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서다 Stand With

심상범 l 2017 l 다큐멘터리 l 50분 l 한국어 한국어자막해설

학교가 끝나면 아이들은 기차길 옆 작은학교에서 이모·삼촌들(선생님들)과 일상을 보낸다. 서로 곁이 되어 상처를 나누며 세상 속에서 자신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마음의 힘도 키운다. 1987년 인천 만석동 골목 허름한 집 이층에서 시작된 30년의 시간을 담았다.

시놉시스

기차길 옆 작은 학교에 다니고 있는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작은학교에 모여 이모삼촌들과 기초학습도 하고 함께 하는 놀이등을 하며 지낸다. 아이들은 함께 보내는 일상을 통해 서로의 상처를 나누고 마음의 힘도 키우며 함께 성장해가고 있다.

Synopsis

The children who attend ‘Gichagil Little School’ gather there after regular school to study the basics with their “aunts and uncles” (teachers) and spend time playing together. Through the everyday moments they share, the children open up about their wounds, build emotional strength, and grow together.

| 서른 번째 겨울이 만나는 봄 |

감독 : 심상범
제작연도 : 2017
장르 : 다큐멘터리
언어 : 한국어 한국어자막해설
상영시간 : 50분

상영일시 : 2025.12.4.(목) 오후 7:40
상영장소 : 영화공간 주안 4관

대화의 시간
심상범 감독
김재양 기차길옆작은학교 상근이모
박하늘 기차길옆작은학교 삼촌
신석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와 함께

작품해설

2017년, 좁은 골목길 다닥다닥 붙은 판잣집들이 모여 있는 가난한 마을 만석동에 기차길옆작은학교가 자리한 지 30년이 되었다. 1987년 ‘기차길옆아가방’이었던 이곳에 온 초등학생 아이의 ‘나를 위한 곳이 필요하다’라는 요청에 응답해 ‘기차길옆공부방’이 되었고,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그리고 청년들도 함께하는 공간이 되었다.

<곁에 서다>는 30년을 한결같이 이어온 아이들과 이모·삼촌들(선생님들)의 하루하루의 일상을 담았다. 공부도 하고 놀고, 글을 쓰고 공연을 준비하는 하루는 서로의 상처를 돌보기도 하고 협업의 어려움과 기쁨이기도 하고 갈등과 화해이기도 하다. 그렇게 쌓인 하루들은 아이들이 세상 속에서 자신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마음의 힘도 키우는 시간이 된다. 공부방 이모·삼촌들은 아이들을 존중하며 소외당하고 상처 입은 마음의 곁을 지키면서 자신들 역시 아이들과 일상으로 삶의 힘을 얻는다.

작은학교에서 익힌 관계와 삶의 태도는 졸업 이후에도 이어진다. 누군가는 다시 아이들의 이모, 삼촌으로 곁을 지키고 또 누군가는 자기 삶의 가장 중요한 장소로 기억하며 살아간다. <곁에 서다>는 작은학교에서 일상을 보내는 아이들과 어느새 자라 이모·삼촌이 된 아이들 그리고 작은학교를 시작한 이모·삼촌들의 이야기를 잇고 중첩하며 30년의 시간 동안 서로의 곁을 지킨 힘을 관객들에게 전한다.

신석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인권해설

두 작품의 줄거리를 한 줄로 표현한다면, ‘그곳이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가 아닐까. 나에게도 ‘그곳’이 있다. 청소년자립팸 이상한나라. 시설로부터 쫓겨났거나 스스로 시설을 거부했던 탈가정(가출) 청소년들과 함께 일군 작은 피난처. 길어야 2년 남짓 지낼 수 있는 임시 주거공간이었고, 8년 정도 운영되다가 지금은 사라진 공간이지만, 그곳에서 일했던 3년의 시간을 설명할 때마다 나는 ‘세상 사는 방법을 자립팸에서 배웠다’라고 말한다. 부끄럽게도 기차길옆작은학교(이하 작은학교)의 이모․삼촌만큼이나 두터운 곁이 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기다리고, 응원하고, 힘든 시간을 함께 견디고, 서로를 반기고, 편이 되어주는” 관계를, 그리하여 “힘없는 사람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용기 있게 꿈꿔본 시간이 나에게도 있었다. 1987년부터 작은학교가 가꿔온 38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내 마음을 겹쳐보게 되는 이유다.

인생은 결국 이야기다. 작은학교의 구성원은 글을 짓고, 공연을 짓고, 세계를 짓는 사람들이다. 인권이란 ‘누구나 자기 서사의 주인공이 될 권리’다. 세상이 강요하는 각본에 자신을 끼워 맞추지 않고 이야기를 흔들고, 부수고, 다시 쓰는 과정이 곧 나답게, 우리답게 사는 방식일 것이다. 가난을 게으름이나 부끄러움과 연결하는 낡아빠진 이야기는 여전히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을 한없이 움츠러들게 만든다. 그러나 가난을 겪어본 사람은 안다. 가난 속에서도, 가난하기 때문에 지켜낸 위엄이 있다는 것을. “우리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는 용기”는 단순한 의지가 아니라, 서로 어울리고 보살피며 삶의 흔적을 쌓아온 치열한 시간에 근거한다. 쉽사리 폄훼되고 가려지는 시간을 기록하여 “역사를 쓰기 위해” 공연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을 것이다.

무수한 돌봄으로 가득 찬 ‘작은학교’라는 세계를 짓는 동안 얼마나 많은 다툼, 갈등, 번민, 고꾸라짐이 있었을까. 영화에서는 그려지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할 이 세계의 그림자를 짐작해 본다. 돌봄은 매끈하게 예쁜 것이 아니라 “싸우더라도 풀고 마음을 나누는” 지난한 여정의 반복에 가깝다. 다른 사람과 합을 맞추지 않고서는 공연을 무대에 올릴 수 없다. 30년 동안 해마다 이어온 공연 준비 과정은 서로의 소리를 듣고, 기다리며, “누구 하나 똑같을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상의 훈련이었을 것이다. 고단하더라도 더 옳다고 믿는 가치를 매번 선택해 온 사람들만이 간직할 수 있는 평화, 기쁨, 희열의 순간이 있다. 힘들 때마다 꺼내어 매만질 수 있는 아름다운 기억이 사람을 부축해 일으키고, 기어코 살아가게 한다.

삶은 언제나 운동보다 크다. 노동자와 빈민을 사회변혁의 주체로 조직하기 위해 만석동에 둥지를 틀었던 큰삼촌 최흥찬은 “(아이들이) 어떤 길을 가든 그냥 묵묵히 지켜봐 주는 것, 옆에서 손잡아 주는 것, 곁에 서 있는 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임을 깨닫는다. 나는 그의 실천이 만석동의 어린 존재들에게 ‘중력’을 부여하는 일이라고 믿고 싶다. 학교나 가정에서 존재감을 잃고 부유하는 이들에게 “끝까지 놓지 않겠다는” 유대의 끈을 단단히 동여매는 장소. “두 발이 동시에 뜨면 안 돼. 한 발은 항상 땅에 붙어 있어야 돼.”는 인형극 조작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에도 적용 가능한 조언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중력을 부여해 주는 ‘그곳’이 있어야 한다. 우리를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곁에 있는 사람이다.

한낱

‘인권교육센터 들’,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에서 주로 활동한다. 돌봄과 인권으로 지은 집과 사회가 모든 인간에게 보장되는 세상을 앞당기고 싶다.

심상범 감독

감독
심상범 Sim Sangbeom

인천 동구 만석동에 있는 ‘기차길옆작은학교’에서 대학 3학년이던 1990년부터 일하고 있다. 2007년부터 작은학교의 일상을 담는 영상 작업을 해오고 있다. 지금은 재개발로 2~3년 후면 사라질, 화수동과 그 안의 사람들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일을 하고 있다.

기획의도
2017년은 기차길 옆 작은학교가 인천에서 가장 가난한 마을 중의 하나인 만석동(괭이부리말)에 들어선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1987년 봄 만석동 길가 허름한 집 이층에서 시작한 기차길 옆 작은학교는 오랜 시간 동안, 소외 받고 상처 입은 아이들의 따뜻한 친구로 흔들림 없이 그 자리를 지켜왔다. <곁에 서다>는 아이들과 이모삼촌들(선생님들) 80여명이 기차길 옆 작은학교에서 보내는 하루하루의 일상에 녹아있는, 지난 30년의 시간과 그 의미를 담으려 했다.

연출의도
‘기차길 옆 작은학교’의 아이들과 이모·삼촌들은 학교가 끝난 뒤 한 공간에 모여 공부도 하고 놀고, 글을 쓰고 공연을 준비하며 하루를 함께 채워간다. 특별할 것 없는 이 일상 속에는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마음을 키워가는 조용한 치유와 성장이 담겨 있다. 이 다큐는 작은학교가 만들어내는 공동체의 힘을 기록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