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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존을 위한 연대 |

열음지기
열음지기

감독 : 문정현
제작연도 : 2024년
장르 : 다큐멘터리
언어 : 한국어 한국어자막해설
상영시간 : 49분

상영일시 : 2024.11.30. (토) 오후 6:40
상영장소 : 영화공간 주안 3관

기획의도

소농은 자연자원의 30%만을 쓰고 인류 먹거리의 70%를 생산한다.
산업농은 자연자원의 70%를 쓰고 인류 먹거리의 30%를 생산한다.
세계화에 맞서는 소농은 대규모 산업 농업이 환경, 경제,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비판하며, 지역과 공동체, 인간과 자연 생태계 사이의 조화로운 관계를 회복시킨다. 기후위기로 농사에 위기를 맞고 있는 경북 상주의 김정열 열음지기(농부)의 토종씨앗을 지키고 나누는 활동을 보며 식량주권이란 무엇이고 또 어떻게 지킬 수 있는지 고민을 던져준다. 그리고 언니네 텃밭은 대규모 기업형 농사로 망가진 땅을 살리고 종의 다양성을 지키는 농사로 지속가능한 농업과 농촌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역의 대안공동체를 만들고 도시 소비자와의 연대를 통해 다음 세대의 건강한 먹을거리와 생산기반까지 함께 만들고 있는 언니네 텃밭의 활동을 통해 우리의 관계가 돈이 아니라 사랑과 돌봄이어야 함을 말한다.
기후위기는 지구 차원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아프리카와 한국의 농업 위기는 별반 다르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지금의 관계를 바꾸지 않으면 인류가 살아갈 수 없음을 말합니다. 김정열 열음지기는 땅과 가장 밀착되어 있는 여성농민이 땅과 가장 가까이에서 호흡하고 느끼기 때문에 땅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다고 말합니다. 자발적이고 수평적인 소농들의 국제 자치 조직인 비아캄페시나를 통한 여성농민들의 연대활동을 보여주면서 현재 기후위기 속에서도 땅에 깃들어 있는 모든 생명들의 사랑을 느끼며 오늘도 땅을 일구는 여성 농민들의 삶과 연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 식량주권과 토종씨앗
  • 지역공동체와 언니네 텃밭
  • 땅을 살리는 여성농민

대화의 시간 기록 

문정현 감독
유화영 전국여성농민회 충남도연합(준) 식량주권 위원장
창길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이현진 이래봄(수어통역)
박세희 에이유디 사회적협동조합(문자통역)

창기리

네, 안녕하십니까? 저는 <열음지기> 대화의 시간 사회를 맡은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창기리라고 합니다. 우리 게스트 분들, 관객에게 본인 소개와 인사 시작할까요?


유화영

안녕하세요? 저는 유화영입니다. 제가 마이크 울렁증도 있고 5명 이상이 넘어가면 말을 잘 못하는데 오늘 5명 이상이시기 때문에 되게 많이 떨리거든요? 여러분이 웃는 모습으로 바라봐 주시고 하면 편한 마음으로 더 많이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논산에 귀농한 지 8년 되었고요, 20대 때부터 귀농을 꿈꿨으나 감히 실현 못하다가 40대 중반에 이때 아니면 평생 못 가겠다, 평생 못 가면 죽을 때 후회할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딱 들더라고요. 그래서 과감하게 귀농을 했고 미니 단호박, 감자, 양파 농사를 짓고 토종씨앗 농사를 짓고요, 그리고 고려시대부터 내려오는 토종닭이 있는데 제가 줄여서 고려백계인데 고백이라고 부르는 닭 2개랑 순둥이 진돗개 1마리, 남편과 살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문정현 감독

저는 방금 열음지기 연출한 문정현이라고 합니다.
원래 이 영화가 3편으로 기획된 프로젝트였는데요.
1편은 <돈의동의 여름>이라고 주거빈민 서울 주거빈민 얘기가 있었고 <열음지기>가 2편, 3편이 기후환경 활동가, 노년의 환경활동가 이야기를 다룬 <마주 보다>라는 이야기로 3가지로 만들어졌고 그중에서 전 2편을 만들었습니다.


창기리

감사합니다. 여러분 들어오실 때 티켓 받으셨죠? 티켓에 보면 QR코드가 있습니다.
QR코드를 폰으로 사진 찍으시면 링크 뜨는 거 아시죠?
그거 들어가시면 저희가 오픈채팅방을 만들었어요. 거기에 나누고 싶은 얘기나 궁금하신 질문들을 적어 주시면 제가 확인해서 질문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질문을 준비하시는 동안, 제가 먼저 질문을 먼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까 문정현 감독에게 먼저, 아까 ‘바로 지금 여기’라는 프로젝트 작품의 일환으로 이 작품을 시작했다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그 프로젝트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는지, 그리고 이 열음지기의 주인공이 소농이자 여성농민이시잖아요? 어떻게 주인공을 선택하게 되셨는지에 대해서 궁금합니다.

문정현 감독

원래 이 영화는 국제기후종교 단체, 천주교의 작은형제회라는 단체가 그간 기후 위기 관련한 재난 관련한 운동차원의 여러 영화 상영회들을 계속 벌여 왔었는데 기후 위기만 다룬 다큐멘터리나 영화가 없어서 ‘그러면 우리가 한번 해보자.’ 하는 결의로 시작했다가, 많은 시민 분들이 후원해주신 후원금을 제작비로 삼아서 2022년도에 시작했고 이제 2024년도에 결실을 맺은 작품이고요.
저 같은 경우는 이제 1편과 3편을 맡았던 감독님들은 픽스가 되어 있었고 원래 2편 <열음지기>는 기존의 환경 다큐멘터리를 해오시던 다른 감독님이 맡아서 하시기로 했는데 그분이 다른 일정들이 생겨서 제가 막판에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기후 재난시대에 최전선의 피해자가 누구인지, 불평등의 피해자가 누구인지 찾다가 주거 빈민, 환경활동가, 여성농민의 이야기를 찾다가 김정열 쌤이 그간 해오셨던 활동들이나, 교육적인 차원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많이 해줄 수 있을 거라는 의견들이 있어서 김정열 선생님이 섭외된 것으로 알고 있고요. 전 뒤늦게 선생님을 만나게 된 거죠.
저는 이제 주로 큰 담론, 역사, 여성 이런 소재나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그간 해 왔었는데 정열 선생님 만나고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전환점이 될 정도로 많이 배웠고 정말 달라져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된 프로젝트였습니다.


창기리

유화영 선생님 기억나세요? 어느 장면에 나오는지 기억나시나요? 양파,
맞습니다.
기후 위기와 여성 농민이라는 국회에서 한 토론회에 나오시잖아요? 비가 너무 와 가지고 양파 썩은 걸 버릴 수 없어서 1톤이나 되는 1000kg이나 되는 양파를 손수 날랐다고 말한 그분이시고 저는 그 장면이 제일 인상 깊었거든요.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주인공은 김정열이라는 열음지기이신데 Via Campesina 회의 일정이 겹치셔서 못 오셨어요. 그런데 김정열 선생님이 적극적으로 유화영 선생님을 꼭, 이야기 선생님으로 초대하는 게 좋겠다 추천해 주셔서 이렇게 모셨고요.
그리고 처음에는 영화를 보시기 전까지는 몰랐대요, 내가 이 작품에 나오는지.
그래서 좀 여쭙고 싶더라고요. 처음 보셨을 때 느낌이 어땠는지?
그리고 이 GV에 참석하신 느낌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유화영

네, 아주 제가 열렬하게 적극적으로 추천을 받았다고 하니까, 영광인 거죠.
저는 나오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가, 굉장히 놀랍고 쑥스러웠는데요.
저 나오는 분량이 병아리 눈물 정도밖에 안 되는데 공감을 많이 받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영화 보기 전에 영상인가? 영화인가에서 “너가 나오더라.” 이러면서 연락을 주신 분이 몇 분 계셨어요. 토론회 사진을 단체가 올렸는데 ‘그게 맞나 보다.’ 생각했었고 논산 여성농민회가, 논산이 작년에 수해를 연거푸 입었어요.
작년 피해 얘기를 했지만 올해 제가 또, 작년에는 가슴까지, 올 9월에는 발목까지 제가 농사짓는 모든 농지가 물에 잠겼거든요.
저희 회원들도 저보다 많은 피해를 본 분이 많으시고 서로를 좀 위로하기도 하고, 또 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우리 스스로도 좀 제대로 느껴야 될 것 같아서, “이 영화를 이제 우리끼리 보자.”하고 논산에서 상영을 하는데 제가 나와 가지고 굉장히 쑥스러웠습니다. 그렇지만 어쨌든 많이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다고 얘기를 해 주시고,
또 이 작품이 기후 위기의 어떤 심각함이나 또 토종씨앗의 중요성, 그리고 토종씨앗을 지키고 또 땅을 돌보는 여성 농민이라는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 이런 것들을 너무나 잘 담아주셨더라고요.
그래서 굉장히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제가 미처 몰랐지만 그런 내용을 많은 분들과 나누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면 굉장히 감사한 일이고, 김정열님 덕분인지 탓인지 모르겠지만, 제가 이 자리까지 와서 또 평생에 가져보지 못할 관객과의 대화라는 자리에 오게 되어서 무척 영광이고 또 오랫동안 아주 추억에 남을 그런 날이 될 것 같습니다. 이상입니다.

창기리

감사합니다. 농업이 근대화되면서 생산방식이나 관계들이 많이 변했잖아요? 특히 대기업들이 유전자 조작을 통한 GMO 씨앗이나 대규모 농장을 건설하게 되면서 실제로 소수의 다국적 기업이 농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고.
또 영화에 보면 초반에 씨앗 나눔하던 거 기억나시죠? 저는 오월태 할머니의 약봉지에 담겨 있던 씨앗이 너무 많이 기억에 남는데요. 그게 토종씨앗을 함께 나누고 지키려고 하는, 저는 토종씨앗이 어쨌든 그 지역의 기후의 가장 적합하고 잘 지킬 수 있는, 그리고 최종에서 계속 이어질 수 있는 그런 씨앗이라고 생각합니다.
“토종씨앗을 지키는 것이 우리의 식량주권을 지키는 것이다.”
이렇게 얘기하시기도 하고, 또 아까 영화에 보면 언니네 텃밭 하는 작업장에 벽에 보면요.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거기에 깃발에 딱 써져 있더라고요.
“식량주권실현” 그게 너무 인상 깊었거든요. 유화영 농부님에게 식량주권이란 무엇일까요?

유화영

되게 단순한 질문인 것 같으면서도 되게 어려운 질문이기도 해요.
식량주권이라고 하면 사실, 말 그대로 단순하게 해석하면, 식량. 먹을거리에 대한 모든 것들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이잖아요?
사람들의 권리, 공동체의 권리. 말 자체로 해석하면 그 말인데요.
사실, 식량주권은 훨씬 더 깊은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을 해요.
식량주권이라는 말을 이제 오랫동안 저희가 써오긴 했지만, 역사적 맥락이 있거든요.
저희 김정열님이 Via Campesina 농민의 길이라고 하는 국제소농 조직이에요.
국제소농 조직에 동남 동아시아 ICC를 맡고 계셔 가지고 오늘 이 자리에 못 오시게 되어 제가 대신 오게 되었는데요.
Via Campesina라고 하는 조직에서 의식적으로 이 개념을 만들고, 또 세계적으로 확산시켜 온 그런 개념입니다.
그러니까, 저희는 이제 식량안보라는 말을 많이 쓰잖아요? 식량안보, 식량주권 이 두 가지 용어를 같이 쓰고 있는데 사실 식량안보라고 하는 건 누가, 어디서,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생산했는지 따지지 않는 개념이에요.

그래서 좀 더 싸게 식량을 많이 생산할 수 있는 나라에서 농약 범벅된 식량을 수입해 들어와서 양만 확보되면 식량안보가 지켜진다고 하는 것이고, 당연히 GMO 농산물도 양이 확보되면 된다는 개념이고요.
그런데 식량주권이라고 하면, 식량주권이 먹을거리에 관한 사람들의 권리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으로는 이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민의 권리를 이제 우선적으로 보장하고자 하는 개념인데, 식량을 생산하려면 뭐가 필요할까요?
땅이 있어야 되고, 종자가 있어야 되고, 물이 있어야 되고, 이 어느 것 중에 하나라도 없으면 식량을 생산할 수 없잖아요. 그런데 이 세 가지에 대한 권리가 지금 과연 농민들에게 있는가?
없다는 거죠. 땅에 대한 권리도 정말 없고요, 대부분의 농민들이 이렇게 임차농으로 농민들이 많이 농사를 짓고 있고, 씨앗에 대한 권리도 기업에게 뺏긴 지 오래고, 그런 상황 속에서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자원들을 농민에게 보장해야 된다는 게 가장 중요한 원칙 중의 하나이고, 두 번째는 그 중에서도 이제 여성 농민은 더, 땅으로부터 배제되어 있고, 그러니까 소유의 문제에서요. 일상적으로 땅과 밀착되어 있지만, 소유의 부분, 권리의 부분에서는 배제되어 있는데 이런 여성 농민들에게 우선적으로 땅에 대한 권리, 씨앗에 대한 권리를 보장해야 된다고 하는 게 식량주권이 갖고 있는 굉장히 중요한 원칙입니다.
그리고 생산방식에 있어서는 지금처럼 이렇게 화석연료를 쓰는 규모화된 영농, 대형기계를 쓰는 이런 것이 아니라 생태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해야 된다는 그런 원칙을 담고 있는, 그런 개념이에요.
그렇게 해서 먹을거리가 생산되었을 때 소비자들이 그냥 한 끼 때우는 먹을거리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할 수 있는 건강한 영양, 풍부한 먹거리를 소비자는 보장받아야 한다, 이런 것까지 담고 있는 것이 식량주권이거든요.
저희는 이런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해서 땅을 돌보고 가꾸고 또 토종씨앗을 열심히 지키려고 합니다, 어르신들이 오랫동안 대를 이어서 이렇게 물려오신 그런 씨앗들이, 이분들이 돌아가시면 다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돌아가시기 전에 부지런히 마을, 마을마다 다니면서 씨앗을 수집해서 이 씨앗을 저희가 또 채전포라는 곳에서 늘리면서 더 많이 분포하면서 유전자원센터라는 데가 아니라 여성농민에 의해서 지킬 수 있는 토종씨앗 지키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식량주권은 생산과 소비뿐만 아니라 그 사이에 가공, 유통 또 폐기되는 부분까지 모든 전 과정에서 민주주의가 지켜져야 된다, 관철되어져야 한다.
이런 게 굉장히 중요한 원칙이고요.
먹을거리에 대해서는 누구도 차별과 불평등이 없어야 된다. 이런 원칙 또한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저희가 먹을거리만 불평등한 게 아니잖아요? 저희가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이.
궁극적으로 먹거리에서 차별과 폭력, 불평등이 없다고 하는 것은 전 사회적으로 차별과 불평등이 없는 사회가 되어야 그것 또한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식량주권을 실현한다고 하는 것은 사실 차별과 불평등이 없는 새로운 사회관계, 새로운 세상을 만들었을 때 궁극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그래서 저는 결론적으로 식량주권이 뭐냐고 얘기를 하면, 새로운 세상을 향한 꿈이라고 좀 얘기하고 싶습니다.
(박수)

창기리

박수가 나오네요. 저도 식량주권에 이렇게 깊은 뜻이 있는지 몰랐는데 많이 배웠습니다.
영화제 올 때 전철을 타고 왔는데요. 전철 칸에 언니네 텃밭 광고가 있는 거예요.
그래서 평소 같았으면 그냥 스쳐 지나갔을 텐데 제가 또 <열음지기> 대화의 시간 사회를 보다 보니까 눈에 확 들어홨는데 ‘얼굴 있는 생산자와 마음을 알아주는 소비자가 함께 하는 언니네 텃밭.’ 이렇게 카피가 되어 있더라고요. 너무 와닿았습니다. 영화에서도 언니네 텃밭 활동하시는 거 보셨잖아요?
특히 영화 속에서 김정열 열음지기께서 얼갈이 배추에 얽힌 도시 소비자와의 정서적 연대를 얘기하시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런 것을 얘기하신 것이 다 그런 것과 일맥상통하고 있지 않나싶습니다.
언니네 텃밭은 2009년부터 해왔고 언니네 텃밭이 개인이 하는 게 아니라, 지역에 있는 공동체 내에서 함께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유화영 선생님이 전국여성농민회 있으실 때 언니네 텃밭 만드는데 중심적 역할을 하셨더라고요. 언니네 텃밭과 지역공동체 활동에 대한 얘기를 같이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유화영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기보다는 그 시기 전여농 활동을 하면서 같이 만들었습니다. 2009년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이 창립된 지 20주년이 되는 해였어요.
저희가 20년의 역사를 돌아보니까 우리 농업과 농촌을 지키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투쟁했더라고요. 수입 개방 반대, 농산물 가격보장, 쌀개방하면 안 돼, WTO FTA 반대한다. 하면서 줄기차게 길거리에서 깃발을 들고 투쟁했는데 그것 또한 필요하지만 저항만이 아니라 우리에게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 대안이 되어야 되고, 그 대안을 실천해야 된다.
그래서 그때 당시 저희가 외쳤던 구호가 한 손에는 저항을, 여전히 정부는 농업을 살리는 정책을 쓰지 않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저항을 해야 했고, 한 손에는 대안이 라는 깃발을 들고 시작했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얼굴 있는 생산자와 마음을 알아주는 소비자가 함께 만드는 텃밭을 만들었습니다.
논산에는 꾸러미 공동체는 없어요. 꾸러미 공동체는 없고 개별생산자들이 온라인 장터에 올리는 걸 병행하고 있어서 저희 회원들이 그걸 많이 하는데 얼마 전에 모르는 전화번호로 전화가 왔는데 언니네 텃밭 소비자가 전화를 주셨더라고요.
“미니 단호박을 구입했는데 너무 예쁘기도 하고 맛도 너무 좋다. 우리 집에 안 좋은 환자가 있는데 그분이 드셔도 괜찮겠냐” 물어보시는 거예요.

비료를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다고 하시는데 소개하는 글도 썼는데 “자닮유황 이런 걸로 관리를 하고 화학연료는 쓰지 않았다.” 이렇게 말하니,

“고맙다고 알았다”고 얘기하시더라고요. 그 전화를 받고 정말 책임감을 많이 느꼈습니다.
우리가 생산한 농산물에 대해서, 얼굴 있는 생산자라는 게 그거잖아요?
마트에 가시면 아무리 때깔 좋은 농산물도 뭘로 키웠는지 알 수 없는데 저희는 어떤 씨앗을 썼는지 어떻게 키웠는지 다 소비자한테 전달해 드리면서 소비자와 교류하거든요,
그런 전화를 받고 더 많은 책임감을 느끼게 된 일이 있었고요.
전국에 12개 정도 꾸러미 공동체가 있거든요? 면이나 마을을 공동지로 해서 소비자 회원께 꾸러미를 보내는 일을 하는데요.

여성 농민 꾸러미 공동체가 민주주의를 훈련하고 여성 농민들의 리더십을 성장시키는 그런 장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까 지금쯤이면 내년 1년 동안 매주 꾸러미에 언제 무슨 작물을 보낼 건지 1년 계획을 세워요.
그래서 누가 무슨 작물을 얼마나 키울 건지 다 분배하거든요. 그런데 사실 작물마다 어떤 건 값을 잘 받는 비싼 작물이 있고 어떤 건 손이 많이 가지만 그렇지 못한 작물이 있죠.
김치 같은 가공품을 만들어 넣는데 가공품은 부가가치가 있기 때문에 값을 많이 매기잖아요? 고려해서 저희는 어느 누구에게 이익이 치우치지 않게 고르게 분배되도록 회의를 합니다.
그리고 매주 회의를 하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의견 개진들을 하시기 때문에, 그런 과정에서 이제 민주주의를 많이 배우시고요.
사실 여성 농민들이 어디 가서 자기 목소리로 당당하게 주장을 얘기하는 게 정말 쉽지 않거든요? 농촌에서는 특히 더.그런데 제가 횡성의 어떤 나이 많으신 어머님이, “평생 그 마을에서 몇십 년 살면서 마을대동회의에서 남성들이 회의하면 주방에서 저는 설거지만 했었는데 회의 때 군수님이 왔는데 군수님한테 손들고 당당하게 말했다”는 거예요. “머리에 이고 지고 팔기 너무 힘들다, 도로를 더 내주라” 해서 그게 실현이 됐대요.
그걸 저희 전국 모임에 오셔 가지고 너무 뿌듯하게 자랑스럽게 얘기하시는데, 정말 감동스러워서 눈물이 다 나더라고요.
이렇게 소외되시고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여성 농민들이 당당하게 삶의 주체로서 나갈 수 있게 하는 게 우리 꾸러미 공동체라는 생각이 들고요.
저희 꾸러미 공동체는 같이 각자 맡은 농사를 짓고 이걸 회원들한테, 소비자 회원들한테 보내면서 우리끼리 재밌기도 하고 생전 내 통장에 돈 안 들어오고 남편 통장에만 돈이 들어왔다가 내 통장에 돈이 들어와서 재밌기도 하고, 이런 걸 누리지만 또 지역공동체를 향해서 많은 역할들을 합니다.
혼자 사는 어르신들한테 반찬을 해서 드리기도 하고 조부모 양육가정에도 그런 걸해서 보내드리기도 하고 지역사회 현안들이 생기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활동하시고요.

상주에 군부대가 들어올 예정이에요. 사격장이 있는. 무려 6만평 정도 된다고 해요.
그런 일에도 나몰라라 하지 않고 함께 그것에 대해서 대응하는 활동도 하시고요.
제주 같은 경우에는 사안이 너무 많죠.
제2공항, 해군기지, 또 후쿠시마 오염수 등등 이런 것도 팔 걷어붙이고 같이 나서서 이렇게 지역을 지키는 이런 활동들도 열심히 하시고, 저는 정말 ‘이 농촌에 우리 여성 농민들이 없으면 이 농촌은 과연 누가 지킬 수 있을
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창기리

언니네 텃밭이 제철 꾸러미만 하는 게 아니라 정말 많은 일을 하고 있네요.

유화영

저희는 우리끼리 이런 말을 해요. “여성들이 새로운 변화의 씨앗이다.”
“우리가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가는 씨앗이다.” 이런 얘기를 하면서 스스로 또 이렇게 힘을 북돋우고 있습니다.

창기리

말씀하실 때마다 박수가 나오네요. 관객분 중에 한 분이 의견을 주셨어요.

아이스크림 든 네오라는 분이 주셨습니다. 여러분들이 경작하시는 방법으로 농사를 짓는 것이 보편화될 때 대한민국 인구의 먹거리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주장하시는 농사방식으로 한 나라의 먹거리를 해결하려고 할 때 필요한 경작면적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하고 자연 파괴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을까요?
저는 죄송하지만 스마트팜을 이런 자연환경의 보존의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했는데 오해였을까요? 질문을 하면서도 착잡하네요. 이렇게 질문 주셨습니다.


유화영

네, 많은 고민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사실, 저희가 지향하는 생태적인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다고 하면 거기에서 생산되는 양으로 우리 모든 국민을 먹여 살리기는 힘들 거예요.
물론, 마지막 자막으로도 나왔지만 소농이 더 적은 자원을 활용하지만 더 많은 생산을 한다.
사실 총량을 보면 그렇거든요. 왜냐하면 소농은 정말 땅을 너무나 정성 들여 잘 관리하면서 사이짓기 섞어짓기라고 하는 전통적인 농업방식 있잖아요.
작물끼리 궁합이 잘 맞는 궁합이 있어요. 그런 것을 심으면서 병해충을 예방하면서 생산량을 늘리는 거죠. 이런 건 자연을 착취는 방식이 아니라, 정말 자연 생태계가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고 잘 활용하면서, 그야말로 지혜롭게 활용하면서 공생하는 방식의 농사를 짓는 거죠.
그래서 저희는 그런 농사를 짓고자 하는데 사실, 관행적인 대규모 방식의 농사를 짓던 분들이 쉽게 이렇게 전환할 수는 없습니다.
당장 소득의 차이가 너무 나고, 그래서 저희가 제안하는 것은 이렇게 농사를 짓고 싶지만 전향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생태기후 직불금 이런 방식으로 소득 보전을 해주면, 사람들이 사실 돈도 필요하고 그렇지만 좀 더 같이 지향적으로 살고 싶은 마음들이 누구에게나 있잖아요? 저는 사람의 본성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것들을 존중하고 살리면서 실행할 수 있게 국가 정책적으로 지원이 된다면 더 많은 분들이 할 수 있을 거라 생각을 하고요.
사실 스마트 팜은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엄청나게 많은 설비와 투자가 들어가는 영농방식입니다. 결국은 그것을 짓는 자본, 기업이 이익을 보겠죠? 상주가 스마트팜밸리가 먼저 시작된 곳이에요. 청년 농민이 정책자금을 받아서 스마트 팜에서 유럽상추를 키우는데 상주 1/3밖에 안 되는 로컬푸드 매장에 와서 “내가 상추팔아도 되나요?” 묻더래요. 큰 스마트 팜에서 생산한 배추를 조그만 매장에 몇 개나 내겠습니까?
그만큼 판로가 보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문의하는 거죠.
저는 정책자금 받아서 스마트 팜을 하고 있는 주로 젊은 농민들에게 많이 밀어주는 정책을 쓰고 있는데 ‘이게 자금 상환하는 시기가 되면 정말 자살하는 청년들이 속출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말 관심을 가지고 신중하게 봐야 될 그런 부분이고요.
스마트 팜은 설비에서도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요. 작물을 키우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다 전기로 이용하는 거거든요.

전기가 엄청나게 들어갈 것이고 스마트 팜이라고 하는 게 빅데이터에 있는 정보들을 활용해서 농사를 짓는 거예요. 농민들의 지혜를 다 수집해 가지고 빅데이터로 만들어 놓고 돈을 내고 정보를 쓰게 하는 정책이거든요, 농민을 또 한 번 몰아내는, 농업에서 몰아내는 정책입니다.
어쨌든 에너지를 많이 쓰는 거기 때문에 이 기후 위기에도 절대로 해결책이 아닌, 오히려 역행하는 정책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싶습니다.


창기리

영화를 보면 스케일이 엄청 큽니다. 왜냐하면 아프리카 로케이션까지 직접 가셔서 감독님이 찍으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보면서 되게 놀라웠던 게, 아프리카 상황과 우리 한국 상황이 다르지 않은 거예요.
벌어지는 양상과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려고 하는지 하는 모습들이 너무나 똑같아 가지고 이 문제는 어떤 지역 내에서 풀어야 될 문제가 아니라, ‘진짜 전 세계적으로 연결돼 있고 그런 소농들이 연대할 때만이 해결할 수 있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가서 찍으시면서 보셨기 때문에 그때 여성농민들의 연대활동들을 보시면서 어떠셨는지, 좀 듣고 싶습니다.


문정현 감독

정열 선생님이 농사 지으시면서도 활동들 때문에 외국에 많이 나가시는데,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많은 곳을 따라 다녔어요.
그래서 세계 여성 농민들과 연대하시는 모습들이 저한테는 엄청 큰 의미로 다가왔는데 영화에는 그게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것 같지는 않아서 장편 버전을 촬영하고 편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화영 선생님도 얘기하셨지만 제가 저 아프리카에 소농민을 만나면서 Via Campesina가 가장 큰 여성교육회의, 교육모임이었는데 만약에 기후 위기, 지구를 지킬 수 있다면 아마 희망이 있다면, 여성 농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정말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받고 왔었던 것 같아요.
정열쌤의 얘기를 말씀드리면 기후 문제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미국과 중국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고. 소위 말하는 성장 위주의 정책을 갖고 있는 그 외 개도국, 선진국 모두가 그런 얘기 종종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GDP가 없는 나라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말을 하는데 절망적이긴 하죠.
여성분들이 연대하시는 희망을 가지고 이렇게 살아가시는 삶의 모습들을 보면서 만약에 희망이 있다면 여성 농민들이 지금 지구 2~30%의 땅을 지킬 수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이분들의 힘으로 지킬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저한테는 지금까지도 계속 4년째 찍고 있고, 여성 농민 이야기를 계속 담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하여간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아시아도 마찬가지고, 정말 공통되게 언어가 통하지 않지만 그리고 경제적으로도 나라마다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만나시면 정말 같은 감정들, 같은 온도들, 같은 감각들을 가지고 계시다는 생각이 들고, 남성인 제가 차마 경험하지 못할, 느끼지 못할 어떤 지경까지 가는 것 같아요.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약간 영적인 느낌의 어떤 시간들이지 않았나, 할정도의 엄청 큰 에너지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스마트 팜에 관해 한 가지 말씀드리면 영화에서 스마트 팜 얘기하신 분이 나주에서 농사짓는 삼촌이신데 그래서 정말 많은 얘기를 듣고, 스마트 팜 관련해서 많이 조사하고 찍긴 했었는데요. 어쨌든 가장 스마트 팜이 발전된 곳이 네덜란드라고 해요.
네덜란드가 이 스마트 팜을 포기했습니다. 스마트 팜이 정밀농업, 스마트농업, 그 다음에 디지털 농업 이렇게 간대요. 그런데 그 디지털 농업으로 가는 단계에서 네덜란드가 정책적으로 포기한 사업이거든요.그런데 지금 한국만 좋다고 이러고 있다고 알고 있어요.
뭔가 지금 거꾸로 가는 게 모든 면에서 거꾸로 가고 있고, 스마트 팜은 땅을 쓰지 않기 때문에 가스를 배출하고 너무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나 효율적인 면에서 저는 사실, 절대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개인적으로 많이 생각해요.

창기리

네, 문정현 감독님이 아프리카 가셔서 축복을 받고 오셨군요.
정말 축복받으셨습니다. 영화에서 보면 김정열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시잖아요.
땅과 가장 밀착되어 있는 여성 농민이 가장 가까이에서 호흡하고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고 그렇기 때문에 땅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다고 이렇게 얘기를 하세요.
그래서 제가 여성 농민의 언니네 텃밭이라는 소식지에 이런 글이 있더라고요. 사실 농사짓는 게 되게 힘들잖아요? 요즘 특히 이상기후 때문에 더 안 되고. 그래서 한 분이 농사를 포기하려 하시니까 글을 한 분이 쓰신 게 있더라고요.

여성 농민이 사라지는 건 지구에 깃들어 살던 모든 생물체들이 죽임을 당하는 일이라고 얘기하시더라고요. 저는 그게 되게 사실 와닿았거든요.

그래서 우리 유화영님에게 여성 농민과 땅은 어떤 의미일까요?

유화영

심오한 질문이네요. 땅 얘기하니까, 며칠 전에 있었던 얘기가 생각이 나는 데요.
김장철이잖아요? 저희 이제 회원 중의 한 분이 김장 채소를 농사를 지어 가지고 좀 남으셔서 이제 아는 분들한테 좀 뽑아가라, 이렇게 하셨나 봐요.
그런데 쪽파, 무랑 이렇게 뽑아가는데, “쪽파, 무가 아까운 게 아니라 거기에 묻혀가는 흙이 아까웠다.” 이런 얘기를 하셔요.
그만큼 건강한 흙을 만드느라고 정말 정성을 들이고 애쓰셨다는 얘기거든요.
저는 거의 여성 농민과 땅은 조금, 동일시 하는 전 그런 마음이 있어요.
뭐, 여성 농민들만 아이를 낳지 않지만 여성농민들 중에도 안 낳는 분이 계시지만 이를 뱃속에 품고 낳고 기르잖아요? 땅도 사실 씨앗을 품고 있다가 이 씨앗이 적당한 수분과 적당한 햇빛과 이런 것들로 이제 적당한 온도가 맞고 하면 뿌리를 내리고 뿌리를 내리면서 동시에 또 싹을 틔워 올리죠. 이 싹이 피어 나는 걸 보지 않은 사람은 정말 그때의 쾌감을 모를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 또, 씨앗마다 다 그 정도가 좀 다른 씨앗이 있어요.
어르신들한테 “저희가 대를 이어가겠습니다.” 하고 물려받아 온 씨앗들 중에 정말 다른 지역에서도 나오는 공통된 팥, 콩 이런 씨앗도 있지만 우리 지역에 있는 고유한 씨앗이 있거든요. 매화꽃 피는 마을에서 피어왔다는 씨앗이라고 해서 매꼬지 상추라고 하는 게 있어요.
그리고 긴 호박이지만 5대째 이어지는 민호박이라고 하는 그런 호박이 있어요.
그런 씨앗을 받아서 심었는데 나올 때가 된 것 같은데 안 나오면 애가 타거든요.
그러다가 나오면 정말 너무, 너무 기뻐서 환호성을 지르는데요.

땅은 이렇게 이제 생명을 키울 수 있는 원천이기 때문에, 너무나 소중하죠.
기후 위기 시대에 더 땅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사실 이 땅속에는 탄소를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저희가 농사지을 때 이제 마르지 말라고 농사지은 부산물들로 또 땅을 덮어주기도 하고 땅속에 넣어주기도 하고, 또 많은 유기물들을 이제 땅속에 넣어주는데, 그러면 땅속에 미생물들이 이걸 먹고 또 똥도 싸고 활동을 해서 땅이 되게, 영양분도 많아지고 부드러워지고 스펀지처럼 이렇게 되어서, 비가 오면 더 많은 비를 저장할 수도 있기도 하고 그 안에 탄소도 저장하기도 해서 사실 땅을 잘 가꾸면 지구에서 배출하는 탄소의 1/3을 이 흙이 흡수해서 저장할 수 있다는 연구 보고서도 있거든요. 그래서 정말 이 기후 위기 시대에 땅이 정말 더 소중합니다.
그래서 저도 남편이랑 농사를 지을 때 실랑이를 많이 합니다.
바쁘니까 기계로 남편은 일을 더 많이 하는데 화학비료를 했으면 편하게 한다는, 막 이런 얘기도 하는데요. 그러면 저는 “미생물을 만들어서 넣어주자.” “바닷물 퍼다가 희석시켜서 넣어주자, 미생물 배양을 우리가 직접 해보자.”
자꾸만 이렇게 하니까, 실랑이들을 좀 해요.
그렇지만 저는 그런 게 너무 보람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까 식량주권을 얘기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향한 꿈이라고 얘기했는데, 또 하나 식량주권의 의미는 미래 세대에 대한 약속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기후 위기 시대에 우리 20대 젊은 친구들은 멸종위기종이라는 말을 듣잖아요.
그런 멸종위기 세대가 아니라 이 미래 세대가 평등하고 평화로운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는 그런 미래 시대를 위한 약속이 생태적인 방식으로 실현하는 식량주권에 있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창기리

감사합니다. 저희가 이 얘기가 밤새도록 이어질 것 같은데 아쉽지만 마지막으로 문정현 감독님이 이후의 계획이나 장편으로 만들겠다, 얘기를 하시다 마셨는데 그 얘기를 마저 들으면서 마무리할까요?

문정현 감독

장편은 김정열 선생님이 활동 중에 좀 더 토종씨앗을 지키는 선생님과 이 상주 농민들의 이야기. 그리고 지금 방금 말씀하셨던 그 땅에 600만 평의 땅이 지금 군부대와 포 사격장으로 바뀌려고 하고 있어요.
농사짓기도 힘든데 싸움하시느라 너무 고생하시는데 정말 어이없는 정책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 과정, 그리고 이제 세계여성 농민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이야기들, 이렇게 해서 내년에 나올 예정이고요. 정열 선생님이 항상 그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해법이 있을까?” 얘기를 하면서 “영화가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까요?”
이런 얘기를 항상 하세요.
“나와서 말씀하시는 것들이 얼마나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저는 사실 회의하는 부류에 있었던 사람인데 정열 선생님 만나고 항상 얘기 나누면서, 그래도 내 앞에 한 사람이 자기의 먹거리를 자기의 먹거리가 어디에서 오는지를, 그리고 지구의 어떤 생태계를, 혹은 나의 생태계를 고민하는 그 변화가 있다고 한다면 세상은 그래도 바뀔 거라는 아주 긍정적인 마인드신데 저도 많이 보고 배운 것 같아요.
그래서 제 장편에서도 다음 영화에서도 그런 얘기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꼭 이 얘기 좀 해달라고 하셔서 배달음식 시켜먹지 말고. 그다음에 편의점에서 나오는 샐러드가 99%는 식물공장에서 나오는 거거든요.
카페에서 먹는 허브차, 다 거기에서 나오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제대로 뭔가 인식하고 우리가 어떤 소비를 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
이 작은 움직임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작은 단초들, 순간이라고 얘기를 하시는데 변화들이 좀 있으셨으면 좋겠다.


창기리

감사합니다. 내년에 장편이 나오면, 영화제에서 같이 함께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대화의 시간, 함께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이것으로 <열음지기> 대화의 시간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