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유성기업은 납품처인 현대자동차의 지시에 따라 노조파괴를 시작한다. 용역의 폭력과 노조원들에 대한 차별, 징계, 고소·고발이 일상이 되어버린 일터에서 2016년, 노동자 한광호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남은 동료들은 더 이상의 비극을 막기 위해 긴 싸움을 이어간다. 어렵고 힘든 싸움이지만 동료의 손을 놓치지 않고 자신들의 삶을 ‘사수’하기 위해, 오늘도 그들은 길을 나선다.
[폐막작]
사수
For Dear Life
감독 : 김설해, 정종민, 조영은
제작연도 : 2018
장르 : 다큐멘터리
나라 : 한국
언어 : 한국어/ 한국어자막/ 영어자막
상영시간 : 103분
상영일시 : 2018.11.22(목) 11.24(토)
상영장소 : 영화공간주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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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해설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2011년, 노사협상을 통해 산재의 원인이 되고 몸을 병들게 하는 심야노동을 거부하고 주간 연속 2교대제를 시행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자 원청인 현대자동차는 유성기업 유시영 회장 및 창조컨설팅과 공모해 노조파괴에 나선다. 기업노조가 만들어지고 금속노조에 가입한 조합원들에 대한 차별과 징계, 고소·고발 등 직장 내 괴롭힘이 이어지자 노동자들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다. 결국 2016년 노동자 한광호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지고, 동료들은 그의 죽음에 대해 온전히 슬퍼할 시간조차 갖지 못한 채 싸움을 이어간다. 어렵고 힘든 싸움이지만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동료의 손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자신들의 삶을 ‘사수’하기 위해 계속해서 싸워나간다.
희우 인천인권영화제 반디활동가
인권해설
노동자의 시간은 자본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 살아가는 하루하루다. 단 일분일초도 자본에 전유될 수 있는 시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며, 노동력은 노동자라는 인간 존재로부터 분리해 팔 수 있는 상품이 아니며, 인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의 시간은 자본의 이윤과 직결된다. 하루 14시간에 이르는 지속된 장시간 노동과 심야노동, 그렇게 노동자의 생명을 갉아먹은 시간은 자본의 이윤으로 쌓였다. 노동자의 시간이 자본의 전유물이 되는 동안, 노동자는 그 생명을 단축해 가며 이윤을 벌어주는 기계일 뿐이었다.
‘노동자는 올빼미가 아니다’라는 선언, 유성기업 투쟁의 시작은 그것으로부터의 단절이었다. 심야노동과 산업재해가 노동자들의 목숨을 빼앗아 가던 시간과 단절하고자 하니, 이제는 노동조합을 파괴하기 위해 다시 폭력을 행사하고 노동자의 목숨을 빼앗아 간다. 원청 대기업에서부터 시작되는 민주노조 파괴의 흐름, 노동자들의 시간은 여전히 전쟁과 같은 아우성 속이다. 한광호 열사를 보내고, 다음이 있을까 봐 무섭다는 말, 그 말조차 꺼내기가 무서워 하루하루 동료의 얼굴을 살피며 힘겹게 한발 한발 내디뎌 온 날들. 죽음이 죽음을 부르지 않도록, 더 싸워야 했고, 더 힘을 내야 했던 시간은 아직 지속되고 있다.
이들은 왜, 해고와 폭력, 일터에서의 괴롭힘, 손배 등 각종 소송에 시달리면서도 끝까지 노동조합을 지키고 있는가. 때로는 열사라는 이름으로 남거나, 열사라는 이름으로 동료를 떠나보내기도 해야 하는데 말이다. 비단 한광호 열사만이 아니다. 30년 민주노조의 역사 속에 열사로 기록된 이름들이 우리 곁에 켜켜이 쌓여왔다. 그 모두가 각각의 삶에 아픔과 상처로 새겨진다. 다가서지 않으면 결코 볼 수 없는 상처들, 다가서도 쉽게 내비치려 하지 않는 상처들. “민주노조”가 노동자에게 무엇이길래, 이렇게 긴 시간을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버텨내고’ 있는가.
사실, 이 질문은 다른 방식으로 던져져야 한다. 자본은 왜 노동조합을 치를 떨며 거부하는가, 왜 민주노조 조합원을 폭행하고 해고하며, 때로는 목숨까지 빼앗아 가는가. 극히 일부 기업가의 이윤을 위해 다른 이의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 허용될 수 있는가. 이렇게 질문을 던질 때 답은 간명해진다. 왜 노동조합을 하는가에 대해 이해를 구하기 위한 긴 설득을 할 것 없이, 노동조합은 자본의 이윤추구가 마냥 무한대로 허용될 수 없기에, 그를 제어하고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 인간으로서의 생활을 지키기 위한 힘으로 당연히 존재한다.
그러나 돌이켜, 우리는 ‘왜 노동조합을 하는가’라는 질문에서도 당연함과 자연스러움을 발견해야 한다. 자유와 평등, 권리를 향한 당연한 발걸음이 노동자에게는 ‘노동조합’이라는 답. 그 답을 얻기 위해, 아직 우리는 생명을 내던져 싸워야 할 것투성이인 세상에 살고 있다. ‘생명’의 ‘무게’에 한없이 가벼운 가치를 매기는 자본의 세상에서, 노동자의 시간이 자본에 먹히지 않도록. 그 싸움을 온 삶으로 헤쳐나가고 있는 것이 유성기업의 투쟁하는 노동자들이며, 이 땅의 모든 투쟁하는 노동자들임을 기억하자.
엄진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
누구나 건강하고 안정된 일자리를 가질 권리가 있고,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는 권리를 빼앗고 노동과 삶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모든 것에 맞서,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숨 쉬고 살아가는 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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