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 홈 (Second Home)

세컨드 홈 Second Home 스크린샷

17년째 한국에서 살고 있는 까우살은 미등록 이주노동자이다. 얼마 전에 결혼한 까우살의 아내 누스랏은 한국에서 짧은 신혼생활을 보내고, 혼자 방글라데시로 돌아간다. 한국을 떠나지 못하는 까우살에게 ‘Home’은 어떤 의미일까.



[경계, 공존의 조건을 되묻는다 – 이주인권]

세컨드 홈
Second Home

감독 : 섹 알 마문
제작연도 : 2018
장르 : 다큐멘터리
나라 : 방글라데시/ 한국
언어 : 한국어/ 방글라데시어/ 한국어자막/ 영어자막
상영시간 : 25분

상영일시 : 2019.11.24(일) 13:20
상영장소 : 영화공간주안 3관



작품해설

산업연수생으로 처음 한국에 와서 17년째 살고 있는 까우살은 미등록 이주노동자이다. 한국에 온 신부 누스랏과 까우살은 함께 하는 삶을 원하지만 한국에서 함께 일상을 꾸릴 수 없다. 한국의 부당한 제도 때문에 ‘미등록’ 상태가 되어버린 까우살은 언제든지 추방당할 수 있는 불안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누스랏은 짧은 신혼생활을 끝낸 후, 혼자 방글라데시로 돌아갔지만, 까우살은 여전히 한국에서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더 나은 삶을 원하기에 17년째 한국에서 삶을 일구어 왔고 이제 한국이 자신의 ‘HOME’이라는 까우살은 “왜 한국을 떠나지 못하는 걸까, 왜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지?”라고 계속 질문하는 우리에게 되묻는다. “HOME의 의미는 무엇일까, 나의 HOME과 당신의 HOME은 다른 것일까?” 이주노동자들에게 공존의 삶을 기획할 가능성조차 차단하고 마는 ‘한국(인)’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수진 반디활동가


인권해설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내 주변의 미등록 거주를 하고 있는 친구들이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유가 뭘까. 솔직히 고백하자면 물어보기도 했었다. 왜 돌아가지 못하는 거냐고. 가족들과 떨어져 있는 삶, 언제 단속될지 모르는 삶. 마음 놓고 거리를 돌아다니지도, 억울한 일이 있을 때 경찰서나 노동청도 마음 놓고 이용하지 못하는 그들의 모습은 불안하고 위태로워 보였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삶을 담은 <세컨드 홈>을 봤을 때도 사실 나의 마음은 이 주인공은 왜 본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건가에 의문을 가지며 보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감독이 포착한 주인공의 삶, 주인공의 인터뷰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따라가면서 감독과 주인공의 질문은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 역시 서서히 그 질문에 공감하고 있었다. 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 남으면 안 되는가.

한국에 사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되어버린 이에게 왜 ‘불법’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사회의 공공의 적이 되도록 몰아세우며 이들이 존재했던 터전에서 쫓아내려고 하는 걸까.

정부는 ‘불법체류자 비율’에 대한 목표치를 설정하고 매년 주기적으로 출입국외국인청과 경찰청은 미등록이주노동자 합동단속을 실시하며 단속성과를 ‘국민들’에게 홍보한다. 하지만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대단히 특별한 장소에서 비밀스럽게 ‘범죄’를 저지르다가 단속되는 것이 아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단속된다. 늘 했던 노동을 하다가, 늘 하던 식사를 하다가, 늘 있었던 일터에서 늘 거주하던 삶터에서 단속을 당한다.

영화는 미등록 이주민인 주인공의 노동, 조금은 다른 형태의 결혼과 어쩔 수 없는 작별, 아찔했던 기억과 미래에 대한 먹먹함까지 밝은 톤으로 담담하게 담아냈다. 하지만 어쩐지 이 담담함은 자신이 선택한 일터와 삶을 지키기 위한 거대한 도전이자 투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그 속에는 우리 모두의 삶의 면면들을 담겨져 있다. 노동자들의 해고 투쟁, 철거민들의 주거 생존권 투쟁. 꼭 투쟁이라는 명칭을 부여하지 않더라도 우리 모두도 합리성이나 이성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사회가 강제하는 규범이나 ‘정상성’에서 벗어나기도 하면서 우리의 일터와 삶터를 지켜내기 위해서 하루하루를 도전하고 있지 않던가.

주인공의 삶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한 이들은 우리가 함께 도전하고 싸우며 이뤄내려고 하는 것들이 서로 다르지 않음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한국이주인권센터에서 명확한 권리가 있음에도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이주민들의 권리 찾기 활동을 주로 하다가, 최근에는 명확한 권리를 부여받지 못한 이주민들의 권리 찾기 활동을 주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