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현 | 2024 | 다큐멘터리 | 49분 | 한국어 한국어자막해설 |
기후위기로 농사에 위기를 맞고 있는 경북 상주의 김정열 열음지기(농부), 땅과 자연의 소리를 들어보자는 김정열 농부는 상주를 국내 최대 스마트 팜 단지로 만들려는 정부와 대기업의 전략에 맞서 오늘도 부단히 생태적인 농사를 짓고 여성 농민들의 연대를 만들어간다.
| 공존을 위한 연대 |
열음지기
열음지기
감독 : 문정현
제작연도 : 2024년
장르 : 다큐멘터리
언어 : 한국어 한국어자막해설
상영시간 : 49분
상영일시 : 2024.11.30. (토) 오후 6:40
상영장소 : 영화공간 주안 3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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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시간
문정현 감독
유화영 전국여성농민회 충남도연합(준) 식량주권 위원장
창길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와 함께
작품해설
기후위기로 농사에 위기를 맞고 있는 경북 상주의 김정열 열음지기(농부)는 토종 씨앗을 지키고 나누는 활동을 한다. 토종 씨앗은 그 땅과 기후에 적응해 재해에 강하고 자가 채종이 가능해 공급의 안정성을 지킬 수 있는 씨앗이자 식량주권을 지킬 수 있는 시작이다. 또한 동네 여성농민들과 함께 언니네 텃밭이라는 제철 꾸러미 사업을 하고 있다. 언니네 텃밭 농사는 대규모 기업형 농사로 망가진 땅을 살리고 종의 다양성을 지키는 농사로 지속 가능한 농업과 농촌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다. 지역의 대안공동체를 만들고 도시 소비자와의 연대를 통해 다음 세대의 건강한 먹을거리와 생산 기반까지 함께 만들고 있다.
기후변화는 지구 차원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아프리카와 한국의 농업 위기는 별반 다르지 않다. 지역과 글로벌이 연결되는 국제 네트워크의 협력이 필요한 이유다. 김정열 열음지기는 땅과 가장 밀착된 여성농민이 땅과 가장 가까이에서 호흡하고 느끼기 때문에 땅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실천으로 자발적이고 수평적인 소농들의 국제 자치 조직인 비아 캄페시나를 비롯한 여성농민들의 연대를 꾸준히 이어간다.
김창길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인권해설
기후문제가 아니다.
폭염으로 포도가 생장이 멈춰 버려 익지를 않았다. 이른 봄부터 땀 흘려 가꾼 포도를 농민은 한 송이도 팔지 못했다. 폭염으로 생강이 땅속에서 썩고, 배가 나무에 달린 채 화상을 입었다. 마늘은 벌마늘이 되어 꽃처럼 피어 버렸다. 논에는 벼멸구가 기승을 부려 쭉쟁이만 남았다. 이웃에 사는 언니네는 봄에는 남편이, 가을에는 그 언니가 쯔쯔가무시병에 걸려 병원에 입원했다.
그러나 이것은 기후위기 때문이 아니다.
얼마 전 ‘기후위기와 농업, 농민에 대한 토론회’ 자리에서 농식품부 담당자가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농업 부분에 몇천억의 예산을 쓰고 있다고 자랑하듯이 말했다. 나는 그 말에 “정부에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한 내 입을 꿰매 버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 예산은 다 어디로 갔나?
나는 지금까지 기후위기로 인해 많은 피해와 어려움을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 어느 한 사람한테서라도 “기후위기로 인해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까? 어떤 피해를 보았습니까?” 라는 질문조차도 받아 본 적이 없다. 다른 농민들에게도 물었다. “혹시 기관에서 기후위기와 관련된 질문이라도 받은 적 있습니까?” 모두가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피해에 대한 보상은커녕 고통받는 농민들과 대화조차 없었다. 도대체 그 돈은 다 어디로 갔나?
식물공장, 스마트팜, 디지털농업은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해법이 아니다. 농민들로부터 땅을 빼앗고, 농민들의 생산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며 농민들의 지식과 경험을 도둑질하는 것이다. 기후위기 대응을 핑계로 기업들의 농업 진출을 확보해 주는 것이며 농업과 먹거리를 기업의 통제 속으로 더 밀어 넣는 것이다.
여성농민들은 기후위기의 진정한 해결책을 원한다. 그것이 우리가 살아갈 길이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는 우리에게 지금의 세상이 얼마나 파괴적인지를 말한다. 지금의 관계를 바꾸지 않으면 인류가 살아갈 수 없음을 말한다. 우리의 관계가 돈이 아니라 사랑과 돌봄이어야 함을 말한다.
농업과 먹거리에서 관계를 바꾼다는 것은 우리가 농사짓는 터전인 지구생태계와 인간과의 관계를 바꾼다는 것이다. 약탈과 착취가 아니라 사랑과 돌봄으로 말이다. 지구상에 살아가는 모든 것들은 생명이 있고 그 생명은 그 자체로 귀하다. 귀한 생명들은 서로를 돌봐왔고 서로를 도와주며 지금까지 살아왔다. 그 조화로운 관계 속에서 우리가 살아왔음을 인식하지 않는 이상 미래는 없다.
여성농민들은 오늘도 땅을 일군다. 땅과 하늘, 햇볕과 바람, 땅 위의 모든 생명, 땅속의 모든 생명의 사랑을 느끼며 오늘도 땅을 일군다.
김정열
상주에서 농사짓는 여성농민입니다. 여성농민회와 비아캄페시나 국제조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감독
문정현 Mun Jeong-hyun
다큐멘터리제작집단 ‘푸른영상’에서 작업하며 우리 사회 경계 어딘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이산자>(2017), <경계>(2014), <가면놀이>(2012), <용산>(2010), <강의 진실>(2010), <할매꽃>(2007), <슬로브핫의 딸들>(2005) 등 다수의 작품을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