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말하기까지
Seeing Voices
감독 : 다리우쉬 코발스키
제작연도 : 2016
장르 : 다큐멘터리
나라 : 오스트리아
언어 : 오스트리아어/ 한국어자막/ 한국수어자막
상영시간 : 90분
상영일시 : 2019.11.24(일) 13:30
상영장소 : 영화공간주안 4관
기획의도
2019년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이 제정된지 11년이 되었다. 장차법으로 인해 장애인들이 차별당했을 때, 구제 받을 수 있는 법적권리와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생긴 것은 반길 일이지만 장애인들은 여전히 일상속에서 지속적으로 차별받고 있다. 아직도 지하철을 타기위해 언제 고장날지 모르는 리프트를 이용해야하는 역이 있고, 식사시간에 음식점에 들어가면 손님들의 눈치를 봐야 하거나 식당 주인이 장애인의 출입을 거부하는 등의 일이 벌어진다.
농인들의 삶은 어떨까? 2016년에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되었고 이 법을 통해 한국수어는 한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언어로 인정받게 되었다. 이 법은 수어 교육 지원 및 연구, 수어 관련 정책 등을 통해 한국수어를 사용하고 있는 농인들의 삶의 질과 언어권 향상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법은 그 목적대로 농인들의 삶의 질과 언어권을 향상시켰을까?
농인들은 수어를 언어로 사용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가고, 농문화를 공유하며 농사회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청인 중심의 사회에서는 ‘들리지 않는 것’을 ‘기능의 상실’, ‘비정상’으로 여기고, ‘치료’나 ‘수술’을 통해 ‘극복’하여 ‘비장애인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여긴다. 장애는 ‘극복’해야할 대상인가?
이제는 청인과 농인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가 필요할 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_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꼬비
대화의 시간 요약
농인들은 왜 농정체성을 깨달았다고 이야기할까? 음성언어와 수어를 사용하며 의사소통하는 한나는 농인과 청인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던 중 농인을 만나게 되면서 ‘나는 청인이 아니라 농인이구나’라고 깨달았다고 말한다. 또한, 영화를 통해 자신은 농인으로서 이중 언어를 사용하며 청인과 농인 두 가지 문화를 다 가지고 살아갈 수 있다고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농학교에는 수어를 잘하는 교사가 없어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지 않아 결국 농학생들이 통합교육이나 비장애인 학교로 전학을 가거나 진학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되면서 수어교원을 양성할 수 있는 교육과정이 생겼고 그 결과 수어교원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되고 농인들의 삶은 변화했을까? 한국수화언어법의 가장 큰 성과는 한국어와 수어가 동등한 지위로 역할과 기능을 갖게 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한국수화언어법을 총괄하는 부서와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부서가 다르면서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대선 토론회나 대통령 대담같은 방송에서도 수어통역사가 배치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자막이나 수어통역이 기본적으로 제공되지 않아 농인들은 영화를 보거나 연극을 보는 등 문화를 향유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곳에서 정해진 시간대에 참여해야 한다.
농인들이 일상에서 차별받지 않기 위해서는 일상적으로 수어통역이나 자막서비스를 제공해야한다. 한국수화언어법에서 이야기하는 한국어와 수어의 동등한 지위는 청인과 농인으로 구분하지 않고, 일상에서 동등한 대우를 받을 때 가능하지 않을까.
대화의 시간 기록
* 일시 : 2019년 11월 24일 오후 3시
* 장소 : 인천 영화공간주안 4관
* 게스트 : 한나 [한국농역사](2019) 편집자
꼬비
안녕하세요 저는 손으로말하기까지 대화의 시간 진행을 맡은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꼬비입니다..
제 옆의 수어통역을 맡으신 장진석 님, 관객석에는 음성통역의 양준식, 김현숙 수어통역사님이 계십니다.
저는 작년에 이 작품을 처음 접하고 상영을 하고 싶었는데 못 해서 아쉬웠거든요. 수어와 농인에 대해 잘 인식하지 못했는데 작품을 보면서 인식한 계기가 되었고, 다양한 사람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모습이 좋았어요.
올해 상영하게 되어서 좋지만, 대화의 시간을 진행하려니 긴장이 많이 되네요.
대화의 시간을 진행하며 중간에 관객의 질문을 받을 예정이에요. 영화보시고 들었던 소감이나 질문 대화의 시간 진행되는 동안 하고픈 이야기를 알려주시면 질문을 받을게요.
이제부터 게스트 한나님을 모시고 대화의 시간을 진행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한나님. 먼저 한나님의 소개를 부탁해요.
한나
만나서 반갑습니다 인천인권영화제에 감독과의 대화 저와의 대화에 참여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합니다 저는 한나구요. 현재 얼굴 이름은 이렇게 사용하고 있어요. 이렇게 소개를 마칩니다.
꼬비
첫번째 질문으로, 저 같은 경우도 주변에서 만나는 청인도 그렇고 “청인 정체성을 깨달았다”라고 이야길 하진 않는데, 이번에 대화의 시간을 준비하며 자료를 찾아보니 농인은 “농정체성을 깨달았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농인들이 “농정체성을 깨달았다”고 이야기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요.
한나
보통 비장애인들을 봤을 때 청인 정체성을 깨달았다고 이야기 하지 않아요. 농인은 왜 농정체성을 깨달았다고 이야기할까요? 예를 들어서 청인들. 비장애인들은 학교를 다니고 농인도 비장애학교를 다니는 경우도 있는데요. 가끔 청인과 농인과 이야기할 때 ‘청인과 농인은 동일하지 않은가?’ 라는 생각을해요. 농인을 만날 때 “넌 농인이 아닌거 같아 청인인 거 같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어요. 서로 입장이 다른거죠. 제가 농인을 만났을 때 “넌 농인이 아닌 것 같아.” 청인을 만났을 때 “넌 청인이 아닌 것 같아.” 라는 이야기를 종종 할 때가 있어요.
나는 과연 청인인가 농인인가 어떤 곳에 속하는가 하는 고민을 할 때가 많았어요. 제가 사회생활을 할 때 청인들끼리 대화할 때 제가 농인과 이야기할 때 음성언어 중심으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아요. 그것을 통해서 사회관계를 이루고 있는거죠. 그러다보니까 아무래도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경우도 있어요.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갈까 농인으로서 청인과 함께 살아갈 때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고민을 계속 했었어요. 그 와중에 제가 자라오면서 나는 과연 농인인가 청인인가 하는 많은 혼란 속에 살면서 우연찮게 농인을 만나게 되었죠. 나와 동일한. 장애를 가진. 어떻게 보면 장애를 가진거죠. 농인을 만나게 되면서 ‘나는 청인이 아니구나 나는 농인이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고, 이 후 제 삶이 달라진 것 같아요.
꼬비
정체성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이 사회에서 살면서 “내가 이렇게 살거야” 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거든요. 사회에서는 너는 어떤 정체성이냐 규정짓고 이렇게 살아야해 라고 규정짓는데,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해주신 게 사회에서 이야기하는 것에 대한 답변이지않나 생각하네요.
두번째 질문으로 영화 관련하여 질문 드려요. 작품에서 나오는 장면 중 모든이의 내용과 삶의 모습이 좋았지만 그중에서도 의사가 청각장애 아동에게 인공와우 수술을 권하자 농부모가 “우리는 인공와우 수술 없이도 잘 산다”고 이야기하는 부분이 인상깊었어요. 그 이유는 청인중심,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에서 인공와우수술을 권하고 음성 언어 치료를 권하는것이 “수술과 치료 통해 비장애인으로 살도록 도와줄게”라고 이야기하는데, ‘우리는 그렇게 생각 안해 나는 나대로 살거야’ 라고 말하는거 같아서 좋았거든요. 한나님의 경우에는 이 영화를 보면서 기억에 남는 게 있으신지. 그 장면이 기억에 남는 이유도 말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한나
제가 영화를 보면서 농학교의 선생님 중 남자 선생님이 나와요. 그 중 “언제까지 이런 좋지 않은 일만 할거야?”라고 묻는 대목이 있어요. “다르게 살아봐” 라고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죠. 그러다가 “나는 말이 가능해. 음성이 가능하지만 난 수어를 사용하고 수어로 사회에서 살아갈 거야” 라는 내용이 있어요. 저는 그 장면이 강렬히 기억에 남아요. 그것은 오디즘에 관련된거에요. 오디즘이라는 것은 청력 중심의 사회, 듣지 못하는 건 좋지 않다는 음성언어 중심의 사회 이야기에요. 농인사회에서 오디즘에 관해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있어요. 서로 찬반의 토론이 이어지고 있죠.
인공와우수술도 오디즘에 관련된 내용이에요. 인공와우 수술이 과연 농인으로서 살아갈 때 이것이 유익한 것인가 혹은 인공와우를 함으로서 청인처럼 사는 게 맞는가하는 고민이 들 수 밖에 없어요.
농정체성을 갖고 사는게 맞는지 찬반이있지만 제 입장에서는 사회에 들어갔을 때 음성언어로 주문하고 이야기하는것. 수어를 사용안하는 것. 그럼으로 내가 음성언어를 더 쉽게 배울 수 있고, 농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에서 좀 더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이 무언지에 대한 고민들이 혼란 속에 있는 것 같아요.
청인이 우릴 봤을 때 농인으로 생각하지 않고, 청인과 동일한 사람이라 봤으면 좋겠는데 청인중심 사회여서 이런 고민이 있어요.
청인이지만 함께 대화하는, 수화를 사용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로 생각하지 않는, 서로 평등한 사회. 음성중심이 아닌 평등사회를 위해서 생각했을 때 남자선생님의 발언은, 농인이지만 음성지능으로 사는게 아니라 수어를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내 정체성으로 살아가는걸 보여주는게 인상깊었어요. 저도 농인으로 살아가는데 과연 나는 청인사회에서 잘 사는건가 수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것이 떳떳한가 부끄럽지않은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나도 오디즘을 겪고있구나’ 라는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내가 선생님의 모습을 닮아가는게 필요해요. 오디즘으로 살아가는게 아니라 오디즘을 벗어나는 사회, 벗어나는 사람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두번째로, 정체성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어요. 네 가지 정체성. 청인중심, 주변정체성, 이중언어, 농정체성. 이중에서도 많은걸 느꼈어요. 한국은 주변정체성이 많은데 그와 관련하여 영화에서 강하게 나왔어요. 그게 무엇인가 고민했을 때 청인과 대화할때는 음성을 사용하고, 농인과 대화할때는 수어를 사용하는. 그런 것들이 확실하게 내 안에 있지 않아서 결국에는 이 두 가지 언어를 사용하는 이중언어 정체성을 함께 가지고 있구나. ‘이중언어정체성이 주변정체성과 함께 연결된게 아닐까?’ 나는 농인도 아니고 청인도 아닌 정확한게 아닌 흔들리는. 확실하지 않은 정체성인거죠.
주변정체성이라는 단어를 보고 내가 처음 수어를 보고 농인을 만날 때 내가 ‘어떻게 수어를 배우게 되었는가 어떻게 농사회를 알게되었는가’ 고민했어요. 청인사회에서 살아왔고, 청인을 만나왔지만 “나는 청인이 아닌거같아”, “나는 농인이 아닌거 같아”라는 말을 했었는데, 영화를 보며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하는 고민을 다시 알게 되었어요. 수화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나는 농인으로서 청인과 농인 두 가지 문화를 다 가질 수 있고, 이중언어를 가질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구나하는 확신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주변정체성이라는 단어를 보면서 환경과 사회에 관련해서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고, 느끼게 되었어요. 제가 청인사회에서 살았는데 일반학교를 다니다가 농인을 만나게 되었고, 주변정체성에 대해서 다시 고민하게 된 것 같아요. 이 부분이 강렬했고 두 장면을 통해 나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꼬비
아까 이야기했던 부분인데 정체성이라는 자체는 제 생각에 한 사람의 정체성을 내가 이런 정체성을 갖고 있다고 확고하게 생각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을 해요. 일반적으로 이 사회에서 주변에서 같이 살아가는 이들의 경우는 그런 시간들을 기다려주지 않는것 같아요. 너는 이 중에 어떤거야? 너는 정체성이 뭐야? 너는 어떻게 살아갈거야? 빨리 정해 라고 규정을 짓게 하는 것 같은데, 조금전에 한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나는 음성언어와 수어를 사용하고 주변정체성을 가지고 난 살거야 농인으로 살거야’ 라는 말이 멋있는거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 관객의 질문을 받으려고 해요. 영화를 보며 든 소감이나 조금 전 대화의 시간 중 든 생각이나 질문도 좋다 하고픈 이야기 있으시면 마이크 전달하려고 하는데요. 질문 하실 분이 계실까요?
관객
영화 잘 봤습니다. 저는 사실 일반 영화에 친숙하다 보니 음성이 없는 영화라 그런지 딴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이것도 내가 가지고 있는 작은 시각이나 생각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음성언어 뿐 만 아니라 수어나 점자나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매개체는 다양하다고 생각합니다. 노래. 춤.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어 중에 궁금한 게 있는데요 하나는 ‘고마워’라는 문장이고요 하나는
(한나님이 수어로 말씀해주심. 고마워)
너는 ‘생각이 있니?’ 가 궁금합니다.
한나
먼저 ‘고맙습니다’는 이렇게 사용합니다. (한나님 수어로 말씀 중)
그리고 ‘생각이 있니?’ 라는 질문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표현이 어려워요 앞뒤 상황을 봐야 해요. 어떤 상황인지. 수어는 상황을 보면서, 상황에 맞는 단어를 선택하기 때문에 확정적으로 고정적으로 말하기 어려워요. 상황에 따라서 제스쳐라던지 비수지기호라고 하는데 상황에 따라서 표현하기 때문에 확실하게 고정적으로 ‘생각 있니?’라고 말하기에는 어려워서 설명해드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꼬비
답변이 되셨나요?
추가로 다음 질문을 받으려 합니다. 질문 하실 분이 계실까요?
없네요. 그럼 제가 질문을 조금 더 하고, 다시 관객 질문을 받겠습니다.
이어서, 2016년에 농인과 한국수화언어권과 삶을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한국수어언어법이 제정되었는데, 이 법이 농인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한계를 가지고 있고, 어떤 것이 개선되어야 하는지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한나
먼저 제가 수어를 2017년부터 배웠어요. 한국수화언어법이 2016년 제정되었죠. 제가 수어를 배우기 전에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되어서 법이 제정되기 전 상황은 명확히 안다고 하기는 어려워요. 그러나 수화언어법이 제정된 이 후 상황을 보면 여러가지 많은 고민이 들어요. 아직까지 국제적으로 수화언어법이 정확히 제정되었다 할 수 있는 나라는 극소수에요.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제가 알기로는 아시아에서 한국이 최초로 수화언어법을 제정한 것 같아요.
수화언어법이 제정됨으로 인해 한국 음성언어인 한국어와 수어가 동등한 지위로 역할과 기능을 갖게 된 것이 가장 큰 성과이며 의미인 것 같아요.
하지만 한국수화언어법 제정 이후에 내용을 보면 문제가 많아요. 해당 법의 내용들, 특히 전체적으로 총괄하는게 문체부인데(문화체육관광부) 청각장애인 복지는 복지부에서 맡고 있어요. 법령을 보면 복지부에서 맡을 역할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맡을 역할들, 소관 부서에 관련 된 역할들이나 알력싸움들이 많아요. 문체부에서 총괄하는 한국수화언어법, 복지부의 여러가지 복지사업들, 이런게 서로 연관되지 않고 독자노선을 가지는 문제가 있어요.
그 다음으로 농학교와 관련한 문제가 있어요. 농학교를 보면 학교 내 농학생은 극소수고, 지적장애 학생, 자폐 학생, 중복장애 학생이 많아요. 농학교내에 다른 장애학생들이 왜 많을까요? 농학교라는 이름이 무색할만큼 학교 내에 농학생이 없고, 대부분 통합교육으로, 비장애인 학교로 농학생들을 전학시키고, 입학시켜요. 또 농학교 내 수화교육이 없어요. 농학생의 모국어인 수화를 가르치는 과목이 없고, 비장애인학교의 커리큘럼처럼 농학교 내에도 동일한 교육과정이 있긴 하지만 교육에 대한 실체적인 내용이 부족해요. 농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도 수어가 부족하다보니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지 않아요. 농학생은 농학인 선생님들, 수화를 잘하는 선생님들이 교육을 해야 하지만 그러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어로써 교육을 받지 못 상황들이 많아요.
예를 들어서 국어나 수학을 배울 때 수어로서 이 의미가 무언지 어떻게 배울 수 있는지를 가르치고 나서 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은거죠. 선생님이 수어를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에요.
전보가 굉장히 많아서 농학교내에서 수어를 잘하는 선생님이 부족해요.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된 이후에, “한국 수어를 잘하는 선생님들을 양성해야 한다. 수어교원을 양성해야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어요. 전국적으로 보면 현재 강원도. 경기도, 서울 각각 지역마다 한국수어교원 양성과정을 진행하고 있어요. 수어를 가르칠 때 한국어 교사 교원처럼 수어 교원을 양성을 하고, 자격기준에 맞게 교육을 시키는거죠. 많이 필요로 하고 있고, 많이 늘어나고 있어요. 앞으로도 수어교원이 양성되어서 공립기관과 공공기관에 파견되어 교육을 함으로서 올바른 수어에 대한 인식을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만약 수화언어법이 제정 안되었다면 이런 것들이 진행되지 못 했을거에요. 법이 제정됨으로 인해 수어교원양성 교육이 진행되고 있고, 법에 수어 교원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있고 지원도 가능해졌어요. 이 부분이 수화언어법이 제정됨으로 인해 바뀐 큰 변화인 것 같아요.
꼬비
한나님의 질문에 대답을 들으며 저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생각났어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고 나서 차별 당하는 상황이 생길 때 대응 가능한 언어가 생기고, 구제 받을 수 있는 법이 생긴 것은 한국수화언어법과 비슷한 것 같아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만들어졌지만, 장애인은 평소 일상에서도 차별을 당하고 있고, 음식점 들어갈 때 식사 시간이 걸리면 눈치를 봐야하거나 주인의 거부를 당하거나 그런 차별들. 이동 중에서도 저상버스가 없어 버스를 탈 수 없는 차별을 당하는 게 생각났어요. 추가로 농학교가 지금 사라지고 있다는 기사를 봤는데 그런 부분도 생각이 나네요.
이어서 질문을 또 하나 하겠습니다.
제가 아는 휠체어 장애인이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장을 놀러 간 적이 있었거든요. 무대 바로 앞에 휠체어 석을 마련해서 공연을 볼 수 있게 해놨는데, 보통 콘서트 제일 앞은 보디가드가 있잖아요. 그분 같은 경우 무대 앞으로 배정된거에요. 그래서 콘서트가 진행되는 동안 보디가드의 몸만 보고, 가수의 노래를 듣고 후에 이 에피소드를 이야기할 때 “돈 아깝고, 화가 난다 나는 가수 얼굴 보러 갔지 보디가드 보러 간 게 아니다.” 라고 이야기한 게 생각이 나네요. 농인들의 경우도 이런 일이 있을 것 같아요. 농인들이 문화생활 즐김에 있어서 앞선 예시와 같은 경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한나
일반적으로 농인들이 문화생활을 하는 건 특별하게 많지 않아요. 관심도 그렇고, 상황도 여의치 않아요. 예를 들어서 외국영화를 볼 때 자막이 있는데, 한국영화는 자막이 없어요. 물론 배리어프리 영화가 있죠. ‘가치봄’이라는 이름으로 개명해서 상영하고 있지만 1달에 2-3개의 작품을 특별하게 만들어서, 특별한 상영관에서만 볼 수 있어요. 비장애인처럼 자유롭게 보고 싶은데, 상황이 여의치 않은거죠. 한 달에 2-3개 작품을 특별히 골라서 볼 수 있어요. 독립영화도 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경우가 있어요. 얼마 전에 개봉했던 벌새와 메기라는 영화도 보고 싶은데 자막이 없어서 볼 수 없어요. ‘가치봄’에 관련된 영화가 아니라서 배리어프리로서 영화자막이 없는 거죠. 그러다보니까 농인은 영화를 보고 싶지만 보지 못해요.
‘가치봄’영화자막을 만들 때 설문을 해요. 배리어프리 자막을 만들 때요. 1위, 2위만 자막을 만들어요. 그 외에는 자막을 만들지 않아요. 외국영화는 자막이 있으니 한국영화에 한해서죠. 시간도 상영시간, 요일이 정해져 있어서 그 시간에 가지 못하면 보지 못 해요.
호주 같은 경우는 영화를 볼 때 좌석에 따로 자막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이 있거나 자막을 자유롭게 볼 수 있게 해요. 농인이 원한다면 동시적으로 특별하게 자막을 만들지 않더라도 자막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놨어요. 한국에서도 한국 영화를 제작할 때 자막을 필수적으로 넣어야 한다는 법을 제정하려고 활동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비장애인들이 자막이 있으면 “불편하다. 싫어” 라고, 법을 제정하지 못하도록 반대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보니 호주처럼 혹은 미국처럼 특별하게 시스템을 만드는 거죠. 자막을 덧씌우는게 아니라 다른 영상체계를 만들어 자유롭게 볼 수 있도록 만드는거에요. 비장애인에게도 특별히 불편함 없이 농인들도 동등하게 볼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거죠.
연극의 경우. 저는 연극을 보는걸 좋아해요. 음성에 관련된 건 분별은 할 수 없지만 무대에서 분위기들, 조명 혹은 대화, 소품들을 보면서 또 사람의 움직임을 보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좋아해요. 아무래도 내용은 모르죠. 그래도 분위기를 보며 ‘이게 좋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그래서 연극을 보다 보니까 농인이 연극을 보기 위해선 수화통역이 필요하잖아요.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 예를 들어서 휴대폰 안에서 음성을 자동으로 변환할 수 있는, 미리 자막을 만들어 연극할 때 자동적으로 변환을 시키는거에요. 자막을 스크린으로 띄우는 게 아니라 내 휴대폰을 보며 연극의 상황을 바로 바로 볼 수 있게. 시스템으로 자막내용을 미리 만들어서 동시다발적으로 배우들이 이야기하는 대사를 휴대폰을 통해 볼 수 있게 농인도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한다고 생각해요.
혜화역. 대학로 같은 경우 유명한 연극이 있는데, 자막을 통해 몇 가지 서비스를 해서 본 적이 있어요. 이미 오랫동안 상영을 해서 충분히 제작 할 수 있지 않을까? 수어통역이 아니더라도 자막을 통해서라도 볼 수 있지 않을까?
농인들이 언어체계가 음성언어체계와 달라서 한글 자막만으로 이해가 어려운 경우가 있어요. 저는 비장애인 학교에서 자라와서 어느정도 이해가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농인도 있어서 동시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남산예술센터 같은 경우 올해 19년 1년동안 연극 상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수어통역과 자막을 동시적으로 제공받은 적이 있었어요. 모든 회차에 서비스를 제공하는건 아니지만 농인을 위해 몇 회 차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농인도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지원한적이 있어요. 배우들이 수어통역사와 함께 활동한다던지 농인의 이해를 돕기 위한 노력을 한 적이 있어요. 뒤에 자막 스크린을 만들어서 대화를 직접적으로 볼 수 있게 한 적도 있어요. 그런식으로 점차 농인에게 문화향유가 가능한 상황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농인들이 지금처럼 문화향유에 대한 걸림돌, 장벽을 만들면 즐길 수 없죠. 이런 상황들을 계속 만들다보면 농인도 점차 문화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는 시스템이 부재하여 즐길 수 없었어요. 모든 국가 시설에 이런 시스템이 있다면 농인들이 뮤지컬, 콘서트, 연극 등 모든 장소에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런 계기를 통해서 자막과 수어 통역이 없는 상황을 개선할 수 있도록 비장애인과 동일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지금은 비장애인 중심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농인들이 경험을 할 수 없지만..
무대 위에서 자막과 수어통역이 있는 경우를 여러분들 못 보셨잖아요? 자막이 있는 경우 못 보셨잖아요? 이런 기회를 늘리며 농인의 문화향유를 늘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국 같은 경우는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되었기 때문에 모든 문화행사에서 자막과 수어통역 서비스를 늘려서 농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상황과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꼬비
하하하하
이야길 들으면서 마지막에 한국수화언어법 말씀하시면서, 법이 제정되었는데 왜 따라가지 못하는가에 대해 뭐라고 해야 할까요. 법만 만드는게 아니라 만들었으면 시스템도 당연히 만들어야하만 부족했던 것 같아서 개선되어야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이야길 들으며 추가적으로 궁금한 점은, 문화 쪽 관련된 것 말고 토크콘서트, 워크숍, 토론회 같은 곳들. 얼마 전에 뉴스에서 봤는데 국회의원 토론회, 대선 토론회 방송 때 수어통역을 제공 없이 방송을 해서 장애인 차별 관련 소송을 하고 있다고 봤어요. 문화적인 부분들 말고 내가 배우고 싶은 공부나 워크숍 이런 부분에서는 어떤 식으로 이뤄지고 있나 한 개 정도의 이야길 해주시면 좋을 거 같은데 괜찮으실까요?
한나
먼저 얼마 전 문재인과의 대담이 있었죠. 다 보셨을 것 같은데요. 현장에서 수어통역사가 없었어요. 기자회견이나 정부의 브리핑같은 경우도 수화통역사 배치를 원하며 제안하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계속해서 제안하고 있어요. 지속적인 제안에 변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워크숍이나 교육의 경우 예를 들어서 청인들, 즉 비장애인 입장 같은 경우에 요즘 평생교육 인기가 많잖아요. 그런데 농인들은 평생교육에 대한 기회가 없어요. 왜 그럴까요? 농인들이 평생교육에 대해서 농인이 원하는것이 무엇인지. 필요한것이 무엇인지. 농인이 교육받을 때 필요한 환경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이죠.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평생 교육을 받으면서 성장하고 싶지만 시스템이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어요. 워크숍이나 세미나를 참여하고 싶어도 시스템이 없는거죠. 수어통역이나 자막이 없기 때문이에요. ‘있을까? 없을까?’하는 고민이 들고 정작 워크숍, 세미나에 가도 수어통역이나 자막이 없는거죠. 주관 단체에 전화해서 “혹시 수어통역이 있나요?” 물어봐요. 그럼 주최측에서 “되요 괜찮아요. 준비할게요.” 라고 하면 ‘오!’ 기쁜 마음으로 가요. 그런 곳은 좋은 환경인거죠. 대부분은 “안 되요 예산없어요”라고 해요. 그럼 우리는 참여가 불가능해요.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가 없는 거죠. 선택의 기회가 박탈되는거에요. 또 예를 들어볼게요. 워크샵이나 교육을 혼자 가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농인들 여럿이 아니라 저 혼자 배우고 싶어요. 연락을 해서 “수어통역을 준비해줄 수 있을까요?” 라고 물어봐요. 그런데 제가 워크숍 날 갑자기 일이 생겨서 못 가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럼 이미 저를 위해 수어통역사를 배치했는데, 제가 못 가요. 그럼 회사 잘못일까요? 제 잘못일까요? 제가 가지 못 했기 때문에 나를 위해 수어통역을 제공했는데, 계속 제공해줄 수 있을까? 수어통역사와 자막서비스가 있지만 내가 가지 못 하면 죄책감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모든 자리에 다 있으면 죄책감이 없을 텐데 나를 위해 만들어줬는데 못 가면 죄책감이 생길 수 있는거죠. 워크숍이나 세미나 같은 곳에서 수어통역이나 자막서비스가 의무적으로 배치되어있다면 저는 그런 죄책감이 안 들 것 같아요. 농인이 없더라도 그냥 배치하는거죠. 언제든 농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있건 없건 상관없이. 그렇게 된다면 농인 스스로 연락을 하거나 혹은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는 거죠. 앞으로 사회적으로 수어통역이나 자막서비스가 의무적으로 배치될 수 있게 변화되면 좋겠어요.
꼬비
말씀 감사합니다.
비장애인 같은 경우들은 편하게 어디를 가는 것, 어떤 것을 경험하는 것에 대해서 장벽이 있다라고 쉽게 생각이 들거나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 않잖아요. 이런 이야길 듣다 보면 내가 편하게 사는구나 하는 나는 이렇게 살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것 같아요.
이어서 관객질문을 받으려고 하는데요.
질문 있으신 분 손을 들어주시거나 알려주시면 마이크를 드리겠습니다.
질문이 없으신 것 같네요.
제가 준비한 질문이 하나 남았거든요. 마지막 질문을 하고 대화의 시간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한나님이 앞으로 하고 싶은 것과 관심을 가지고 있는 활동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한나
제가 저의 앞으로의 계획 활동을 말하기 전에 여러분들께 말하고 싶은 건, 인천인권영화제 참여해주셔서 감사 드리고요. 솔직히 제가 여기 왔을 때 떨렸어요. 저와의 대화시간에 와주셔서 감사 드려요. 저는 농인권에 관심이 많아요. 앞으로도 계속 농인권에 관련된 활동을 할거 같아요. 좀 전에 수어교원 과정에 대해서 말했잖아요. 제가 어제 그 교육을 다 받았어요. 그래서 내년에 시험을 합격하면 수어교원으로 활동 할 계획이 있어요. 그리고 제가 가진 목표는 저는 청인사회 비장애사회에서 자랐고 수어를 늦게 배웠는데 학생들에게 수어도 가르치면서 내가 농인으로서 정체성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가야하는 것인지 알려주고 싶어요. 문화향유와 관련하여 영화나 연극 등 여러 가지 분야에서 농인들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권리를 확장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싶어요.
관객
짝짝짝짝짝
꼬비
한나님이 계획하시고 앞으로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 다 잘되시기를 바랄게요. 그러면 준비한 질문을 다 마쳐서 대화의 시간을 끝내구요.
가실 때 저희 데스크 앞에서 오늘 보신 영화에 관련된 소감을 적을 수 있어요. 소감을 적어서 벽에 붙여주시면 감사하고, 저희 영화제 같은 경우 후원 물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그것도 보시고 후원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럼 대화의 시간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