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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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아영 | 2023 | 다큐멘터리 | 85분 | 한국어 한국어자막 한국수어 자막해설 |

평일 아침 8시, 지하철 승강장에 매일 장애인과 동료시민들이 모인다. 출근길 지하철에 올라탄 이들은 시민들 앞에 등장한다. 이동하지 않는 지하철 속 누군가는 침묵하고, 누군가는 욕하며, 누군가는 박수를 친다.



| 싸우는 몸 |

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

감독 : 민아영
제작연도 : 2023
장르 : 다큐멘터리
언어 : 한국어, 한국어자막, 한국수어, 자막해설
상영시간 : 85분

상영일시 : 2023.11.18(토) 오후 4:20
상영장소 :
영화공간주안 4관

11월 18일(토) 오후 4시 20분 <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 상영 후
민아영 감독, 이형숙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희우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와 함께
대화의 시간을 진행합니다.




작품해설

출근 시간의 지하철은 목적지를 향해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로 빽빽하게 들어찬다. 시간도 공간도 여유 없이 이동해야만 하는, 갈 곳이 있는 사람들의 시간에 장애인이 들어서자 한 치 오차도 없이 움직여야 하는 시간이 멈춘다. 카메라는 아주 잠깐의 지체도 용납할 수 없다며 탑승을 거부하는 비장애인의 시간과 일상에 균열을 내는 이들을 담는다. 한 시민은 외친다. 왜 우리한테 이러는 거냐고.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를 향해 가야 하는 ‘우리’ 안에 장애인은 없다. 누구도 그들의 목적지를 묻지 않는다. 그저 내리라고 종용할 뿐 장애인을 위한 시간과 공간을 내주지 않는다.

매일 아침 그들이 멈춰 세운 것은 장애인만 두고 떠나려는 차별적이고 불합리한 열차였다. 누군가는 장애인이라고 해서 집 안에 살아야만 하냐는 질문에 고개를 젓지만, 실제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라는 말에도 고개를 젓는다. 그래서 장애인과 동료 시민은 매일 아침 지하철을 탄다. 자신의 손으로 장애인이 갈 수 있는 길을, 누구나 갈 수 있는 길을 내기 위하여.

희우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인권해설

2001년 오이도역 참사 이후 한국 사회 우리의 삶 속에 처음으로 ‘이동권’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장애인당사자 한명 한명이 스스로 권리를 선언했다. 다른 누군가가 손에 쥐여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움켜잡아야 했고 서로가 손을 맞잡고 거리에 나가 외쳐야 했다. 장애인도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동권이 그렇게 이 땅에 처음으로 울려 퍼졌다. 장애인이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사람이 살아가기 위한 관계를 맺고 자신이 속한 사회의 곳곳을 누빌 수 있는 것, 그 기본을 만드는 것이다. 이동권 선언 당시인 2001년, 전체 등록장애인의 70.5%가 한 달에 다섯 번도 외출하지 못하던 실정이었다.

2005년에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하 교통약자법)이 제정되었고 ‘이동권’이라는 말이 백과사전의 신조어로 등록되기도 한다. 교통약자법 제3조(이동권)에는 ‘교통약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교통약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동권은 보편의 권리이다.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과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갈 수 있는 길은 곧 누구나 갈 수 있는 길이다. 20년 동안의 장애인이동권 투쟁은 그러한 가치의 길을 만들어왔다. 지하철, 버스 같은 대중교통 수단에서 정작 ‘대중’에 속해지지 않았던 자들이 외쳐서 온 길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장애인의 이동은 생존 투쟁이 되고 있다. 수도권이 아닌 지역으로 갈수록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동하면서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도 여전한데 전국 지역 간의 이동권 차별을 없애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큰 과제인 셈이다. 이 문제가 결국 생과 사의 경계가 되기도 한다는 점을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지금 우리가 말하는 ‘살고자 하는 목소리’이기도 하다.

‘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는, 지하철 선전전에 탑승하는 이형숙 대표님의 인사말이기도 하다. 이제 이 찬란하고 치열한 우리의 안부 인사에 당신은 어떤 얼굴로 마주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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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노들야학에서 동료들과 함께 아침에는 지하철, 저녁에는 버스를 탑니다.



민아영 감독


감독
민아영 Min Ah-young

장애인권운동 현장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으며, 운동이 개인의 일상에 어떤 의미와 변화를 만들어 내는지에 대해 집중하고 있다. 주로 탈시설하여 자립생활하고 있는 장애인의 일상과 그를 둘러싼 지역사회를 기록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다.

<파리행 특급 제주도 여행기>(2020), <희망의 기록>(2021), <권리를 잇는 노동자들>(2022) 등을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