주 열심히 진행하고 있는 그들의 차별금지법 반대 강연 제목의 “바로알기”라는 이름을 되찾아오고자 했다. 이 글의 첫 문장은 그 강연을 준비하면서 발견한 저들의 언어이다. 이건 혐오가 아니다 사랑이다. 이 작품 <퀴어문화축제 잔혹사 :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에도 계속 따라오는 주장이다. 사랑, 그들에게 사랑은 무엇인가.

<퀴어문화축제 잔혹사 :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보수개신교의 퀴어문화축제 방해를, 반동성애 행보를 고발한다. 그들은 어떻게 조직적으로, 그리고 집요하게 성소수자와 성소수자 곁에 서는 사람들의 마음을 할퀴고 다니는지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들의 기억 저편의 한 번쯤 경험했을 퀴어문화축제에서의 부정적인 기억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그 속에서 그 움직임에 균열을 내고자 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주목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인터뷰이들도 입을 모아 첫 번째 조직적인 퀴어문화축제 방해의 시작이었다고 지목하는 2014년 신촌에서의 서울퀴어문화축제. 그 자리에는 임보라 목사님이 있었고 자캐오 신부님이 있었다. 10년이 흐른 지금, 서울퀴어문화축제에는 10년 전과는 비교도 안 되게 많은 사람들이 축제를 즐기러 온다. 그사이 축제는 전국으로 확대되어 날이 따뜻한 계절에는 매달 어디선가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는 목회자들을 위축시키려 하였지만, 쫓아내려 하였지만 무지개 스툴을 걸치고 축제에 오는 목회자의 숫자는 늘어났다. 보수개신교는 우리의 존재를 방해하는 데 실패했다.

어떤 운명 같은 것이었을까. 마침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2024년 초부터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네트워크와 함께 평등신호등 사업을 기획했다. 교회 안에서 들리는 차별금지법, 성소수자와 관련한 이야기들을 수집하고 언어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설명과 답변, 언어를 제공하는 자료집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윤곽을 잡고 설문조사가 한창이던 10월 27일, 서울 일대에서 대규모 반동성애 교회세력의 집회가 열렸다. 많은 사람들이 상처받았고 특히 교회 안의 성소수자와 성소수자 앨라이들이 절망했다. 한편, 교회가 이래서는 안 된다는 입장 발표와 평등한 세상을 바라는 페미니즘 기도문 발표와 같은 움직임이 이어졌다. 그 안에 균열을 내고자 하는 이들의 움직임은 이미 시작되었다.

장예정 신을 믿는 인권활동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

인권해설

지난해, 충남지역에서 보수단체들의 성평등·성교육 도서 폐기 요구에 동조하여 지자체가 이들 도서에 대해 열람 제한을 지시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각 지역 교육청을 비롯해 서울, 경기, 부산, 대구, 인천 등의 지자체 운영 공공도서관에서 성평등·성교육 도서 열람을 제한하는 차별 행정이 진행되고 있었음을 전국에 걸쳐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폐기로 논란이 되었던 경기도교육청의 2천5백여 권의 성평등 도서 폐기 사태 역시 전국적인 도서 폐기 사태의 일부였다. 많은 이들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었는가’ 반문하지만 성소수자들에게는 그리 낯선 일이 아니다.

이는 보수개신교세력을 중심으로 동성애 혐오에 기반하여 성별이분법,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려는 일련의 맥락 속에서 이어져 온 흐름 위에 있다. 영화에서 보듯 2014년 신촌에서부터 집단으로 등장한 보수개신교세력은 이후 조직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축제를 훼방 놓아 왔다. 축제뿐만 아니라, 2014년 ‘성평등기본법’ 명칭이 ‘양성평등기본법’으로 변경되었던 일, 2022년 교육과정 개정에 ‘성소수자’, ‘재생산’, ‘섹슈얼리티’, ‘성평등’ 용어가 삭제되었던 일, 차별금지법 반대와 학생인권조례 폐지의 흐름과도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방해 행동은 단순히 어긋난 믿음에 의한 개개인의 돌발행동이 아니었다. 자신들의 세를 결집하는 조직화의 수단이었고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하나의 ‘의견’으로 수렴시키는 과정이었으며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세력으로써 가시화하는 장이었다. 혐오와 차별을 이용해서 세력을 키우고 영향력을 넓혀온 이 과정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층층이 쌓아 올린 세력화의 과정을 통해 현재 보수개신교세력은 지역의 풀뿌리를 기반으로 더욱 세밀한 전략으로 혐오 공작에 나서고 있다. 숫자로 떼를 쓰는 방식에서 민원의 형식을 갖추고, 종교세력이 아닌 학부모라는 이름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보수개신교라는 이미지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시도로 전략에 변화를 꾀했다. 학교 구성원의 당사자를 점하여 학생인권조례에 개입하고 성교육과 성평등에 문제제기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듦과 동시에 정작 가장 중요한 학생/청소년의 목소리를 지우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섹슈얼리티를 억압하고 성교육을 위축시키면서 사회 전체에 성평등의 가치를 부정하는 흐름을 강화해 가고 있다.

성평등 도서 퇴출은 그 일례로서 교육의 영역에서부터 성소수자를 뿌리째 삭제시키려는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그로부터 지역, 성소수자, 어린이/청소년, 여성, 검열 등, 이 모두가 엮여 지금 한국사회에 후퇴하는 성평등의 현주소로서 함께 돌파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보수개신교세력이 혐오를 펼치는 이 현장에 이제는 정치인들까지 스스럼없이 동조하여 도서 퇴출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평등여지도팀에서는 현재 각 지역에서 일어나는 성평등 도서의 문제를 반차별의 관점에서 각 지역, 영역의 사안들과 연결하여 살피면서 공공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차별의 문제를 함께 돌파하고자 활동 중이다. 현재 경기도 교육청 성평등 도서 퇴출, 충남 도서관 조례 개악안에 함께 대응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전국적으로 성평등이 화두가 될 수 있는 움직임을 만들고자 고민하고 있다.

<퀴어문화축제 방해 잔혹사>는 한편 우리 운동의 성장을 반추하게 한다. 퀴어문화축제를 통해 스스로를 가시화하고 평등의 가치를 확산하는 움직임 속에서 보수세력의 방해 행동도 시작되었다. 지난 10월 27일 동성애를 앞세운 연합예배와 같은 혐오 공세 또한 차별금지법 투쟁에서부터 건강보험 피부양 자격 승소, 혼인평등 집단 소송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키워온 힘과 성취에 따른 위기의식에서 비롯한 것이다. 비록 아프고 다쳤지만 우리는 축제를 포기한 적 없으며, 혐오로부터 등 돌리지 않고 꿋꿋이 마주하며 평등을 외쳐왔다.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하는 폭력에 물음을 던지면서 종교계에 자성의 목소리를 일깨우기도 했다. 길은 우리가 내어왔고 변화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영화의 부제인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을 달리 표현할 수 있다면 평등이 아닐까 싶다. 평등을 실천하며 곁을 넓혀온 우리는 이미 뜨겁게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이 뜨거움으로 이 사회에 혐오가 아닌 평등의 가치가 더욱 다채롭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함께 행동을 모색하자!

지오 활동가이기 전에 사람으로 살고 싶은 이




감독
경소영 Gyeong So-yeong

15년차 다큐멘터리 제작 PD입니다. 인권, 종교, 언론 분야에서 영상을 주로 만들어 왔습니다. 저는 타인의 삶에 관심이 많습니다. 다큐 피디의 길은 제겐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한 감독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들의 목소리로 그들의 삶을.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다큐멘터리다.’ 아마 저는 평생 이 문장을 잠언처럼 여기며 살아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연출의도

혐오 세력이 된 극우 개신교에 맞서 ‘사랑’을 외쳐 온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개신교에서 말하는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돌아보게 하고자 한다.

기획의도

반동성애 개신교인들의 반대 행위는 어느 단체가 주최했는지, 주도하는 이들은 누구인지,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어떻게 반대 행위를 하는지 등 그 역사와 맥락, 활동을 깊이 있게 다룬 사례가 많지 않았다. 

지난 10년간 이들의 역사를 망라해 보여 주며, 이들의 행위가 현재 한국 사회에서 용인될 수 있는 것인지 고민거리를 던질 필요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작품은 성소수자에 대해 유보적인 혹은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은 숱한 반대에도 굴하지 않고 소수자의 인권을 위해 노력해 온 사람들이다. 서울, 인천, 춘천, 광주, 경남, 제주 등 전국 퀴어 문화 축제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을 만나, 축제 당시 상황과 감정, 이들이 바라보는 기독교에 대한 시각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